35년간 100여종 검정…원동력은 사명감
“농업발전위해 농기계 스페셜리스트 나와야”

농업기술실용화재단 하지호 농기계검정팀장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고 했다. 강산이 3번 바뀐 30년하고도 5년간 농기계와 함께한 농업기술실용화재단 하지호 농기계검정팀장(사진)이 정년퇴임을 앞두고 있다. 하 팀장은 1982년 당시 국립농업자재검사소(現 국립농업과학원)를 시작으로 2009년 재단 설립과 함께 적을 옮겨 지금까지 35년간 농기계란 한우물을 팠다. OECD 농임업용 트랙터 표준코드에 적합한 농용트랙터 및 보호구조물 시험방법 제·개정, 100여종의 농기계 시험방법 및 기준 제·개정, 안전기준 국제규격 도입, 난방기 공급 촉진을 위한 시험방법 개발 등 하 팀장의 지난 35년은 우리나라 농기계 역사와 궤를 함께한다. 그간의 소회를 들어봤다.

△35년간 농기계와 함께 했다.
-1978년 농업기계화촉진법이 제정됐다. 4년 뒤 공직에 입문하면서 처음 농기계를 접했다. 이후 지금까지 100여종에 달하는 농기계 검정업무를 봤다. 실질적인 평가사업을 통해 제조업체의 기술개발 지원, 농기계 보급에 주력했다. 농기계 검정업무란 것이 성격 자체로만 본다면 단순할 수 있지만, 다양한 기종을 검정해야 하기에 전문성이 필요하다.
특히 사명감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사명감이 없다는 것은 목적지 없는 여정과 같다. 국내 농기계를 지탱하는 축이 몇 개 있다. 농림축산식품부와 농촌진흥청, 재단, 한국농업기계협동조합, 한국농업기계학회 정도를 꼽을 수 있다. 그 안에서 재단은 검정이란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다. 농업은 단순히 유유자적(悠悠自適)하며 발전하는 산업이 아니다. 사명감을 최우선으로 지금껏 업무를 맡아왔다.

△많은 제조업체가 검정에 대해 어렵게 생각한다.
-1990년대 초 유리온풍기 열풍이 대단했다. 그해 무려 80여건의 검정을 진행했다. 당시 한 회사의 온풍기를 5~6번 불합격시킨 적이 있다. 원인규명이 명확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 업체는 거듭된 권고에도 자사만의 방식으로 기계를 제작해왔다.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재단은 객관성과 형평성 등을 고려해 업무를 진행한다. 만약 검정업무에 주관이 들어간다면 업체와의 신뢰가 깨진다. 다수의 업체대표가 검정성적서의 합격유무만 확인하지만, 검정목적은 저품질 농기계의 시장진입 차단과 정책 및 보급지원 등이다. 농업발전을 위해 앞단에서 끊고 맺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제조업체가 좀 더 유연한 사고를 하고 제품을 개발·생산했으면 한다.

△기억에 남는 과제는 무엇인가.
-지난 1995년 국립농업과학원은 농기계 무역의 기술장벽 해소와 편의성, 그리고 품질인증을 통한 수출촉진을 위해 OECD 농임업용 트랙터 표준코드에 가입했다. 가입 1년 전부터 옵저버로 참여해 우리나라의 국제공인 시험기관 및 국가지정 대표기관으로 활동하는 데 주요 역할을 했다. 당시 처음 운영하다 보니 모르는 것이 많아 영국과 독일에 6개월간 연수를 갔다. 국내서 시험한 수십장의 문건을 팩스로 받아 그곳의 엔지니어와 함께 검정을 진행한 것이 기억에 남는다. 첫술에 배부를 수 없었지만, 이후 국내 농기계 제조업체가 수출하고 있는 40~50여 모델의 트랙터와 보호구조물에 대한 시험성적을 OECD로부터 승인받아 농기계 수출촉진에 기여한 것이 기억에 남는다.

△농기계 트렌드를 꼽는다면.
-농촌의 고령화와 부녀화로 인한 노동력 부족에 대응하기 위해 편의성을 증대한 농기계가 많이 출시되고 있다. 그러나 사용량이 많아진 만큼 안전사고에 더 노출될 수밖에 없다. 이에 최근 농기계는 성능 중심에서 안전으로 빠르게 무게추가 기울고 있다. 또 국산 트랙터를 유럽에 수출하기 위해 EC인증을 받아야 하는데, EC인증을 위한 24가지 항목은 모두 안전과 연관되어 있다. 그만큼 국내외로 안전이 농기계의 중요 포인트로 부각했다.

△국내 제조업체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필요한 것은.
-다수 국내 농기계 제조업체가 수출에 대해 고민한다. 그러나 일본에는 기술적인 측면서, 중국에는 가격 측면서 불리하다. 농기계 수출을 위해 절차·제도적으로 지원이 필요하다고 본다. 국가마다 기술적인 무역장벽이 분명 존재한다. EC인증도 그중 하나라고 볼 수 있다. 개인적으로 WTO, FTA 등에 어긋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우리도 기술적 무역장벽을 가질 필요가 있다. 국내 농기계 제조업체가 경쟁력을 가질 수 있도록 보호해야 한다.

△향후 계획과 후배들에게 제언이 있다면.
-독일 DLG(독일농업협회)가 수여하는 인증마크는 모두가 영광스럽게 여긴다. 이 같은 기관이 되기 위해선 자질과 실력이 뛰어난 인재가 필요하다. 자질과 실력을 갖춘 인재가 많아진다면 그만큼 신뢰도도 높아질 것이다. 가까운 훗날 재단서 부여하는 FACT 인증이 모두가 영광스럽게 여기는 날이 왔으면 한다. 이를 위해 국내뿐만 아니라 전 세계 모두가 인정하는 농기계 스페셜리스트가 나왔으면 하는 바람이다. 개인적으로 아직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고 있진 않지만, 기회가 된다면 농업발전을 위해 그동안 쌓은 경험과 노하우를 공유할 계획이다.

 김창수 기자 csk@al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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