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D 어려운 과제만 남아…선택과 집중 필요”

“기계개발·보급·확산에 정부지원시 속도 빨라질 것”
“산업화 위해 R&D 중복성 문제 풀어줘야…인력난 심각”

밭농업기계화율은 2000년 46%에서 현재 58% 수준으로 좀처럼 늘지 않고 있다. 정부는 ‘제8차 농업기계화 기본계획(2017~2021년)’을 통해 기계화율을 2021년까지 65%로 끌어 올릴 계획이지만 제한된 예산, 더딘 기반정비, 재배양식 표준화, 품종개발, R&D, 보급문제 등을 감안할 때 녹록치 않아 보인다.

특히 기계화에 앞서 선행돼야 할 경지정리율은 전체 밭면적 74만8000ha의 15%인 11만ha에 불과하고 전체 밭농가의 90%에 이르는 대다수 농가가 0.3ha 미만의 소규모 영세농이라는 점은 밭농업기계화율 목표치 도달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밭농업기계화는 결국 제한된 예산범위 내에서 정책 우선순위에 따라 재정투입을 고민해야 하는 선택과 집중의 상황에 직면해 있는 것이다.

본지는 창간 1주년을 맞아 (사)한국농업기계학회와 공동으로 밭농업기계화율을 높이는 데 걸림돌이 되고 있는 문제점들을 점검하고 우선 정책과제들을 선별하기 위해 “밭농업기계화,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 제하의 정책좌 담회를 마련했다.

이번 좌담회는 지난 1일 농촌진흥청 농업공학부 2층 회의실에서 열렸으며 밭농업기계화와 관련한 각계인사 12명이 패널로 참석해 R&D부터 보급·관리까지 다양한 의견을 교환했다.

최호종 농림축산식품부 농기자재정책팀장은 “밭농업기계화율 제고를 위한 각계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된 데 대해 고맙게 생각한다”면서 “이 자리에서 나온 다양한 의견들을 정리·취합해 정책에 반영할 수 있는 부분들은 반영함으로써 농기계 산업발전에 기여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최창현: 연구기관·산업체·정부 등 밭농업기계와 관련해 다양한 분야에 계신 분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각 패널들은 단순히 정부지원을 요청하는 선에서 벗어나 밭농업기계화와 관련해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여기까지고 여타 지원이 있으면 어느 선까지 할 수 있다는 식으로 발언을 해줬으면 한다. 연구개발과 관련한 논의부터 시작하고자 한다. 

◇최용: 몇 %까지 기계화율을 달성할 수 있을지 심각하게 고민할 필요가 있다. 기계화를 하기 위해서는 기반조성이 제일 중요한 것 같다. 농진청에서 하고 있는 것을 먼저 소개하자면, 마늘, 양파, 참깨 등 기계화 대상작물 16종을 선정했다. 기계가 없는 것은 기계를 개발하고 기존에 기계화가 1차적으로 이뤄진 것은 범용화·복합화하며, 파종부터 수확까지 전과정을 기계화하 는 등 크게 3트랙으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올해에는 감자 전과정 기계화에 치중하고 있다. 농진청은 경지정리와 함께 논에 밭작물을 심어 기계화하는 작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본지와 (사)한국농업기계학회가 공동 주최한 ‘밭농업기계화,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 제하 정책좌담회가 지난 1일 농진청 농업공학부 2층 회의실에서 개최돼 밭농업기계화를 앞당기기 위한 다양한 정책제안이 이뤄졌다.

◇김대철: 과거에도 밭농업기계 연구는 진행됐었고 중단되기도 했다. 지금은 어려운 것만 남았다고 볼 수 있다. 기계화율이 낮은 수확기가 대표적인 것으로 연구에 많은 애로사항이 있다. 연구자들이 많지 않기 때문에 R&D에 있어 선택과 집중이 필요해 보인다. 또한 시험 등 연구 수행과정에서 다양한 지원책이 있어야 하며 관련 인력양성에도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강영선: 밭농업기계화는 선택의 기준을 넘어섰다. 선택과 집중을 하기 위해서는 기준이 필요하다. 어떤 기계부터 추진할 것인가는 산업화 관점에서 산업규모를 보면서 선택해야 할 것 같고, 두 번째로 정부의 시책이 기준이 될 수 있다. 시장은 크지 않지만 필요한 기계가 있기 때문이다. 어느 정도 공감대가 형성되는 기준이 있어야 할 거 같다. 기계를 만들어도 얼마나 팔릴지 모른다. 초기 기계 개발·보급·확산을 위해서는 정부의 지원이 필요하고 재배방법 등과 관련해서는 농진청이 신경을 써준다면 기계화 속도는 보다 빨라질 것이란 생각이다. 

◇이경환: 밭농업과 관련한 쓸만한 정보가 거의 없는 상태다. 미래농업을 위해 밭농업 기초정보 습득·활용할 수 있는 기반을 지금부터 조성해 나가야 한다. 

◇남영조: 트랙터부착형 작업기를 만들고 있다. R&D도 좋은데 수요자가 원하는 기계를 만들지 못하면 팔 수가 없다. 따라서 수요자 밀착형 기계를 만들어왔다. 농기계는 산업화와 실용화가 제일 중요하다. 정부과제 수행 중인데 애로사항이 있다.

회계 등 진행과정이 복잡하고 현금부담이 많다. 이런 부분에 대한 정책적 배려가 있어야 중소기업들이 정부과제에 참여할 수 있을 것이다. 

◇강진석: 농기계 임대사업에 대해 말하고자 한다. 가장 대두되고 있는 사안이 인력부족이다. 특히 현장 농기계 수리인력을 뽑기가 어렵다. 경기도내에는 농업계 고교가 3개 밖에 없고 대학 농기계과 졸업생 중 농기계를 한번도 만져보지 않고 학교를 나온 사람들이 꽤 많다는 결론을 내렸다.

현장에 투입할 수 있는 인력을 양성해야 한다. 또한 임대되는 농기계 장비를 활용하면 토양, 환경 등 밭농업과 관련한 데이터를 수집하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다. 

◇박진현: 밭작물 기반정비 사업은 1994년도부터 시작했다. 목표치는 18만ha였고, 작년말까지 11만ha를 개발했다. 용수원 개발, 도로정비, 배수로 등에 중점을 둬 추진했다. 기계화 촉진을 위한 구획정리, 평탄도 등에는 많이 신경을 못 쓴게 사실이다. 논과는 달리 밭은 경지작업에 한계가 있다. 승용형기계가 안전하게 운행하기 위해서는 경사도가 7% 넘어가면 어렵다는 말이 있는데 사업비, 작부심 유지, 구획 사이즈 등 때문에 쉽지가 않다.

밭정비사업은 농업경영체 육성과 병행추진 해야 한다. 효율성이 높기 때문이다. 향후에는 집단화 된 지역 중심으로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채광석: 밭기반정비사업은 정비가 어려운 지역만 남아 있다. 설문조사를 해보면 농민들은 기계화를 위한 평탄화작업 보다는 관개용수 공급, 도로개설을 통한 맹지 없애는 것 등을 요구하고 있다. 또한 표가 안나기 때문에 지자체가 밭기반정비사업에 별 관심이 없다.

정비사업은 경기·충남지역은 거의 없고 전남·전북에만 편중돼 진행되고 있다. 밭농업은 같은 품종이라도 지역마다 재배방법이 다르다. 재배표준화가 이뤄져야 한다. 또한 농가가 영세한 소농으로 밭농업기계 수요도 많지 않은 것도 문제다. 밭농업기계화는 들녘경영체 육성 관점에서 같이 진행돼야 한다.

"장기임대정책 추진해야…소규모농가 복지적 접근 필요"

“미진한 지자체 보조사업과 관련, 중앙정부 역할 필요”

“여성친화형기계 활성화 위해 여성 교육여건 개선해야

◇김경수: 연구개발은 3개축이 있다. 농업공학부, 대학, 산업체 등이다. 연구개발 목표를 세우는 데 있어 가격대 등 어디에 초점을 맞춰하는지가 궁금하다. 마늘생산 일관기계화를 예로 들면 전국 마늘생산농가가 2만 농가가 있고 그중 500평 이상은 돼야 기계가 필요할 거 같은데 500평 이상 농사짓는 농가는 5000 농가이고, 일관기계화를 위해 여러가지 기계가 있을 것인데 단계적으로 얼마얼마씩 보급을 해서 기계로 다 대체할 수 있겠다는 식의 초점을 맞춰서 해봤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봤다.

◇이종원: R&D에서 가장 큰 애로사항은 중복성이다. 이미 개발돼 있다는 것이다. 사업화가 돼 있느냐 안돼 있느냐를 보고 안돼 있으면 개발돼 있더라도 다시 개발해야 한다. 그래야만 기술이 축적되고 산업화가 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될 수 있다. 중복투자와 관 련해서는 밭농업기계 R&D에서는 풀어줄 필요가 있다. 

◇최호종: 지금까지 논의된 문제들은 대부분 8차 농업기계화기본계획에 담겨 있다. 농기계 분야는 의견요청 등과 관련해 피드백이 좀 느린 편이다. 현장 어려움이 결부된 듯하다. 어쨌든 R&D와 관련해 논의된 사항들을 정리해 정책에 반영할 수 있는 것들은 반영함으로써 농기계 산업발전에 기여하고자 한다. 

◇최창현: 농촌 고령화는 기계화 필요성을 증대시키고 기후변화는 작목변화로 연결될 것이다. 작목변화는 재배방식의 변화를 이끌 것이고 이와 관련해 농기계 업계에서 먼저 방안을 제시한다면 우리가 원하는 재배방식을 이끌어낼 수 있을 것이다.

특히 4차산업혁명을 통해 ICT융합기술을 농기계에 빨리 접목시킨다면 수입농기계나 다품종소량 농기계를 팔더라도 업체들은 어느 정도 수익을 창출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R&D를 통해 아무리 좋은 농기계를 개발해도 보급·관리가 안되면 결국 사장될 수 밖에 없다. 시장과 실용 성, 특히 사용자요구를 반영한 농기계를 만들었는데 사용자 요구가 바뀌고 작목이 변했을 경우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 이 부분을 집중 논의했으면 좋겠다.

◇최용: 기계화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보급방법이 좀 바뀌어야 한다. 단기임대 위주 정책은 한계에 왔다. 장기임대정책을 활발히 진척시킬 필요가 있다. 농가 규모별로 볼 때, 단기임대는 중·소 규모 농가를 대상으로 한 정책이 아닐까 생각한다. 농업을 산업적 차원으로 끌고 갈려면 대규모화된 집단들을 정책속에 귀화 시켜야 한다.

예를 들어 고구마 10ha 이상 재배농가가 1000여 농가가 있다. 이 사람들은 1달 반 이상 지속적으로 농기계를 임대해 사용해야 하는데 기술센터 단기임대로는 감당을 못한다. 장기임대를 해줘야 한다. 반면 소규모농가, 고령농가는 기계를 빌려줘도 사용 못하는데 그렇다고 무시할 수 없다. 0.3ha 미만이 90%다.

이 사람들은 복지적 차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 대규모 농가 장기임대의 정책 수혜자로서 농작업대행 업무를 의무 부과해 대신 해줘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런 정책적 전환이 필요하다. 

‘밭농업 기계화,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 좌담회가 끝난 뒤 참석한 패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김경수: 밭농업 전용기종이 20여종이 있고 범용이 70여종이 있다. 밭농업기계 공급이 얼마나 늘었는가 조사를 해봤다. 이식기, 파종기, 수확기에 대해 지난 2년간 변화를 봤다. 업체수는 18%, 기종수는 15%, 융자공급실적도 46% 각각 늘어났다. 밭농업기계가 늘고 있는 추세다. 기계화율을 향상시키기 위해 는 보급에 초점을 맞춰야 하며 제도적 뒷받침이 중요하다. 특히 미진한 지자체 보조사업과 관련해 중앙정부의 역할을 더 강조하고 싶다.

◇이종원: 소규모농가의 소득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하고 그런 전제하에 기계화 개발에 나설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또 과제 공모시 포상제를 제안한다. 즉 어느 수준에 도달할 경우 시장성을 확보해 줌으로써 업체에 동기부여를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업체에서 가장 힘들어 하는 인력문제도 임금과 관련해 정부의 지원이 필요하다. 

◇남영조: 인력 구하기 힘들다. 연봉을 많이 줄 준비도 돼 있는데 농업을 스스로 비하하는 풍토도 있다.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다. 업체 입장에서 보급방법으로는 임대사업장, 지자체별 작목반 민간보조, 시군·시도 지원사업, 개인(융자) 등 4가지 매출방법이 있다. 임대사업을 하게 되면 수요자들은 ‘빌려서 쓰지, 1년 에 한 두 번 쓰는데 굳이 살 필요가 있나’하는 생각이 팽배하다. 임대사업이 활성화될수록 매출이 떨어지지 않을까 생각한다. 하지만 농민이 진짜 원하는 기계를 만들면 매출은 계속 올라갈 것이라 생각한다. 

◇채광석: 농기계를 이용하지 않는 이유와 관련해 농민대상 설문조사를 했다. 규모 작고, 이용하고 싶지만 고령이거나 여성농업인으로서 위험성과 조작 어려움 때문이라는 얘기가 많았다. 주산지는 비슷한 품종으로 이뤄졌기 때문에 농작업 전문 지자체 조직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의견도 다수 나왔다. 밭농업 기반정비가 제주도는 잘 이뤄지고 있는데, 육지에도 그런 성공사례를 많이 만들어 홍보할 필요가 있다. 

◇박진현: 밭기반 정비사업과 관련해 간척지역은 쌀 생산 위주로 기반정비가 돼 있는데 새만금간척지역은 최근 밭농업을 위해 기반정비 작업을 하고 있고 무인 영농 등을 감안해 필지규모 광역화도 준비하고 있다. 파종에서 수확까지가 아니라 파종에서 식탁까지처럼 기반정비 사업을 할 때 가공·유통·저장까지 감안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사업추진방식도 해당지역 농업발전 계획과 연계해 상향식으로 추진하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강진석: 임대사업은 상향식으로 추진하는 것에 동의하지만 현장의견을 반영하기 위해서는 임대사업 체계를 갖출 필요가 있다. 여성친화형 농기계 활성화를 위해서는 여성들의 교육참여 여건을 많이 만들어 줘야 한다. 특히 여성친화형 농기계를 소형보다는 중 대형으로 접근했으면 좋겠다. 트랙터 등 중대형 기계를 다루는 과정에서 여성농업인들의 만족도가 높았다. 밭농업기계화의 핵심은 여성농업인에 달려 있다고 생각한다. 여성농업인이 기계를 활용하지 못한다면 밭작물기계화 65%는 요원하다. 

◇김대철: 은퇴후 고추농사를 지을까 고민 중인데 문제는 땡볕에서 고추를 어떻게 수확할 것인가다. 그래서 고추수확기계를 만들고 있다. 지금 당장은 기계를 만들어도 농민들이 쓰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농민이 딸 수도 있고 외국인 노동자를 쓸 수도 있는데 문제는 5~10년 후에 기계가 필요할 경우 어떻게 할 것이냐다. 그 때 가서 기계를 만들려면 늦어질 수 있다. 성공가능성이 높은 기계를 택해 개발한 뒤 연구개발비를 집중적으로 지원해 계속적으로 성공사례를 만들어 줌으로써 기계화가 자연스레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 

◇최용: 신기술 농기계 지정이 되더라도 100% 융자, 우선구매 권고하는 정도인데 업체에 주는 메리트가 크지 않은 것 같다. 따라서 업체의 혜택을 강화하면 R&D가 촉진될 것 같다. 일본산 밭농업기계 수입이 늘고 있고 특히 정식기와 콤바인이 늘어나고 있다. 우리도 기술개발을 열심히 하고 있지만 응용기술 개발에 치우쳐 있다. 부품을 고도화할 수 있는 첨단 요소기술 개발에 집중함으로써 일본산에 대응할 필요가 있다. 

◇최호종: 장기임대로의 정책전환은 현재 계획 중에 있다. 여성친화형 기계는 계속 추진하돼 현장 목소리를 감안해 건설·생산적인 방향으로 끌고 나갈 방침이다. 인력확보도 가장 큰 고민거리 중 하나다. 거래관행 등도 개선될 필요성을 느낀다. 농기계 분야의 가장 큰 문제는 역동성이 떨어진 데 있는 것 같다. 보급 등과 관련한 여러 의견들을 검토한 뒤 정책에 반영할 수 있는 부분들이 있다면 적극 반영토록 노력하겠다

선태규  midas0718@al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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