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론시장 본격 도래…판매 확산은 아직

과열경쟁…20여개 업체, 시장 예의주시

드론이 우리농업에 빠르게 뿌리내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총 판매대수는 850여대로 지난해 본격적인 판매가 이뤄진 것을 고려하면 확산속도가 매우 빠른 편이다. 20여개 드론업체도 각 지자체의 시연회 등에 참가하며 판촉경쟁에 사활을 걸고있는 모습이다. 현재 국내시장에선 세계 드론시장 의 70%를 차지하고 있는 DJI의 아그라스 MG1이 350대 이상 판매된 것으로 추정된다. 국내업체로는 (주)대한무인항공서비스의 천풍1이 110대로 가장 많은 판매대수를 보였다.

그러나 급격한 시장성장과 달리 업계는 차분하다. 과열경쟁이 진정되길 바라는 한편, 하드웨어를 넘어 소프트웨어, 응용프로그램, 부품 등 세분화된 新드론시장이 열릴 것으로 기대하고도 있다. 그러나 드론산업의 빠른 확산속도와는 달리 풀어야 할 난제들도 산적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드론산업에서 경계해야 할 허(虛)와 실(實)은 무엇인지 살펴봤다.

◇굴러온 드론, 박힌 무인헬기 빼나 

드론이 농업에 보급되면서 가장 많이 비교된 기체는 무인헬기다. 무인헬기는 그동안 광역살포기와 함께 방제작업에 주로 활용된 대표적인 항공방제기이다. 국내에는 (주)무성항공과 성우엔지니어링이 무인헬기 시장을 양분하고 있다. 국내에 보급된 무인헬기 대수는 300여대로 추정된다. 무인헬기의 장점은 3~5미터의 상공에서 메인 프로펠러에서 발생하는 강력한 하향풍으로 7.5m의 살포면적을 가진다는 것이다. 강력한 하향풍과 넓은 살포면적으로 1일 30~50ha의 방제가 가능해 단기간에 방제효과를 높일 수 있다. 오랜 기간 사용돼 방제효과 등도 검증됐다. 반면 드론은 구매·유지비용이 무인헬기보다 저렴하다. 초기 구매가격은 1000만원대부터 2000~5000만원 등 다양하다. 또 10리터의 액체 농약을 싣고 10분 이내에 약 1.3㏊를 방제할 수 있다. 경사가 심하거나 장애물이 많은 지역에서는 무인헬기보다 강점을 가진다.

지난해 무인헬기와 드론은 하늘 위에서 방제작업을 하는 공통분모로 어느 기체가 효과적인지 설왕설래가 많았다. 먼저 드론 업체 관계자는 2억원 내외에 달하는 초기 구매 비용, 크기·무게 등으로 인한 낮은 편의성, 사후관리 유지비용 부담, 사고 시 큰 위험성 등을 무인헬기의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반면 무인헬기 업체 관계자는 드론의 배터리 및 방제작업 효과 등에 의구심을 품으며, 실사용에 앞서 품질증명이 우선이라고 주장했다. 무인헬기 업체 관계자는 “드론은 방제작업보다 영상촬영이나 임무비행에 적합하다”며 “우리농업이 선진농업처럼 규모화 영농으로 가기 위해선 무인헬기 방제가 필수”라고 설명했다. 이에 드론 업체 관계자는 “드론은 규모화 영농방제부터 소규모 방제, 병해충예찰까지 다양한 작업에 활용할 수 있는 만큼 앞으로 더 많은 농업현장에 보급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농업 방제사업 현황

농업 방제사업은 농협이 농기계은행사업과 계통 구매 등을 통해 주도하고 있다. 올해 농협은 무인헬기(15만ha), 광역살포기(7만ha), 드론(1만ha)을 이용해 방제면적을 총 23만ha까지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이는 지난해 18만1000ha보다 27%가량 증가한 수치다. 주목할 것은 드론이다. 농협은 드론을 통한 방제면적을 지난해 100ha에서 올해 1만ha로 끌어올린다는 목표를 세웠다. 비록 무인헬기와 광역살포기보다 현저히 작은 면적이지만, 100배나 확대됐다. 앞으로 드론의 성능 및 효율성이 검증된다면 본격적으로 농업 방제사업에 도입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함께 농협은 올해 방제사업 추진목표로 무인헬기 보급대수를 198대에서 205대로 늘리고, 드론은 20대(2016년 5대)를 보급할 계획이다. 광역살포기는 전년대비 1대 늘어난 130대가 보급목표다. 또 방제사업 활성화를 위해 공동방제반 활동비 지원, 농작업대행 복덕방활용 지도, 안전사고 예방교육 및 관리 등의 제도개선과 함께 무인헬기 할인·할증률 확대, 드론 전용상품 개발 등 농기계종합보험 개선을 추진 중이다. 농협은 올해 농업용 드론을 비롯해 광역살포기, 무인헬기, SS기를 직영하는 지역 농협과 농기계 계통이용률 80% 이상인 지역농협을 대상으로 총 400억원을 지원하고 있다. 

◇전세계 드론시장 34% 성장…농업성장 더뎌

올해 전세계 드론매출은 전년대비 34% 늘어난 60억달러 이상 기록할 것으로 전망됐지만, 농업용 드론시장은 성장이 더딘 것으로 나타났다. 시장조사업체 가트너는 개인용 및 상업용 드론 생산량이 급증하면서 드론시장 규모도 함께 급증할 것으로 전망하고, 생산량도 전년대비 39% 증가한 300만대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했다.

가트너는 각종 정부규 제에도 불구하고 올해에도 개인용 및 상업용 드론 시장은 식지않은 인기를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개인용 드론이 사진촬영 및 셀카, 기타 엔터테인먼트 확산에 편승할 것이라는 예상이다. 상업용 드론은 개인용 드론보다 시장규모는 훨씬 작지만, 많은 국가에서 드론규제가 정착되면서 시장이 안정화되어 모든 산업부문에서 드론구매가 확산되고 있다. 다만 상업용 드론의 최대시장인 농업분야가 수확량· 투자수익률 저하에 따른 가격책정 등으로 다른 상업용 드론시장보다 성장이 더디다고 설명했다. 이에 2020년까지 비용에 민감한 농업용 드론은 상업용 시장성장 중 7%를 점하는데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드론업체의 명(明)과 암(暗)

국내에선 농업용 드론이 2016년 6월부터 본격적으로 판매되기 시작했다. 연간 판매시장은 700~1000대 수준으로 추정된다. 국내시장에선 세계 드론시장 점유율 70%를 차지하고 있는 DJI의 아그라스 MG-1이 350대 가량 판매된 것으로 추정된다. 국내 업체로는 (주)대한무인항공서비스의 천풍1호가 110대를, 지난해 10월 출시된 (주)한국헬리콥터의 KAD1200이 70대, 유콘시스템(주)의 리모팜20이 20대가 판매됐다. 업체 관계자는 농업용 드론시장이 초기임에도 선전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드론기체를 판매해 수익을 얻는 업체는 많지 않다고 지적했다. 실제 다수업체가 드론기체를 완성하기 위해 주요부품을 중국서 수입해 재가공하고 있다. 이런 실정이다 보니 중국부품업체만 배를 불려주고 있다는 것이다. 

부품을 수급해 드론을 생산하는 업체에서도 할 말은 있다. 제품단가를 맞추 기 위해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항변한다. 또 자체 기술력을 통해 가공하기 때문에 품질상에 차이는 없다고 말한다. 한 업체 대표는 “드론에 탑재하 는 배터리를 직접 개발했지만, 제품단가를 낮추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도입을 포기했다”고 말했다.

또 일각에선 과열양상을 보이는 국내 드론시장에 우려하고 있다. 다수 업체가 인력구성도 갖추지 못한 채 판매에만 열을 올리고 있기 때문이다. 검증되지 않는 드론기체를 구매할 경우 사후서비스는커녕 품질 측면서 문제가 발생할 여지가 크다는 것이다. 특히 드론은 성능을 떠나 안전측면서 민감해 농업에 본격 적용되기 전 부정적 인식이 확산될 것을 염려하고 있다. 

한화테크윈 지창우 드론사업팀 대리는 “국내 드론시장이 과열양상을 보이지만, 확산단계로 보기엔 아직 이르다”며 “향후 2~3년 이내에 경쟁력을 갖추지 못한 업체가 도태되면 새롭게 드론시장이 재편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DJI제품을 유통·공급하는 오토월드 김태천 본부장은 “올해 드론시장은 경쟁이 치열한 만큼 지 난해보다 어려워진 것이 사실”이라며 “농민이 선택할 드론이 많아진 만큼 다수의 업체가 신제품 출시보다 시장을 지켜보는 쪽으로 가닥을 잡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 드론육성 위해 빗장 풀었지만

정부는 지난해 5월 제5차 규제개혁장관회의를 통해 신산업으로 급부상하는 드론산업 육성을 위해 규제혁신 방안을 발표했다. 국토부는 국내업체가 시장진입에 어려움을 겪지 않도록 ‘초기 사업화비행여건 개선-수요창출-시장확대’에 이르는 산업 발전 주기별 맞춤형 규제혁신 및 지원방안을 마련했다.

사업범위도 현재는 농업·촬영·관측 등으로 제한하고 있지만, 앞으로는 국민안전 및 안보를 저해 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모든 분야에서 허용하기로 했다. 안보와 안전에 대한 위험만 없으면 모든 영역에서 활용이 가능한 것이다. 드론비행이 가능한 구역도 대폭 늘린다. 수도권에 전용비행구역을 현재의 18곳에서 △인천 청라 1곳 △경기 안성 3곳 등을 추가하고 △대전 등 비행금지구역도 지방자치단체 와 협의해 제작업체 인근에 비행장소를 확보할 예정이다. 비행승인·기체검사 면제대상을 기존 12㎏ 이하에서 25㎏ 이하로 늘리고, 비행승인 필요지역에서 계속적 비행은 6개월 단위로 일괄승인을 추진한다. 국토부는 이 같은 규제완화가 미국·유럽 등 선진국과 비교해 비슷하거나 오히려 완화된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업체입장은 다르다. 이번 규제 혁신 방안은 서비스 측면에서만 강조됐다고 입을 모았다. 업체 관계자는 부품마다 인증을 받아야 하는 부분은 차치하더라도 인증받은 드론에 새로운 부품을 업그레이드하기 위해 처음부터 재인증을 받아야 하는 제도에 불만을 토로했다. 영세한 업체는 드론을 출시도 전에 시간과 비용을 빼앗겨 사장(死 藏)될 것이라는 것이다.

호그린드론 홍성호 대표는 “정부가 드론 규제를 완화한 것은 환영하지만, 개별부품마다 인증·검정절차를 받아야 제도는 개선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하며 “드론산업이 빠르게 발전하는 만큼 국내 드론업체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인증·검정절차를 간소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가격·성능 앞세운 드론 대거 출시임박

규제완화 불구, “인증·검정제도는 불편”

HW·SW·응용프로그램 등 시장세분화 전망

◇차별화 노리는 국내업체

지난해 DJI의 아그라스 MG-1이 출시되며 국내 농업용 드론의 가격이 요동치기 시작했다. 다수 업체는 먼저 농업시장에 진입한 국내업체의 제품을 기준 삼아 개발·생산하고 비용까지도 책정했기 때문이다. 상품 및 시장분석을 제대로 하지 못한 몇 업체는 시장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더 큰 위기를 맞기도 했다. 가격뿐만이 아니다. 국내 업체는 마치 농업용 드론의 기준이 MG-1인 것처럼 이에 상응하는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등을 구현함은 물론, 제품단가까지 맞추기 위해 골머리를 앓았다.

최근 DJI는 국내 농업시장에 안착한 기세를 모아 아그라스 MG-1S를 출시했다. MG-1S는 MG-1의 업그레이드 버전으로 최신 A3 FC(Flight Controller) 기반으로 설계됐다. 기존 MG-1이 1 개의 레이더센서가 있었던 반면 MG-1S는 레이더센서가 3개로 전후방 장애물인식 및 충돌을 기체가 자동으로 회피한다. 옵션으로 레이더센서를 1개 추가하면 더욱 정밀한 비행임무를 수행할 수 있다.

국내 드론업체도 가격과 성능을 차별화해 대응하고 나섰다. (주)대한무인항공서비스는 방제와 고 체살포, 연무연막 방제기능을 모두 탑재한 20리터 드론을 연내 출시할 예정이다. 기존 랜딩기어 자체를 교체하는 방식에서 하드웨어를 직접 탈·부착해 사용할 수 있어 편의성을 배가했다. 유콘시스템(주)도 가격경쟁력을 앞세운 10리터 방제용 드론을 준비하고 나섰다. 또한 올 하반기 공간정보용 드론 REMO-M을 출시준비 중이다. REMO-M은 지난 7일 열린 ‘제2회 하천측량·하상변동조사 드론 경진대회’에서 시스템분야 최우수상으로 선정되는 등 빼어난 기술력을 자랑한다. 또 (주)골드텔은 약액을 25리터까지 실을 수 있는 대용량 드론을 개발해 성능 테스트 중이며 올 하반기 출시할 예정이다. 소프트웨어에 집중하는 국내업체도 있다. 광주에 위치한 호그린드론은 4세대(4G) 무선통신기술인 롱텀에벌루션(LTE)으로 제어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 이 기술은 기존 10㎞ 안팎의 원거리주파수(RF) 통신시스템의 문제점인 조종불능상태인 노콘(NoCon)으로 인한 분실 가능성을 줄이고, 간편하게 기체를 조종할 수 있게 한다.

업체 관계자는 “전세계적으로 6000여명에 달하는 임직원 중 약 2000여명이 R&D인력인 DJI를 국내업체가 경쟁하기엔 현실적으로 역부족”이라며 “국내 드론업체가 생존하기 위해선 국내실정에 맞는 드론을 개발하거나 사후서비스 등 차별화 전략을 앞세워 시장을 공략해야 한다”고 말했다.

(주)대한무인항공서비스의 천풍1호는 자동분사·속도조정 제어기능이 탑재됐다.

최근 국내에 출시된 아그라스 MG-1S는 MG-1의 업그레이드 버전으로 최신 A3 FC 기반으로 설계됐다.

◇소프트웨어 경쟁력은 미비

2012년 한국의 군용 무인항공기 기술수준은 세계 최고레벨인 티어1으로 세계 7위를 차지했고, 무인항공기 관련 특허출원수도 세계 5위권으로 선도기술력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데도 경쟁력 있는 드론기업 육성에는 실패, 관련사업 시장점유율과 기술력에 격차가 벌어지고 있다.

지난해 농업용 드론의 원년이었던 국내와 달리 중국과 미국, 유럽 등에서는 촬영된 영상자료를 바탕으로 3차원 농경지 매핑이나 농작물수량, 크기, 생육지수, 토양상태 등을 분석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하여 경작지 또는 농작물에 센서를 부착해 실시간 데이터를 수집· 분석하고 있다.

현재 국내 상업용 드론기술 경쟁력은 중국과 미국 등 선진국에 비해 낮은 수준이다. 하드웨어 제조 기술력은 우수한 수준이지만 산업에 특화된 소프트웨어기술은 전량 외산에 의존하는 등 매우 취약하다. 아직 국내에서는 비행을 전반적으로 제어하는 FC(Flight Controller) 소프트웨어도 유콘시스템(주), 유맥에어를 제외, 자체 보유업체가 많지 않다. 대다수는 DJI의 A2를 구매해 수정해 사용하거 나 중국 3D로보틱스가 개발한 개방형 드론 소프 트웨어 플랫폼 시스템 픽스호크(Pixhawk)를 사용하고 있다.

업체 관계자는 “영세한 국내업체가 많은 개발인력 및 비용을 부담하면서까지 자체 FC나 응용프로 그램을 개발할 여력은 없다”면서 “지난해와 달리 올해 자동방제나 장애물 회피 등 다양한 기능에 대한 시장요구도 대응하기가 버거운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유콘시스템(주)은 가격경쟁력을 앞세운 10리터 방제용 드론을 준비하고 있다. 사진은 리모팜20으로 방제하는 모습.

◇농업용 드론의 미래

농업용 드론은 고령화와 노동력 부족에 허덕이는 우리농업을 이끌 원동력으로 꼽힌다. 특히 정밀농업을 구현하기 위해 농업데이터 획득 및 분석이 중요해지면서 더욱 주목받고 있다. 이유는 우리나라 지형특성상 정확한 분석·예측 및 임무수행을 위해 고해상도의 영상확보와 국지화된 임무수행기능 개발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해당기술과 국내 IT기술력이 합해진다면 충분히 경쟁력을 확보할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농업용 드론은 직불금 현장실사 대체와 산림·재해·교통·AI(조류인플루엔자) 등에 확 대 적용되는 중이다. 그러나 국내 농업용 드론시장은 아직 걸음마단계로 볼 수 있다. 시장규모도 작을 뿐더러 기술도 성숙해야 할 여지가 많다.

업체 관계자는 “농업용 드론시장의 거품이 빠지면서 업체간 경쟁이 아닌 상호협력을 통해 농업발전을 이끌 것”이라며 “앞으로 치열한 경쟁을 이겨낸 드론업체들이 하드웨어나 소프트웨어, 부품, 플랫 폼 등 다방면에 진출해 드론산업을 재편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창수  csk.al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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