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보다 무거운 ‘질소가스거품’ 생성장비 활용해야
동물보호법 개정으로 법적근거 마련…보완확대필요

지난해 말부터 오랜 기간 지속된 구제역과 조류인플루엔자(AI) 등 가축전염병으로 수많은 가축들이 살처분 됐다. 이러한 과정에서 가축의 인도적 안락사처리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가축의 인도적 안락사처리를 위해서는 타격법, 가스법, 약물법 등이 이용되고 있지만 국내에서는 주로 이산화탄소를 활용한 가스처리법을 이용한다. 하지만 이 방법은 가축에게 일정부분 고통을 유발시킨다. 또한 작업자에게도 외상 후 스트레스를 유발한다고 보고되고 있다. 국제적으로 가축의 인도적 안락사처리와 안락사 처리자의 복지를 위해 다양한 방법들이 제시되고 있다. 국내에서도 국내 가축사육환경에 맞는 선진 가축안락사 처리기술의 도입을 통한 현장적용이 요구되고 있다.

외국의 경우 가축의 인도적 안락사 처리를 위해 어떤 방법을 권장하고 있을까. ‘미국수의사회의 동물안락사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질소가스를 닭, 돼지 등에 적합한 안락사 수단으로 권고하고 있다. 영국 글래스고 수의과대학의 도로시 맥키건 교수는 긴급한 살처분 상황에서 인도적인 안락사 방법으로 질소가스의 활용 가능성을 보고했다. 이 연구에 따르면 질소가스에 노출된 가금류는 30초 이내에 의식이 소실되며, 의식이 없는 상태에서도 지속적인 호흡을 통해 무산소증으로 사망에 이르게 된다. 즉 질소가스를 활용할 경우 고통 없이 사망할 수 있음을 명시한 것이다. 그렇다면 질소가스 대신 왜 이산화탄소가스를 활용해 왔을까. 질소가스는 공기보다 가볍고 공기와 쉽게 섞이는 특징이 있어 동물에게 노출시키기 어렵다. 이러한 이유로 국내·외에서는 고통이 수반되지만 공기보다 무거워 활용이 쉬운 이산화탄소가스를 주로 이용해 왔다.

농촌진흥청 국립축산과학원에서는 지난해 국내 가축사육환경에서 활용하기 쉬운 질소가스 처리기술을 개발했다. 질소가스거품 생성장비를 활용하면 질소가스를 공기보다 무거운 형태로 변형시킬 수 있다. 구제역과  조류인플루엔자 같은 악성질병 감염축의 살처분 현장에 직접 활용할 수 있도록 상용화도 추진했다. 가스를 통한 안락사 처리는 산소가 거의 없는 상태를 가축에게 일정시간 유지하는 것이 관건이다. 이에 거품 내 98% 이상의 질소가스 포집이 가능하고, 6시간 이상의 질소거품 형태를 유지할 수 있게 했다. 공기보다 가벼운 질소는 98% 이상의 밀도로 거품 내 포집돼 최소한의 고통만으로 무산소증(Anoxia)에 의한 안락사가 유도된다. 또한 거품에 의해 살처분 과정을 볼 수 없어 작업자의 스트레스 예방에 기여할 수 있다. 즉 질식사 전 고통이 수반되는 이산화탄소에 비해 질소가스거품을 통한 안락사는 가축이 받는 스트레스의 최소화하면서도 작업자들의 작업환경을 개선할 수 있다.

최근 동물보호법 개정법률안(2017.4.14) 발의를 통해 질소가스를 이용한 동물 안락사 처리의 법적근거가 마련되고 있으며, 살처분되는 가축은 농림축산식품부 처리매뉴얼인 ’구제역 및 조류인플루엔자 긴급행동지침’내 안락사 처리방법으로 추가됐다. 또한 지자체 담당자들이 쉽게 활용할 수 있도록 매뉴얼이 작성되어 구제역과 조류인플루엔자 감염가축 살처분 시 일부 활용되기도 했다.

가축을 살처분하는 상황이 발생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최선이지만, 어쩔 수 없는 살처분 상황이 발생되었을 경우에는 반드시 질소가스를 활용한 안락사 방법이 적용돼야 한다.

현재는 시작단계다. 앞으로 지속적인 보완과 확대 적용, 더 나은 현장 활용 방법의 개발로 가축의 살처분 시 동물복지를 고려한 인도적처리가 정착될 수 있기를 기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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