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매로 150대 전량판매, 매년 900대 물량 해외수출 효과

중고농기계 수출은 역행보…자료노출 기피·통계조차 없어

지난달 26일 충북 음성의 현대건설기계 ‘중고유통지원센터’에서 국내외 소비자를 위한 옥션행사에 앞서 출품장비들이 퍼레이드를 하고 있는 모습.

매년 6000대 이상 쏟아져 나오고 있는 중고 건설기계의 해외수출길이 열려 관심을 끌고 있다.

현대건설기계(주)가 지난달 26일 충북 음성에서 국내 첫 중고 건설기계 경매행사인 ‘현대건설기계 옥션(Auction)’을 개최해 전량 판매하는 성과를 거뒀다.

이날 행사에는 베트남, 홍콩, 대만, 파키스탄, 케냐, 칠레 등 주요 신흥 8개국의 대형딜러 100여명을 비롯해 총 1000여명의 국내외 구매고객들이 참여했으며, 이번 행사에 출품된 현대건설기계, 두산, 볼보 등의 중고장비 150대가 모두 판매됐다.

이번 행사는 신흥시장으로 떠오르고 있는 동남아, 아프리카, 남미 등에 대한 자사브랜드 인지도 확대 및 일본이 장악하고 있는 중고 건설기계 해외수출의 견제일환으로 추진됐다. 또한 옥션을 통해 중고 건설기계시장을 활성화시켜 신차구매 선순환 구조의 플랫폼을 구축해 국내외에서 현대건설기계의 신차시장 점유율을 높여 나간다는 계획이다.

베트남, 미얀마, 라오스, 필리핀, 인도네시아 등 중고 건설기계 수요가 높은 동남아의 경우에는 대부분 일본이 중고시장을 장악하고 있으며, 심지어 일본 바이어가 국산 중고 건설기계까지도 매집해 일본 옥션을 통해 동남아에 공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현대는 이러한 중고 유통시장의 열세를 극복하기 위해 중고 건설기계 주요 수입국의 대형딜러와 직거래 소비자 등 100여명을 초청해 숙박비 전액을 부담하면서 해외 신흥국가에 대한 중고장비 수출에 직접 나서게 됐다. 이를 위해 일본, 필리핀 등의 중고건설기계 옥션을 벤치마킹하고, 충북 음성의 현대중공업 유휴부지에 중고유통지원센터를 설립, 전국의 중고 건설기계를 매집해 세차, 용접, 수리, 도장 등 재상품화 과정을 거쳐 이번에 선보이게 됐다. 특히 옥션의 신뢰성을 높이기 위해 이틀 간의 사전점검기간(Inspection Days)을 주어 바이들이 직접 중고장비를 확인하고 미리 응찰가격을 책정할 수 있도록 했다.

이번에 판매된 중고기계들은 일반 중고장비보다 상태가 좋고 직거래 소비자가 많아 평균 10% 이상 높은 가격으로 낙찰이 이뤄졌다는 후문이다. 이날 옥션에 참가한 응어쑤안뚜이(Ngo XuanThuy) 베트남 바이어는 “장비의 상태가 연식보다 매우 뛰어나 놀랐다. 낙찰가도 충분히 매력적이어서 내년에는 올해 좀더 많은 장비를 구매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현대건설기계는 이러한 성과에 힘입어 내년부터는 경매 횟수를 연 3회로 늘리고 연간 총 900대의 중고물량을 해외에 공급한다는 방침이다. 또한 옥션을 통한 국내 중고건설기계의 신흥시장 수출로 국내 대리점들의 중고장비에 대한 부담을 해소시키고, 이를 신차판매 증대로 연결시켜 국내시장 1위 도약의 발판도 마련하다는 계획이다.

국내 첫 중고건설장비 옥션에 참여한 1000여명의 참가자들이 전광판에 실시간으로 올라오고 있는 시초가격을 바라보며 입찰에 나서고 있는 모습.

현재 중소형 건설기계의 주력인 소형굴삭기의 주요 공급업체는 두산, 현대, 볼보, 히타치, 코마츠 등으로 연간 국내 공급물량은 약 9000대 수준이며, 이중 약 70%인 6000~6500대 물량이 중고시장으로 나오고 있다. 현대건설기계는 올해 중고유통지원센터 런칭을 계기로 중고물량의 해외수출길을 확보했으며, 국내 대리점 대형화 등 영업 및 서비스망 강화를 통해 사업체계를 개편하면서 올해 국내시장 점유율을 36%로 높인바 있다.

공기영 사장은 이날 환영사에서 “다양하고 고품질 제품의 옥션을 통해 국내는 물론 해외 중고장비 시장을 선점하는 계기를 만들고 신차시장의 점유율도 더욱 높여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현대건설기계는 올해 명품장비 출시와 함께 해외 신시장 개척을 통해 2023년까지 매출 7조원의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시킨다는 계획이다. 현대건설기계는 올해 매출 3조원을 눈앞에 두고 있으며, 내년에는 3조5000억원으로 높여잡고, 2023년에는 캐터필러, 코마츠, 히타치 등과 어깨를 겨룰 수 있는 5대 메이저 업체로 발돋움 한다는 복안이다.

한편 중고 건설기계장비의 옥션을 통한 해외수출이 활기를 띠는 것과는 대조적으로 중고농기계의 수출은 좀처럼 개선되고 있지 않아 안타까움을 주고 있다. 지난 2015년 7월 천안 농기계글로벌센터내에 중고농기계 수출을 위한 ‘중고농기계유통지 원센터’가 마련되었지만 이렇다 할 실적을 내지 못하고 있다.

공기영 현대건설기계(주) 사장이 옥션 1호 낙찰자인 응어 쑤안뚜 이(Ngo XuanThuy)씨에게 기념품을 증정하고 있는 모습.

해외 바이어를 위한 전국단위의 옥션행사는 고사하고 전국 중고농기계 상설매장이나 농기계 대리점을 통한 중고농기계 매집이 이뤄지고 있지 않다보니 조직적인 대응에 어려움을 겪고 있 다는 것이다.

특히 중고농기계의 수출은 일부 해외 바이어를 통한 헐값 공급이 주를 이루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으며, 그마저도 자료노출을 꺼려 HS코드에 따른 중고농기계수출이 아닌 무자료 거래 및 관세를 피하기 위한 고철판매로 둔갑하는 경우도 많아 통계마저도 제대로 집계할 수 없는 형편이다.

이와 같은 어려움은 중고농기계 유통구조의 한계 때문에 그럴 수밖에 없다는 것이 시장의 중론이다. 중고 건설기계장비의 경우에는 메이커별로 전국에 약 30개의 대리점 유통망과 권역별 대형 유통센터가 있어 조직적인 중고장비 매집과 관리가 가능하지만, 농기계의 경우에는 메이커별로 약 150개의 대리점이 산재해 있다 보니 조직적인 대응에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특히 전국 농기계대리점은 전부 합쳐 700여개가 넘는데 메이커와 대리점별로 이해관계가 상충하고 중고농기계 유통만을 전담하고 관리할 수 있는 조직과 지원이 이뤄지고 있지 않아 해외수출을 위한 전초기지 역할을 못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정상진  jsj1234@al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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