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기계임대사업을 통해 양파를 수확하고 있는 경남 합천군의 양파재배농가 모습

<이슈진단> 농기계임대사업 대안모색 - 장기임대

농기계임대사업이 농가의 농기계 구입부담 경감과 이용율 제고를 통한 일손부족 해소에 큰 기여를 해온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러나 2003년부터 시작된 정부주도의 농기계임대사업은 지난해까지 139개 시‧군에 410개소의 사업소로 늘어나면서 적지 않은 문제점을 노출하고 있다. 운영비용의 과다로 사업의 지속전개가 어렵고 고령화의 심화로 농기계 이용효율이 점점 떨어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에 대한 해결방안으로 최근 임대사업 방식을 단기에서 장기로 전환해야 한다는 대안모색이 이뤄지고 있다. 정부의 내년도 장기임대사업 추진계획과 함께 지난 8월 신승엽 국립농업과학원 재해예방공학과장이 정책토론회에서 발표한 농기계임대사업 개선방향 내용을 토대로 장기임대의 실익에 대해 살펴본다.

“단기임대, 과도한 운영비 발생으로 사업지속 한계”

임대료 현실화, 장기임대 도입으로 이용효율 높여야

장기임대 따른 재원마련, 사유화는 풀어야할 숙제

◇ 농기계임대사업의 성과

농촌노동력의 지속적인 감소와 농업인구의 고령화 가속되면서 이에 대응한 기계화가 시급한 문제가 되어왔다. 특히 65세 이상의 고령농의 비율은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발표한 농업전망에 따르면 올해 40.2%에서 2026년에는 49.3%까지 높아져 기계화 영농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그러나 밭농업기계화율의 비중은 2001년 47%에서 2015년 58.3%로 좀처럼 늘어나지 않고 있다. 더욱이 밭농업을 영위하는 농가의 90% 이상이 0.3㏊ 미만의 소규모 재배를 하고 있는 영세농이기 때문에 필요한 농기계를 구입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이다.

그런 측면에서 2003년부터 시행된 농기계임대사업은 농업인의 농기계구입부담 경감과 이용률 제고를 통한 일손부족 해소에 큰 기여를 해오고 있다. 지난해까지 139개 시‧군에 총 410개소의 임대사업소가 들어서 기계화가 미흡한 밭농사 등 저비용 농작업 기계화가 촉진됐다. 농업인의 농기계임대사업 만족도에 있어서도 매우 높게 나타나 성공적인 사업으로 평가받고 있다.

농기계 임대실적에 있어서도 2014년 기준 직전 5년간 비교했을 때, 시군별 임대기종 보유대수는 2010년 200대에서 2014년 337대로 늘어났으며, 시군별 연간 임대일수에 있어서도 2010년 1629일에서 2014년에는 3450일로 이용효율이 높아졌다. 또한 시군별 연간 임대농가수도 2010년 1103개소에서 2014년 2394개소로 늘어났고, 시군별 연간 임대료 징수액도 2010년 3870만원에서 2014년에는 7340만으로 확대됐다. 농기계 1대당 임대일수도 8.1일에서 2014년에는 10.3일로 이용효율이 제고된 것으로 나타나 농기계임대사업이 이미 농가의 안정적인 사업으로 자리잡고 있음을 볼 수 있다.

◇ 임대사업의 문제점

농기계임대사업이 농가의 큰 호응을 얻고 있는데 반해 과도한 운영비용 등은 임대사업의 지속성을 가로막는 가장 큰 저해요인으로 대두되고 있다.

지자체장의 선심성 임대사업소 운영에 따른 낮은 임대료는 농기계 교체구입 및 수리비 등 최소한의 운영경비가 확보되지 않아 지자체 예산이 지속해서 투입돼야 하는 악순환을 겪고 있다. 특히 관리인력 부족과 업무과중으로 인한 임대사업 담당자의 사업의욕 저하는 임대사업소의 큰 불만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농업인의 다양한 임대사업용 밭농업기계 수요가 확대되면서 시군별로 매년 10% 이상의 농기계 보유비율이 늘어나고 있다. 2011년 시군별 218대의 농기계 보유대수는 2015년에는 365대로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있지만 자체적인 운영비용이 마련되지 않아 매년 재정투입이 이뤄지고 있는 형편이다.

임대사업용 농기계의 적정 임대료는 초기 구입가격 기준으로 최소 1일 2% 이상으로 책정돼야 하지만 농업인의 반발을 의식한 지자체장의 선심성 책정으로 평균 0.39% 수준으로 책정되어 있어 농기계 임대사업의 운영수지는 대부분 적자로 운영되고 있다. 임대사업소의 주요 운영비용인 농기계수리비, 보험료, 인건비와 임대수입을 감안하면, 농기계의 감가상각비를 미포함 하고도 시군 평균 임대료 징수액은 주요 운용비의 43%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는 농업인이 싼값으로만 농기계를 이용하면 된다는 인식이 뿌리 깊게 자리잡고 있고, 이를 의식한 지자체장도 표를 의식해 쉽사리 올리지 못해 운영비용이 과다발생하고, 농기계 대체구입의 지장, 임대사업 담당자의 업무부담 증가 등으로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또한 일정규모 이상의 농가에서도 임대농기계를 이용하고 있어 당초 영세농업인의 농기계구입부담 경감을 위한 취지에서 벗어나고 있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고, 심지어 해당 농기계를 보유하고 있는 농가에서조차 싼 임대료를 빌미로 임대농기계를 활용하는 사례까지도 나타나고 있다.

◇ 임대사업 개선방향

무엇보다 농기계임대사업에 대한 농업인의 인식개선이 필요하다. 개별농가에서 구입이 어려운 농기계를 공동이용함으로써 저비용으로 농작업 기계화를 촉진시킨다는 인식이 필요하다. 이를 통해 사업비를 적정하게 투입해 농작업 기계화를 효율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지자체도 지속적 사업추진을 위해서는 막대한 신규사업비가 투입되는 만큼 사업의 연속성을 위해서도 적정한 임대료 책정과 효율적인 유지관리가 필요하다.

적정 1일 권장임대료는 초기 구입가격의 2% 선으로 내구년수 7년에 잔존가 5%, 연간 예상 임대일수 10일 기준이라고 할 때, 100만원 당 2만원 수준이다. 1일 권장임대료는 감가상각비와 수리비만을 고려한 최소한의 비용으로 임대사업소의 주요 운영비용인 농기계수리비, 보험료, 인건비, 노후농기계 대체구입비 등을 고려하면 이보다 높아야 운영될 수 있다.

이러한 문제들이 지속발생하는 원인은 자자체에서 인력과 시설‧장비 소요가 많은 단기임대에 치중하고 있기 때문이다. 임대기종 및 인원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는데 반해 대당 임대일수는 연간 10일 내외로 정체됨에 따라 운영비용이 과도하게 발생하고 있다. 또한 임대농기계를 사용하는 농업인은 자가농작업을 위주로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임대농기계의 이용효율이 떨어지고 기계화 촉진에 한계가 있는 것이다.

◇ 장기임대의 필요성 및 정책목표

단기임대의 문제점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농기계 임차인이 직접 농기계를 유지관리 하도록 해 인력, 시설장비, 운영비 부담을 해소할 수 있는 장기임대로의 확대가 추진돼야 한다. 또한 농기계 관리자를 보유하고 있는 일정규모 이상의 장기임대 대상자를 선정해 임차인이 주변농가의 농작업을 수행할 수 있도록 유도해 임대농기계의 이용효율을 높일 필요가 있다. 즉 단기임대는 소규모 분산된 작물재배농가를 대상으로 하고, 장기임대는 일정규모 집단화 된 지역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또한 임대사업 전문인력의 확보와 업무경감을 위한 제도개선이 필요하다. 임대사업 담당자는 전문경력관, 공업직, 지도직, 농업직, 무기계약직 등으로 다양한데 전문경력관 이외에는 잦은 순환보직으로 업무변동이 많아 업무의 전문성이 떨어질 우려가 있다. 특히 임대사업 담당자의 업무는 농기계 정비관리, 농기계안전 및 이용교육, 현장 고장대처 등 전문성을 요하는 경우가 많아 잦은 업무변동은 업무의 효율성을 떨어뜨린다.

이와 함께 인원부족 및 업무과중에 의한 사업의욕 저하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 임대사업소를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인원부족 의견이 83%로 가장 높았고, 휴일에도 근무하고 있다는 시군이 71%, 계약직의 휴일근무수당 지원이 미흡하다는 의견이 많이 개진됐다. 임대농기계 보유대수 및 임대사업장 수에 따른 적정 인원의 충원과 포상확대 등의 지원책 등이 마련돼야 한다.

이러한 제도개선은 장기임대 도입으로 운영위탁을 확대하고, 임대사업 담당자의 지도직으로의 직렬전환을 통해 어느 정도 해소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시군마다 복수로 운영되고 있는 임대사업 분소설치는 지역농협에 위탁해 인원 및 시설장비를 효율적으로 활용하고, 임대사업 담당자의 직렬을 지도직으로 통일시켜 전문성 확보 및 승진기회를 부여해 업무만족도를 높이는 방안마련이 필요하다.

장기임대 활성화와 함께 농기계이용체계 개선도 필요하다. 농기계를 보유한 농업인은 농협 등의 농작업대행기관에 참여해 거주지역을 중심으로 수탁작업을 수행할 수 있도록 정부가 나서 농작업대행기관과 농기계보유 농업인과의 연계를 강화하기 위한 지원방안 마련이 필요하다. 또한 농기계를 보유하고 있지는 않지만 농기계 운전이 가능한 농업인은 농작업대행기관의 인력풀에 등록해 운전인력으로 활용하는 방안마련도 필요하다.

◇ 정부의 임대사업 추진방향과 시사점

정부는 운영비가 많이 소요되는 단기임대 방식의 사업추진방식을 다각화하는 방안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지난해 농진청의 연구결과 장기임대방식은 단기임대방식에 비해 운영비가 개소당 연간 1억3000만원 정도 절감되는 것으로 분석됨에 따라 단위임대방식과 장기임대방식 및 농작업대행을 병행추진할 수 있도록 ‘농기계임대사업 시행지침’을 개정할 예정이다.

정부는 우선 대규모 주산단지를 중심으로 일관기계화지원을 위한 장기임대를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주산단지 일관기계화를 통해 장기임대방식으로 매년 40억원씩 5년간 총 200억원의 사업비를 투입할 계획으로 있다. 특히 내년 사업의 경우에는 국회의 예산심의과정에서 오히려 예산이 증액돼 50개소에 100억원의 사업비가 투입될 예정이다.

그러나 장기임대방식이 정착되기 위해서는 적지 않은 문제점들을 안고 있다. 장기임대로 전환하기 위한 농기계 구입지원에 많은 재원마련이 전제돼야 하고, 농기계 사유화로 이용률이 오히려 떨어질 수 있으며, 임차인이 한정돼 혜택을 받지 못하는 농업인과의 형평성 문제를 야기할 소지가 있다. 또한 농작업대행을 위한 임대사업 운영기관의 인건비가 추가로 발생하게 되고, 민간 수탁작업자와의 마찰발생이 우려되는 점은 풀어야할 숙제로 지목되고 있다.

정상진  jsj1234@alnews.co.kr

<저작권자 © 농축산기계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