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진단] 밭농업 신기술농업기계, 어떻게 지정되나

별도 ‘종합검정’ 받은 제품 한해 ‘신기술 지정신청’ 가능

신기술농업기계 지정 받아야 전국 1478개 주산지 보급지원 혜택
처리기한 단축, 업체간 분쟁소지, 수입부품비중 등 풀어야할 과제

정부가 밭농업기계화율을 획기적으로 높이기 위해 향후 5년간 4000억원을 투입하는 종합대책이 나오면서 신기술농업기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정부는 전국 밭농업 주산단지(1478개소)에 집중 보급하게 될 밭농업기계를 신기술농업기계로 지정받은 제품으로 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신기술농업기계로 지정받기 위해서는 농업기술실용화재단을 통해 종합검정을 받아 농촌진흥청에 신기술농업기계 지정신청을 해야만 한다. 밭농업 신기술농업기계로 지정받기 위해서 무엇이 필요한지 살펴본다.

피종기 등의 밭농업기계 보급을 통해 경영비절감에 나서고 있는 제주특별자치도농업기술원의 농작업생력화 지원사업 모습

◇ 밭작물기계화 촉진대책 주요내용

농식품부는 정책공약으로 쌀 공급과잉을 해소하기 위해 내년까지 쌀 재배면적의 13%인 10만㏊를 밭작물 등 타작물로 전환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그동안 쌀에 편중됐던 국가예산을 밭작물로 전환해야 한다는 공감대를 마련했다. 또한 쌀을 밭작물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밭농업에 적합한 기계화가 선행돼야 한다는 논리가 설득력을 얻었다. 특히 기계화율이 현저하게 떨어지는 파종·정식(8.9%), 수확(23.9%) 작업의 기계화를 시급하게 높이기 위해 향후 5년간 3967억원을 투입해 집중적으로 지원한다는 복안이다.

기계화율이 상대적으로 낮은 파종·정식분야에 2942억원을 투입하고, 수확분야에 991억원, 비닐피복 등에 34억원 등 밭농업기계 보급에만 3967억원을 투입할 계획이다.

정부는 또한 기존 밭농업기계 보급촉진을 위한 농기계임대사업과 농촌진흥청의 밭농업기계화 R&D사업, 품종개량사업과도 연계해서 밭농업기계 보급에 적극 나선다는 방침이다.

◇ 밭농업기계 보급방안

정부는 밭농업기계 보급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향후 5년간 전국 주요 밭작물 주산단지 공동경영체 1478개소에 필요한 파종·정식기와 수확기를 정부가 구입해 장기임대로 보급할 계획이다.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주요작물은 고추, 마늘, 양파, 배추, 무, 감자, 고구마, 콩, 인삼, 참깨 등 10개 작물이며, 해당 작물을 일정규모 이상 재배하고 있는 주산단지 공동경영체에 대해 일정액의 임대료를 받고 장기임대로 보급하게 된다. 보급대상 농기계는 성능개선·신규개발 등의 농기계로 신기술농업기기계로 지정된 파종기, 이식기, 수확기 등 3개 기종으로만 한정했다. 다만 파종·이식·수확과 연계된 전처리작업, 연관작업 등의 관련기계 등에 대해서도 범위를 넓혀 적용할 방침으로 현재 농촌진흥청과 실용화재단을 통해 논의가 진행중이다.

결국 이번 촉진대책의 핵심은 신기술농업기계로 지정받은 밭농업기계에 대해서만 정부가 농기계를 구입해 주산단지에 보급한다는 방침이기 때문에 생산업체 입장에서는 신기술농업기계로 지정받는 것이 우선적인 과제이다.

◇ 신기술농업기계 제도

신기술농업기계는 농식품부가 1996년부터 운용해온 제도이다. 농기계 핵심기술을 혁신적으로 개선·개량한 농기계에 대해 신기술농업기계로 지정해 지자체에 우선구매 권고 및 100% 융자지원 등의 혜택을 부여했다. 그러나 농기계의 혁신적인 기술발굴에 어려움을 겪어 매년 신기술농업기계 지정은 평균 1개 정도에 그치고 있다. 그마저도 2003년, 2008년, 2010년, 2013년에는 한 건도 지정조차 하지 못했다. 현재 신기술농업기계 지정·고시 업무는 2013년부터 농촌진흥청으로 위임되어 농자재산업과에서 담당업무를 하고 있지만 매년 신청건수는 3~4건에 그치고 있다. 더욱 문제가 되는 것은 신기술농업기계로 지정 받더라도 지자체에서 관심을 보이고 있지 않아 실질적인 매출증대로 이어지지 않다보니 제조업체 입장에서 신기술농업기계 지정을 희망하지 않아 제도자체의 실효성이 떨어진다는데 있다.

이번 밭농업기계 보급을 위한 신기술농업기계 지정은 이와 같은 문제점을 보완했다는 점에서 관심을 끌고 있다. 즉 밭농업기계의 혁신적인 성능개선이 아니더라도 단순히 기존대비 10% 이상의 성능개선, 효과증진만으로도 신기술농업기계로 지정받을 수 있도록 했다. 또한 제조업체의 개발의욕 고취를 위해 신기술농업기계로 지정받은 밭농업기계는 정부가 적정량을 직접 구입해 전국 주산지에 장기임대로 보급한다는 방침이기 때문에 실질적인 매출증대로 이어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다만 신기술농업기계로 지정받기 위한 문턱은 낮아졌지만 동일기종·동일모델의 동일성능에 대해서는 중복해서 지정을 받을 수 없다. 따라서 업체별로 선 지정을 받아야만 지원사업 참여가 가능하기 때문에 신기술농업기계 선점을 위한 치열한 경쟁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 신기술농업기계 지정절차

밭농업기계의 신기술농업기계 지정·고시 업무를 관장하고 있는 농촌진흥청은 최근 정부의 밭농업기계 촉진방침을 뒷받침하기 위해 ‘신기술농업기계의 지정 및 관리요령’일부개정(안)을 행정예고하고 본격적인 밭농업기계의 신기술농업기계 지정절차에 착수했다.

이번 개정안의 핵심내용은 기존 신기술농업기계 심사단계가 서류·면접심사, 현장심사, 종합심사 등 3단계로 엄격하게 평가하던 것에서 실용화재단에서 종합검정을 받아오면 종합심사 한번으로 지정받을 수 있도록 간소화했다는데 있다. 또한 기존에 판매되던 밭농업기계일 경우라도 최초 정부융자지원 판매일로부터 7년을 경과하지 않은 제품에 대해서는 지정받을 수 있도록 했다.

밭농업기계의 신기술농업기계 신청을 하기 위해서는 우선 실용화재단을 통해 종합검정에 해당하는 ‘종합시험성적서’와 국산화율을 확인할 수 있는 ‘제조원가계산서’를 별도로 첨부해 신청해야 한다.

현행 동력이식기를 제외하고는 안전검정 대상이었던 밭농업기계에 대해 추가로 성능시험을 포함하는 종합검정을 받아야 한다. 즉 안전성평가에 더해 필드테스트를 받아야 하는 성능시험을 통해 결주율, 손실율, 작업능률 등의 성능을 검사해 일정 기준이 되어야만 종합시험성적서를 발급받을 수 있다. 현재 실용화재단에서 밭농업기계의 종합검정방법과 기준마련이 진행되고 있어 이달 중에는 검정기준이 고시될 예정으로 있다. 결주율은 5% 이하, 성능개선, 효과증진 등은 일반적으로 10% 이상이면 기준에 적합한 것으로 추진중에 있다.

제조원가계산서의 경우에는 대외무역법 상의 원산지판정기준에 따라 HS분류에 해당하지 않으면 제조원가의 51% 이상의 국산화가 이뤄져야 하며, HS분류상 세번 변경이 안된 제품의 경우에는 제조원가 85% 이상의 국산화가 이뤄져야 한다. 농촌진흥청은 한국원가협회에 가입된 시험기관을 통해 발급받아 온 제조원가계산서에 대해서는 인정해 준다는 방침이지만 농식품부는 신뢰할 수 있는 시험기관 지정을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종합시험성적서와 제조원가계산서를 첨부해 신기술농업기계 지정신청을 하게 되면 농촌진흥청은 7명 이상의 전문가들로 구성된 종합심사를 통해 지정여부를 판단하게 되고, 지정고시를 통해 신기술농업기계를 발표하게 된다.

◇ 문제점 및 풀어야할 과제

현행 신기술농업기계 신청에 따른 법정처리기한은 150일로 정해져 있다. 공휴일을 제외하면 통상 6~7개월이 소요된다. 그러나 이번 밭농업기계의 신기술농업기계 지정을 받기 위해서는 종합검정을 받아와야 하기 때문에 검정에 따른 처리기한 45일이 추가되면 거의 1년 가까이 소요된다. 정부가 당초 표방한 밭농업기계의 신속한 현장보급 정책과는 거리감이 있는 제도이다. 주관기관인 농촌진흥청은 법정처리기간과 상관없이 신속하게 지정업무를 추진할 방침이라고 답변을 내놨지만 농기계 기술발전의 속도를 생각한다면 처리기간을 2~3개월로 줄일 필요가 있다.

밭농업기계 종합검정을 받는 모델의 경우에는 유사제품 방지와 성능개선이라는 제도취지를 고려해 동일성능, 동일효과의 경우에는 종합시험성적서가 발급되지 않는다. 이에 따라 업체별로 대동소이한 밭농업기계의 경우에는 먼저 신청해 신기술로 지정을 받는 것이 유리하기 때문에 후순위 신청업체의 불만과 상대적 박탈감에 따른 특허권 분쟁소송 등이 급증할 수 있다. 또한 밭농업기계 보급을 신기술농업기계만으로 한정할 경우 실질적으로 밭농업에 필요한 농기계 공급을 제한하는 역차별이 될 수도 있다. 기존 제품의 보급촉진도 고려할 수 있는 범위조정과 신기술 보급을 위한 좀 더 명확한 검정기준 마련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제조원가계산서의 경우에는 국산화율을 높이기 위한 방안으로 핵심부품 등의 원산지증명에 따라 제조원가 기준으로 국산화율을 표시하게 되어 있다. 이에 따라 HS분류 해당여부를 따져 국산부품 가격이 각각 85%, 51% 이상의 경우에만 신기술농업기계로 지정받도록 했다. 그러나 가격을 기준으로 했을 경우 핵심수입부품 하나 가격이 전체 원가의 절반을 넘는 경우도 발생할 수 있다. 밭농업촉진에 불가피한 기종의 경우에는 예외조항 적용 등의 검토도 필요할 것으로 생각된다.

그러한 이러한 여러 문제점을 고려하더라도 밭농업기계 보급을 촉진하기 위한 시행계획들은 큰 틀에서 추진되면서 보완해 나가야 할 것이다. 세계 밭농업기계 시장과 견주어 우리 밭농업기계 현주소를 생각할 때 앞으로 나아가야 할 길이 너무도 멀기 때문이다.
 

정상진  jsj1234@al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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