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용예산’ 여전히 많아…노후농기계대체사업, 필요예산 10%만 책정

들녘 경영체 육성사업, 법적 근거없어…관련 법 개정안, 국회 계류중

농림축산식품부의 내년 예산 및 기금 14조4887억 원이 지난 3일 국회 의결을 거쳐 확정됐다. 이는 정 부가 제출한 14조4220억원 대비 667억원, 올해 예 산(14조3681억원)대비 1206억원(0.8%) 증액된 수준 이다. 정부는 융자사업인 산지유통종합자금, 농식품 원료구매 및 시설현대화 사업, 예비비적 성격의 살처 분 보상금, 재해대책비 등 36개 사업에서 5141억원 이 감액됐고 쌀소득보전변동직불금, 농축산물 소비 촉진 등 25개 사업에서 5807억원을 증액했다고 밝 혔다.

하지만 농식품부 예산은 국회 심의과정서 ‘농업홀 대론’을 불러 일으켰다. 예산증가율이 지난해 3.0%, 올해 2.3%에서 내년 0.8%까지 급격히 떨어지고 있 고 전체 예산서 차지하는 비중도 감소세에 있기 때 문이다. 농식품위 소속 한 의원은 “예산증가율이 예 산안 편성에 반영한 내년도 물가상승률 1.1%에도 미치지 못해 사실상 축소된 것이나 다름없다”며 목 소리를 높였다.

예산이 투입되는 각 사업들도 여러 문제점을 안고 있다. 정부 예산안을 기초로 한 국회 검토보고서에 따르면 ‘불용 예산’이 여전히 많고 노후농기계 대체 사업같이 농민의 호응을 얻고 있는 정책에는 예산이 부족하게 책정됐다. 이 외에도 여러 문제점들이 지적 됐으나 예산 최종확정안에는 크게 반영되지 못했다 는 것이 국회의 중론이다. 국회 검토보고서를 중심 으로 주요사업의 문제점들을 짚어보고자 한다.

◇ 살처분 보상금

이 사업은 가축전염병의 확산방지를 위해 가축전 염병에 걸렸거나 걸렸다고 의심되는 가축 및 오염물 건의 살처분(폐기)에 따른 보상금을 지급하는 것이 다. 살처분 보상금은 상시 또는 간헐적으로 발생하 는 가축의 질병 및 피해를 정확히 예측하기 어려운 한계가 있다. 일반적으로 많이 발생하는 질병인 브 루셀라, 결핵 등의 발생현황을 토대로 예산이 책정 되며 예비비성 자금이다. 내년에는 1000억원이 편 성됐다. 이 자금은 구제역과 고병원성 AI 등의 경우 에도 지급될 수 있다. 이 사업은 시스템 개선을 감안한 집행기준을 마 련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살처분보상금 집행현 황에 따르면 AI가 발생한 2014년의 경우만 1223억 7500만원의 살처분 보상금이 지급됐고 구제역과 AI 가 모두 발생한 지난해에는 902억9500만원을 지급 하는 데 그쳤다. 일반적인 가축질병이 여러 해 동안 안정적인 수준을 유지하고 있고 구제역이나 AI가 발 생해도 과거와 같은 대규모 살처분이 어렵다는 점, 보상금이 예측하기 어려운 질병발생에 대한 예비비 성 자금이란 점을 감안해 구체적인 집행기준을 마련 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 재해대책비

재해대책비는 자연재해로 인해 농작물 및 농업시 설물, 저수지 등에 대한 피해가 발생한 경우 신속한 응급복구 지원을 통해 농업인의 안정적인 영농활동 을 도모하기 위한 예산으로 보상금 예산과 융자예산 으로 구성돼 있으며 내년에는 올해보다 190억원 증 액된 1275억원으로 편성됐다. 검토의견에 따르면 이 예산은 최근 집행실적을 고려해 적정한 규모로 조정 할 필요가 있다. 최근 4년간 재해대책비 결산현황에 따르면 태풍 볼라벤 등으로 피해가 컸던 2012년 이 후 집행률이 급격히 떨어져 2013년 1896억원, 2014 년 1938억원, 지난해 993억원의 대규모 불용액이 발생했고 올해의 경우도 집행률이 높지않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재해대책비 예산부족시 기획재정부로부터 예비비를 배정받거나 타 사업에서 이·전용할 수 있는 점, 과도한 편성시 농식품분야 지출한도를 잠식하고 농식품 분야 타 사업으로 사용될 재원을 줄여 재원의 합리적 배분을 저해할 수 있는 점 등을 이유로 감액·조정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 밭농업 직불제

이 사업은 밭작물 재배농가의 소득안정을 도모하 고 주요 밭작물의 자급률을 제고하는 동시에 밭작물 생산기반을 유지하기 위한 사업으로 농식품부는 내 년에 밭 1ha당 45만원을 지급하기 위해 밭고정직불 금 1328억원을, 논 이모작에 대해서는 1ha당 50만 원의 직불금을 지급하기 위해 논 이모작 직불금 462 억원을 각각 편성했다. 직불제 운영비 116억원을 포 함해 내년에는 올해대비 211억원이 감액된 1906억 원이 책정됐다. 최근 4년간 밭농업직불제 예산집행 실적에 따르면 이 사업은 사업소요에 대한 부정확한 예측으로 2013년 402억원, 2014년 522억원, 지난 해 519억원 등 매년 대규모 불용액이 발생하고 있다. 올해까지는 35만ha에 대해 밭농업 직불금을 지급하 는 예산을 편성했으나 실제로는 매년 29만ha 내외 의 면적에 대해 밭농업직불금을 신청하고 있어 예산 과 실제 사업수요간 차이가 발생했던 것이다. 내년부 터는 예산상 지원면적을 과거실적에 맞춰 줄일 것으 로 보여 예산불용문제는 상당부분 해소될 전망이다.

◇ 들녘 경영체 육성

이 사업은 50ha 이상 집단화된 들녘을 공동생산·관리하는 들녘경영체를 육성함으로서 생산비 절감, 고품질 쌀 생산기반 구축 등을 목적으로 하며 교육· 컨설팅, 시설·장비 및 사업다각화 등을 지원하고 있 다. 내년에는 올해보다 11억원이 증액된 119억원이 편성됐다. 구체적으로 올해 예상사업자 22개소와 내년 신규 사업자 5개소를 합한 총 27개소 사업자에 대해 총 사업비 20억원 중 1·2년차(각각 30%)에 대한 국고 보조비율(40%)을 지원하는 내역으로 편성됐다. 하지만 올해 예산집행상황에 따르면 8월말 현재 10개 소를 선정해 9개소에 예산을 집행했고 1개소에 대 해서도 집행할 예정이다.

예산편성시 예측수요인 22 개소와 큰 차이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예산집행 부 진에 대해 농식품부는 대상 들녘경영체의 사전준비 부족, 자부담액(총 사업비의 20%) 등을 이유로 들 고 있으며, 이같은 사정을 감안하면 내년도 예산은 실수요에 맞게 편성해야 하며 신규사업자 수요 또한 사전 수요조사 등을 바탕으로 정확히 반영되도록 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이 사업은 법적근거 없이 추진되고 있었다. 2009년부터 예산사업 개념에 머물러 농업의 규모 화·조직화라는 정책의 중요성에도 불구 사업예산 유 지 및 사업추진 의지에 따라 사업이 변경·축소될 가 능성이 높은 것이다. 이와 관련해 ‘농어업경영체 육 성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이 농식품위에 제출돼 계류 중에 있다.

◇ 농기계 임대

이 사업은 농기계 구입이 어려운 농가에 농기계(밭 농업 사용 농기계)를 임대해 줌으로써 농기계 구입 부담을 경감할 뿐 아니라 농기계 이용률을 높여 농 촌일손 부족을 해소하고 농업생산비를 절감하기 위 한 목적을 갖고 있다. 내년 예산은 올해보다 21억원 증액된 285억원으로 농기계임대사업소 42개소 신규 설치, 주산지 일관기계화 및 여성친화형 농기계 지원사업 외에 ‘노후농기계 대체사업’과 ‘임대사업평 가·컨설팅 사업’이 신규로 편성됐다. 노후농기계 대체 사업의 경우 내년 예산에는 임대사업평가 결과에 따 라 국고보조율 50% 범위 내에서 차등지원 등을 통 해 10개소에 1억원씩 지원하는 내용으로 10억원이 반영됐다. 농식품부에 따르면 내년에 교체대상인 노 후농기계 수량은 11개 시도(97개 시군) 총 4154대로 이를 교체하는 데 260억원 가량의 예산이 소요될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표참조> 국고보조율(50%)을 고려해도 노후농기계 교체에 100억원 이상의 국비 가 소요될 것으로 보이나 실제 예산은 필요 예산의 10%만 반영됐다. 이 사업은 농업인의 호응도가 높 은 사업 중 하나로 적정 예산이 반영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 농기자재 수출활성화

이 사업은 농기자재 수출활성화를 통해 국내 농기 자재 시장의 외연확대 및 신수요를 창출하기 위한 내 년도 신규사업으로 농기자재 수출정보 지원 기반구 축을 위해 8억6000만원이 편성됐다. 구체적으로 농 기자재사업추진 연구용역 1억원, 수출지원정보시스 템 구축 6억원, 수출지원 교육·홍보 8000만원, 시스 템 운영에 8000만원이 각각 반영됐다. 농식품부는 2018~2019년에는 수출지원 전략정보 확대 및 수출 기업 육성, 2020년에는 수출지원서비스 고도화를 추진할 계획이다. 이 사업은 타부처 사업과의 유사· 중복 문제를 해소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 다. KOTRA 수출지원 서비스관련사업(신규수출기 업화 지원사업·해외시장조사 서비스사업), 산업통상 자원부의 ‘통합무역정보 포털(TradeNAVI)’ 등을 면 밀히 검토해 예산낭비 소지를 미연에 방지해야 한다 는 것이다. 또한 각 기관별 전문성을 내세워 해외진 출 지원사업을 독자적으로 추진할 경우 비효율성을 초래할 우려도 있어 관련기관과의 협업도 필요해 보 인다는 지적이다.

◇ 축사현대화

이 사업은 축사시설에 대한 개보수 및 신축과 시 설현대화를 지원하기 위한 것으로 내년에는 올해대 비 79억원이 증액된 1250억원이 편성됐다. 세부적 으로는 시설현대화 지원에 1217억원(보조10%·융자 70%), 양돈·가금 소독 및 차단시설 지원에 27억원(보 조30%·융자50%), 사후관리 및 체계개선에 5억원이 각각 반영됐다. 이 사업은 저조한 집행률이 문제다. ‘축사시설 현 대화사업 집행현황(8월 말 기준)’에 따르면 올해 8월 말 현재 예산집행률은 69.9%(예산 1165억8000만 원, 집행 815억8700만원)이고 실집행률은 24.2%에 불과했다. 2015년에도 실제로 집행된 금액은 예산 액 1425억2600만원 중 733억1500만원으로 실집행 률이 51%에 그쳤다.

실집행률이 부진한 이유는 환 경규제 영향으로 대부분 지자체에서 축사 신축에 대 한 인허가를 얻기가 어려워졌고 축사관련 공사시 민원이 증가하며 총사업비 기준 2억원 이상 시설공사 시 국가종합전자조달시스템을 이용해야 하는 등 행 정절차에 많은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농식품부는 시설개선명령을 이행하지 않는 불법축 사에 대한 사용중지명령을 내리고, 사용중지명령을 이행하지 않거나 가축사육제한구역에 입지한 축사 에 대한 폐쇄명령을 내릴 수 있는 법적근거가 마련 된 만큼 축사개선 수요는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 예상되는 수요를 바탕으로 예산집행시 인허가를 획 득한 농가를 우선적인 지원대상으로 선정하는 등 관 련 제도를 개선하고 국가종합전자조달시스템 사용 방법을 적극적으로 보급하는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선태규  midas0718@al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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