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용가능성↑ 기술난도↓ 밭·과수원서 활용하는 기술 선제도입 

중소형 트랙터에 자율주행 기술이식…“글로벌 시장경쟁력 충분”

농촌진흥청이 자율주행 농기계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최근 농진청은 내년까지 자율주행 레벨2가 가능하고, 2020년까지 자율작업이 가능한 레벨3을 실현할 수 있도록 트랙터 상용화 기술개발에 본격 나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농진청은 농림축산식품부와 공동으로 상용화 연구사업단을 운영할 예정이다. 농진청 김상철 박사를 만나 자율주행 농기계의 현재와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안 등을 들어봤다. 

△자율주행 농기계의 관심이 뜨겁다. 추진 중인 연구가 있다면.

최근 농진청은 논에서 사용하는 제초로봇 중심의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저마다 다른 논의 환 경특성상 기술개발이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국내특성에 맞게 논 면적이 작거나 밭이나 과수원 등에서 사용할 수 있는 자율주행 기술에 집중하고자 한다.

밭이나 과수원에서 사용하는 자율주행 기술은 농로가 고정될 경우 큰 어려움 없이 상용화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특히 자율주행 기술을 고도화하기 위해 네덜란드의 와게닝겐 대학과 공동기술 개발 중이다.

기존 자율주행 기술이 GPS나 초음파센서 등을 사용했다면 최근에는 차량이나 국방시스템에 사용하는 라이더(LIDAR: light detection and ranging) 기술을 채용한다. 라이더 기술은 트랙터 주변환경을 3D로 인식해 매핑작업을 함으로써 안전한 주행을 지원한다.

제초로봇에 탑재할 경우 과수원의 수목위치나 장애물, 도로패턴 등을 인식하게 된다. 이 기술은 이미 개발한 상태이며 올해 2월까지 테스트를 진행한 바 있다. 오는 5월에는 국내서 제작한 로봇을 네덜란드로 가져 가 보완할 예정이다. 

△자율주행 농기계 활용방안과 확산하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하다고 보는가.

앞으로 밭작물 로봇기계는 경운이나 시비, 퇴 비살포 등에 이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과수원의 경우 트랙터가 장애물을 피할 수 있다는 전제 아래 제초나 운반, 방제 등에도 사용될 것이다. 과수원은 침지가 없고, 주행도로가 확보돼 적용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문제는 국내경지 150ha 중 80ha가 논이라는 사실이다.

육안으로 보면 평지지만 늪지가 많다. 기술개발부터 테스트까지 어려움이 많다. 센서가 물이나 땅에 박히는 경우가 다수다. 4~5년간 테스트를 거듭했음에도 해법을 찾기 어려웠다. 이에 당분간 실용화가 가능하고 기술적 난도가 다소 낮은 마른 땅에서 자율주행하는 농기계에 집중할 예정이다.

과수분야는 제초나 방제 등을 정부과제로 진행하고 있다. 자율주행 트랙터의 경우 국내수요는 작을 것으로 예상하지만 수출경쟁력을 위해 해당기술을 도입하려 하고 있다. 국제규격에 맞춰 통신과 작업기를 제어할 수 있는 ISO규격을 적용하면 해외에서도 충분히 경쟁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최근 국내업체의 중소형 트랙터 수출이 활발하다. 그러나 중소형 트랙터에 자율주행 기술을 이식하면 가격경쟁력서 우려가 있는 것이 사실이다. 

국내서 수출하는 중소형 트랙터는 규모가 작은 농장이나 지역에 주로 이용하는 유틸리티 장비이다. 개인적인 생각에는 중소형 트랙터에 자율주행 기술을 도입하면 약 1000만원의 가격상 승이 있을 것으로 본다.

그러나 가격상승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어떤 효용가능성을 가지느냐가 중요하다. 노동력 절감과 생산성, 업무효율이 상승한다면 구매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미국, 일본, 유럽 등은 농업인 고령화가 높다.

고령농이 많다는 건 농기계를 직접 운행하는 데에 부담이 될 수밖에 없어 자율주행 농기계의 필요성은 분명하다. 특히 작은 농기계도 액추에이터 탑재로 자체구동제어나 작업기 수명진 단 등 해당정보를 제공받을 수 있어 편리하게 농기계 사용이 가능하다.

미국과 같이 값비싼 항법시스템 등을 탑재해 운영하는 것이 아닌 간단하면서도 소비자가 원하는 작업을 할 수 있는 수준의 매핑기반의 자율주행 기술이라면 충분히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 이에 30~80마력대 중소 트랙터의 자율주행 선도기술을 가지기 위해 노력 중이다.

△자율주행 농기계 상용화 방안은 무엇인가.

올 하반기 자율주행 트랙터 연구과제를 수행할 예정이다. 현재 진행 중인 로봇과제는 과수원용 제초로봇이나 드론 등을 활용한다는 방침이다.

작물파종을 진행한 경우 로봇 등의 활용도가 떨 어질 것으로 보고, 드론 활용에 집중할 계획이다. 유기농업 등의 물리적인 제초가 필요하면 소형로봇을 개발해 작물이 손상되지 않는 범위내에서 작업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특히 드론은 생육 정보 검출과 방제, 관리 작업도 가능해 앞으로 다양하게 활용될 것으로 본다. 

△우리의 자율주행 기술력은 어느 정도의 수준 인가. 

기존 우리가 자율주행 농기계연구를 해왔다 해도 선도국과의 기술격차는 분명하다. 전반적인 시스템 격차는 5년 이상으로 본다. 그러나 기술격차는 전체적인 시스템격차일 뿐이다. 우리가 선택적으로 중소형 트랙터의 자율주행 기술에 집중한다면 격차는 큰 의미가 없다. 이러기 위해선 R&D와 산업체가 긴밀히 협력해야 한다. 

△기술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방법은.

대형 마력대의 자율주행 트랙터에서 요구되는 기능은 중소형과 다르다. 대형 마력이란 기체가 커지는 것을 뜻하는 것이 아니다. 뒤에 붙는 파종기나 방제기 등의 큰 작업기를 부착해 제어 및 정보, 컨트롤이 중요해지기 때문이다.

이런 기능을 모듈러와 함께 라이브러리화해 모두 탑재해야 한다. 특히 대형 기종일수록 더 정밀해야 한다. 수 cm내외의 정밀도가 없으면 작물손상이 크기 때문이다. 반대로 중소형 자율주행 트랙터는 차폭 이상 벗어나야 1~20cm내외로 정밀도 문제가 크지 않다.

이에 단순한 항법시스템을 가지고도 활용할 수 있다. 우리는 자율주행 트랙터시장의 틈새를 공략해야 한다. 기능뿐만 아니라 가격, 제품경쟁력도 특성화해 차별화해야 한다. 선도국과 비슷한 전략으론 해당시장에서 큰 힘을 발휘하지 못할 것 이다. 

△자율주행 기술이 밭농업에 이식될 경우 어떤 방식으로 활용될 것으로 보는가.

밭농업의 가장 큰 어려움은 다양한 재배양식에 있다. 이에 차폭을 이동할 수 있는 트랙터도 출
시됐다. 그러나 개인적인 생각으론 자율주행 농기계는 작물파종 전이나 이앙, 이식단계까지 적용하는 것이 맞다.

제아무리 운전을 잘하는 농업인이라 해도 30cm 이내로 맞추기 어렵다. 또 피로도도 상당하다. 특히 침지 등의 문제에는 80%는 로봇으로, 나머지는 사람이 직접 작업하는 방식도 필요할 것으로 본다. 이렇게 로봇과 사람이 협동하는 작업방식으로 진행한다면 밭농업에 숙련되지 않는 농업인도 ICT정보 등을 보며 생육이나 수확 등에 활용할 것이다.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안은 무엇이라 보는가.

최근 밭농업은 기계화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그러나 앞으로는 기계화를 넘어 정보를 이용해 재배하는 지식정보기반의 농업이 될 것으로 본다. 해당 데이터로 사람이 분석하는 것이 아닌 로봇이나 인공지능이 분석해 최적의 작업이 이뤄질 것이다. 그래야만 미래의 밭농업시스템이 경쟁력 을 갖게 돼 더 많은 신규농업인이 유입될 것이다. 

김창수  csk@al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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