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밭농업기계 종합검정 현장

신기술농업기계 지정…기술경쟁력 기폭제

지난달 29~30일 양일간 아산시 포장에서 두루기계통상의 감자파종기에 대해서 성능시험이 실시됐다. 사진은 연속운전시험 모습.

기술변별력 검정기준 높아 업계는 완화요구

재단, “기술적정선 판단 후 정부에 의견제시하겠다”

“신기술농업기계 지정을 준비하며 걱정도 많았지만, 기술고도화를 꾀하는 계기가 됐습니다. 앞으로 이 정책이 업체의 지속적인 연구개발과 더불어 판매신장에 도움이 됐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지난달 30일 충남 아산시 밭작물기계 전문생산업체 두루기계통상 인근 감자밭. 3월치고는 제법 더운 날씨였지만, 신기술농업기계 지정을 위한 열기는 더 뜨거웠다. 검정기종은 감자파종기 DRP-2000R. 어제 1차 작업성능시험에 이어 이날은 2차 연속운전시험이 진행됐다.

이곳에서 만난 두루기계통상 김재동 대표는 “신기술농업기계 지정검정을 위해 열심히 준비한 만큼 무난히 통과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을 드러냈다.

◇밭농업기계화율 확대위한 검정단계 축소

신기술농업기계지정이 본격적으로 시행됐다. 정부는 지난 2월 23일 ‘신기술농업기계의 지정 및 관리요령에 관한 고시’를 일부개정하고 밭농업의 경쟁력 확보를 위해 기계화 기반이 미흡한 밭농업기계의 신기술농업기계 지정 문턱을 낮췄다.

국내업체의 밭농업기계 개발과 보급을 촉진하기 위해서다. 검정기준도 농업기술실용화재단에 검정된 종합성적서를 제출한 밭농업기계는 서류·면접심사-현장심사-종합심사를 생략하고 종합 심사만 실시하면 된다.

또 신기술농업기계 지정은 최초 정부융자지원 판매일로부터 3년이 지나지 않은 제품에서 밭농업기계의 경우 7년이 경과하지 않은 제품으로 개선해 지정대상을 확대했다.

이익봉 농업기술실용화재단 농기계검정팀 책임연구원은 “신기술농업기계 지정은 정부가 5년간 4000억원이란 예산을 투입해 국내농기계 업체를 육성하는 만큼 업체들의 반응이 뜨겁다”며 “이번 정책을 계기로 세계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글로벌 농기계업체와의 기술격차를 줄이고, 글로벌 시장에서 당당히 경쟁할 국내업체가 나타났으면 한다”고 말했다.

◇새로워진 검정기준…미묘한 온도차

이날 두루통상기계가 진행한 검정은 연속운전시험이었다. 두루기계통상 직원은 많은 테스트를 진행한 경험을 바탕으로 별 다를 게 없다는 듯 운행을 시작했다. 트랙터는 시동음과 함께 감자파종기를 부착한 채 밭을 내달렸다. 이어 직원들은 감자파종기에 담긴 감자를 연신 배종컵에 담았다. 트랙터에 부착된 감자파종기는 한참을 그렇게 운행됐다.

감자파종기의 경우 작업성능시험과 연속운전시험을 거치도록 되어 있다. 작업성능시험은 10a(300평)의 포장작업을 60분 이내에 통과해야 한다. 이 경우 작업이 막힘없이 원활해야 하 고, 파종이나 복토상태가 균일해야 한다.

특히 임의구간을 샘플링해 결파율이 3%이내에 들어야만 통과된 것으로 본다. 연속운전시험은 중간에 쉬는 시간없이 50a(1500평)의 포장작업을 진행하면서 운전이나 작업상태가 막힘없이 양호한가를 살펴본다.

엔진부하나 막힘, 밑걸림이 없어야 하고, 기름·물·유압·가스 등의 누설이 되는지 각부의 체결상태가 양호한지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본다. 이처럼 신기술농업기계 검정은 기존 융자지원대상기종과 달리 직접 포장에서 연속시험을 통한 현장테스트가 진행된다.

이익봉 책임연구원은 “밭농업기계 종합검정은 제품간 성능변별력을 위해 파종기의 경우 결주율 기준 등이 강화됐다”며 “기존 융자지원대상기종 검정방식은 속도에 상관없이 정밀도만 따졌다면 이번 검정은 능률시험이 추가된 것이 특징”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새로운 검정기준으로 몇 업체는 난색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기존 검정기준만으로도 충분하다는 것이다. 현실적으로 검정기준 강화로 검정을 통과하지 못해 정부지원을 받지 못할 경우 침체한 농기계시장에 더는 버틸 수 없는 업체도 다수다.

또 다른업체는 안전검정 기준을 강화한 것이라면 이해할 수 있지만, 성능검정 기준을 강화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어차피 성능이 낮은 농업기계는 적자생존 논리에 따라 자연스레 시장에서 소멸할 것이란 판단에서다.

김재동 대표는 “신기술이란 타이틀을 부여하기 위해 검정기준을 강화하는 것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면서도 “현재 업계의 기술수준을 고려해 조정할 여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익봉 책임연구원은 “신기술농업기계 지정검정은 정부가 기술경쟁력을 갖춘 업체를 키우겠다는 의지로 볼 수 있다”며 “우수품질의 농기계를 선정해 기술을 극대화하고 글로벌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목적”이라고 말했다.

◇검정기준 완화추진

정부는 새로운 검정기준으로 국내 밭농업기계화율을 높이고, 기술경쟁력을 제고하길 바라고 있다. 특히 한 업체가 밭농업 관련 모든 기종을 독식하는 것이 아닌 고추정식기나 감자파종기 등 분야별로 전문화되어 특화로 발전하길 원하고 있다.

밭농업기계를 전문성 있는 업체별로 특화해 마중물을 부어준다면 해외선도업체와 충분히 경쟁도 가능하리라는 판단에서다.

이익봉 책임연구원은 “신기술농기계 선정이 시행초기이기 때문에 검정기준에 대해 몇 업체의 이견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검정실무를 맡은 재단이 생산업체의 기술개발 의지를 꺾지 않도록 의견을 최대한 수렴해 정부에 다시 요청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예를 들어 정부와 업체가 요구하는 검정기준이 100과 50이라면 70정도 수준의 검정기준으로 변경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물론 최종적인 판단은 정부의 몫이다.

◆신기술농업기계 종합검정 현장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