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빛 여인의 향기…‘홍매(紅梅)의 유혹’

20년전 귀농, 친환경농법으로 홍매실재배
아름드리 320주(株)에서 연간 10톤 수확
청(靑)매실 비해 약효 16배 뛰어나 입소문
홍매실 원액·장아찌·농축액 주문판매 활기

활짝핀 홍매화 아래서 환하게 웃고 있는 석산홍매실농원 박연우 대표 아내 정은희씨.(박 대표는 사진 찍는 것이 쑥스럽다고 한사코 고사하여 아내만 촬영에 응했다)

 봄이 왔음을 가장 먼저 알리는 전령 - 매화(梅花).

우리 조상들은 매화를 군자의 고결함을 상징하는 사군자(四君子:매화·난초·국화·대나무)의 첫 번째로 비유하여 많은 그림과 시를 쏟아냈다.

매화는 중국이 원산지인 꽃나무로 고려시대부터 약용으로 사용되었다는 기록들이 전해지고 있다. 또한 겨울기운이 채 가시기도 전인 이른 봄에 일시에 꽃이 피었다가 지기 때문에 고결함의 상징이자 향기가 강렬해 봄을 기다리는 여인의 모습으로 그려지곤 한다.

때마침 전남 광양시에서 매년 개최되는 ‘광양 매화문화축제(3/17~25)’가 한창이어서 봄소식도 들을 겸 광양시농업기술센터의 추천을 받아 광양 매화마을의 한 농원을 찾았다.

섬진강 줄기를 따라 섬진마을(매화마을) 일원에서 해마다 3월에 열리는 매화축제는 전국에서 가장 이른 시기에 개최되는 꽃축제다. 섬진강변 백운산 자락의 33만㎡ 지역에 군락을 이룬 매화단지는 전국에서 매화경치로는 으뜸으로 치고 있어 축제기간에만 100만명 이상이 다녀가는 축제로 정평이 나 있다.

매화단지 대부분이 청매화단지로 조성되어 있지만 최근 각광을 받고 있는 홍매화단지도 점차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홍매화단지 중에서도 매화마을 가장 깊은 곳의 산골짜기에 위치한 ‘석산(石山)홍매실농원’은 가파른 계곡만큼이나 험준한 곳에 자리 잡고 있어 차를 세워두고 한참을 걸어 올라가다 보니 아직까지 겨울의 한기가 느껴졌다.

반갑게 손을 내민 석산홍매실농원의 박연우 대표(60)와 아내 정은희(60)씨는 숨이 턱에 찬 기자에게 얼음처럼 차가운 매실차부터 한 컵 마시라고 권한다.

섬진강 줄기가 한 눈에 내려다보이는 석산홍매실농원 전경

매실원액에 생수를 10배로 희석해서 마신다는 매실차에는 진한 매화 꽃향기가 느껴졌다. 또한 일반 매실차와는 또 다른 새콤달콤한 깊은 맛과 그윽함이 입 안 가득 감돌았다. 이에 대해 박연우 대표는 “홍매실은 청매실과 달리 과육의 숙성기간이 길어 당도와 향기가 진하고 구연산 함량이 일반 청매실에 비해 높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박 대표의 말에 따르면 매실은 살균과 항균작용을 도와 식중독을 예방하고 위산을 조절해 과식이나 배탈에 효과가 있어 예로부터 가정상비약처럼 소비되어 왔다고 한다. 또한 매실의 구연산과 비타민은 신진대사를 활발히 하고 피로를 회복하는 효과가 뛰어나 간기능 회복과 장 연동운동을 도와 숙취해소는 물론 피부미용 효과가 매우 높다고 한다. 특히 홍매실은 과육 숙성기간이 100일 이상으로 길기 때문에 청매실에 비해 당도나 성분함량이 높아 최근 고급매실로 알려지면서 수요가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는 설명이다.

홍매실과 관련해 박 대표는 “홍매실의 효능 중 가장 주목받고 있는 것은 카테킨산과 피크린산 성분이다. 이는 강한 해독과 살균작용으로 장내 이질균·대장균·비브리오균·장티푸스균·콜레라균 등의 유해균을 억제한다”고 말하고, “홍매실의 천연구연산 함량은 청매실에 비해 16배 이상 높아 몸 안의 독성물질 분해와 간의 피로감을 줄여주는 항산화작용이 우수한 대표적인 알칼리 식품으로 체질개선효과가 뛰어나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홍매실농원이 매화마을 전체의 5%도 되지 않는다고 밝힌 박 대표는 그 이유에 대해 “홍매화나무 수종(樹種)은 홍매실의 생육기간이 청매실에 비해 보름 이상 늦고 출하시기가 늦어짐에 따라 농협수매시 중간상인의 장난으로 제값을 못 받는 경우가 있어 재배농가가 기피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청매실의 출하시기는 5월말에서 6월 중순인 반면 홍매실의 출하시기는 6월 중순에서 7월초까지라고 한다. 즉 생육기간이 긴 홍매실은 묘목비용과 재배관리 등 생산비용이 높기 때문에 청매실 산지가격이 상등품기준 10㎏ 한상자에 2만8000원일 때 홍매실은 2배인 5만5000원 선에서 가격이 형성됨에도 불구하고 청매실 생산량에 따른 산지가격 등락에 따라 덩달아 홍매실 가격도 출렁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박 대표는 이러한 중간상인 개입여지를 줄이기 위해 2~3년 전부터 농협출하물량을 20~30%로 줄이고 대부분 직거래를 통해 안정적인 수익을 유지하고 있다고 한다. 또한 생물 외에도 직접 매실원액·매실장아찌·매실농축액으로 가공해 부가가치를 높이고 있어 연중 매출발생이 가능하다고 한다.

박 대표가 처음부터 농사를 지은 건 아니었다. 전남 완도에서 태어난 박 대표는 외항선 항해사로 늘 가족과 떨어져 지내오다 가족과 좀 더 많은 시간을 보내기 위해 20여년전 광양시농업기술센터의 도움으로 지금의 광양시 매화마을에 귀농하게 되었다고 한다.

섬진강이 내려다보이는 산골짜기 계곡에 2000평의 임야를 매입해 석산을 개간하고, 농촌지도사의 조언에 따라 홍매화나무 묘목을 불하받아 친환경농법으로 영농규모를 넓혀 지금은 320주에서 연간 10톤 이상의 홍매실을 수확하는 아름드리 농장을 갖추게 되었다.

박 대표는 “매화농사는 손이 많이 가는 힘든 농사”라며 “과육이 풍성한 친환경 홍매실을 얻기 위해서는 연간 스케쥴에 따라 철저한 수목관리와 영농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매실농사의 시작은 농한기인 11월부터 시작된다고 한다. 겨울에 미리 가지치기를 해줘야 알이 굵어지고 수확량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1월에는 유황소독, 2월에는 퇴비살포, 3~4월의 친환경미생물제제 살포, 5월말~6월 중순의 제초 및 매실수확, 7월~8월의 제초작업 등 연중 쉴 수 있는 때가 없다고 한다.

특히 박 대표가 공을 들이고 있는 부분이 농약대신 사용하고 있는 친환경미생물제제이다. 매화나무에 영향을 주는 해충은 응애·진딧물·개각충·꽃매미충·복숭아명나방애벌레·깍지벌레·방패벌레 등 10여가지가 넘는다고 한다. 이러한 해충을 방제하기 위해 미생물효소제와 대나무죽순, 전복껍질, 현미식초 등 다양한 친환경제제를 활용한다. 특히 칼슘함량이 높은 홍매실 수확을 위해 고향인 완도에서 전복 폐껍질을 수거해 분말로 갈아 죽순 추출액과 현미식초를 섞어 발효시킨 미생물제제를 살포하면 전복분말이 해충의 성체나 알을 굳게 만들어 방제효과가 뛰어나다고 한다.

석산홍매실농원에서 보유하고 있는 농기계는 경운기와 전지가위가 전부이다. 퇴비운반·수확물운반 등은 경운기로 해결하고, 가지치기 후의 잔가기파쇄나 제초기 등은 광양시농업기술센터의 농기계임대사업소에서 빌려서 해결한다고 한다. 그는 이와 관련해 “매화농사에는 다양한 농기계가 필요하지만 적은 영농규모에 모든 농기계를 구입해 사용하는 것은 불합리한 영농”이라며, “다행히 임대사업소에서 영농에 필요한 다양한 농기계를 빌릴 수 있고 사용법은 물론 영농정보까지 얻을 수 있어 임대사업소 없이는 농사를 지을 수 없다”고 밝혔다.

슬하의 두 자녀가 모두 출가해 이제는 큰 욕심이 없다는 두 내외는 “이제는 매년 봄마다 매화꽃이 피어나듯 남은 생애는 매화꽃처럼 화사하게 살고 싶다”며 환하게 웃었다. 취재를 마치고 농원을 내려오며 한눈에 들어오는 섬진강 줄기를 바라보니 그들이 왜 힘들게 이곳을 개간해 정착하게 됐는지 고개가 절로 끄덕여졌다.

 <홍매실 주문>
○홍매실1박스(10㎏): 상등품(55,000),
   중상품(\45,000~\50,000), 중등품(\35,000~\40,000)
○홍매실원액(1.8ℓ): \18,000
○홍매실장아찌(1㎏): \15,000
○홍매실농축액(3㎏): \200,000~\250,000(홍매실30㎏ 농축)
○연락처: 석산홍매실농원 010-6337-7703

정상진  jsj1234@al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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