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급으로 시작해 37년만에 고위공무원 오른 ‘고졸신화’창조

연구정책국장·축산과학원장등 요직에 눈에 띄는 실적 주목

농진청 미래상 제시…“일선에서 물러난 뒤 재능기부 차원 봉사 계획”

입지전적인 인물이 농촌진흥청을 떠난다. 고급 스펙의 후임들이 넘보기 힘든 업적들을 이리도 많이 남기고 새 길을 찾아 나선다. 농업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9급으로 공직생활을 시 작해 37년만에 1급 고위공무원까지 오른 ‘고졸 신 화’의 주인공 라승용 농진청 차장. 이달 말 그는 퇴 임한다. 원예연구소 기획실장, 호남농업시험장, 공공기관지 방이전지원단장, 연구정책국장, 축산과학원장, 농업과학원장 등을 거치면서 얻은 최연소 과장·국장 타이틀과 함께 연구직공무원으로서 식량작물·원예 특작·축산 등 3개 작목 연구기관과 기초연구기관 인 농과원을 모두 거친 ‘보기드문’ 발자취들. 그 걸음마다 그는 치열했고 그가 씨름했던 과제들은 이제는 업적이 돼 그의 뒤를 받쳐주고 있다. 후배들의 디딤돌이 되고 있다. 라승용 차장을 만나 걸어온 길과 가야할 길에 대한 ‘이정표’를 세워봤다.

△고졸출신으로 공직에 몸담으면서 많은 업적을 남겨 업계에서는 ‘전설’이 됐다. 퇴임 후 계획이 있다면

-몇 사람들한테 제안을 한 적이 있다. 우리가 3 년간 봉사한다는 생각으로 농업 농촌을 위해서 그동안 알았던 지식을 갖고 재능기부차원에서 일 해 보자고 했고 동의를 받았다. 어디서 할거냐가 문제인데 수도권보다는 농진청 근처에서 시작할 계획이다. 현직에 있기 때문에 현직자들이 못하 는 것이 있다. 그 부분에 대해서 선배로서 봉사차 원에서 일할 생각이 있다.

△요즘 후배 임직원들과는 어떤 얘기를 나누나

-일하는 방향에 대해 얘기하는 편이다. 내 입 장에서만 일하려 하지 말고 내가 만든 결과물이 예를 들면 연구정책국에서 만든 것이 연구부서에 내려갔을 때 그 사람들이 어떻게 반응하고 받아 들일지 항상 머릿속에 그리면서 일하고 농촌지원 국의 경우 시범사업을 하든 뭘 하든 실제 농업인 들이 어떻게 이용하고 가동될 것인지를 먼저 그 리고 일하라고 말해준다. 책을 만드는건 과장 전 결사항이다. 하지만 가끔 직원들이 가져오는 경 우가 있다. 그러면 이 책의 독자가 누구냐, 이 책 을 누가 보게 만드냐, 지도원이냐 농업인이냐 일 반국민이냐 등을 먼저 물어본다. 그런 다음 책의 방향이 달라져야 한다고 얘기해 준다. 책을 누군 가가 보도록 하기 위해 만든다면 독자 타겟을 정 확하게 잡아야 한다. 일할 때의 접근하는 자세가 중요하다.

△임원들은 승진시 역량평가를 본다. 이에 대한 에피소드가 있다면

-제 경우 국장될 때 역량평가를 받았던 기억이 있다. 그 때는 8시간 받았다. 공무원의 역량을 9 개로 나누는 데 각 분야마다 시험을 본다. 기억나 는 게 보건복지부 무슨 국장 직위 주고 여성과 노 인의 일자리 및 복지문제를 장관 브리핑자료로 만들어 장관에게 브리핑하라는 과제를 받은 적이 있다. 짧은 시간에 글을 보면서 PC로 만들어도 좋고 화이트보드에 써도 좋고, 저같은 경우 화이 트보드에 써서 비전, 전략목표, 실천계획, 중점과 제, 평가지표, 피드백 등으로 구분해 기술했다. 집 단토론도 했다. 3명에게 기재부, 교육부, 문화부 등 각자 다른 상황을 준 뒤 자기부처 예산을 주 고 정부예산의 세정구조가 이러니까 자기 예산과 타 부처 예산에서 1조원을 줄여내라는 과제가 주 어졌다. 내 예산을 양보할 줄 알아야 되고 타부처 예산을 줄일 줄도 알아야 하며 토론을 통해 통합 된 의견을 만들어낼 수도 있어야 한다. 

△연구정책국장, 축산과학원장, 농업과학원장, 농 진청 차장 등을 역임했다. 당시 주력했던 사업이나 실적이 있다면

-연구정책국장 할 때는 청의 연구사업들이 ‘외 부기관과 끼리끼리 하는 연구’, ‘연구를 위한 연구’, ‘실용화되지 않는 연구’ 등의 비판이 있었는 데 그걸 극복해보자는 생각이 있었다. 그래서 모 든 정책을 그렇게 끌고 갔다. 투명하게 오픈하고 평가하는 시스템을 만들었다. 외부평가도 그 때 도입했다. 농진청의 내부는 국가재정집행시스템 에 의해 집행되기 때문에 문제가 안되는데 출연 금에서 계속 부적정 집행이 나왔다. 이것을 시스 템화하기 위해 농협과 접촉했다. 시스템 구축뒤 부적정 집행이 크게 줄었다. 당시 가장 중요한 게 인력관리라고 생각했다. 1200명 되는 연구직을 어떻게 변화있게 수급하 느냐하는 문제다. 이를 테면 과거에는 전통 육종 을 했지만 어느 순간부터는 생명과학과 접목된 육종을 해야 한다. 그 과정서 중복되는 부분이 생 길 때는 몇 년도부터는 생명과학 인력을 많이 붙 어주고 어느 기술까지 진전되서 육종이 어느 정 도 완료되면 이 기술들을 재배쪽에 응용해야 되 는데 생명과학보다는 재배쪽 사람들이 들어와야하는 것이다. 이처럼 인력을 탄력성있게 운용하 느냐에 많이 신경을 썼고 그런 계획을 추진했다.

△축산과학원장으로서 역점뒀던 부분은

-왜 축산이 힘든가, 그걸 개선해야겠다는 목표로 업무를 시작했다. 축산이 계열화돼 있어 아무 리 기술을 개발해도 축산효과로 나타나지 않았 다. 우리 기술을 대외에 알릴 수 있는 체계를 만 들어야겠다고 생각해 농협 축산경제와 MOU를 맺었다. 142개 품목조합을 이용하지 않으면 축산 기술이 안들어가겠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우리 기관은 수요자를 보고 일을 못했다고 생 각했다. 수요자를 보고 일할 수 있는 체계를 만들 기 위해 현장행사를 많이 해서 현장 목소리를 많 이 들으려고 노력했고 그것을 사업에 반영하려고 했다. 내부적으로는 양적지표를 질적지표로 싹 바꿨다. 처음에는 주변 우려가 많았는데, 바꾸고 첫해에 축산과학원이 대통령 표창(최우수기관)을 받았다. 2년차 되니까 구제역이 터졌다.

SOP(관리운용 규정, Standard Operating Procedure)를 보 니 누구도 이해 못하는 SOP였다. 구제역이나 AI 가 발생했을 경우 100km 밖에서 발생했을 때, 30km 밖에서 발생했을 때, 10km 밖에서 발생 했을 때의 행동요령이 담겨 있었다. 직원들을 모 아놓고 축산과학원에서 발생했을 때 어떻게 대 처할 것이냐고 다그쳤고 직원들이 아무런 대답도 못했다. 다시 만들라고 지시했다. 이런 SOP를 갖 고 여러분들이 움직였다는 것은 여러분들이 직무 유기한거라고 호통을 쳤다. 이런 상태에서의 대처 방법은 딱 하나다. 평상시에 분산보존하는 방법 밖에 없다. 분산보존은 내가 한거다. 이후 한우협 회장을 만나 종축분산하자며 젖소 3군데, 돼지 3 군데, 닭 3군데를 백두대간 중심으로 나누자고 했 더니 적극 협조하겠다고 했다. 남원에 닭 한 세트를 갖다 논 직후인 2013년 성환에서 AI 발생했다. 그 때 다 매몰 처분했다. 이 후 남원 것 갖고 복원했다. 그 때 안했으면 큰 일 났을 것이다. 당시 닭은 성환만 갖고 있었다. 지금 은 성환, 남원, 평창에서 보관하고 있고, 대관령 가금연구소가 건설되면 평창에 있는 것을 청정화 해서 그쪽으로 이전할 계획이다.

△ 농과원장과 차장으로서 주력했던 업무가 있다면

-농과원장은 부가 6개다. 옛날에는 다 독립기관 들이었다. 그러다보니까 이 농과원내에서 부간에 연계가 안되고 있었다. 또 농과원 기초기반이라는게 작목 및 품목기관들이 이용하지 않으면 그 데이터가 아무런 쓸모가 없는 것처럼 생각됐다. 첫번째로 1차 고객이 누구인지 보고 1차 고객과 의 업무협의를 충분히 하라고 지시했다. 또 30여 년간 추진된 과제 중 산업화한 건 얼마고 학문적 으로 얼마나 발전시켰는지 모두 보고하라고 지시했다. 국민들이 이 일을 하는데 돈을 투자하고 동 의할 수 있는 체제를 만들어야 했다. 또 목표를 정확히 하라고 지시했다. 예를 들어 도열병에 강 한 벼가 아니라 도열병의 어떤 특성에 강한 벼, 어 떤 특성에 강한 벼를 연도별로 정확히 해서 추진 하라고 한 것이다. 차장으로서 가장 신경쓴 것은 수원에서 전주로 안전하게 이전하는 것이었다. 한 건의 안전사고 없이 5톤 트럭에 6000대분 기자재를 이전했다. 이전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중요한 것은 우리 직원 들이 안착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직원들의 복지 에 신경쓰는 한편 술문화 지양을 추진했다. 또 연 구결과들이 어떻게 현장에서 적용되고 상업화되 는지 보고 피드백이 어떤 식으로 이뤄지는지 보 기 위해 현장을 많이 다녔다. 전주와서 가장 좋은 점은 어떤 현장이든지 여기서 1시간내에 가볼 수 있다는 점이다.

△퇴임을 앞두고 농진청이나 후배들을 위해 나아갈 방향을 제시한다면

-과거 농진청은 생산자 중심에 들어가는 조직 이었다. 지금은 위치가 생산자와 소비자의 접점 으로 옮겨와 있다. 생산하는 것들이 어떻게 소비 자쪽으로 갈 것이냐 소비자들이 어떻게 생산물 을 사줄 것이냐가 문제인 것이다. 옛날에는 품종, 재배기술 만드는 게 문제였지만 지금은 경영이 문 제다. 그래서 농업인에게 농진청의 일을 얘기할 때는 일의 형태가 바뀌었다고 말한다. 경영을 잘 하기 위해서는 결국 마케팅을 잘해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브랜드 파워를 어떻게 만들어 갈 것인 지, 또 이를 위해서는 디자인을 어떻게 할 것인지 그런 다음에 소비자와 어떻게 소통해서 팔 것인 지가 중요하다. 따라서 현재의 생산중심 조직에 새 ‘경제조직’을 만들어야 한다. 이를 통해 우리의 가치, 우리 연구의 가치, 우리가 생산하는 농산물 의 가치를 대외적으로 알려야 한다. 그런 조직이 반드시 필요하고 청 내부적으로 다들 동의했다.

선태규  midas0718@al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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