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회는 정부‧산업체, 산업체‧농업인을 이어주는 가교역할"

국산농기계 경쟁력 확보위한 부품공용화‧표준화 제도마련 필요

대북 농기계교류 정책좌담회, 국제심포지엄‧학술대회 등 추진

(사)한국농업기계학회 새 집행부가 들어선지 몇 개월 지나지 않아 다양한 활동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농업기계 R&D분야 중장기 로드맵 일원화를 위한 시스템 마련, 이달 27일부터 30일까지 제주에서 3개국 학자들을 초청한 국제학술대회 개최, 10월31일 천안에서 ODA 관계자를 초청하게 될 농기계 수출활성화와 농기계시장 동향을 다룬 국제학술심포지엄 개최 등의 대외활동은 물론 내부적으로는 정책제안을 위한 정책위원회 구성, 산업체 경쟁력 제고를 위한 기술위원회 가동 등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또한 4.27 남북정상회담을 통해 향후 논의가 진행될 대북 농기계 교류협력을 위한 정책좌담회까지 추진하면서 학회의 역할과 활동이 중요해지고 있다. 보폭을 넓혀 나가고 있는 정종훈 한국농업기계학회장을 만나 최근의 이슈에 대해 들어봤다.

| 최근 학회가 바쁘게 돌아가고 있다.

학회의 역할은 연구활동이 중심이지만 우리 농기계산업의 발전을 위해 중심을 잡아주는 역할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정부와 산업체, 산업체와 농업인의 가교역할 쯤으로 생각해도 무방할 것이다. 학회는 어느 한편에도 치우치지 않고 정론적인 입장에서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고 중장기 로드맵을 마련하는데 역량을 모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많은 학자들의 참여가 필요하고 공동연구를 통해 보다 합리적인 솔루션을 찾기 위한 지혜가 필요하다. 학회장의 역할은 그러한 연구들이 추진될 수 있도록 닫혀 있는 문을 열어주는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학회 산하에 5개 학술분과위원회가 구성되어 운영되고 있다. 그 위에 덧붙여 정부, 산업체, 학계, 기관 등 좀 더 많은 의견들을 수렴하기 위해 산학분과위원회 성격의 기술위원회와 정책위원회를 신설해 가동하고 있다. 기술위원회는 시대변화에 따른 산업체 발전을 위한 공동대응 방안 등 공동연구를 통한 산업체의 경쟁력을 제고하기 위해 구성됐다. 또한 정책위원회는 농기계산업의 발전을 위해 문제점 진단 및 정책제안을 위해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로 구성됐다. 그분들의 연구활동을 통해 우리 산업에 도움이 되는 다양한 의견들이 제시되기를 희망한다.

| 현재 학회가 추진하고 있는 활동은 무엇인가.

현안문제 도출과 해결방안 마련을 위해 학술분과위원회, 산학분과위원회 별로 활발한 활동들을 펼치고 있다. 우선 농업기계 R&D 추진과 관련해 일원화된 로드맵 관리가 필요하다. 그래서 지난 4일 학회 주최로 ‘농업기계 및 바이오시스템 공학분야 R&D 로드맵 회의’을 갖고 향후 각급기관과 대학에서 추진되고 있는 농업기계 분야의 모든 R&D 추진은 농식품부의 협조를 얻어 학회에서 중장기전략에 따라 로드맵 관리를 일원화해 관리해 나가기로 했다. 이를 위해 학회는 이달 중에 R&D 범주에 포함되어야 할 범위와 내용을 학회의 5개 학술분과별로 취합해 다음 달 중에 전체 로드맵을 완성한다는 계획이다. 학회의 최영수 부회장이 총괄하고 있으며, 시대변화에 따른 기존 노외작업기 뿐만 아니라 미래지향적인 학문과 생물공정, 신기술, 농식품가공, 바이오시스템 등의 모든 공학분야를 총망라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를 통해 국가의 장기적인 비전에 따라 체계적이고 전략적인 R&D 관리체계가 이뤄지기를 기대한다.

이달 27일부터 30일까지 제주도에서 일본‧대만‧말레이시아 등 3개국 학자들을 초청하는 국제학술대회가 개최된다. 이를 통해 우리 농업기계 분야의 학문적 위상을 높이는 계기가 될 것으로 확신한다. 또한 천안에서 열리는 천안국제농기자재박람회 기간 중에는 ODA 대상국가인 베트남‧미얀마‧필리핀 등의 농업분야 관계자를 초청한 국제심포지엄을 개최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우리 농기계수출의 계기를 마련하고 농기계 시장동향을 좀 더 넓은 시각에서 바라보는 자리가 될 것이다.

| 학회에서 바라보는 우리 농기계산업의 문제점은.

무엇보다 국산 농기계의 국제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이 급선무다. 내수시장은 자꾸 줄고 있는데 수입산에 의한 시장잠식마저 심화되고 있어 우리 농기계 생산업체들이 벼랑으로 내몰리고 있다. 또한 국산농기계에 대한 소비자의 불신문제도 풀어야 할 과제다. 과거와 달리 국산 농기계의 품질은 일본산과 견주어도 95% 이상의 기술수준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조사되고 있지만 가격경쟁력에서 뒤처지고 있다.

국산 농기계의 경쟁력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원가절감과 품질향상을 위한 부품표준화와 부품공용화가 이뤄져야 한다. 과거와 달리 정부가 강제적으로 규제할 수는 없지만 정부와 산학연이 머리를 맞대고 풀어야 할 문제다. 부품공용화가 이뤄진다면 자연스럽게 품질향상은 물론 원가절감을 통한 가격인하가 가능해져 국제경쟁력도 확보할 수 있다. 또한 해외시장에서의 충분한 수출경쟁력도 확보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시스템적으로 부품표준화와 부품공용화를 추진할 수 있는 콘트롤타워 성격의 ‘농기계부품연구원’이 설립되어야 한다. 민관협의체로 출범할 수 있는 부품연구원은 우리 농기계산업의 경쟁력 확보를 위해 반드시 마련되어야 할 당면과제다.

이와 함께 영세한 농기계 생산업체들이 연구개발에 참여할 수 있는 생태계 조성이 필요하다. 기술경쟁력은 중소업체의 생존과도 직결되는 부분이다. 이를 위해 학회는 다양한 중소업체 기술양성 프로그램을 고민하고 있다. 또한 국내 농기계산업 발전을 위해서도 정부차원의 적극적인 정책지원이 뒤따라야 할 것이다.

| 4.27 남북정상회담을 계기로 농기계교류협력 논의가 나오고 있다. 학회차원에서 준비하고 있는 것이 있다면.

남북교류의 핵심 중에는 농업분야 협력이 필수적이다. 특히 식량문제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북한실정에 비춰 생산량을 높이기 위해서는 농업기계화 추진이 불가피할 것이다. 단순 농기계지원이 아닌 전략적인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 북한의 농업기계화 촉진에 초점을 맞춰 농기계지원과 기술지원, 생산기지구축과 인프라 조성 등 치밀한 접근이 필요하다. 조만간 학회 산하 정책위원회에서 검토가 이뤄질 예정이다.

이와 함께 다음달 19일 천안 농기계조합 회의실에서 대북 농기계교류와 관련한 정책좌담회를 계획하고 있다. 대북전문가와 정부, 산업체, 연구기관 등이 머리를 맞대고 대북 농기계교류를 위한 전체적인 틀과 방향에 대해 논의를 시작할 예정이다.

| 우리 농기계산업 발전을 위해 조언하고 싶은 부분이 있다면.

시대가 급속하게 변하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을 통해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빅데이터 등 첨단 정보통신기술이 융복합되고 있다. 농기계의 개념부터 새롭게 정의되어야 한다. 기존의 노지기계, 시설원예기계, 축산기계, 식품기계만으로는 이를 수용하는데 한계가 있다. 부가가치의 범위를 확장하고 농생명의 범주를 아우르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정보를 공유해야 한다. 산학관연이 상호협력해 범부처 공동연구와 과제를 개발하고 정책을 마련하는 열린 마음과 혁신의 정신이 필요할 것으로 생각한다.

정상진  jsj@al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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