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연구동향>

(사)한국농업기계학회는 침체에 빠진 우리 농기계산업의 활로를 모색하기 위해 지난해 학회 주관으로 우리 농기계산업의 현황과 문제점을 진단하고 내수시장 육성과 수출활성화 정책마련을 위한 용역과제를 수행했다. 농기계산업 경쟁력제고, 부품공용화, 수출증대 등 분야별로 추진된 이번 과제들은 향후 농기계산업 정책자료로 활용될 전망이다. 지난달 한국농업기계학회가 개최한 ‘2018년도 제1차 농기계산업 정책 및 기술세미나’를 통해 발표된 연구과제 내용들을 순차적으로 소개한다.

② 농업기계 부품 공용화 방안

"수입産 대비 품질‧가격경쟁력 확보위한 ‘부품공용화’ 시급"

제조사간 부품공용화율 10% 수준불과‧‧‧산업경쟁력 떨어져

産‧學‧官‧硏 협의체 구성통해 ‘농기계부품연구원’ 설립해야

김혁주 순천대학교 교수

◇ 연구배경 및 목표

현재 우리나라 농기계산업의 가장 큰 문제는 ‘내수부족’과 ‘수출경쟁력 낙후’로 요약할 수 있겠다. 최근 5년간 수입농기계의 시장점유율은 트랙터(15.2%), 콤바인(31.1%), 이앙기(35.8%)로 나타나고 있다. 이와 같은 원인으로는 수입산에 비해 국산농기계에 대한 품질불만, 국산과 일본산 가격 격차가 과거 30% 수준에서 지금은 20% 수준으로 줄어든 가격불만족 등이 일본산 시장점유율이 늘어나고 있는 이유로 조사됐다. 또한 국산제품이 강점으로 내세웠던 사후봉사 우수성도 수입제품과 별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국산 농기계의 품질향상과 가격경쟁력 강화가 무엇보다 시급하다. 그러나 생산물량이 적어 규모화가 이뤄지지 않음에 따라 품질과 성능이 우수한 부품생산에 어려움이 따른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국내 업체의 협력을 전제로 한 부품공용화의 기술적, 제도적 방안이 마련되어야 한다.

◇ 농기계 산업동향 및 부품공용화 필요성

세계 농기계시장 규모는 신흥국의 수요확대로 매년 7% 이상의 성장세를 지속하고 있다. 2001년 591억달러 규모에서 2013년에는 1490억달러로 2.5배 늘어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품목별 규모에 있어서는 트랙터가 545억달러로 전체의 37%를 차지하고 있고, 수확기계(18.26%), 축산기계(12%), 파종‧비료기계(7.15%), 경운‧관리(5.08%), 부품‧작업기(17.45%) 등으로 나타나고 있다.<표1>

세계 주력 농기계 기업들은 이미 10년전부터 대규모 합종연횡을 통해 규모화, 전문화를 강화하고 있다. 농기계와 건설기계를 연계한 생산효율화를 추구하고 있고, OEM/ODM 활성화로 분업화를 가속화 하고 있다. 이와 함께 농기계수요가 늘어나고 있는 신흥유망국가에 생산기지를 건설해 시장선점에 나서고 있으며, 자체 금융망 구축으로 유통시장을 장악하기 위한 시스템 마련에 힘쓰고 있다.

2016년 농촌진흥청에서 실시한 농업인의 농기계 품질만족도 조사에 따르면 국산과 수입산 만족도는 트랙터(국산 60.2%, 수입산 79.3%), 승용이앙기(국산 64.6%, 수입산 84.3%), 콤바인(국산 50.8%, 수입산 88.9%) 등으로 국산이 수입산에 비해 만족도가 18.1~38.1%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

국산과 수입산 농기계의 가격변동 추이를 살펴보면 지난 10년간 농기계가격은 연 3%~5% 인상된 반면, 일본 농기계는 2013년 환율이 20% 하락했음에도 국내 농기계 가격수준에 맞춰 지속적으로 3.5~6%의 가격인상을 해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국산 농기계의 가격경쟁력 확보가 시급한 것으로 판단된다.

품목별 가격조사에 있어서 트랙터의 경우, 국산 점유율이 높은 모델은 대부분 중소형 마력대로 수입산에 비해 20~30% 낮았지만 대형모델의 경우에는 수입산과 비교해 90.1~108.7%대의 소비자가격을 형성하고 있어 대형마력의 가격경쟁력 확보가 매우 시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콤바인의 경우, 5조식은 구보다 제품이 국산대비 92%의 가격으로 시장점유율 13.1%를 차지하고 있고, 6조식의 경우 전반적으로 일본산이 국산대비 133.3~158.2%의 고가임에도 시장점유율 7.5%를 차지하고 있어 국산의 성능 및 품질향상이 시급한 것으로 조사됐다. 승용이앙기의 경우에도 일본산 6조식이 국산대비 117~120.4%의 고가임에도 시장점유율 30.5%를 확보하고 있어 마찬가지로 국산의 성능개성과 품질향상이 시급하다.

2013년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조사자료에 따르면 국산 기술수준은 일본 농기계 품질과 비교해 95% 수준 이상이지만 가격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국산 농기계 가격의 30% 내외의 인하가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위해서는 기업간 전략적 제휴를 통해 공동 연구개발센터를 구축하는 안이 제시됐다. 이를 통해 엔진, 미션, 유압장치 등 핵심원천기술에 대한 중장기 투자를 이끌어내고, 신기술 공유, 부품호환성 제고 등을 통해 농기계 가격인하를 이끌어내야 한다고 주문하고 있다.

◇ 부품공용화 현황

자동차산업 및 건설기계의 경우에는 부품공용화를 통해 가격 및 품질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이 일반적인 흐름이다. 국내 자동차의 경우 부품 및 핵심 플랫폼을 공용화해 1개의 플랫폼으로 복수의 차종을 개발해 인력 및 생산기간을 30% 축소하고 있다. 국내 건설기계 빅3인 두산, 삼성, 현대의 경우에도 국내외 부품전문업체에서의 모듈 구매를 통해 생산프로세스 효율화를 기하고 있다.

일본 농업기계공업협회는 해외 시장개척 및 판매물량 확보에 대응하기 위해 트랙터, 이앙기, 콤바인 등의 주요기종에 대해 각사의 사양모델 통합노력을 하고 있으며, 형식집약화 등에 의한 제조비용을 절감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일부 농기계에 대한 부품공용화를 추진했다. 1979년 도입한 트랙터, 콤바인, 이앙기 등의 49개 품목에 대해 ‘농기계부품 통일‧단순화 명령’ 품목 지정을 통해 부품공용화를 실시해 어느 정도 효과를 봤다. 그러나 2013년에 농기계부품 통일‧단순화 명령이 디자인 및 제품 성능개선에 저해가 된다는 문제점 등으로 해제가 돼 현재 공용화 관리는 이뤄지지 않고 있으며, 규제개선 정책기조에 비춰 향후 강제성을 띈 공용화는 불가능할 것으로 판단된다. 그러나 엔진 및 오일필터, 쟁기보습, 로터베이터 경운날, 차륜부착부, 이앙기 차륜 등에 대한 공용화 필요성은 요구되고 있다.

현재 국내 각 제조사별 동일 시리즈(플랫폼) 공용화율은 80~90%에 달하며, 유사 모델 공용화율은 약 30% 내외다. 그러나 제조사간의 공용화율은 공식적으로 조사된 바는 없지만 약 10% 수준일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제조사간의 공용화 확대가 어려운 이유는 제조사간의 신뢰체계가 미흡하고 부품수급과 기술종속, 기술유출에 대한 우려와 함께 기술적 사양의 표준화가 부족한 것으로 판단된다.

◇ 기업체의 부품 공용화(안)

농기계조합을 중심으로 주요기업이 참여해 부품공용화를 위한 상설기구를 설치해 핵심부품에 대한 원천기술을 도출하고 공동개발에 나서는 것이 이상적인 모습이다. 이미 지난해 농기계조합이 종합형업체를 대상으로 엔진, 유압제어, 전기전장 등 핵심원천기술 대상품목을 조사한 사례가 있다.<표2>

엔진은 Tier5 대응 배기가스 저감과 내구성 증대, 유압제어는 절대적 열위기술 보완과 품질향상, 전기전장은 부품 품질안정화, 캐빈은 소음‧진동저감, 콤바인(예취,탈곡)은 절대적 열위기술 극복과 수입대체 기술확보 위한 Unit별로 공동개발 등 품목별 부품공용화 목표를 설정할 수 있다.

◇ 부품공용화를 위한 세부추진방안

부품공용화 추진을 위한 단기전략이 필요하다. 학회, 농기계조합, 제조업체, 부품업체 등이 참여하는 부품공용화 협의체를 구성해 연차별 목표를 설정하고 대상품목을 발굴해 프로젝트 개발에 나서는 접근방식이 필요할 것으로 생각된다. 농식품부, 농기계조합은 보급지원과 공동구매를 지원하고, 산업자원부와 농식품부는 개발지원, 표준화 마련에 나서며, 농촌진흥청 농업공학부와 대학은 연구수행, 제조업체와 부품업체는 공동개발 참여를 통해 부품공용화 표준화를 도출하는 방식이 될 것이다. 특히 부품공용화에 적극적인 기업체에 대한 신뢰성 증대를 위해 부품공용화를 전제로 한 부품 연구개발 자금지원이 뒤따라야 할 것이다.

◇ ‘농업기계 부품연구원(가칭) 추진방안

품질과 원가경쟁력 향상을 위한 부품전문 연구기관이 필요하다. ‘농업기계 부품연구원(가칭)’은 정부(농식품부, 산업부)와 조합이 주도하고, 기업체가 출자하는 방식이 가장 이상적이다. 그 외에 정부주도로 생산기술연구원 융복합농기계그룹 기능을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할 수 있다. 또한 기존 기관(학회‧조합‧실용화재단‧복합농기계그룹)의 역할을 분담하는 방안도 고려할 수 있다.

농업기계 부품연구원은 농기계부품소재 품질향상을 위한 연구와 시험들을 주요 미션으로, 농기계부품공용화 정착을 위해 수요기업과 공급기업간의 조정과 협력을 강화하고, 공용화 품목발굴과 개발지원을 담당할 수 있을 것이다.

정상진  jsj1234@al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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