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에 대한 전방위 압박에 일부 입찰방식 변경할 듯
조정안 단기처방에 그쳐·가격거품 해소가 근본처방
농협의 내년도 농기계은행사업 입찰이 다음 달 초로 예정된 가운데 농협의 입찰방식을 놓고 논란이 뜨겁다. 일단 농협은 지난해와 똑같은 방식의 최저가입찰방식은 피한다는 기본방침을 정한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다만 입찰방식의 범위와 규모, 기준 예가 산정방식 에 있어서 내부적으로 여러 안을 놓고 고심 중인 것으 로 알려지고 있다. 최저가입찰방식 강행방침을 시사하 던 농협이 전향적으로 최저가입찰방식 일부조정을 검토하고 있는 배경과 입찰방식의 기본방침은 어떠한지, 또한 입찰방식에서 선택할 수 있는 카드는 무엇이며, 향 후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어떠한지에 대해 살펴본다.
◇ 최저가입찰방식 조정배경
농협의 최저가입찰방식으로 인해 가장 큰 피해를 입 고 있는 전국 농기계대리점들의 공동대응이 우려할만 한 수준에까지 이르고 있다. 농민 연대서명은 물론 청와대, 중앙정부, 지역 국회의원을 통한 전방위적인 민원 제기 등 무차별적으로 생존권 사수를 위해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와 함께 종합형업체와 농기계조합, 언론 등도 유통시장 교란의 책임을 농협쪽으로 몰아가고 있 어 농협입장에서는 농민에게 싼값에 농기계를 공급한 다는 명분이 점차 설득력을 잃어가고 있는 형편이다. 이와 같은 여론이 팽배해지면서 정부당국도 농업의 후방산업인 농기계산업 기반의 안전성을 해치고, 사후 봉사업소의 채산성 악화가 농민에 대한 사후관리지원 의 폐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판단에 중재에 나서고 있 어 농협입장에서는 이를 외면하기 어려울 것으로 판단 된다. 그러나 농협은 이미 신경분리를 통해 경제사업부문 을 독자적인 수익사업형태로 바꿔나가야 하기 때문에 자체적인 수익모델 발굴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또한 기존의 공익성이 강조된 경제사업에 대해서도 점진적 으로 수익구조형으로 바 꿔나가고 있어 수익성이 높은 농기계은행사업의 최저가입찰방식을 구조적 으로 바꾸기는 어려운 입 장이다.
◇ 입찰방식의 기본방향
농협은 계정이 다른 농 기계은행사업과 계통구매 사업을 형태만 다르지 하 나의 사업으로 묶어 수익 을 극대화하는 방식을 택 해오고 있다. 즉 농기계은 행사업을 통해 최저가입 찰을 시행하고, 계통구매 사업은 수의시담, 매취사 업, 물량배정 등을 통해 최저가입찰금액에 준하 는 수익을 확보해오고 있 다. 올해 초의 경우에는 농기계은행사업용으로 최 저가입찰방식을 적용하 고, 계통구매사업으로는 입찰에서 탈락한 업체의 반발을 무마하기 위해 최 저가입찰금액을 기준으 로 배정물량계약을 통해 총 1526대를 공급하는 계 약을 체결했다. 업체별로는 대동이 401대(중소형 280대, 중대형 121대), 동양이 540대(중소형 420대, 중대형 120대), LS가 533대(중 소형 280대, 중대형 253대), 국제 52대(중대형)로, 전체 물량의 36%인 중대형의 경우에는 마진율이 20~30% 내외지만 전체물량의 64%인 중소형의 경우에는 마진 율이 40~50%에 달해 평균잡아 약 40% 내외의 마진 율을 적용받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즉 지역농 협에 평균 30% 내외의 마진율을 보장하더라도 최소 10% 내외의 이익이 남는 셈이다. 따라서 농협이 최저가 입찰제를 일부 조정한다면 이와 같은 고율의 수익성을 양보해 어느 정도 줄여주는 선에서 타협안을 제시할 것이 분명하다.
◇ 농협이 제시할 수 있는 입찰방식
농협이 제시할 수 있는 카드는 그리 많지 않다. 우선 수익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농기계은행사업의 경우에는 최저가입찰제를 고수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일부 조정 을 한다면 계통구매사업 분량에 대해서 시장가격을 반 영한 일부조정이 이뤄질 확률이 높다고 볼 수 있다. 이 미 농협은 지난 10월 종합형업체 본부장들과의 사전면 담을 통해 의견을 청취했다. 또한 일부 업체에서는 농 협의 은행사업 최저가입찰에 대해서는 이의를 제기하 지 않았으며, 계통구매사업분에 대해서 예가 이하의 응찰가격 중 가장 높은 가격으로 처리해 줄 것을 요청 한 예가 있기 때문에 농협에서도 그 정도 선에서 타협 안을 마련 중일 공산이 크다. 농협은 이를 위해 수의시담, 매취사업, 평균입찰가격 배분, 시장가격을 반영한 예가기준설정 등 다양한 안 을 마련해 검토 중일 것으로 예상된다.
◇ 향후 진행과정 및 전망
일단 종합형업체들은 수익이 전혀 없는 최저가입찰 에는 부정적인 의사를 내비치고 있다. 최소 표면적으로 는 농협에서 제시하는 예가가 턱없이 낮다면 입찰에 응 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보이고 있지만 막상 입찰이 시작 되면 농협에 대한 대량공급과 농협의 결제능력을 무시 할 수 없기 때문에 쉽게 발을 빼지는 못할 것으로 보인 다. 여기에 LS의 경우에는 그동안 은행사업용으로 공 급해온 누적재고가 800여대 남아있기 때문에 이와 연 계해 내년 초의 입찰에 무조건 참여한다는 내부 방침 을 세우고 있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결국 이번 농협의 최저가입찰방식의 일부조정이 이 뤄지더라도 단기처방에 그칠 뿐, 농협 농기계은행사업 으로 인한 농기계시장의 혼란은 앞으로도 지속될 것으 로 예측된다. 근본적인 해결은 가격거품이 제거된 적정 가격의 건전한 유통질서가 자리 잡아야만 해결될 문제 이기 때문이다.
선태규 midas0718@al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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