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기계 공동이용확대, 정밀농업·ICT융복합기계 개발에 힘 쏟아야

식량안보차원 농기계 R&D, 수출지원정책 타산업 보다 확대필요

김영춘 농해수위 위원장국회의원

제20대 국회의 농림축산분야를 총괄하게 될 상임위원회인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이하 ‘농해수위’)가 출범한지 두달이 지났다. 본지는 연속기획으로 농업정책을 감시·비판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역할을 수행하게 될 농해수위 소속 국회의원 19인의 의정활동을 미리 살펴보기 위해 연속인터뷰를 마련했다.

그 두 번째 순서로, 농해수위를 이끌어가고 있는 상임위원장인 3선의 김영춘 의원(부산진구갑·사진)을 만나 앞으로의 상임위 활동과 농축산기계산업에 대한 소신과 추진계획을 들어봤다.

△야권의 사지(死地)인 부산에서 3선으로 이번 국회에 복귀 하자마자 농해수위원장이라는 중책을 맡았다. 산적한 문제가 많을 것으로 예상되는데 어떤 마음으로 임하고 있나.

- 이번 20대 국회는 여야를 막론하고 ‘일하는 국회’로 거듭나야 한다는 공감대를 가지고 있다. 그래서 개원 후 숨가쁜 전체회의 일정과 계류의안검토, 예산안심사 등을 소위별로 소화하고 있다. 농축산업은 국가의 기본이자 민생의 필수요소인 먹거리를 관장하는 곳이기 때문에 여야가 따로 있을 수 없다. 당리·당락을 떠나 농업의 공익가치를 지키기 위한 협치(協治)에 최선을 다할 생각이다. 협치의 기본은 소통이다. 소통을 위해서는 누구와도 마음을 열고 대화하고, 협력할게 있다면 대승적 차원에서 기꺼이 협력할 생각이다.

△우리 농업의 당면 현안에 대해 어떻게 바라보고 있나. 
- 우리나라가 급격히 도시화되면서 국민경제에서 농업의 역할이 축소되고 있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있다. 그러나 이는 틀린 생각이다. 인류역사에서 ‘도시’의 탄생이란 농업을 통한 생산량이 증가하면서 가능했다.

‘농자천하지대본(農者天下之 大本)’은 농업에 건네는 덕담이 아니라 역사적·철학적 진리이며 농업없이는 국가가 존립할 수 없다. 현재 우리농업이 처한 어려움은 이러한 농업에 대해서도 시장경제학적 잣대로 정책을 펼쳐왔기 때문이라고 본다.

‘농업에서 손실을 보더라도 국민경제 전체적으로는 이득이 되면 상관 없다’는 식의 FTA 추진정책이나 ‘생산성’이라는 명목하에 규모의 경제를 구축하려는 현재의 정부정책도 그런 방향이다. 우리나라처럼 국토가 좁고 농업 비중이 낮은 환경에서 이런 식으로 가다가는 농업도 조만간 대기업에 독점되거나 다국적 농업회사에 빼앗겨 ‘농민과 농촌없는 농업’으로 갈 수도 있다.

농촌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서는 농업을 공적산업으로 보고 보호하는 것과 경제적 효율성을 달성하는 것의 균형을 맞추는 방향의 정책이 필요하다고 본다. 무엇보다 식량주권을 공고히 하는 것이 우리농업의 근본과제다. 그러기 위해서는 쌀값 안정화와 쌀 수급관리, FTA 체결 에 따른 농업인 보호와 경쟁력강화, 농산물 유통구조개선, 농협 사업구조 개편, 효과적인 가축전염병 예방체계구축 및 축산농가의 소득안정화 등 풀어야 할 과제들이 산적하다.

이와 함께 이러한 과제들을 효율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적정한 농업예산 확보와 합리적이고 효과적인 집행이 되도록 정부정책을 감시하고 주문하는 역할 또한 중요하다. 농업은 국가의 존립을 유지시키는 기반산업이고, 농민은 식량주권을 지키는 소중한 분들이다. 그럼에도 우리 농민들은 여전히 사회적인 약자로 머물러 있다. 아무리 농사를 지어도 먹고살기가 팍팍하고 힘겨워한다.

이제 국가와 사회가 나서 농업에 종사하면서도 충분히 먹고 살 수 있는 환경과 제도를 조성해야 한다. 보건·의료·주거·고용·교육과 같은 안정된 사회복지망이 도시와 차별 없이 농촌에도 구축될 수 있어야 하고 노력한 만큼 제대로 대우받는 농업이 되어야 한다.

△한·중FTA 등으로 농축산분야 종사자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국회차원의 대책은.

- 당연히 농촌인구 고령화와 농가소득 불안정이 구조적이고 고질적인 문제다. 이미 농가에서는 농업생산을 통한 소득만으로는 생활자체가 어려운 상황이고, 농외소득이나 직불금과 같은 정부지원이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 농업보호대책이 수반되지 않은 잇따른 FTA체결로 이런 어려움은 더 커지고 있다.

농산물 수입개방은 무역이익공유제를 내실 있게 제도화하고, 특화작물을 중심으로 농업생산량을 높이는 등의 노력으로 농가소득을 증대해야 한다. 또한 농업은 시장경쟁력이나 비교우위 같은 경제학적 이론을 가지고 접근해야 하는 대상이 아니라 국가의 근본을 이루는 산업이므로, 온국민이 관심을 갖고 지켜야할 영역이다.

국회가 구체적인 정책을 시행하게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농업에 대한 국민들의 공감과 사랑을 모으는 역할도 중요하다고 본다. 특히 잇따른 FTA 체결로 농축산분야의 피해가 가장 크다. 정부가 한·중FTA를 체결하면서 1년에 1000억원씩 10년간 1조원의 ‘농어촌상생기금’을 만든다고 약속해 놓고 구체적인 실행계획도 마련하지 못해 지지부진하고 있다.

FTA는 우리나라의 특정 산업분야만 잘 살게 하려는 것이 아니라 대한민국 국민 전체를 위해 추진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FTA를 통해 이득을 보는 산업분야에서 피해를 보는 농축산업분야를 지원하는 것은 당연한 논리다. 취수지역 주민들이 받는 생활상의 법적 제약을 물사용이 많은 도시지역 주민들의 물이용 부담금으로 지원해 주는 것과 같은 논리라는 뜻이다.

‘농어촌상생기금’은 한중FTA 협상 당시 농축산분야를 보호하기 위해 ‘무역이익 공유제’를 체결조건으로 강하게 내세웠던 우리 당의 성과이자, 여·야·정이 국민과 우리 농어민들과 맺은 약속이다. 반드시 법 제화를 시켜서 제대로 실행해야 한다. 

FTA 피해지원 위한 ‘농어촌상생기금’ 법제화 할 터

‘김영란法’ 피해 농축산물 적용제외 위한 법개정] 추진중

국산농기계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지원방안을 고민하는 김영춘 농해수위원장.

△지난달 농해수위 전체회의를 통해 ‘김영란법’에서 농축수산물 적용제외를 촉구하는 결의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음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시행령 원안대로 확정해 농업인의 큰 피해가 예상된다.

- 김영란법의 입법 취지에 대해 100% 동의한다. 그리고 만약 20만원이 넘는 고액의 농수산물을 선물한다면 이것이 단순히 정(情)만을 담은 것이라고 볼 수는 없을 것이다. 문제는 현행 정부 시행령 가액기준인 선물 5만원을 적용한다면 대부분의 농산물이 규제대상에 해당된다는 데 있다.

우리나라 국민들의 소비형태와 농산물 매출구조를 살펴보면, 농가매출이 명절 때 집중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농산물 선물에 의한 명절 매출비중이 일반인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높다. 농식품부 추산만 해도 9000억원의 피해가 직접 농민에게 돌아가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김영란법이 1차 산업에 종사하는 농민에게 피해를 주는 법이 되어서는 곤란하지 않겠나.

어느 때 보다도 농민들은 큰 위기감을 느끼고 있음을 공감한다. 부정청탁을 금지시키고 해소한다는 입법목적은 유지하면서도 농가보호와 소득보장이라는 목표를 동시에 이룰 수 있는 해법마련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농해수위 위원들 모두가 농축산물에 대해서는 시행령 기준을 이원화해달라는 결의안을 정부 측에 꾸준히 요구하고 있다. 또한 일부 의원들이 농축산물을 예외로 하는 김영란법 개정안을 발의해 두고 있어 이번 회기에 국회차원에서 다시 검토가 이뤄질  예정이다.

△농촌고령화와 농촌일손부족 등 농업기계화의 중요성이 더욱 높아지고 있다. 농업기계화 제고를 위해 고려해야 할 부분이 있다면.

- 우리 농촌의 인구구조는 도시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고령화되고 있다. 2014년 65세 이상 농가인구의 고령화율은 39.1%로 우라나라 전체 고령화율의 3배를 넘고 있다. 이처럼 고령화 되어가는 농업인구구조와 농산물 시장개방의 파고에 맞서 역점으로 추진해야 할 정책 중의 하나가 농업기계화 제고를 통한 우리 농업의 경쟁력강화다.

안정적인 식량생산을 위해 농축산기계에 대한 정책지원을 지속적으로 확대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그동안의 농기계보급정책을 통해 논농업의 기계화율은 2014년 기준 97.8%, 밭농업 기계화율은 56.3%로 빠르게 성장해왔다. 그러나 주곡자급정책에 힘입어 기계화율이 높은 논농사와는 달리, 작물이 다양하고, 재배면적의 소규모와 영세성을 면치 못하고 있는 밭농업의 경우에는 기계화율 제고가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기계화가 가능할 수 있도록 경지정리가 선행돼야 하고, 기계화에 알맞은 수종개발과 규모화, 단일작물 대량생산에 따른 시장변화 등 고려해야 할 부분이 많다.

우선 지금까지의 획일적인 농기계 보급정책에서 벗어나 농업규모와 작물특성, 농업형태, 지역특성 등을 고려한 개별적인 농기계보급정책과 관리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 정책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농업인의 농기계 구입부담을 줄여줄 수 있도록 농기계의 공동이용을 확대하고, 고령인을 고려한 편의성을 높인 농기계개발, 부가가치를 높이기 위한 정밀농업기계와 고성능 융복합농기계의 개발보급이 필요하다.

이와 함께 농기계 사용과 수리정비인력을 육성하기 위한 양성제도가 뒷받침돼야 하고, 안전사고 예방을 위한 안전관리 제도도 구축해야 할 것이다. 특히 농기계 공동이용을 활성화하기 위한 다양한 정책프로 그램을 정비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농가에서 사용하고 있는 농기계의 연간 사용일수를 살펴보면, 트랙터는 10일, 이앙기는 5일, 콤바인은 7일에 불과한데도 농가에서 큰 비용을 들여 농기계를 구입해야 하는 것은 효율성 측면과 경제적 측면에서 농가에 도움이 되지 못한다.

현행 농협의 농기계은행사업과 지자체 농업기술센터의 농기계임대사업이 운용되고 있지만 실 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좀더 농사규모와 형태와 따른 맞춤식 지원정책이 필요할 것으로 생각된다. 고령인과 여성인을 고려한 편의성을 높인 농기계의 개발보급과 무인자동화를 위한 정밀농업기계와 ICT융복합 농기계의 개발촉진을 위해서도 정책적인 지원이 필요할 것으로 생각된다. 내년부터 5년간 추진될 농업기계화 기본계획이 수립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 필요하다면 국회차원에서 면밀히 검토해서 이러한 내용들이 담길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 수입산 농기계의 시장잠식으로 국산농기계의 설자리를 잃어간다는 지적이 있다. 우리 국산농기계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국회차원에서 지원할 부문이 있다면.

- 세계 농기계산업 규모는 타산업과 달리 매년 7%씩 성장하고 있는 블루오션분야로 볼 수 있다. 2013년 기준 약 1500억달러에 달하는 세계 농기계산업은 2018년이면 2000억 달러에 이른다는 보고도 있다. 하지만 국내 농기계시장은 날이 갈수록 위축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우리나라의 시장규모는 연간 2조1000억원 규모에 수출은 고작 8억6000만달러에 불과한 수준이다.

세계시장 점유율면에서 우리나라 대표적 농기계업체 물량을 모두 합쳐도 1.1% 수준에 그치고 있다. 국내 농기계시장은 2000년대에 이미 정체단계에 접어들었고, 전반적으로 고성능·고사양으로 변함에 따라 수입산 농기계의 잠식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음에도 국내기업의 대응은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 원인으로 국내기업의 영세성과 기술개발 투자의 부족을 들 수 있겠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한계에 이른 국내시장을 벗어나 세계시장에 진출할 수 있도록 수출경쟁력을 갖추기 위한 정부의 정책적 지원과 연구개발능력 제고를 위한 R&D 지원이 뒤따라 야 한다.

정부의 농기계산업 R&D 지원규모는 연간 200억원 수준에 불과해 일본의 3600억원과 비교하면 5% 수준에 불과하다. 수입산 농기계의 진입장벽을 강화해 국산농기계의 보급을 확대하자는 의견들도 있지만 임시방편일 뿐 시장개방에 따른 경쟁은 불가피하다. 결국 수출지원정책과 R&D 지원이 문제해결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다.

타 산업과의 형평성 문제가 있기 때문에 농기계산업 부문에 대해서만 특별한 지원정책을 요구하기에는 어려운 점이 따르는 것이 사실이지만, 식량안보라는 농업의 특수성을 고려한다면 농업환경에 절대적인 농기계산업의 지원은 좀 더 적극적으로 고려돼야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우선 농업정책과 연관있는 농기계 기술개발과 산업 안정화를 위한 수출지원에 대해 세제상의 지원과 금융지원 등의 접근을 고려할 수 있겠다. 타 상임위 소관이지만 연관되는 관련 부처의 요청이 있다면 적극 협조하겠다.

△정부 전체예산에서 농림축산 예산비중이 매년 줄어들고 있다. 국회차원의 대응은 있나.

- 지난 결산 상임위에서도 지적했지만 이명박·박근혜 정부를 거치면서 정부 전체예산에서 농해수위 관련 예산비중이 많이 줄어들었다. 최대한 증액해서 농어촌을 살리고 관련 산업을 육성하고 싶다. 2008년 노무현 정부 당시 전체 정부예산 중 농림축산예산이 6.1%, 해양수산예산이 1.6%였다. 그런데 이것이 이명박 정부 이후 지속적으로 줄어들다가, 올해 농림축산예산은 5.0%, 해양수산예산은 1.26%로 떨어졌다. 홀대받고 있는 농해수위 예산을 적어도 노무현 정부수준으로 회복시켜야 한다고 생각한다. 여야 의원들과 이 부분을 심도있게 논의해 나가겠다.

선태규  midas0718@al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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