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 임대사업 만족도 높지만, 예약‧정비‧점검‧교육인력은 단3명

지난해 8개월간 주6일 근무 등 현장 고려한 인력재설정 필요

바쁜 영농철을 맞아 농기계임대사업소가 분주하다. 최근 농기계임대사업은 경영비 절감으로 농가소득을 향상하고, 고령화된 농촌일손을 해소해 농업인에게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지난달 18일 경기 용인시에 위치한 용인 농기계임대사업소를 찾아 일일 근무체험을 했다.

사진은 강진석 농기계팀장이 농기계세척하는 모습.

“감자파종기요? 오늘 임대할 수 있습니다. 몇 시에 오실 건가요?”

시계바늘이 오전 9시를 가리키자 맞춰 놓은 시계알람이 울리 듯 전화벨이 울렸다. 농기계임대사업소운영지원을 맡고 있는 기술지원과 송고은 실무관이 몇 가지 임대절차를 물은 후 전화를 끊었다. 형식적인 절차인 듯 했다. 인터넷 활용이 어려운 고령농업인도 쉽게 전화를 통해 농기계를 임대할 수 있는 듯 보였다.

통화를 마친 송 실무관이 책상위에 놓인 서류철을 열자 수십 여장의 결제문서가 끼워있었다. 농기계 임대방법은 간단했다. 농기계안전교육을 받은 사용자가 자신이 거주하는 각 지자체 임대사업소 홈페이지 회원가입 후 인터넷과 전화, 내방 등을 통해 신청하면 된다. 사용자는 통화 또는 인터넷접수만으로 간단히 임대접수를 할 수 있지만, 송 실무관은 달랐다. 임대사용 신청을 받은 후 작성해야 하는 문서는 사용신청서와 임대차계약서, 농기계점검표, 카드명세서로 무려 4개였다. 전혀 간단하지 않았다. 음식점에서 무척이나 간단하고 편리해 보였던 카드결제는 임대사업소에서는 하나의 업무처럼 보였다. 고지서뿐만 아니라 납부확인증도 동시에 발행해야 했다. 송 실무관은 이외에도 1주일에 한번 지출결의서와 결의내역서를 작성해 보고해야 한다고 말했다. 송 실무관이 해당문서를 작성하면서도 전화는 쉴 새 없이 울렸다.

울려대는 전화와 책상 위에 놓인 서류는 분주한 하루를 예고하는 듯 했다.

△농업인 만족도 ‘으뜸’

경기 용인 백암면에서 옥수수‧감자‧양파 농사를 짓는 이규목(58) 씨는 임대사업소를 이용한 지 2년째다. 지난해 감자 비닐피복기를 처음 이용한 후 만족도가 높아 자주 찾고 있다. 온종일 걸리던 감자파종 작업이 임대농기계를 사용하며 반나절도 채 걸리지 않고 끝낼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 씨는 “임대사업소에서 저렴하게 빌려주니 농기계 구입부담이 없다”면서 “일년에 몇 번 사용하지도 않는 농기계를 몇백만원씩 주고 살 수 없지 않느냐”고 말했다.

농기계임대뿐만 아니라 농기계사용법, 활용법, 농기계특징, 신기술농법 등의 정보를 알 수 있는 것도 이 씨가 임대사업소를 찾는 이유다. 이날 이 씨는 자신의 밭 상태와 몇 조식으로 옥수수를 심을지 강진석 농기계팀장에게 설명하고는 진공방식의 옥수수파종기를 추천받아 임대해갔다. 이어 트랙터형 4조 콩파종기를 임대하기 위해 용인 이동면에서 김정환(72) 씨가 임대사업소를 찾았다. 김 씨는 3년째 임대사업소를 이용하고 있어 능숙하게 사무실 내에 책상에 앉았다. 김 씨는 커피한잔을 마시며 어제 내린 비로 싹이 제대로 올라올지 걱정했다.

김 씨는 “농기계를 구입해 사용하다 보면 정비‧점검을 제때 하기 어렵다”면서 “임대농기계는 정비‧점검이 된 상태로 불출하기 때문에 고장 걱정없이 사용할 수 있어 작업효율이 좋다”고 말했다.

강 팀장은 “용인은 주로 밭농업을 짓고 있어 관리기가 많이 임대되고 있다”면서 “지난 5월에는 지주설치기가 69건으로 가장 많은 임대횟수를 기록했다”고 말했다.

용인 농기계임대사업소는 지난 2015년 개소했다. 규모는 지상 2층 철골구조로 연면적은 660㎡이다. 지상 1층은 격납시설과 사무실, 공구‧부품실, 편의시설로 구성됐고, 지상 2층은 격납시설로 사용되고 있다. 총사업비는 10억원으로 시설비와 임대장비 각각 5억원이 들었다. 보유농기계는 트랙터와 로터베이터 등 31종 122대였지만, 현재는 35종 136대로 늘었다. 지난 5월에는 총 105건의 농기계를 임대하고, 392만6000원의 세외수입을 올렸다. 237만8000원이었던 전년 동기대비 약65% 증가한 것이다.

강 팀장은 “용인시 농업기술센터는 농업인의 높은 만족도와 임대수입 상승으로 분소개소를 계획 중”이라며 “올 초에는 분소 부지를 알아보기도 해 조만간 농업인에게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엔진오일 교환후 강진석 팀장과 임종철 실무관이 트랙터 내부구조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임대농기계 정비체험

점심시간이 끝나자 강 팀장과 임종철 실무관이 공구뭉치를 들었다. 하루 중 가장 한가한 시간이자 임대농기계 점검 및 정비가 가능한 유일한 시간이기 때문이다. 임대사업소 한쪽 바닥에는 크기별, 기능별, 사용별 공구가 가지런히 놓였다.

이날은 로타베이터 경운날 교체와 트랙터 엔진오일 교환, 심토파쇄기‧관리기‧땅속작물수확기 윤활유주입 등이 진행됐다. 우선 트랙터 엔진오일 교환작업이 진행됐다. 트랙터 엔진오일 교환은 차량엔진오일 교환과 달리 한쪽이 아닌 하부에 위치한 좌우 캡을 열어 차례로 진행된다. 엔진오일캡을 드라이버로 힘껏 돌리자 오래된 엔진오일이 배출됐다. 이어 새로운 엔진오일과 엔진첨가제를 주입하며 엔진오일 교환작업은 마무리됐다.

이날 정비의 백미는 로터베이터 경운날 교체였다. 호이스트에 매달린 로터베이터가 눈앞에 가까워지자 바닥에 놓여 있을 때보다 웅장한 크기에 압도됐다. 임 실무관이 바닥에 놓인 박스를 벗기자 총 21개의 경운날이 모습을 드러냈다. 경운날은 ‘ㄱ’자로 동일한 형태였다. 임 실무관은 익숙한 듯 빠르게 기존 경운날을 탈거해 나갔다. 탈거한 경운날을 받아들자 생각보다 무겁다는 느낌을 받았다. 임 실무관에 따르면 ‘ㄱ’자 형태로 동일해 보이는 경운날은 드라이버를 꽂는 홈 형태가 달라 아무생각 없이 작업하다가는 처음부터 다시 작업해야 하는 불상사가 발생할 수 있다고 당부했다. 경운날은 무게도 상당해 혼자서 홈에 드라이버를 넣고 조이기가 만만치 않았다. 사무실에 있던 송 실무관이 나와 경운날을 집어줬다. 하나하나 경운날을 로터베이터에 넣고 조이기를 한참을 반복하다 우려했던 상황이 벌어졌다. 경운날을 반대로 끼워 넣은 것이다. 임 실무관과 한참을 로터베이터에 잘못 끼워진 경운날을 찾느라 애를 먹었다. 결국 로터베이터 경운날 교체작업은 1시간여 만에 완료하며 한숨을 돌릴 수 있었다.

강 팀장은 “용인 농기계임대사업소는 지난 2015년 개소해 노후화기계가 많지 않지만, 전국 농기계임대사업소 상황을 전혀 다를 것”이라며 “농업인이 안전하게 임대농기계를 사용할 수 있도록 안전교육뿐만 아니라 완벽히 정비‧점검할 수 있도록 예산이 책정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농업인 의식 높아져야

임대농기계 예약접수부터 임대, 정비 등을 진행하자 어느덧 해가 넘어갔다. 농기계를 임대한 농업인도 하나둘 농기계를 반납했다.

농업인은 임대농기계 반납 시 다음 사용자와 원활한 관리를 위해 원칙적으로 세척작업을 진행해야 한다. 그러나 아쉽게도 다수 농업인이 세척에 큰 의미를 두고 있는 것 같지 않았다. 시간 내에 반납하는 것에 더 큰 의미를 두는 것 같았다. 강 팀장과 임 실무관은 반납된 농기계를 한 번에 격납고로 들이지 않았다. 2차 세척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강 팀장은 “용인시는 밭농업을 주로 하고 있어 농기계내부나 회전축 등에 흙덩어리가 붙어 있는 경우가 많다”면서 “임대농기계 내구연한과 다음 사용자를 위해 2차 세척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그는 “최근 농업인 의식이 높아진 만큼 큰 흙덩어리를 털거나 물이라도 묻혀오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미래위한 운영인력 절실

지난해 전국 농기계임대사업소는 443개소였다. 임대농기계 보유대수는 5만7555대다. 정부는 2025년까지 농기계임대사업소 820개소로 확대할 방침이다. 시‧군당 권역별로 5~6개소인 셈이다. 농업인 만족도도 높아 농기계임대사업은 지속해서 확대되고 있다. 문제는 운영인력이다. 현재 운영인력은 총1357명으로 정규직 905명, 계약직 452명이다. 최소인력대비 정규직 보유비율은 56.9%에 불과하다.

용인시 임대사업소는 강 팀장과 임 실무관, 송 실무관 단 3명이 전담하고 있다. 지난해 4월부터 11월까지 8개월간 매주 토요일 연장 운영했다. 올해도 3월부터 10월까지 연장 운영한다. 농번기가 시작되면서 농업인은 물론 주말을 이용해 농삿일을 하려는 귀농인이 꾸준히 늘고 있기 때문이다. 농업인뿐만 아니라 주말농사를 하려는 귀농인이 많다는 것은 분명 우리농업에 반가운 일이다. 그러나 단 3명서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까 의구심이 났다. 가령 강 팀장이 농업인을 위해 교육을 나가거나 또는 송 실무관이 몸이 좋지 않아 예약접수를 받지 못한다면…. 부족한 운영인력을 가진 전국 농기계임대사업소에 우리는 바라고만 있는 게 아닐까. 희생을 강요하는 우리농업의 민낯을 본 것 같은 씁쓸한 기분은 과한 것일까. 먹먹한 생각을 뒤로 하고 임대사업소를 나섰다.

김창수  csk@al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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