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천가능한 수출정책 마련돼야”

국산농기계, 품질 우수함에도 해외시장엔 수출부적합

정부차원 해외 실증테스트베드 활성화 및 R&D지원必

Q. 국내농기계 산업이 침체일로를 겪고 있다. 많은 업계관계자가 수출을 해결방안으로 꼽는데.

A. 오래 전부터 산학관연은 국내농기계 산업침체에 대응하기 위해 수출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어떤 방식으로 어떻게 진행하겠다는 구체적인 답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원론적인 이야기가 아닌 방법론적인 대안이 없다는 것이다. 업계가 오랜 기간 끊임없이 수출농기계를 개발할 수 있는 R&D지원을 주장함에도 말이다.

또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해외시장에 부합하는 국산제품이 많지 않다. 국산제품은 성능이나 기능측면서 우수지만, 해외시장에서는 가격이나 품질을 떠나 환경측면서 잘 맞지 않는 경우가 많다. 설령 적합하다 해도 환율 등의 문제가 있다. (주)그린맥스의 경우 중국수출에 적극 나서고 있지만 최근 환율상승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 같은 환경에서 금전적인 손해를 보면서까지 농기계를 수출할 업체는 많지 않다.

Q. 그렇다면 농기계업계에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

A. 국내업체가 선진시장에 진출해 매출을 이루기는 현실적으로 힘들다. 우리와 비슷하거나 혹은 낮은 기술력을 가진 국가에 진출하는 것이 맞다. 그렇다면 그 시장에 맞는 기술이 적용된 제품을 개발해야 한다. 농기계는 고가형보다 저가형 개발이 더 어렵다. 저가형은 경량화하고 단순기능을 적용함에 개발자체가 쉬울 것으로 많이들 생각한다. 그러나 신뢰성평가에 대해서는 어떨까. 아무리 저가형 농기계라도 성능과 내구성 등은 보장해야 한다. 1년 사용 후 고장이 날지, 2년 사용 후 고장이 날지 고민해야 한다. 반면 프리미엄모델은 가격을 낮추기는 어렵지만, 우수기능과 신기술을 지속해서 적용하면 된다. 이에 정부차원서 R&D지원을 해줘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국내업체가 해외시장진출을 위해 독자적으로 모든 제품라인업을 구성할 순 없다.

또 해외시장진출을 위한 시장조사의 경우에도 트랙터나 콤바인 등의 보급지표는 큰 의미가 없다. 물론 해외시장을 파악하는 기본정보일 수 있지만, 수출을 위한 현실성이 결여됐다고 본다.

Q. 국내업체가 독자적으로 수출을 진행하기는 많은 어려움이 따른다.

A. 농업기술실용화재단은 약 3년 전부터 해외시장 실증테스트베드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실증테스트베드사업은 재단에서 국내농기계를 직접 구입해 중국과 베트남, 카자흐스탄 등에서 실증‧시연하는 것이다. 지난해 (주)그린맥스의 경우 재단과 중국 산둥성 농업과학원이 공동진행한 실증테스트베드사업에 참가해 마늘파종을 직접 시연했다. 시연에서 끝나는 것이 아닌 관행적으로 진행됐던 중국농기계와 농약, 농자재 등과 비교해 데이터를 산출한다. 모든 공법은 싹이 자라는 단계별 데이터로 기록된다. 국내업체입장에선 이런 데이터가 무척이나 중요하다. 국내농가에 농기계를 공급하면 이런 데이터를 산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비록 업체가 직접 시연해야하기에 체류비용과 인력 등 만만치 않은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재단은 농기계구입 및 AS비용 등을 업체에 지불하며 지원하고 있다. 또 이 같은 농기계수출을 위한 비용지원뿐만 아니라 국내서 내구성테스트를 진행해 개선사항 등을 알려준다. 업체입장에선 큰 도움이 된다.

Q. 수출을 위한 효과적인 접근방법은.

A. 농기계수출을 위해선 재단이 실증테스트베드사업을 주도한 것처럼 기관에서 나서야 한다. 국내업체가 독자적으로 해외기관과 직접 테스트를 진행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특히 국내업체는 농업인이나 대리점에 제품을 공급해 받는 데이터가 한정적이고 신뢰성도 약하다. 반면 실증테스트베드사업를 진행하며 얻은 데이터는 산둥성 농업과학원에서 제공해 업체입장에서도 제품개발은 물론 수출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

또 최근에는 우리농기계도 중국에서 융자지원을 받을 수 있게 됐다. 그러나 영세한 국내업체가 독자적으로 움직여 진행할 여력은 크지 않다. 또 바이어가 진행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관련기관이 나서야 하는 이유다.

Q. 국내 농기계산업이 급변하고 있다.

A. 국내 농기계산업은 점차 선진국의 비즈니스형태로 변모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농기계시장 구매자가 전업농업인과 취미농업인으로 분리된다. 전업농업인은 구보다나 존디어 등 고가 트랙터를 주로 구입한다. 취미농업인은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한 농기계를 구입하고 있다. 실제 전북 장수에 필드테스트를 나가보면 과수원 1만평에도 트랙터가 없다. 충남 논산의 수많은 비닐하우스도 마찬가지다. 취미농업인이 고가 트랙터를 구매해 이윤을 창출하기는 어렵다. 이런 것을 고려해 수출에 접근해야 한다.

Q. 끝으로 국내 농기계산업에 대해 제언한다면.

A. 산학관연은 국내농기계 산업침체로 우려와 걱정이 크지만, 돌파구로는 결국 해외수출이 살길이라 말한다. 그러나 개인적으로는 목표에 상응하는 실행성이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말로만 해외수출이 살길이라면 크게 와 닿지 않는다. 메아리일 뿐이다. 아마 다수의 농기계업체는 가까운 미래에 농기계분야와 함께 수요가 큰 산업용으로 이동할 것이다.

대북정책은 통일부가 집행할 것이다. 농기계업체들은 큰 목표를 가지고 움직여야 할 것이다. 예를 들어 북한에 농기계테스트베드나 토지 등을 지원한다면 아마 다수의 업체가 적극적인 행동을 취할 것이다. 이런 큰 틀에서 농기계산업이 움직였으면 한다.

김창수  csk@alnews.co.kr

<저작권자 © 농축산기계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