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축산기계신문 창간 2주년 기념 특별대담 -

“농기계 남북경협, 신성장동력으로 받아들여야”

조합산하 ‘(가칭)북방교류위윈회 T/F팀’ 조직구성 예정‧‧‧전체 로드맵 구축

북한노동자 월급 70불, 남한의 1/20수준, 중국 선점견제‧‧‧진출 서둘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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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남북관계의 평화무드 조성으로 남북 농기계교류협력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우리 농기계 시장규모는 10년 넘게 연간 2조원대에 머물며 장기불황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수출은 다소 회복세로 들어섰다고 하지만 내수시장은 끝없이 시장수요가 줄어들고 있다. 우리 농기계산업의 새로운 성장동력이 절실히 필요한 시점이다. 이런 가운데 이번 남북 교류협력 재개 움직임은 우리에게 놓칠 수 없는 기회로 다가오고 있다. 특히 산업체의 이익을 대변하고 있는 농기계조합의 기능과 역할이 중요할 것으로 판단된다. 본지는 창간 2주년을 맞아 본지 정상진 발행인과 김신길 한국농기계공업협동조합 이사장과의 자리를 통해 변화하고 있는 남북관계가 우리 농기계산업에 미치는 영향과 향후 전망에 대해 살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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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신길 이사장

정상진 발행인

정상진 발행인: 농기계 내수시장의 부침이 장기화되고 있다. 현장을 다녀보면 농기계사업을 접고 다른 일을 시작하는 것이 낫겠다는 목소리마저 들리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남북정상회담과 북미정상회담의 성공개최는 남북 농기계교류협력의 가능성을 높여주는 가뭄의 단비와도 같은 반가운 소식이다. 특히 수요처를 찾지 못해 매출감소를 겪고 있는 농기계생산업체 입장에서는 남북 교류협력이 새로운 시장확대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러나 남북 농기계교류협력이 재개된다고 하더라도 적지 않은 어려움이 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공적원조 개념인 지원사업이 경협으로 이어지기까지는 여러 이해득실을 따져봐야 하고 남북의 정치적 안정은 물론 북한의 정책적 전략노선과 기반 인프라 등 풀어야 할 숙제들이 산적하기 때문이다.

김신길 이사장: 3년전 어려운 시기에 조합이사장으로 선출되어 가장 먼저 추진한 일들은 흐트러진 조합을 추스르고 장기불황에 빠져있는 우리 산업계의 새로운 성장동력을 발굴하는 일이었다.

우선 공정한 조합으로 거듭나고 조합내부의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해 공인회계사를 통한 외부감사를 받으며 깨끗한 조합으로 거듭났다고 자부한다. 조합의 모든 사업이 이사장에게 집중되어 있는 관행에서 탈피해 4개의 위원회를 신설해 위원장에게 권한을 위임하고, 지역별 협의회의 현안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조합의 팀장급이 의무적으로 협의회에 참석토록 해 소통을 활성화하는데 힘썼다.

우리 산업체의 새로운 먹거리를 발굴하기 위해 정부와 협력체계를 마련해 밭농업기계 보급촉진을 위한 정책지원을 이끌어내고, 동남아 수출시장 개척을 위해 ODA 사업과 연계하는 등 다각적인 추진을 하고 있다. 그러나 남북 농기계교류협력은 우리 산업의 구조를 단번에 바꿀 수도 있는 매우 중차대한 사안이다. 그래서 더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

발행인: 남북 교류협력이 시작되면 우리만 북한과 접촉하는 것이 아니다. 미국은 비핵화를 전제로 한반도의 종전선언을 한다는 계획이다. 그 시기는 UN‧미국의 15개 대북제재를 해제하는 올 하반기 또는 내년 초가 될 것으로 전문가들이 예측하고 있다. 대북제재가 해제돼야만 교류협력이 본격화 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남한은 한반도 종전선언 당사자가 아니다. 종전선언 당사자는 미국‧중국‧북한으로 미국과 중국은 종전선언을 대가로 대북진출을 받아낼 가능성이 높다. 그럴 경우 경협의 핵심 노른자위를 빼앗길 가능성도 있다.

이사장: 농업은 생존문제이기 때문에 대북제재가 다 해제되지 않더라도 인도적 입장에서 정치적 중립을 가지고 북한과 교류협력을 추진할 수 있을 것이다. 북한은 UN이 정한 식량부족국가로 아직도 1000만명이 식량부족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북한이 안정적인 식량 생산체계를 갖추기 위해서는 농업기계화가 필수다. 우리도 근대 산업화시기에 농업기계화를 통해 산업인력을 확보할 수 있었다. 경운기 1대면 인력 30명을 대신할 수 있다. 관리기 한 대가 40명의 인력을 대신한다. 북한은 국가경제발전 5개년 전략에 따라 경제건설에 총력을 다 할 것으로 보인다. 결국 농촌인력이 대거 빠져나가야 하기 때문에 농업기계화가 꼭 필요하다. 그럴 경우 북한실정에 경험이 있는 남한과의 교류협력이 우선될 수밖에 없다. 우리 조합은 농업기계화와 관련해 수십년의 경험이 축적되어 있다. 이를 바탕으로 북한과의 교류협력에 있어서 보다 강점을 가지고 접근해 나갈 계획이다.

발행인: 문재인 대통령이 김정은 위원장에게 제안했다고 알려진 ‘한반도 신경제지도’에 따르면 목포‧개성‧남포‧평양‧신의주를 잇는 서해안 벨트를 산업‧물류벨트로 제시하고 있다. 또한 송영길 북방경제협력위원장의 북방경제전략에 따르면 인천‧개성‧해주‧황해도를 자유무역지대로 산업단지화 하는 계획이 들어있다. 결국 북한에 남북 농기계생산기지가 추진된다면 물류가 유리한 개성, 해주, 남포 등이 유력할 것으로 보인다. 필요할 경우 경기북부에서 전력이나 원료, 원자재 공급도 가능할 것으로 생각된다.

이사장: 그 의견에 동의한다. 남북경협이 본격화되면 개성‧남포를 중심으로 한 지역, 원산지역, 나진‧선봉지역 신의주‧단동지역 등 4개 지역이 중점적으로 개발된다고 알고 있다. 그러나 농기계산업은 그와 관계없이 우리 나름대로 북한과의 협의를 통해 지역을 선정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조합은 이를 위해 조합산하에 (가칭)북방교류위원회 T/F팀을 구성해 각계 전문가들과 함께 이에 대한 청사진을 구상할 계획으로 있다.

발행인: 우리 산업이 북한과의 교류협력사업을 추진하게 되면 정부의 심사를 거쳐 남북교류협력기금에서 1:1 매칭펀드로 자금을 지원해 주고 있다. 지금 당장은 지원사업으로 추진될 전망이니 문제가 없겠지만 2~3년 후 경협으로 발전할 경우 상당히 큰 투자비용이 발생한다.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는다면 가능한 일이지만 타 사업과의 형평성으로 인해 우리 산업체 독자적인 자본만으로 진출한다면 감당하기 어려운 사업이다.

이사장: 그 부분이 가장 걸리는 부분이다. 북한경제에서 농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기 때문에 충분히 정부의 정책적인 지원이 뒤따를 것으로 기대하고 있지만 설사 그렇지 않다고 해도 우리 농기계산업은 북한과의 경협을 추진해야만 한다. 새로운 시장수요를 확보해야 하는 것이 당면과제이기 때문이다. 필요할 경우에는 조합소유의 서울건물을 처분해서라도 사업추진하는 방안도 고려해 볼 수 있다. 한 가지 걸리는 부분은 조합원사가 600개 기업에 이르는데 남북경협을 통해 직접적인 혜택을 보는 기업은 100여 기업에 불과할 것으로 예상된다. 즉 형평성 부분에서 걸리기 때문에 좀 더 논의를 해봐야 할 부분이다. 또한 조합원사의 물류비용을 줄이기 위해 중부지역에 회원사를 위한 4만~5만평 규모의 물류센터를 검토하고 있다. 이 물류센터의 수익금을 활용하는 방안도 고려해 볼 수 있다.

발행인: 남북경협이 본격화 된다고 해도 풀어야 할 난제들이 산적할 것으로 예상된다. 북한지역에 농기계생산기지를 구축할 경우 전력‧에너지‧도로‧용수 등의 기반시설과 원자재‧부품공급‧물류 등 인프라 조성이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또한 개성공단 노동자의 한 달 인건비가 70달러로 현재는 남한수준의 20분의 1도 되지 않지만 개방화가 되면 중국의 외국투자기업 사례에서 보듯이 인건비 상승압박으로 원가경쟁력을 잃어버릴 수도 있다. 이러한 부분에 대해서도 대비해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

이사장: 북한 노동자의 임금이 가파르게 상승한다고 해도 동남아를 포함해 동아시아권에서는 가장 경쟁력 있는 임금구조다. 오히려 염려스러운 것은 중국기업이다. 아무리 남북이 언어‧문화가 같은 민족이라고 하더라도 경제는 경제논리로 간다. 값싼 중국제품이 밀려들어오면 우리가 설 땅이 없다. 그래서 속전속결로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깃발을 꽂아야 한다. 생산기지, 조립공장, A/S센터를 구축하고 우리제품의 친화력을 높이는데 다각도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발행인: 남북 농기계교류협력은 현재 처한 우리 농기계산업의 구조를 생각할 때 선택의 여지가 없는 신성장동력으로 받아들여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다만 2000년대 초 경험했던 실패사례가 반복되지 않도록 철저한 준비와 정책일관성을 가지고 접근해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그러기 위해서는 공정성과 투명성이 보장된 컨트롤타워를 통해 일관성 있는 정책추진이 이뤄져야만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그런 점에서 산업체를 대표하는 농기계조합의 기능과 역할이 막중하다고 할 수 있다.

이사장: 불필요한 정책낭비를 막고 산업체의 사업추진에 혼선을 주지 않기 위해서라도 창구의 일원화는 먼저 해결돼야 할 부분이다. 이미 통일부‧농식품부와 농기계교류부분은 농기계조합으로 창구를 일원화 해달라는 요청해 긍정적인 답변을 받았다. 각 지자체와 민간단체에서 인도적차원의 대북지원을 추진하더라도 농기계공급만큼은 조합을 경유하도록 할 계획이다. 또한 경협추진까지 모든 추진사항들은 정부‧학회‧유관기관‧산업체 등과 전체적인 로드맵을 마련해 단계별로 추진할 계획이다. 

김창수  csk@al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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