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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에 새로운 평화의 바람이 불어오고 있습니다. 지난 4월과 6월, 남북정상회담에 이은 북미정상회담의 성공적인 개최를 계기로 향후 남북교류의 물꼬가 트일 것이라는 전망입니다. 이는 정체상태에 머물고 있는 우리 농기계산업에도 적지 않은 변화를 줄 것으로 예상됩니다.

현재 우리 농기계산업은 전례 없는 장기불황속에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연간 2조 원대에 머물고 있는 시장규모는 더 이상 늘어나지 않고 오히려 매년 감소추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농기계수출은 지난해 9억달러를 돌파해 상승세를 타고는 있지만 몇몇 대기업에만 한정돼 체감하기 힘들고, 내수시장은 공급포화로 인한 과당경쟁과 수요감소로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새로운 시장확대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농기계산업 전체의 붕괴마저 우려되는 상황입니다.

이런 어려운 상황에서 남북 농기계교류협력은 시장확대를 위한 새로운 돌파구가 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남북 농기계교류협력이 순조롭게 진행되기에는 풀어야할 난제가 적지 않습니다. 이미 2000년대 초 남북 농기계교류협력을 통해 실패를 경험했던 사례가 있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북 농기계교류협력은 우리 농기계산업의 생존을 위해 절대 놓칠 수 없는 기회이자 희망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철저한 사전준비가 필요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첫째, 우리와 교역상대가 될 북한에 대해 제대로 알고 이해하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북한은 더 이상 과거 우리가 알던 헐벗고 굶주린 허약한 대상이 아닙니다. 20년 전부터 강성대국을 목표로 핵무장을 준비해 왔습니다. 김정은 집권 이후에는 국가경제발전 5개년 전략에 따라 치밀한 준비를 끝내고 국제사회의 일원으로 나서고 있습니다. 기술수준도 크게 뒤떨어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그들만의 주체농업으로 식량자급률도 90%가 넘습니다. 농기계교류협력에 앞서 좀 더 면밀한 조사가 필요합니다.

둘째, 우리 농기계산업이 처한 현실과 우리가 가지고 있는 능력에 대해 깊이 고민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국내 타산업과 비교해 농기계산업 기반은 그리 공고하지 않습니다. 수요감소로 새로운 시장을 찾지 못하면 산업전체가 무너질 수도 있는 상황입니다. 지피지기(知彼知己)면 백전불태(百戰不殆)라고 합니다. 줄 것이 있어야 얻을 것이 있습니다. 북한과의 경제협력은 철저한 경제논리에 의해 추진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러기 때문에 우리가 줄 수 있는 것에 대해 진지한 고민이 필요합니다. 내놓을 것이 없다면 선물보따리를 잔뜩 준비하고 있는 중국, 미국, 일본에게 자리를 내어줄 수밖에 없습니다.

셋째, 우리가 얻고자 하는 최종 목표를 명확하게 정리할 필요가 있습니다. 목표가 명확해야 길을 잘못 들어도 돌고 돌아 목적지에 도달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에게는 새로운 수요처로 북한시장이 필요합니다. 또한 북한과의 지리상 이점을 이용해 2억 명이 넘는 동북3성, 연해주, 러시아의 농기계시장을 염두에 둬야 합니다. 아울러 북한의 값싼 인건비로 만들어진 농기계의 가격경쟁력을 무기로 동남아 신흥시장을 개척해야 합니다.

이상과 같은 일들이 추진되기 위해서는 체계적으로 남북 농기계교류협력을 계획하고 추진할 수 있는 최상위 의결기구가 필요합니다. 정부 내의 정책부서가 있지만 전문성과 정책일관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범부처, 산‧학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조직이 필요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공정성과 투명성을 갖춰야 합니다. 이제 시작입니다. 남북 농기계교류협력, 지금 어떻게 준비하느냐에 따라 우리 농기계산업이 흥(興)할 수도, 망(亡)할 수도 있습니다.

발행인 정상진

정상진  jsj@al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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