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기계지원, 북한농업인 소득증대에 초점 맞춰야”
 

지속가능한 상호협력체계 구축필요, 북한 자본시장에도 주목해야
인건비와 농기계사용 경합 따져야, 과거 지원사업 교훈 돌아봐야

지난 4월과 6월에 열린 남북정상회담과 북미정상회담의 성공적인 개최를 계기로 남북 농기계교류협력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현재 북한은 식량부족문제를 해결하고 경제발전을 이루기 위해 경제발전 5개년 전략에 따라 농림축산업부문의 기조를 강화하고 있다. 또한 종합적 기계화를 통해 기계화 비중을 2020년까지 60~70% 수준으로 높인다는 계획이다. 이에 따라 남북 교류협력 재개시 농업부문의 협력이 불가피해짐에 따라 우리 농기계산업도 효율적인 남북 농기계교류협력을 위해 구체적인 전략과 체계적인 로드맵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이러한 기조에 맞춰 (사)한국농업기계학회는 지난달 19일 서울대학교에서 한국농기계공업협동조합과 공동주최로 ‘농기계·자재 남북교류협력방안’이라는 주제로 학회포럼을 개최했다. 각계 전문가와 산업체 관계자 등 50여명이 참석한 이번 포럼에서 어떤 주제들이 발표됐는지 논의된 내용들을 살펴본다.

● 행사명: 2018 제1차 (사)한국농업기계학회 포럼
● 주제: 농기계·자재 남북교류협력방안
● 일시: 2018년7월19일(목) 13:00~17:30
● 장소: 서울대학교 SPC 농생명연구동 203동 101호
● 주최: (사)한국농업기계학회,
           한국농기계공업협동조합
● 주관: (사)한국농업기계학회

● 주제발표
Ⅰ. 북한의 농업기계화와 남북협력방향
   - 이중용 교수(서울대학교)
Ⅱ. 북한 농업정책변화와 온실현황 및 교류협력 방안
   - 이용범 석좌교수(원광대학교)
Ⅲ. 대북 농자재지원사업의 내용과 효과
   - 강영식 사무총장(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
Ⅳ. 북한 농업기계화의 의미와 성공요인
   - 남상일 정책소위원장(한국농업기계학회)

이날 포럼에는 대북전문가와 산업체 관계자 등이 참석해 높은 관심을 보였다. 주제발표자로 나선 이중용 서울대교수는 최근의 북한동향과 함께 한반도 신경제지도 구상에 따른 향후 남북 교류협력의 추진방향에 대해 심도 있는 내용들을 다뤘으며, 이용범 원광대 석좌교수는 북한의 식량생산과 관련한 최근동향 및 농업생산형태의 변화에 대한 상세한 자료제시로 눈길을 끌었다. 남상일 박사는 성공적인 남북 교류협력사업을 위한 비즈니스모델 개발사례와 접근방법에 대해 체계적인 대안들을 제시했으며, 강영식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 사무총장은 대북협력사업의 경험을 바탕으로 농자재 지원사업의 주의해야 할 점들에 대해 소상한 정보들을 제공했다.
이중용 교수는 북한시장은 이미 지하경제 위주로 발전하고 있는 모습들에 대해 전제하고, 한반도 신경제지도에 따른 농업분야 추진전략 기본방향으로 단계적이고 점진적인 관민의 역할분담, 북한농업과의 연계성, 북한주민의 삶의 질 향상과 주거환경 개선, 지속가능한 협력체계 구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주목할 점으로 최근 북한이 텃밭을 허용하면서 개인소유의 텃밭이 늘고 있다는 점을 들어 개인적으로 북한에서 개인이 농기계구매를 원한다면 협동농장을 위해서가 아닌 개인텃밭을 위해 구입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아울러 남북교류협력을 위해서는 우선 북한의 신뢰할만한 정보수집과 동시에 북한의 경제개발전략 중 농업부문을 본석하고, 한반도신경제구상에 농기계산업의 소리를 전달할 수 있는 연구가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이용범 석좌교수는 수십 차례 북한 시설원예 기술지원을 위해 왕래를 하면서 겪어왔던 경험을 바탕으로 북한에 대한 상세한 정보를 전했다. 북한은 2000년 이후 식량생산과 외부조달을 통해 식량수급이 안정되는 추세지만 북한이 사용하고 있는 비료는 100% 질소비료로 토지의 산성화를 가속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정은 시대의 농정은 김정일 농정의 계승과 함께 새로운 개혁조치를 단행해 농장의 비용을 현금으로 보장하고, 국가와 농장이 농산물을 일정비율로 분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농가단위 자율경영권을 도입해 농가책임경영농지는 노동력 1인당 0.3ha를 배분하고, 국가수매 40%, 농가소득 60%의 비율로 분배하고 있다고 한다. 북한의 자본주의식 시장이 운영되고 있으며, 평양 등의 도시에 약 300여개의 상설로 운영되는 종합시장을 통해 지정품목을 자유롭게 판매할 수 있으며, 전국에 분포한 장마당(농민시장)은 매 10일마다 일정시간 장소에서 판매가 이뤄지고 있음을 소개했다. 또한 UN제재와 개혁이 진행되면 북한농업생산이 비약적으로 증대할 것으로 전망했다.
남상일 박사는 농기계의 특징은 인건비와 농기계사용이 경합하는 문제를 간과해서는 안된다고 지적하며, 북한지역 농촌인건비에 따라 적정 농기계가 있기 때문에 그에 맞는 농기계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고 역설했다. 또한 북한 농업기계화사업을 지원한다면 식량증산뿐만 아니라 북한농업인 소득도 증대할 수 있도록 접근하는 것이 현실적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대북 농기계지원사업은 농기계와 함께 비즈니스모델, 부품공급체계, 농작업교육, AS교육 등이 패키지로 함께 추진되어야 좀 더 성공가능성을 높여준다고 주장했다.
강영식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 사무총장은 2000년초 대북 농기계지원사업을 통해 얻은 교훈이 있다며, 지원사업 실행보다 지원환경에 대한 고려가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지원사업이 추진중에 남북경색으로 지원사업이 중단되면 사업중단으로 인한 신뢰가 무너질 위기에 처하게 된다며 사업중단시 피해를 최소화하는 위험성 평가가 수반되어야 하고, 남북관계 중단시에도 북한이 자체적으로 남한 농기자재를 유지보수 할 수 있도록 사업기획 단계부터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북한의 농업기계화와 남북협력 방향 (이중용 교수)

이중용 교수

남북경제협력에서 농업기계 분야는 중요한 부문을 차지한다. 예전 진행된 남북교류과정에서 북한농업인은 남한의 농기계를 이용한 경험이 있다. 이제 북한을 대하는 기본적인 정보를 수집·분석할 시점으로 볼 수 있다. 통일원이 발간한 북한이해라는 책을 보면 남북문제를 언급하며 균형과 객관적으로 이해해야 한다고 제안하고 있다. 특히 북한은 선전 자료와 실상이 따로 공존한다. 두 가지 모두 종합적으로 판단할 필요가 있다. 또 사회·경제적은 문제도 자유와 인권, 복지 등의 보편적 가치를 학습해 판단해야 할 것이다.
오늘날 북한은 남한이 말하는 개혁·개방이 아닌 경제건설에 대해 논하고자 한다. 남한은 북한 경제발전을 위해 지원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북한은 지원이란 단어에 거부감을 나타내고 있다. 즉 대등한 입장에서 투자를 유치하겠다는 것이다.
2013년 통계청이 발표한 남북한 사회·경제 주요지표를 보면 인구는 남한이 5022만명으로 2454만명인 북한보다 2배 이상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1인당 GNI는 남한이 2870만원이었으며, 북한 138만원보다 20배 이상 높았다. 또 발전설비용량은 남한이 8696만9000kW로 북한 724만3000kW보다 12배나 높았다. 도로총연장도 남한이 10만6414km였던 반면 북한은 2만6114km로 우리보다 인프라가 턱없이 부족한 것으로 드러났다.
농기계분야를 고려할 때 인구분포가 중요하다. 현재 북한의 인력구조는 남한보다 젊다. 북한의 내각은 경공업성과 금속공업성, 석탄공업성 등 공업관련부처가 구분된 것이 특징이다. 농업성은 남한의 농림축산식품부 역할을 하는 것으로 판단되며 임업성과 식료일용공업성이 분리된 것도 주목된다. 농기계공장은 규모에 따라 기계공업성 소속과 농업성 소속으로 구분됐을 것으로 추정된다.
북한시장은 지하경제 위주로 발전하고 있다. 2017년 후반 쌀 가격을 보면 안정된 모습을 보인다. 산업별 성장률도 2010년대 들어서며 세 번 정도 마이너스 성장을 했지만, 농업부분은 전반적으로 플러스 성장을 거두고 있다. 또 북한은 중국하고만 수출입을 하는데 품목을 살펴보면 전체액수가 큰 폭으로 줄었다. 그러나 최근 북한의 수입품을 보면 식량보다는 생필품이 주를 이룬 것으로 나타났다. 제재이전에는 원유가 가장 큰 수입 품목이었다. 2014년 조선이코노미에서 발표한 남한기업 진출 시나리오는 보면 농기계업체는 빠져 있지만, 한반도 신경제지도 구상과 북한의 경제개발5개년은 상당히 닮았다. 이에 상호공동추진이 가능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남한 신경제지도와 북한 경제개발구가 지역적으로 유사하기 때문이다. 한반도 신경제지도 농업분야 추진전략 기본방향을 보면 첫째 단계·점진적 관민의 역할분담, 둘째 북한의 농업정책과 연계, 셋째 북한주민의 삶의 질 향상과 주거환경 개선우선, 넷째 지속가능한 협력체계 구축이다. 북한정부가 발표한 국가경제개발 전략계획에는 발전소 송전망 건설, 평양국제공항 건설, 청진 중공업지구, 남포IT산업단지 조성 등이 있다.
북한농업의 특징은 남한(169만1000ha)보다 경지면적 191만ha로 더 크다는 것이다. 해방당시에는 남한이 북한보다 경지면적이 컸다. 그러나 북한은 식량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개간을 하다 보니 남한보다 경지면적이 증가했다. 또 농가인구비중이 남한은 5%지만 북한은 30%가 넘는 수준이다. 많은 인구가 농업에 종사하기 때문에 경지규모가 남한보다 훨씬 작다. 특히 북한의 농업생산성은 2.58톤/ha로 남한 4.77톤/ha대비 낮았다.
북한의 농업관리조직은 농업성과 도차원의 경리위원회, 군단위의 경영위원회로 구성됐으며, 주요특징은 군마다 농기구공장과 농기계사업소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북한은 사회주의 부귀영화를 목표로 기술발전을 이루고 있다. UNDP와 FAO에서 북한에 지원한 농업복구 및 환경보호(AREP)계획을 보면 연료부족이 심각하고, 부품표준화가 미흡해 수리문제가 많은 사실을 알 수 있다. 최근 북한의 농업기계화를 위한 산업구조를 보면 연구개발은 농업기계화연구소, 제조는 금성트랙터종합공장을 비롯한 약 16개공장이 있다. 또 소비자에게는 협동농장이 있다. 주목할 점은 최근 북한이 텃밭을 허용하면서 개인소유의 텃밭이 늘고 있다. 개인적으로 북한에서 개인이 농기계구매를 원한다면 협동농장을 위해서가 아닌 개인텃밭을 위해 산다는 것이다. 또 과거에는 농업과학원 산하의 농업기계화연구소가 있던 반면, 지금은 농업과학원이 아닌 농업성농기계연구소가 직접 농기계를 직할체제로 가지고 간다는 것이다. 북한은 배급하는 사회체제이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AS나 판매부분이 빠져있다. 물론 AS공장은 농기계군단위공장이 일부 수리지원을 겸하고 있다. 최근 북한은 더 이상 배급중심이 아닌 경쟁체제를 시도하고 있다. 북한에 대한 지원은 남한이 주도할 수 있겠지만 판문점 선언이후 북한의 자주적 정책방향 설정이 중요하다. 우선 북한의 신뢰할만한 정보수집과 동시에 북한의 경제개발전략 중 농업부문을 분석하고, 한반도신경제구상에 농기계/자재산업의 소리를 전달하기 위한 연구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남한의 농업기계분야는 기술적으로는 스마트농업, 현장에서는 밭농업기계화에, 산업적으로는 수출산업으로 육성하기 위한 정책이 시행되고 있다. 특히 남북경협의 주체로서 기능을 수행해야 하므로 제한된 자원과 인력분배와 함께 역할수행의 협조, 정보공유를 도모할 체계를 장단기로 구분할 필요가 있다. 

■북한 농업정책 변화와 온실현황 및 교류협력 방안 (이용범 석좌교수)

이용범 석좌교수

2014년 세계 기아지도를 보면 한반도 내에서 북한은 최악의 상황에 직면해있었다. 세계은행이 2012년 조사한 결과 영양실조로 인한 저체중 유아비율은 15%로 개선되고 있지만, 아직 최빈국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5살 되기 전 유아사망률은 29명으로 중국의 2배, 남한의 7배로 아시아지역에서 가장 높다. 2017년 유엔산하 5개기구(FAO, IFAD, UNICEF, WFP, WHO)가 작성한 보고서를 봐도 영양실조 어린이와 여성이 10년 전과 비슷하다. 올해 FAO에서도 외부로부터 식량지원이 필요한 식량부족 39개 국가 중 하나로 지정했다.
북한은 2000년 이후 식량생산과 외부조달을 통해 식량수급이 안정되는 추세다. 우려되는 사항은 농사를 본격적으로 지으면서 비료사용이 증가했다는 것이다. 특히 북한에서 수입하는 비료는 100% 질소로 토지의 산성화를 가속화하고 있다.
북한의 관개현황을 보면 1999년부터 평안남북도를 중심으로 대규모 관개수로를 조성해 쌀을 생산하고 있다. 그러나 물을 떠다 사용할 수 있는 펌프가 거의 없다. 물길을 이용해 높은 곳에서 낮은 쪽으로 이동하는 방식을 채택해 벼농사에는 큰 문제가 없지만 밭농사는 다르다. 먼저 개천-태성호 물길은 1999년 11월부터 2002년 10월까지 공사를 진행했고 물길길이가 154km로 관개면적은 9만9610ha다. 수혜지역은 평안남도와 평양시의 10여개 시군지역으로 곡물증산 8.7만톤, 전력절감 연 1억4500만kWh(FAO타당성보고서 기준)이다. 백마-철산 물길은 2003년 5월부터 2005년 10월까지 공사를 진행했으며 물길길이는 168.5km, 관개면적은 4만6750ha이다. 수혜지역은 평안북도 피현군, 용천군, 염주군, 동림군, 철산군, 신의주 100여개 협동농장이며 곡물증산은 10여만톤, 전력절감은 연 2억6300만kWh다.
북한의 식량작물 생산현황을 보면 약 450만톤 정도로 남한과 거의 같다. 2000년 중반부터 쌀 생산량이 안정화됐다. 그러나 북한은 옥수수와 쌀을 합한 총량이지만, 남한은 쌀 생산량만을 뜻한다. 기상의 영향을 많이 받는 옥수수는 생산량의 변화폭도 컸다.
북한 농업기술수준은 남한대비 벼나 옥수수가 약 70%이하로 파악된다. 감자는 지원을 통해 60%정도의 기술수준을 갖췄다. 과수는 해방부터 지금까지 지속해서 투자되는 작물이지만 53%정도다. 채소는 46%정도로 가장 취약한 것으로 보인다. 생산성도 마찬가지이다. 벼와 옥수수는 남한대비 80%정도지만, 채소는 40%정도다. 북한은 채소연구가 제대로 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북한의 농업생산성이 낮은 요인으로는 크게 농업생산용 농자재공급과 농업생산기반, 농업생산시스템 부족을 꼽을 수 있다. 먼저 농업생산용 농자재공급은 비료나 농약공급이 부족하며, 농기계가 낙후됐다. 또 우량종자와 비닐공급, 농업에너지가 부족하다. 농업생산기반은 관개시설 부족과 저장시설 미비, 자연재해 피해복구 미흡, 토양황폐화자 주된 이유다. 농업생산시스템은 집단농장 형태에서 생산성증대 동기부족, 생산증대에 따른 인센티브제도 미흡, 주곡중심의 농업정책이다.
북한은 1970년대 주체농업을 도입했으나 실패해 농업생산성이 저하됐다. 1980년대 당시 식량생산량은 500만톤을 약간 상회하는 정도였다. 1990년대에는 사회주의 국가들의 몰락과 함께 외부로부터 지원과 수입이 중단됐다. 또 경제상황 악화로 농업원자재 생산이 급격히 저하되기도 했다. 김정일 시대의 농정은 식량위기 후 문제 대응형 방식이었다. 식량생산 증대를 위해 다모작 및 감자재배를 확대하고, 우량종자 확보에 힘썼다. 가축 사육체계도 초식가축 확대와 농가  업형 축산체계를 마련했고, 자연흐름식 관개수로를 개설했다. 그러나 개혁·개방이 부진했으며, 농업생산 일부는 개선됐지만 현상유지정도다. 특히 재정난과 통화팽창으로 고도 인플레이션을 초래하기도 했다. 김정은 시대의 농정은 김정일 농정의 계승과 함께 새로운 개혁조치를 단행했다. 농장의 비용을 현금으로 보장하며 국가와 농장이 농산물을 일정률로 분배하는 등이 핵심내용이다. 또 농가단위 자율경영권을 도입했다. 농가단위 자율경영권은 협동농장과 기업소의 자율경영 도입과 협동농장의 작업분조 폐지, 농가단위 책임제 도입을 말한다. 농가 책임경영농지는 노동력 1인당 0.3ha를 배분하고, 국가수매 40%, 농가소득 60%를 분배했다. 특히 김정은은 경제개발구와 경제 5개년전략 등의 새로운 농업개혁 조치를 취하고 있다. 북한시장은 평양 등 도시에 있는 종합시장과 도시를 제외한 전국에 분포한 장마당(농민시장)이 있다. 종합시장은 상설로 운영되며 지정된 매대에서 지정된 품목을 자유롭게 판매하며 운영개수는 약 300개이다. 장마당은 매 10일마다 일정시간 지정된 장소에서만 운영된다. UN제재와 개혁이 진전되면 북한농업생산이 비약적으로 증대할 것으로 보이며 농산물 수출도 기대된다. 농업문제와 발전조건으로는 개혁부진과 자본부족의 함정으로 비핵화이행과 UN제재가 해제돼야 한다. 또 북한의 개혁드라이브와 국제사회의 대규모 자본 및 기술지원을 동시이행해 문제해결의 근본적이며 장기적인 해결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작은 협력을 통해 큰 변화를 견인하는 농업협력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성과를 지속할 수 있는 농업협력사업을 추진해야 하고 지원과 교역을 통해 북한 농업발전 방향으로 견인해야 할 것이다.

■북한 농업기계화의 의미와 성공요인(남상일 박사)

남상일 박사

기존 남한이 진행한 다양한 농업지원사업 중 농기계지원사업은 성공적이지 못했다. 여타작물보다 농기계지원사업은 훨씬 복잡하고 어렵기 때문이다.
농업기계화는 국가나 국민이 생각하는 필요성에 따라 개념이 다르다. 먼저 국가는 발전하기 위해 공업화를 추진한다. 공업화를 추진하면 자연스레 인력이 농촌에서 도시로 이동하며, 농촌지역의 부족한 노동력을 메우기 위해 농기계를 투입하게 된다. 그러나 국민은 소득이 발생해야 한다. 두 개념은 같으면서도 다른 맥락으로 인식해야 하는 이유다. 아마 농업기계화 사업이 진행되면 국가의 사회저변부터 변화가 발생할 것이다. 국민이 중노동으로부터 해방됨은 물론, 복지·문화·사회적으로 수요가 생길 것이다. 따라서 남한이 북한과 가까워지기 위해서는 농업기계화사업이 이 같은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을 인식하고 접근해야 한다. 또 북한이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할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 즉 교육적인 전략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농기계사업은 이미 세계화됐으며, 전세계 밸류체인에 의해 큰 흐름으로 움직이고 있다. 미국의 곡물가격이 떨어지면 우리 수출농기계가 줄어드는 것처럼 말이다. 이 같은 것을 모르고 독자적으로 움직인다면 고립될 수밖에 없다. 농기계분야의 특징을 이해하고 접근해야 한다.
모든 지원사업의 특징은 나름의 이해관계가 있다는 것이다. 지원상대가 필요한 것을 생각하기보다 지원하는 자신을 우선시한다는 것이다. 또 농기계분야는 연료나 전기 등의 에너지가 중요하다. 북한에 농업기계화 지원사업을 한다면 어떤 방식으로 공급하겠느냐는 방법론도 필요할 것이다. 소모품 및 부품공급망 구축과 교육, 구입자금 지원체계 등도 마찬가지다. 농기계 특징은 인건비와 농기계사용이 서로 경합한다는 것이다. 그 나라, 그 지역의 농촌인건비에 따라 적정농기계가 있다. 우리가 모든 것을 파악하고 지원해야지 단순히 공장건설만으로는 성공할 수 없다.
북한과 관련한 통계를 보면 GDP가 최고점이었을 때가 1989년이다. 2016년은 1989년 대비 87.4%에 불과하다. 최고점 대비 13%나 낮은 것이다. 북한의 농업회복은 북한 GDP 회복속도보다 매우 저조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의 곡물 총생산량을 보면 더욱 심각하다. 곡물 총생산량이 가장 높았던 1993년대비 2016년 54.5%에 불과했다. 농업기반인 총수확면적은 1987년 대비 74.6% 수준이다. 인구도 1993년대비 약 19.3% 증가해 식량부족 현상이 가중되고 있다. 따라서 북한 농업기계화 지원은 일차적으로 북한 일반시민의 식량문제를 완화하기 위해 농산물 생산증대와 소득증대를 연결하도록 하는 방향성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농업생산은 빠르게 증가할 수 없다. 전국에 농지는 산재하여 있으며 어떤 작물이든 증가하는 데 10~20년이 걸린다. 이에 소득을 높여주는 것도 식량방법을 해결하는 해법 중 하나로 볼 수 있다. 소득이 높아지면 식량을 사 먹을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가 북한의 농업기계화사업을 지원한다면 식량증산뿐만 아니라 북한농업인 소득도 증가할 수 있도록 접근하는 것이 현실적이다.
최근 김정은 정권이 발표한 경제개발 5개년전략을 보면 식량문제의 완전해결을 농업분야의 최우선 목표로 설정했다. 특히 비료와 농약, 농기계 등 영농자재의 중국수입과 시장을 통한 조달이 늘어나고 ‘분조관리제’하의 ‘포전담당책임제’라는 새로운 농업관리제도가 시행착오 속에 추진된 결과 긍정적인 효과를 거두고 있다. 이는 북한이 시장경제로 이동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2016년 북한 GDP에서 농림어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22%이며 제조업비중, 북한정부의 총지출 비중과 비슷하다. 정부지출을 포함한 서비스업비중은 약 31%이다. 우리가 북한 농업분야를 지원하면 북한경제의 30%를 지원한다는 것을 뜻한다. 특히 북한(농림어업분야 20%, 기타서비스 분야 10%)는 일반 대중들의 식량·소득과 직결되는 분야로 우선적 지원이 필요하다.
북한의 인구구성은 1969년 도시인구가 농촌인구를 추월했다. 한국이 1976년에 도농간 인구가 역전된 것과 비교해 빠르다. 북한은 1976년 공업화를 시작하면서 농촌노동력이 부족했다. 그런데도 농가호수는 늘고, 농가호수당 경지면적은 줄고 있다. 개인적인 판단으로는 대형농기계보다 중소형농기계가 적합할 것으로 본다. 특히 고난의 행군 이후 북한국민이 생계를 위해 장마당에 뛰어드는 것을 미뤄보아 농기계는 반드시 필요할 것으로 본다.
2016년 북한 발전량은 239억kWh로 남한대비 4.4%수준에 불과했다. 또 원유수입량은 1980년대 약 390만 배럴수준에서 1990년 후반부터 1/5로 감소하며 경제위기가 발생했다. 또 동유럽이 체제붕괴로 어려워지자 원유를 수입하지 못한 것도 농업기계화정책이 실패한 이유다. 원유가 없어 석탄채굴을 하지 못하고, 또 석탄채굴을 하지 못하니 화력발전을 할 수 없었다. 이는 전기에너지 부족이란 결과로 나타났다. 이는 북한 농업기계화의 결정적 장애요인으로 볼 수 있다.
남한이 북한에 농기계지원사업을 하기 위해선 성과위주로 지원해야 할 것이다. 단순히 농기계를 지원하는 것이 아닌 농기계와 함께 비즈니스모델, 부품공급체계, 농작업법 교육, AS교육 등이 함께 가야 한다. 농기계지원사업은 규모는 작으면서 국민이 이익을 볼 수 있는 대표적인 국민생활밀착형 프로젝트다. 북한국민에게 이익을 돌려줄 수 있는 전략으로 접근해야 한다.

■ 대북 농자재 지원사업의 내용과 효과 (강영식 사무총장)

강영식 사무총장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은 북한식량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식량생산성을 높이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 판단하고 있다. 2000년을 전후해 낙후된 농업축산 생산기반을 복구하고 식량생산성을 높이는 개발협력사업으로 지원방향을 전환한 이유다. 북한 농업생산체계는 기본적으로 국영 농목장, 국영 농기계작업소, 국영 관개관리소, 협동농장 등으로 구분되며, 축산분야는 종자를 공급하기 위한 원종장, 종축장, 종축검정장, 국영농목장, 공동축산인 협동농장, 그리고 농민부업축산인 농가가 있다. 또 농업축산 정책은 당의 관리 하에 내각의 농업성과 행정구역별 농촌경리위원회 및 협동농장관리위원회가 담당하고 있다.
북한의 경우 주체농법은 경지면적 대비 생산량 증대를 위해 밀식재배를 기본으로 한다. 그러나 오랜 밀식재배는 북한토지의 지력을 약화시킬 수밖에 없었다. 여기에 무리한 자연개조정책으로 농경지가 유실되고 수재피해가 가중됐으며, 체제의 성격상 증산에 대한 동기가 약해 북한의 식량생산량은 계속해서 감소했다. 이러한 식량 감소추세에 더해 동유럽의 붕괴로 고립심화, 대규모 자연재해가 겹쳐 1990년대 중반 결국 ‘고난의행군’으로 불리는 심각한 식량난에 직면하게 됐다.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의 농업지원사업은 2000년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됐으며 벼 등 주곡생산을 위한 못자리용 비닐·비료 등 필수 농자재 및 농기계 지원, 농기계 수리 및 조립생산공장 건립, 비닐하우스 지원, 현대적 농업기술 이전으로 확대됐다. 이후 종합적인 농촌현대화 사업으로 발전하기에 이르렀다.
평양시 강남군 당곡리에서 진행한 농촌현대화사업은 벼농사 기술협력과 온실(비닐하우스) 재배기술이전, 농기계수리시설, 협동농장 내 주택·진료소·학교 등 기반시설 개보수 등 지역기반의 종합적인 현대화를 통해 식량생산량 증대, 농가소득 증대, 또 주민의 사람의 질을 향상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이 사업은 기획단계부터 단기사업이 아닌 3개년 중기사업으로 계획됐기에 성공할 수 있었다.
또 북한의 고질적인 에너지난을 고려한 자원순환형 농축산협력사업 모델을 제시하기도 했다. 농업과 축산업을 통해 발생하는 생산물을 상호보완적으로 활용하는 방식이었다. 돈사에서 발생한 축분을 유기질 비료로 만들어 농업분야에 제공하고, 여기서 생산한 곡물을 다시 사료로 활용하는 방식은 북한의 농축산 현실에 적합했다.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은 농축산협력사업을 통해 해당지역의 농업생산을 증대하고 지역주민의 인도적 상황을 개선하는 데 기여했다고 본다. 또 남한의 선진농업기술을 북한의 농업과학계와 농촌에 소개하고 성공적으로 기술이전한 것도 농축산협력사업의 중요성과다.
농축산지원사업을 통해 몇 가지 교훈을 얻었다. 우선 지원사업 자체를 기획하고 실행하는 것만큼이나 지원환경에 대한 고려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핵심적인 농축산개발협력 사업이 남북관계 악화로 인해 목표한 사업을 충분히 추진하지 못한 채 중단되기도 한다. 북한의 기술력과 각종 필수 농자재조달의 어려움 등을 고려했을 때 그간의 노력이 물거품될 수도 있다. 특히 농업분야의 중장기 개발협력사업은 협동농장 주민의 마음을 얻는데 크게 효과가 있었지만, 사업중단으로 인해 신뢰가 무너질 위기에 처했다는 점은 큰 아쉬움으로 남는다. 향후 이러한 문제점을 극복하기 위해 남북관계의 특수성을 고려해 사업중단 시 피해를 최소화하는 위험성 평가가 수반돼야 한다.
또 북한 농축산인력에 대한 본격적인 역량 강화사업과 지속가능한 지원방식을 고민해야 한다. 농축산지원사업을 진행하며 기술협력의 중요성을 꾸준히 제기해온 사항이다. 앞으로는 농축산분야별, 이슈별 역량 강화프로그램이 더욱 심도 있게 추진하고, 남북관계 악화로 사업이 중단될 경우 북한인력이 농기계 등 각종 기자재를 자체적으로 유지·보수할 방안이 사업기획 단계부터 고려돼야 한다.

김창수  csk@alnews.co.kr

<저작권자 © 농축산기계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