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관소개]  국립축산과학원

국립축산과학원은 1952년 우리나라 최초의 독립된 축산연구기관으로 출범한 이래 반세기 넘는 시간동안 축산업에 필요한 다양한 축산분야 연구분야(R&D)을 책임지고 있다. 특히 지난 2016년 정부의 국가균형발전을 위한 공공기관 이전계획에 따라 전북혁신도시로 이전한 이후에는 연구개발에 있어 더욱 박차를 가하고 있다. 올해 농식품부가 주관한 ‘제21회 농림축산식품과학기술대상’에서도 이미 3점의 연구성과가 선정돼 눈길을 끌었다. 우리 축산업의 경쟁력과 다양성을 높이고 있는 국립축산과학원의 최근 연구성과에 대해 살펴본다.

국립축산과학원 전경

‘유전체·미생물’ 활용 부가가치 대폭 높여

씨돼지 품종개발, 비피더스균 활용기술, 유전자감식 마커 등

올해 농식품과학기술 대상선정, 원천기술 확보로 산업화기대

◇ 한국형 씨돼지 개발‧보급

돼지고기는 우리나라 육류소비량의 절반을 차지할 정도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돼지고기 맛의 대부분은 부계품종에 의해 결정되는데 대표적인 부계품종으로는 두록과 피어트레인, 그리고 각국의 고유 유전자원이 활용된다. 이중 가장 많이 활용되고 있는 부계품종으로는 근육 내 지방을 침착시켜 육질을 고급화시켜주고 성장능력이 뛰어난 두록이 있으며 미주나 유럽의 경우에는 살코기 생산량이 많은 피어트레인을 이용하기도 한다. 그러나 국내의 경우에는 대부분 두록만을 이용하고 있어 소비자가 다양한 돼지품종을 이용한 돼지고기를 사실상 맛보기가 힘든 실정이다. 또한 매년 국내 씨돼지 생산을 위해 비싼 비용을 지불하고 해외로부터 대부분의 씨돼지를 수입하고 있어 이에 대한 대책이 절실하다.

국립축산과학원이 개발한 ‘우리흑돈’은 토종 재래돼지와 국립축산과학원이 2007년 계통 조성한 ‘축진듀록’을 계획 교배해 재래돼지 고유의 맛은 유지하면서도 성장능력을 보완한 돼지다. 통계학적 기법과 분자육종기법을 사용해 성장능력(MC4R유전자)과 육질특성(PRKAG3유전자), 검은 털색 유전자(KIT유전자)를 고정하고, 재래돼지 혈액비율은 38% 정도 유지되도록 했다. 육질특성을 보면, 소비자가 좋아하는 고기색의 평균 적색도가 우리흑돈은 9.1로 개량종돼지(개량종돼지 7.1)보다 붉은 빛을 띠는 특징이 있다. 고기단백질의 결합정도를 나타내는 보수력과 조리 시 줄어드는 양을 분석한 손실 함량 수치도 개량종돼지보다 우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겉모습과 맛을 평가하는 전문가 평가에서는 외국백색 돼지고기보다 육색에서 1.8점, 향미에서 0.6점, 전체 기호도에서 0.6점 등 총 4.3점의 높은 점수를 받았다. 지난 2012년부터 3년간 10농가에 65마리를 보급해 현장실증시험을 실시한 결과 다른 흑돼지에 비해 잘 자라고 소비자들이 좋아해 농가 만족도도 높게 나타난 바 있다. 현재는 6개 농가에 218마리를 분양했고 6개 업체에 기술을 이전했다. 국내 유전자원을 활용한 ‘우리흑돈’을 씨돼지로 활용하면 한 해 3억9000만 원 가량(130마리 수입)의 기술사용료를 아낄 수 있으며, 기술에 대한 경제적 파급효과는 29억원으로 분석돼 농가의 소득증대와 재래돼지를 선호하는 소비자의 입맛을 동시에 만족시킬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또한 국립축산과학원에서는 재래돼지와 두록을 이용해 개발한 ‘우리흑돈’이 부계품종으로서도 활용이 가능하도록 해 천편일률적인 돼지고기 시장에 다양성을 부여하는 전략을 세우고 있다.

◇ 알레르기저감 비피더스균 실용화기술 개발

장내미생물은 대사, 보호, 그리고 영양에 큰 영향을 미친다. 장내 이로운 균이 해로운 균보다 우세하면 이로운 균은 장 점막을 튼튼하게 만들고 장 속 면역세포를 활성화해 몸을 건강하게 만들지만, 반대로 장 속 해로운 균의 세력이 우세하면 해로운 균은 장주름에 달라붙어 온갖 독소를 만들어 내보내 질환에 쉽게 걸린다. 이때 이로운 균이 우세하게 지원군역할을 하는 것이 유산균이다.

미국의 그랜드 뷰 리서치는 세계 프로바이오틱스 시장을 2015년 34조6700억원에서 2022년에는 무려 60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한국식품안전인증원에 의하면 국내시장은 2011년 405억원에서 2016년 1906억원으로 4배 이상 성장했다고 밝히고 있다.

국립축산과학원은 한국인 신생아 장(변)에 존재하는 비피더스균 KACC 91563을 분리했다. 또한 이 비피더스균이 식품 알레르기와 아토피 피부염 완화효과가 있음을 확인했다. 연구진이 실험동물에게 음식 알레르기 반응을 유도한 뒤 매일 비피더스균을 먹인 결과, 실험동물은 알레르기 증상이 대조군보다 약 35% 완화됐다. 또한 아토피 피부염으로 귀 조직이 두꺼워지고 자주 귀를 긁는 행동을 보였던 실험동물은 귀 두께와 긁는 횟수가 줄어드는 등 피부 손상이 완화되는 효과를 보였다. 이는 비피더스균 단백질이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세포(mast cell)에 선택적으로 흡수돼 세포 스스로 죽도록 유도했기 때문이다. 아토피 피부염은 우리나라 청소년의 약 20%, 해외에서 17~18% 정도 보고되는 흔한 질환이다. 식품알레르기 또한 영유아의 약 7%에서 발생하고 있다. 특히 아토피 피부염의 경우 발생기작은 아직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고 있으나 최근 30~40년간 현저히 증가했다.

이번 연구는 국내산 기능성미생물 개발을 통한 산업경쟁력 강화, 알레르기 예방을 통한 국민 삶의 질 개선, 국내산 축산식품의 제품다양화로 소비자 구매선택의 폭 확대 등 소비활성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또한 고품질 및 기능성 유제품 제조기술 보급으로 국내 낙농가 부가가치 창출이 기대된다.

국립축산과학원은 이 균을 특허출원하고 산업체 기술이전을 통해 활용성을 넓혀가고 있다. 먼저 민감성 피부문제를 개선하는 화장품생산에 활용하고, 중국 수출을 위한 위생검사 등 사전준비와 함께 아동용제품 개발을 진행 중이다. 둘째, 건강기능식품으로 판매되는 유산균 제제에 이 비피더스균(B. longum KACC 91563)을 첨가한 제품과 캔디제품이 생산되고 있다. 이 비피더스균(B. longum KACC 91563)은 고시형 장건강 기능성 원료이기도 하지만 피부건강기능 인정을 위한 인체효과 확인시험이 진행되고 있다. 셋째, 직접 생산한 우유를 원료로 유제품을 만드는 유가공목장의 발효유제품 생산에도 활용되고 있다. 비피더스균은 우유성분에 의해 생장이 촉진되므로 발효유제품으로 섭취하면 장내 활발한 증식이 기대된다. 또한 사람뿐 아니라 가축 사료첨가용과 반려동물 간식용 유제품 개발을 진행하고 있어 활용성은 더욱 다양해질 전망이다.

◇ 유전체 정보활용 조기예측 마커 개발

국립축산과학원이 개발한 ‘한우고기 판별 유전자 감식법’은 소의 DNA 염기서열을 활용해 다양한 품종의 수입쇠고기와 한우를 구분해낼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소의 DNA를 구성하는 염기인 A, T, G, C가 어떤 순서로 배열됐는지를 밝혀낸 이 기술은 크게 SNP (Single Nucleotide Polymorphism, 단일염기다형성) 마커법과 MS (Microsatellite, 초위성체) 마커법으로 나눌 수 있다. 개발 당시 한우 3100마리, 외래 도입우(대표적 외국소 8품종 : 앵거스, 홀스타인, 헤어포드, 샤롤레, 심멘탈, 리무진, 브라운스위스, 브라만의 씨수소 각 30마리 포함) 2300여 마리를 대상으로 SNP 마커법에서 한우와 수입우의 판별율은 약 95~97%, MS 마커법은 판별 신뢰도 100%를 확보했다. 개발된 기술(MS검사법)의 현장적용을 위해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과 공동으로 음식점, 대형할인점 등 유통 및 판매되는 쇠고기 1515점(미국산 1161점 포함)의 고기시료를 확보해 1여년에 걸친 현장실증실험을 수행했고, 이로 부터 한우판별기법을 보완 발전시켜 한우와 수입우의 판별율이 100%임을 검증했다. 이를 정책제도로 제안해 축산물가공처리법의 고시『축산물의 가공기준 및 성분규격』및 식품위생법의 고시『식품의 기준 및 규격』에 한우확인시험법(MS검사법)도 법령으로 신설했다. 이를 근거로 국립수의과학검역원 등 20개의 관련기관에 기술이전을 실시했고, 단속기관 등에서 보다 간편하게 분석을 수행할 수 있도록 한우판별 진단키트를 제작, 출시하기도 했다.

아울러 반려견에 대한 연구도 한창 진행하고 있다. 개는 포유동물 중에서도 가장 많은 400여종 이상의 품종을 갖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 인위적으로 생산하다보니 근친교배에 따른 유전자들의 다양성이 훼손돼 획일화되면서 특정 반려견들의 유전질환이 많이 발생한다. 반려견의 수명은 반려견 안에 내재돼 있는 유전질환 같은 질병에 의해 낮아지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즉 질병과 연관된 유전정보를 알 수 있다면 반려견 유전질환을 조기에 진단할 수 있어 질병제어가 가능하고 수명연장도 가능하다는 이야기이다. 이를 위해 국립축산과학원에서는 2016년부터 ‘반려동물 산업화지원 기술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의료·복지 연구분야에서는 반려견의 입안에 면봉을 이용해 미량의 세포 내의 DNA를 추출한 다음, 고관절 탈구 등의 유전질환을 조기 진단할 수 있는 바이오 마커를 개발했다. 이 기술은 반려견의 삶의 질을 높이고, 수명연장을 통해 보호자와 반려견이 오랫동안 함께 살 수 있는 생명공학기술이다. 현재 관련핵심 개발기술에 대해 15건의 특허를 출원, 등록한 상태다. 유전체 해독은 다른 외국 품종들과의 차별성을 과학적으로 증명하는 동시에 우수한 유전자들을 발굴해 산업적 활용이 가능한 원천기술을 확보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또한 생산성이나 질병과 관련된 유전자들의 발현양상을 구명함으로써 축산업의 미래를 준비하는 연구가 될 것으로 보인다.

토종 재래돼지로 품종개발된 ‘우리흑돈’

장내 비피더스균을 활용해 개발된 화장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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