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 전분야로 스마트팜 및 빅데이터를 활용한 정밀농업이 확산되고 있는 추세이지만 실제 농업현장에서 체험하는 정밀농업의 수준은 매우 미미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특히 농기계산업분야에서 정밀농업기계가 차지하는 비중은 매우 낮아 발빠르게 대응하고 있는 선진국에 기술종속마저도 우려해야 할 정도이다. 본지는 신년기획으로 전문가의 시각을 통해 우리 정밀농업의 현주소를 살펴보고 향후 어떻게 대응해 나가야 하는지 연간기획으로 살펴본다.

① 4차 산업혁명 세계시장에 대응해야 하는 한국형 정밀농업

“정밀농업기계, 국산화‧수출사업화 시급”

선진국 기술격차 5~6년 이상, 대응못하면 기술종속 우려

원천기술확보, 국산화‧고도화 위한 장기정책마련 서둘러야

정선옥 충남대 교수

◇ 4차 산업혁명과 정밀농업

최근 수년간 4차 산업혁명은 모든 산업의 화두가 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앞으로 더욱 가속화 될 전망이다. 농업분야도 이러한 변화에 발맞춰 빠르게 변화하고 있으며, 국내외에서 관련기술들이 속속 개발돼 현장에 보급되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은 2016년 다보스포럼에서 언급된 개념으로 문명의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등장했다. 인간과 기계의 잠재력을 획기적으로 향상시키는 사이버-물리시스템의 출현을 내포하는 개념으로 관련 키워드는 인공지능, 빅데이터, 로봇 등이다. 이러한 새로운 기술의 신속한 적용능력이 국가나 산업의 흥망을 좌우하는 시대에 진입한 것이다. 농업분야는 토양, 작물 등 다양한 대상을 다루고 있고 야외, 경사지 등 열악한 환경에서 생산이 이루어지므로 타 산업보다 새로운 기술의 접목으로 생산성, 효율성, 편이성의 획기적 향상이 시급히 요구된다. 특히 우리나라는 미국, 일본, 유럽의 선진국들과 마찬가지로 농업인구의 급속한 감소와 고령화로 농업의 지속성이 위협받고 있는 실정이다. 선진국에서는 정밀농업, 스마트농업, 로봇농업 등 전기‧전자, 통신, 소프트웨어, 인공지능 등의 융복합기술을 획기적으로 발전시키고 있으나, 우리나라는 다소 수동적인 자세로 대응하고 있다고 판단된다. 우리는 융복합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어떻게 하면 가장 한국적인 정밀농업 기계기술이 세계적인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지 철저하게 준비해야만 한다.

◇ 우리나라 농업 및 농업기계 현황

우리나라 농업인구는 2017년 242만2000명으로 총 인구의 5%가 되지 않으며, 2030년에는 총 인구의 4% 이하로 감소할 전망이다. 농가인구 중 65세 고령자가 40%를 차지하고 있으며 2030년에는 50% 정도로 전망되어 농업인구감소와 고령화가 급속하게 진행되고 있다. 이러한 농업인구 구조는 미국, 독일, 일본, 이탈리아 다음으로 우리나라가 단위면적당 농업인구가 적은 형편이다. 이는 우리나라 농업기술이 선진국형으로 발전돼야만 생산성, 효율성, 작업자 편이성을 확보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곡물자급률이 50%를 간신히 유지하고 있으나 2027년에는 42% 정도로 낮아질 전망이며, 특히 쌀을 제외하고는 자급률이 4%에 불과해 대부분 곡물을 수입하고 있는 실정이다.

농업기계 내수시장은 2조3000억원 규모로 이미 포화상태에 이르렀다. 세계 농기계시장은 지속적이고 견고한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어 2030년까지 연평균 5% 이상 성장해 현재의 두 배에 달 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우리나라의 농기계수출은 2000년 대비 2017년도 수출실적이 7배 가깝게 증가했으나 최근에는 성장하지 못하고 정체되고 있다. 이미 선진국에서는 첨단 스마트 정밀농업형 농기계시장이 활발하고, 향후 아시아태평양 국가들의 농기계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 우리나라의 농업기계 기술도약이 필요하다. 우리나라 5대 농기계업체의 세계시장점유율이 1% 수준인 점을 고려할 때, 우리 농업기계의 원천기술 및 내구성 미흡 등의 문제들을 극복하고, 첨단 농기계시장에 도전장을 내기 위해서는 다각적이고 시급한 대책이 필요하다.

◇ 정밀농업의 역사

정밀농업은 농경지에 투입되는 화학제의 양을 줄이고자 미국을 중심으로 1980년대부터 발전되어 왔다. 농경지의 각 위치마다 농경지와 작물생육특성이 서로 다르기 때문에 위치별로 농경지를 관리하고 농자재를 투입량을 결정하기 위해 추진됐다. 한마디로 정밀농업은 농경지와 작물생육의 공간적 변이(variability)를 측정하고 관리해 input을 최소화하고 output은 극대화하는 전략이다. 초기에는 미국, 유럽 등 경지면적이 큰 선진국에서 노지곡물재배를 중심으로 시작됐으나, 최근에는 과수, 시설원예, 시설축산, 수산, 임산 등 다양한 분야로 확대되고 있다.

1900년대 초반 농경지 공간적변이를 고려한 농업전략이라는 정밀농업개념이 있었으나, 당시 주변기술수준이 열약해 실제구현은 어려웠다. 1980~1990년대에는 센서, 제어장치 등 기술개발이 이뤄졌고, 1995년 GPS의 상용화로 이동하는 농업기계를 위한 정밀농업기계 기술이 활발하게 개발보급됐다. 2000년대에는 노지곡물에 적용되던 기계기술이 타작목으로 확대되기 시작하고, ICT 및 소프트웨어기술이 적극적으로 접목됐다. 최근에는 빅데이터, 인공지능, 클라우드컴퓨팅 등 4차 산업혁명시대의 핵심기술들이 융복합되고 있다. 정밀농업은 단위기술을 지칭하는 것이 아니고 전반적인 농업전략을 의미한다. 나라마다, 작물마다 관련기술의 적용형태가 다르다. 예를 들어, 미국의 경우 밭농사중심으로 정밀농업기술이 가장 많이 적용되고 있으며, 정밀농업 데이터를 농산물이력시스템이나 농업보조금지급의 증빙자료로 활용하고 있다. 유럽의 경우 나라마다 차이는 있으나 정밀농업기술 채택여부를 친환경농업인증 판단기준으로 활용한다. 우리나라 평택시도 정밀농업기술로 벼농사를 짓는 근거로 ISO친환경인증을 받은 사례가 있다.

최근에 ICT농업, 스마트농업, 로봇농업 등 다양한 용어들이 사용되고 있으나 이러한 내용을 포함하는 동시에 보다 학술적인 용어라고 생각한다. 다른 용어들은 한시적으로 사용되거나 변경되는 반면에 정밀농업이라는 용어는 40년 이상 사용되고 있다. 교과서 등 책자도 지속적으로 발간되고 있으며, 대학에서 전공으로 사용되기도 하고, 학회 및 학술대회가 확립되어 있다. 우리나라도 ‘(사)한국정밀농업학회’가 2014년 창립됐다.

정밀농업 방제기

◇ 노지 정밀농업기계 기술

최근에는 4차 산업혁명 관련기술들이 활발하게 융복합돼 인간-기계, 기계-기계가 소통하고 의사결정하는 커넥티드 팜(connected farm)의 형태로 발전하고 있다. 정보통신기술, 소프트웨어기술이 결합돼 농작업의 로봇화 뿐 아니라 농장의 정보화, 시스템화가 달성되고 있으며, 이러한 정보가 산업체, 유관기관, 소비자에게 제공되는 수준으로 발전하고 있다. 기술선진국으로는 미국, 유럽, 일본 등이며 중국의 발전속도가 매우 빠르다. 정부의 정책적인 지원과 더불어 글로벌기업들은 통합솔루션을 제시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John Deere, AGCO 등 글로벌기업들이 토털솔루션을 제공하고 있고, GPS가이던스 자동조향 등 기술이 농가에 활발히 활용되고 있다. 일본에서는 농장에서부터 식탁까지 농사 및 농산물정보가 소통되고, 통합관리할 수 있는 시스템개발을 국가프로젝트로 진행하고 있다. Kubota社는 2018년 자동조향시스템 탑재농기계가 제품화됐고, 2020년까지 농지모양 입력시 논밭에 따라 기계가 자동으로 경작하는 원격조작 농업기계를 상용화할 계획이다. 중국은 2015년부터 농업의 스마트화, 디지털화 관련기술을 개발하고 국영농장에 선진시스템을 적용하면서 중국현실에 맞는 시스템으로 개발 중이다.

1990년대부터 선진국에서 정밀농업 등 기계기술향상에 매진할 시기에 우리나라는 웰빙(well-being), 유기농업, 무농약재배 등에 집중해 기계기술 및 융복합기술의 발전이 지체됐다고 생각한다. 최근에 농업생산 무인자동화, 스마트팜 등 기술의 개발 및 농가보급을 위한 정책을 펼치고 있으나, 선진국과의 기술격차가 상당해 향후 집중적인 노력이 절실하다. 최근에 선진국 스마트 농업기계가 국내에 많이 유통되고 있는 실정이므로, 국내시장 및 세계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종합적이고 획기적인 정책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정밀농업 트랙터

◇ 시설 정밀농업기계 기술

시설원예와 시설축산은 네덜란드가 세계최고 수준의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네덜란드는 시설원예 경영비절감 및 생산성향상 기술, 온실용 환경제어기술의 높은 완성도를 바탕으로 완전제어형 친환경 식물공장 상용화분야를 선도하고 있다. 또한 친환경 동물복지형 축사분야 기술을 선도하고 있다. 기상재해 예측경보시스템 분야는 일본이 선도하고 있다. 미국은 융복합 병해충 및 질병진단기술, 로봇활용분야, 농산물생산단계 안전성조사 및 품질관리기술 분야를 선도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선진국과 기술격차가 대체적으로 5~6년 정도인 것으로 보고서 등에 제시되고 있으나, 실제로는 그 격차가 더 크다고 생각한다. 통신 및 소프트웨어 분야는 기술격차가 크지 않고 오히려 우리나라가 우수한 것으로 판단된다. 하지만 기자재 원천기술 및 작물재배 빅데이터 분석기술은 초보단계라고 판단된다. 정부에서는 스마트팜 보급사업 등을 통해 농가에 관련기술을 보급하고 있으나, 기자재 원천기술 및 활용기술이 미흡한 상태에서 양적인 보급확대는 실효성을 면밀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 온실구조 및 환경에 맞는 기자재개발, 내구성 및 안정성확보기술, 작물 및 축종별 적용기술은 장기간의 시행착오를 통해 국산화 및 고도화가 필요할 것이다.

◇ 한국형 정밀농업기술의 발전을 기대하며

세계 및 국내 스마트팜 시장규모는 연평균 13% 정도로 급성장하고 있다. 농업기계 및 스마트팜 기자재 세계시장이 지속적으로 급성장하고 있으나 우리나라 기술은 내수시장을 넘어 세계로의 진출이 지체되고 있다. 더욱이 많은 선진국기술이 국내로 유입되고 있는 실정이다. 향후 심각한 기술종속을 걱정해야 할지도 모른다. 과거에는 생각하지도 못했던 K-POP, K-Food 등 한류를 농업기계 및 스마트팜 기자재분야에서도 소망하게 된다. 우리나라는 우수한 인력을 보유하고 있다. 우리나라 농업환경이 어려울수록, 이에 적합한 기술을 집중적으로 개발한다면 세계무대에서도 경쟁력이 크다고 생각한다. 농업인구가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식량자급률이 낮아지는 현실을 고려할 때, 지속가능한 농업을 위해 정밀농업기계 및 스마트팜 기자재는 반드시 국산화 및 수출사업화를 해야 할 것이다.

김창수  csk@al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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