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 특별대담] 정상진 발행인 vs 정종훈 한국농업기계학회장

“위기의 농기계산업, 새로운 성장동력이 필요하다”

최저임금인상‧농협유통가격인하 등 수익성악화 가속으로 기반붕괴 우려

남북교류‧해외수출이 희망‧‧‧우선 동남아수출 현지맞춤전략으로 접근해야

농기계 내수시장의 장기불황이 좀처럼 나아지고 있지 않다. 지난해 전체 내수시장 규모는 2조3000억원이 안 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는 가운데 올해 경영환경은 더욱 어려워질 전망이다.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고정비용부담이 늘어나고 원자재‧부품가격도 계속해서 오르고 있는데 반해 농협의 농기계 유통가격인하로 생산업체의 수익성은 더 떨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갈수록 악화되고 있는 농기계산업의 새로운 돌파구가 마련되지 않는다면 자칫 농기계산업의 기반자체가 위태로울 수도 있는 상황이다. 다행히 남북농기계 교류협력에 대한 기대감과 동남아 등 수출환경조성이 시도되고 있다는 희망적인 이야기도 들리고 있다. 신년을 맞아 본지 정상진 발행인과 정종훈 한국농업기계학회장이 자리를 마련하고 위기의 농기계산업을 타계하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 살펴봤다.

정상진 발행인

정상진 발행인 : 농기계 내수시장의 장기불황이 도무지 회복될 기미가 보이질 않는다. 시장규모는 10년 넘게 2조원대에 머물러 있다. 오히려 수익성은 점점 나빠져서 제조업체와 유통업체 모두 사업체를 유지하기 어려운 경영환경에 내몰리고 있다. 최저임금법 시행으로 고정비용이 늘어나고 농협 경제형농기계 유통가격 인하로 제조사의 농기계 판매가 인하압박은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새로운 성장동력이 마련되지 않는다면 농기계산업 기반자체가 붕괴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다행히 지난해 남북 화해무드를 타고 남북경협에 대한 이야기들이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또한 해외 농기계수출이 조금씩 늘어나고 있어 희망을 주고 있다. 그러나 내수시장을 활성화시키지 않는다면 사상누각(砂上樓閣)이 되고 말 것이다. 당장의 목숨을 연명하기 위한 내수시장 부양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이와 함께 장기적으로는 한국 농기계산업 체질강화를 위한 근본적인 시스템 마련이 추진돼야 할 것이다.

정종훈 한국농업기계학회장

정종훈 학회장: 우리 농기계산업, 특히 내수시장은 구조적으로 규모의 경제가 되지 못하기 때문에 취약점을 가지고 있다. 결국 우리 농기계산업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기술력향상과 시장규모를 넓히기 위한 수출시장 확대뿐이 없다. 그러나 기술력향상이라는 것이 단기간에 이뤄지는 것이 아니다. 시장경제논리에 따라 끊임없는 품질개발과 원가경쟁력을 갖춰야 하고 정책적 지원과 산업체의 협력체계가 구축돼야 한다. 수출시장 확대도 마찬가지다. 기업 단독으로 수출시장을 개척하는 데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수출인프라 조성을 위한 민‧관 공동의 연구조사와 협력사업이 마련돼야 하고 가격경쟁력과 품질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선행연구들이 뒷받침 돼야 한다.

발행인 : 국내 경영환경과 관련해 최저임금법 시행이 시장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다. 복지국가로 가기 위해 최저임금의 인상은 불가피하겠지만 인건비 비중이 높은 소규모 제조업의 경우 최저임금의 대폭적인 인상은 경영환경을 어렵게 하는 주요 원인이 될 수도 있다. 2015년 5580원이던 시급이 올해에는 8350원으로 4년 사이에 49.64% 인상됐다. 회사 입장에서는 원자재가격 상승과 매출수익성이 떨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직격탄이 아닐 수 없다. 결국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탈바꿈하거나 고정비용을 줄이기 위한 특단의 노력들이 마련되지 않는다면 회사를 운영하기 어려워질 것이다.

학회장 : 문제는 어려움이 올해에만 국한되지 않을 것이라는 데 있다. 문재인 정부의 정책기조는 근로자 최저임금이 월 250만원이 될 때까지 계속해서 오르게 될 것이다. 이익을 내지 못하면 회사는 망할 수밖에 없다. 지금의 농기계산업 구조로는 이러한 경영환경에서 이익을 내는 것은 쉽지 않다. 결국 생산기지의 해외이전이나 원가구조‧채산성을 획기적으로 높이기 위한 노력들이 이어져야 한다. 그런 면에서 남북 농기계교류협력은 매우 중요하다. 규모의 경제를 키울 수 있고, 북한 노동력을 통한 원가경쟁력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내수시장의 한계를 벗어나서 동남아시아 등 개발도상국 전용의 맞춤형 농기계수출로의 생산체계 전환도 적극 검토해야 한다.

발행인 : 남북 농기계교류협력에 대해서 산업체의 반응은 아직 미온적인 것으로 보이고 있다. 실질적으로 추진되고 있는 것이 없기 때문이다. 현 상황에서는 남북경협이 올해 안에 추진된다는 보장이 없다. 미국의 대북제재가 해제되지 않는 이상은 답보상태에 머물 수밖에 없을 것이다. 설사 대북제재가 해제된다고 해도 정부의 대북사업정책 우선순위에 밀려서 농기계교류협력은 뒤쳐져 추진될 공산이 높아 보인다. 향후 대북사업과 관련한 시행착오를 줄이기 위해서는 대북교섭창구를 일원화한 컨트롤타워가 필요한데 현재 공식적인 정부차원의 조직이나 채널은 마련되어 있지 않은 상황이다. 또한 남북경협에 앞서 전제조건 없는 인도주의적 농기계지원사업이 상당기간 우선돼야 하는데 산업체 또는 조합에서 이러한 부담을 감당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학회장 : 대북협력사업은 충분한 사전조사와 장기플랜에 따라 철저하게 계산되지 않으면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 이미 1995년부터 2004년까지 진행됐던 농기계 대북지원사업의 민‧관 지원규모 만해도 1조3000억원으로 추정되지만 계획성 없이 접근하다보니 단발성으로 끝나고 효과를 보지 못한 사례가 있다. 같은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서는 북한농업과 농업기계화 추진실태 및 향후 전망에 대한 충분한 기초조사연구와 데이터베이스(DB) 구축이 시급하다. 이를 토대로 대북협력사업 전반에 대한 마스터플랜을 마련하고 단계별 계획에 따라 사업들이 추진되어야 할 것이다. 아직 이에 대한 정부차원의 조사나 학술적 접근이 이뤄진 적이 없어 매우 우려스러운 부분이다. 학회차원에서라도 먼저 기초조사연구를 추진할 계획으로 있다. 또한 탈북자와 북한농업전문가를 대상으로 체계적인 기초데이터를 축적하려고 한다.

발행인 : 남북 농기계교류협력이 희망적으로 추진된다고 해도 상당한 시일이 걸리기 때문에 우선은 내수시장을 활성화 할 수 있는 정책마련이 필요할 것으로 생각된다. 수요가 줄어들고 있는 내수시장에서 공급을 획기적으로 늘릴 수는 없겠지만 산업기반이 붕괴되지 않도록 적절한 지원사업 마련 등의 부양책이 필요할 것으로 생각된다. 이와 함께 내수시장 어려움을 벗어나기 위한 적극적인 수출지원정책 마련도 함께 추진돼야 할 것이다.

학회장 : 원가경쟁력을 대폭 높이지 않으면 수출시장 개척이 현실적으로 어렵다. 원가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제조업체별 주요부품의 부품공용화를 통한 원가절감이나 작업기 표준화를 통해 제품호환성을 대폭 높여야 한다. 또한 국내에 적용되고 있는 고급사양이나 정밀기능 등의 부가기능을 제외한 핵심기능만의 보급형 제품을 개발해 현지에 맞게 보급하는 맞춤형 전략접근이 실효성을 높일 수 있을 것이다. 국내기업의 해외 생산기지 이전은 구체적인 수요조사와 국내기업의 개별역량을 분석해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 지난해 미얀마 농림부의 농정국장 면담시 한국농기계의 우수성을 설명하는 자리에서 한국기업의 미얀마 현지생산 타당성을 문의한 적이 있다. 농정국장은 생산기지 100㏊를 마련하겠으니 구체적인 규모와 기업리스트를 달라고 요구해 당황한 적이 있다. 실질적으로 진출역량과 의사가 있는 기업을 먼저 파악하는 것이 우선이다. 준비가 전혀 되어있지 않은 상태에서 해외이전을 추진하면 한국기업의 이미지만 나빠질 뿐이다.

발행인 : 수출확대를 위한 범정부 차원의 지원대책이 마련되지 않는다면 영세한 업체가 다수인 국내 제조사들이 수출업무를 취급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판단된다. 수출시장에 관한 정보를 제공해주고 수출업무를 대행해 줄 수 있는 전문조직이 상설기구로 마련되었으면 한다. 또한 정부의 ODA사업‧신북방정책‧신남방정책과 연계한 패키지사업이나 유관기관과 공조한 현지화 사업 등도 적극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그런 점에서 해외시장에 대해 객관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 농기계학회의 기능과 역할이 막중하다고 할 수 있다.

학회장 : 결국 위기의 농기계산업을 타계하기 위해서는 해외로 눈을 돌리는 것만이 해결책이 될 수 있다. 이를 위해 학회에서는 올해 동남아시아 현지조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베트남, 인도네시아, 필리핀을 대상으로 생각하고 있으며 우선 베트남 현지조사에 착수할 계획으로 있다. 현지의 토양, 노지기계를 중심으로 쌀수확과 관련한 기계가 중점이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인도네시아는 수확후 손실이 18%에 달하고, 베트남은 14~15%에 이른다. 수확후의 탈곡, 건조, 도정 등 관련 작업기 개발과 공급에 초점을 맞추려고 한다. 이와 함께 3월쯤 농기계산업 경쟁력강화를 위한 정책방향을 모색하기 위해 농식품위 의원들과 국회포럼을 추진할 계획으로 있다.

김창수  csk@al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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