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기계가격표시제, 중간점검 필요…임대료 적정수준 유도해야”
“파종기·수확기도 여성친화형 농기계 포함시켜야…사전조사 없는 것도 문제”

황주홍

제20대 국회개원과 함께 농림축산분야를 총괄하는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가 출범했고 첫 국정감사가 마무리 됐다. 본지는 연속기획으로 농식품위 소속 국회의원 19인의 의정활동을 미리 살펴보기 위해 연속인터뷰를 마련했다. 그 네 번째 순서로 젊은이들의 귀농귀촌에 관심이 각별한 재선의 황주홍 의원을 만나 앞으로의 상임위 활동, 농축산기계산업에 대한 소신과 계획 등을 들어봤다.

■김영춘 의원(위원장, 부산진구갑)
■김태흠 의원(간사, 충남 보령·서천)
■이개호 의원(간사, 전남 담양·함평·영광·장성)
●황주홍 의원(간사, 전남 고흥·보성·장흥·강진)
■권석창 의원(위원, 충북 제천·단양)
■김성찬 의원(위원, 경남 창원 진해)
■안상수 의원(위원, 인천 중구·동구·강화·옹진)
■이군현 의원(위원, 경남 통영·고성)
■이만희 의원(위원, 경북 영천·청도)
■이양수 의원(위원, 강원 속초·고성·양양)
■이완영 의원(위원, 경북 고령·성주·칠곡)
■홍문표 의원(위원, 충남 홍성·예산)
■김철민 의원(위원, 경기 안산 상록구을)
■김한정 의원(위원, 경기 남양주시을)
■김현권 의원(위원, 비례대표)
■박완주 의원(위원, 충남 천안시을)
■위성곤 의원(위원, 제주 서귀포)
■김종회 의원(위원, 전북 김제·부안)
■정인화 의원(위원, 전남 광양·곡성·구례)

  <황주홍 의원 약력>
■소속정당: 국민의당(고흥·보성·장흥·강진)
■당선: 재선(19대, 20대)
■(현) 국민의당 전남도당위원장
■(현) 국민의당 전국농어민특별위원회 위원장
■(전) 전남 강진군수
■(전) 건국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 농축산분야가 계속 어려움에 직면해 왔다. 당초 정부정책에 문제가 있었던 것은 아닌가.
-통계청이 지난달 26일 발표한 농림어업총조사에 따르면 농축산물 판매금액 1000만원 미만 농가는 전체 농가의 67.9%로 대부분을 차지했으며 5000만원 이상 농가는 7.8%에 그쳤다. 특히 경지면적 0.5ha 미만의 농가는 92.1%가 1000만원 미만에 머문 것으로 집계됐다. 또한 농림어가의 65세 이상 고령인구 비율은 37.8%로 전체 인구의 고령인구 비율 13.2%의 2.9배나 됐다. 이 중 농가의 고령인구 비율은 38.4%로 어가 30.5%, 임가 34.6%보다도 높게 나타났다. 특히 농가는 60세 이상이 전체 농가인구의 절반(50.3%)을 차지했으며 70세 이상의 고령농도 전체 농가인구의 27%나 됐다. 이는 2010년 대비 각각 8.5%p와 5.5%p가 증가한 것으로 같은 기간 50세 미만 농가인구는 꾸준히 감소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즉 농촌에 일을 할 젊은 사람이 계속 줄고 있다는 얘기다. 이는 정부의 농업·농촌홀대에 그 원인이 있다.

△ 정부가 농축산업 경쟁력 향상을 위해 내년부터 시행될 8차 농업기계화 기본계획을 만들고 있다. 현 추진정책에 문제는 없나.
- 획일적인 농기계 보급정책에서 벗어나 농업규모와 작물특성, 농업형태, 지역특성 등을 고려한 개별적인 농기계보급정책과 관리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 정책으로 바뀌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농기계의 공동이용을 확대하고, 고령인 친화형 농기계개발, 정밀농업기계와 고성능 융복합농기계의 개발보급 등이 필요하다. 이와 함께 농기계 사용과 수리정비인력을 육성하기 위한 양성제도가 뒷받침 돼야 하고 안전사고 예방을 위한 안전관리 제도도 구축해야 할 것이다. 특히 농기계 공동이용을 활성화하기 위한 다양한 정책프로그램을 정비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농가에서 사용하고 있는 농기계의 연간 사용일수를 살펴보면 트랙터는 10일, 이앙기는 5일, 콤바인은 7일에 불과한데도 농가에서 큰 비용을 들여 농기계를 구입해야 하는 것은 효율성 측면과 경제적 측면에서 농가에 도움이 되지 못한다. 현재 농협의 농기계은행사업과 지자체 농업기술센터의 농기계임대사업이 운용되고 있지만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좀 더 농사규모 및 형태에 따른 맞춤식 지원정책이 필요하다.

△ 농식품부가 추진하고 있는 농기계가격표시제가 업계의 혼란과 반발을 야기하고 있다. 개선방안이 있다면 제시해 달라.
- 농식품부가 7월부터 실시한 ‘농업기계 및 부품 가격표시제’는 국내에서 판매되는 모든 농기계와 트랙터·이앙기·콤바인 등 주요 농기계 부품에 대해 판매업자가 어떤 방식으로든 가격을 표시해 소비자가 쉽게 알아보도록 해야 하는 제도다. 라벨·일람표 등을 이용해 가격을 표시하지 않거나 허위로 표시한 업자에게는 최대 100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하지만 판매처 대부분이 여러 브랜드를 취급하면서 수시로 적용되는 원칙없는 할인율에 권장소비자가격 공시 자체가 의미가 없다는 지적이 있다. 여기에 중고시장이 거의 없는 고가 농기계의 경우 중고 구입가에 따라 가격이 결정되는 구조여서 표시제 도입 실효성이 더 떨어진다. 신제품 가격보다 기존 중고기계에 대한 평가가 절대적인 어설픈 농기계 유통구조의 개선을 요구하는 이유다. 실제 농업계는 고가의 농기계를 구입할 때 제품가격 보다는 중고 농기계 가격부터 묻고 흥정하는 것이 관례인 불안정한 시장 상황에 불만을 제기해왔다.
취지가 아무리 좋더라도 실효성 없는 정책은 실패하기 십상이다. 이제라도 제조업체와 판매대리점 대표, 농민단체 대표를 불러 모아 공청회를 열어 제도에 대해 중간점검을 해야 한다. 한번에 뜻을 이룰 수 없다면 하나씩 시행하면서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가는 것도 방법이다. 농민들에게 관련 제도를 보다 적극적으로 알리는 작업도 필요하다.

△ 동양물산이 원샷법을 통해 국제종합기계 인수작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를 어떻게 보고 있나.
- 국내 농기계 업체들은 시장정체, 일본업체 공세, 규제강화 등 ‘삼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일본의 구보다와 얀마 등 두 업체는 국내시장을 서서히 잠식하고 있다. 구보다의 매출은 지난해 1600억원대를 넘어섰다. 영업이익도 2014년 67억원에서 작년 100억원으로 늘었다. 얀마 역시 매출이 828억원에서 1171억원으로 증가했다. 일본 농기계업체는 불황에 움츠러들고 있는 국내업체와 달리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얀마는 광고선전비와 판매촉진비를 2억9300만원에서 지난해 5억8300만원까지 늘렸다. 농기계시장도 국내 자동차시장과 비슷하게 해외 업체에 자리를 내주고 있는 상황이 되고 있다.
업계에서는 국내시장 규모가 지난해 2조5000억원 수준에서 올해 2조원대 초반까지 줄어들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경영환경 악화로 시장구도 변화도 불가피하다. 3위 업체인 동양물산은 4위 국제종합기계의 인수절차를 밟고 있다. 동양물산은 ‘기업활력제고특별법(원샷법)’1호 기업으로 인정받아 산업은행으로부터 160억원을 지원받는다. 동양물산은 이번 인수합병(M&A)으로 50년 이상 업계 1위를 고수해온 대동공업을 제치고 업계 선두로 올라설 전망이다. 동양물산과 국제종합기계의 지난해 매출을 합치면 5700억원 규모로 같은 기간 대동공업의 매출을 1000억원 이상 웃돈다. 시장구도는 동양물산(국제종합기계) 대동공업 LS엠트론 등 국내 3곳과 구보다 얀마 등 일본 업체 2곳으로 바뀐다.
농기계 시장의 판도가 바뀌는 지금 이 시기가 업계차원에서 자발적인 구조조정을 할 적기다. 시장규모에 비해 많은 업체가 경쟁하면서 연구개발이 중복되고 ‘규모의 경제’도 불가능한 상황이므로 업체별로 전문분야를 나눠 경쟁력을 높이는 것이 필요하다.
△ 정부의 농기계임대사업 문제점 및 개선방안이 있다면
- 임대사업 임대료의 적정 수준 유도가 필요하다. 현재 지자체 농기계 1일 임대료는 구입가의 0.39% 수준으로 매우 낮고 이로 인해 운영비가 과다하게 지출되고 임대수입 저조, 농기계 구입차질, 담당자 업무 가중 등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다. 1일 임대료율은 초기 농기계 구입가의 2% 정도는 받아야 부작용을 최소화시킬 수 있기 때문에 정부가 최소한의 임대료를 징수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
또한 단기임대보다 장기임대 비중을 늘려야 한다. 농업기계 임대사업을 보다 활성화하기 위해서다. 일본의 경우도 단기임대 비중보다 장기임대 비중이 높기 때문에 우리보다 효율적으로 운영이 되고 있다. 장기임대 쪽으로 유도하는 정책을 펴야 더욱 임대사업이 활성화될 수 있고 국민적 공감을 얻을 수 있다.
임대사업소 전문인력도 확충해야 한다. 임대사업 운영을 위해 팀을 구성해 운영하는 시군이 94개소가 있다. 하지만 이렇게 구성돼 있더라도 일부 지역을 제외하고 팀장이 비전문가로 구성된 곳이 대부분이어서 효율적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임대사업의 효율화를 위해서는 책임자를 농업기계 전문가가 맡게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리고 임대사업소가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전문인력 육성이 시급하고 이보다 더 전문경력관들의 처우개선이 필요하다. 진급 등에서 일반공무원과 같은 조건에서 평가를 받고 인정받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이들의 사기를 진작시켜야 지금보다 더 임대사업소가 활성화될 수 있다.

△ 농협은행사업의 최저입찰제가 업계의 가격혼란을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다.
- 농협이 진행하고 있는 최저가입찰제는 국내 생산업체들끼리 제살깎기식 경쟁을 유도하고 있다. 최저가입찰제는 시장점유율을 높이고 안정적인 국내공급이 가능하다는 달콤한 유혹을 뿌리치기가 힘든 업체들의 상황을 이용해 시장질서를 왜곡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최저가입찰제가 국내 농기계 가격 상승을 이끌었다는 부정적 시각도 있다. 이렇게 보는 시각들은 국내업체의 판매물량은 예년과 같은데 국내매출이 상승한 점을 주목한다. 이는 제품가격의 인상이 없이는 불가능한 얘기라는 것이다. 농기계업체들은 최저가 낙찰에 따른 수익성 악화를 막기 위해 매년 자동차처럼 부분변경 모델을 출시, 가격을 올려 응찰하는 수법을 택했다. 이는 가격상승, 잦은 단종 등의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농업인에게 저렴한 가격에 농기계를 안정적으로 공급한다는 본래 취지와 달리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다.

△ 농축산기계 산업분야 활성화 방안이 있다면
- 정부의 농기계산업 R&D 지원규모는 연간 200억원 수준에 불과해 일본의 3600억원과 비교하면 5% 수준에 불과하다. 한계에 이른 국내시장을 벗어나 세계시장에 진출할 수 있도록 수출경쟁력을 갖추기 위한 정부의 정책적 지원과 연구개발능력 제고를 위한 R&D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 수출지원정책과 R&D 지원이 문제해결의 핵심이다. 우리나라의 근간산업인 농업발전을 위해서 농기계산업에 대한 적극적인 지원은 필수불가결이다.

△ 정부가 여성농업인을 위한 정책을 펼치고 있다. 제도적으로 뒷받침할 부분이 있는가.
-농식품부는 여성친화형 농기계에 대해 ‘여성의 신체적 조건을 고려해 여성농업인이 사용하기 편리하게 제작됐거나 여성농업인의 이용도가 많은 농기계 및 편이장비’라고 정의했다. 그러나 이 정의에 따르면 범위가 너무 넓어 해석하기 나름인 만큼 보다 구체적인 개념 정립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있다. 특히 여성농업인은 운반차나 트랙터를 몰기보다는 생산과정에서 일손이 많이 필요한 파종·수확작업에 주로 참여하고, 생산 이후에는 가공작업이 잦기 때문에 파종기·수확기·세척기 등을 여성친화형 농기계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여성농업인들이 어떤 농기계를 필요로 하는지에 대한 정확한 사전조사가 없는 것도 문제다. 여성농업인들은 동력이 장착돼 힘을 들이지 않고도 이용할 수 있는 농기계, 농산물의 상품화 과정을 지원하는 건조기·세척기 등의 농기계가 노동경감을 도와줄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현장의 여성농업인을 대상으로 농기계 수요조사를 실시하고 이들이 필요로 하는 농기계에 대한 조사를 바탕으로 여성친화형 농기계의 개념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 ‘존립’위기에 봉착한 국내 농축산기계 업체들이 국내시장을 회복하고 해외에서도 경쟁력을 갖추기 위한 방안이 있다면
-내수시장에서 외국농기계의 점유율이 트랙터 12.4%, 이앙기 41.5%, 콤바인 29.7%로 크게 증가하고 있다. 국내농기계산업이 내수시장을 지키고 해외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기술경쟁력 확보와 품질제고가 필수지만 개별기업의 투자로는 한계가 있다. 현재 세계시장은 우리와 가까운 아시아 태평양 지역을 중심으로 재편될 것이기 때문에 국내업체와 정부의 정책은 세계시장에 초점을 맞춰 진행돼야 한다. 특히 농기계산업의 해외시장 경쟁력 확보를 위해 연구개발을 체계적이며 집중적으로 재편을 해야 한다. 무엇보다 업체들도 핵심 원천기술을 보유하고 기술을 선도하기 위해선 과감한 투자가 절실하다. 여기에 농촌진흥청과 대학에 흩어진 기술개발 역량도 하나의 기술개발 로드맵에 묶어 통합 체계화한다면 시너지 효과도 더욱 높아질 것이다. 따라서 정부와 기업, 전문가그룹이 손잡고 농업용 엔진을 비롯해 핵심원천기술에 대한 공동개발을 시급히 추진해야 한다.

△ 축산분야 경쟁력 확보를 위해 추진돼야 할 정책들이 있다면
-1년 6개월 앞으로 다가온 무허가 축사 적법화를 둘러싼 축산농가들의 혼란이 커지고 있는데다 축산업이 김영란법의 최대 피해계층으로 꼽히고 있어 적법화 시한 연기나 적절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현재의 무허가 축사라도 처음부터 무허가였던 것은 아니고 축산업을 하는 과정에서 확대되거나 증축하는 과정에서 무허가 축사가 된 경우가 대부분이다. ‘가축분뇨법’개정으로 사육규모에 맞는 처리시설이 없으면 2018년 3월25일 이후에는 축사 사용중지 내지는 폐쇄명령이 내려지기 때문에 현재와 같은 추세라면(1년6개월 동안 1~2%만 양성화) 무허가 축사 가운데 95%는 문을 닫아야 할 상황이다. 농식품부가 환경부를 설득해 기존 무허가 축사는 3년 이내에 처리시설을 두도록 하고 사용중지 명령 대상에서 제외하도록 법을 개정해야 한다.

△ 농축산분야에서 어떤 활동을 펼쳐왔는지 궁금하다.
-농식품위 산하에 ‘부정청탁 등 금지법 관련 특별소위’구성을 제안하고 소위 위원장으로 활동했다. 소위에서 ‘부정청탁 등 금지법’이 그대로 시행된다면 농축산업의 피해가 심각해 질 것임을 알렸고 농식품위 결의안 2건을 제안해 만장일치로 채택됐다. 8월5일에는 ‘부정청탁 및 금품수수 금지법(일명 김영란법)’의 적용금액 한도를 상향 조정(음식물 3만원→5만원, 선물 5만원→10만원)하거나 시행 유예를 촉구하는 결의안을, 8일 전체회의에서는 ‘김영란법’의 적용 대상에서 농축수산물의 제외를 촉구하는 내용의 결의안을 각각 채택했다. 19대 국회 국정감사에서 2006년부터 5년간 11개 사료기업들이 16차례의 담합을 통해 13조원의 부당매출을 올렸으나 과징금은 1%에도 못미치는 773억원을 부과한 사실과 이 과정에서 농식품부가 사료기업들에게 입장을 옹호하는 검토의견을 보낸 사실을 밝혀냈다. 매출액 13조원의 7%면 9100억 정도인데 실제 부과된 과징금을 제외하면 약 8200억원 정도는 농업계에 환원하라고 지적했다. 그리고 며칠 전에 있었던 20대 국회 국정감사에서 농식품부가 적극 나서서 담합업체의 사회 환원에 적극 나설 것과 즉각 사료값을 인하할 수 있도록 하라고 지적했다.

선태규  editor77jin@al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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