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승용비료살포기 100대 일본수출로 이목집중
농민입장서 제품개발…초음파발생기 부착 종자소독기 출시

(유)광원농기계 정경수 대표

“봄철에 잠깐 팔고나면 수요가 없어요”
(유)광원농기계(대표 정경수·사진)는 승용비료살포기로 대내외에 인지도가 높고 특히 까다로운 일본시장에도 진출했을 정도로 기술력도 갖추고 있다. 그런 회사 대표에게서 푸념섞인 한탄이 나올 정도면 농기계시장은 이미 ‘침체’를 넘어 ‘위기’를 향해 달려가고 있는 것이다.

직원 몇 명이 제품을 만드느라 분주하게 오가고 기계소리가 일정 간격을 두고 울림을 반복하는 바로 옆에 얇은 유리 여닫이문이 있고 이 문을 열면 바로 사무실이다. 정 대표의 목소리를 공장기계 소리가 가끔 끊어 놨으나 그는 얘기의 끈을 놓지 않았다.

“수요가 절벽인데 누가 개발해서 새로 만들겠습니까. 또 개발한다고 하면 자금이 필요한데 정부에 공모신청을 하면 번번히 탈락합니다. 농기계시장은 로비 잘해서 먹고 사는 업체들이 대부분입니다. 뿌리가 밑바닥부터 썩었습니다”

정 대표가 현 농기계시장에 대해 내린 진단은 이러했다. “밑바닥부터 썩었다”

정 대표가 이런 속내를 털어놓기까지는 R&D와 관계된 많은 실패와 시행착오가 있었을 것이고 현실의 벽을 깊이 실감한 좌절감과 이게 분노로 바뀌고 다시 가라앉아 체념하는 과정이 있었을 것이다. 그는 “농기계 진흥을 위한 정부 관계자들의 마인드 변화와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했다. 하지만 사업의 끈을 더욱 단단히 거머쥘 것 같은 의지도 내비쳤다. “이 업계에선 나름 인지도가 있습니다”엷은 미소와 함께 던진 정 대표의 이 한마디가 이를 대변하는 듯했다.

광원농기계는 승용비료살포기, 볍씨발아기, 수도작배토기, 회전식 자동방제기, 종자소독기를 생산하고 있고 1993년부터 일본에서 미스트기, 예초기, 중경제초기 등을 도입해 일선농가에 보급하기도 했다. 그로부터 대략 20년이 지난 2010년에는 국내 시판가격보다 30%나 높게 승용비료살포기 100대를 일본시장에 수출했다. 자체기술이 적용된 점, 일본측 수입업체가 방제기 분야 전문업체(아리미즈)라는 점, 판매처가 이세키(ISEKI)라는 점 등은 세간의 주목을 받기에 충분했다.

당시 한 업계 관계자는 “논밭의 면적과 모양이 각각 달라도 일정량의 비료가 땅에 고르게 뿌려지도록 하는 기술, 원하는 각도로 골고루 뿌리는 기술은 높은 정밀도가 요구되는 데 이 점을 일본에서 높게 평가한 것 같다”고 말했다.

승용비료살포기의 사용시기를 보면 기계에 담긴 정 대표의 마음도 읽을 수 있다.

정 대표는 “농업인들이 모 이앙후에 몸이 많이 피곤할 때 비료살포기를 짊어지고 제초제와 비료를 뿌린다”면서 “그러한 고충을 덜고 어려운 농가의 인건비도 줄이기 위해 승용비료살포기를 개발하게 됐다”고 말했다.

승용비료살포기는 △비료입제 물약 살포(인력 4배 이상 작업효과) △물빠짐 장치 부착 △승용이앙기·관리기, 화물차(세렉스), 트랙터 등 부착활용 △노약자·여성 사용 편이 △30·60L 대용량 탱크 등의 특징을 갖고 있는데 모두 사용편의성이나 경제적 효과와 관계가 있다.

광원농기계는 종자소독기로도 농민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차별화된 점은, 자루에 종자를 담아 쓸 수 있는 편의성이다. 자루에 담아 소독을 하면 뜨거운 물이 묻어있는 상자를 손으로 직접 꺼낼 필요도 없고 물을 머금어 무거운 종자를 인력으로 꺼낼 필요가 없다. 광원농기계가 보유한 특허와 관련된 특징이다.

또 다른 장점은 보일러가 통 중앙으로 공급돼 골고루 열전달이 되고 둥근모양으로 인해 물 순환력도 우수하다는 것. 이외에도 열손실이 적고 시간당 200~400kg 이상 온탕소독을 할 수 있으며 종자온탕 소독기와 종자 발아기를 겸용으로 사용할 수 있다. 이 제품을 활용하면 벼키다리병, 깨씨무늬병, 선충, 도열병 등을 예방할 수 있고 보리의 경우 깜부기병, 곰팡이병, 줄무늬병, 누른모자이크병 등을 방제할 수 있다.

최근에는 기존 종자소독기에 초음파발생기를 부착한 신제품을 출시했다. 살균효과를 높인 이 제품은 내달 2일부터 열리는 천안 국제농기계자재박람회에 전시될 예정이다.

정경수 대표는 김제시에서 1만2000평 벼농사를 짓던 농민후계자 출신이다. 정 대표는 이 경험을 R&D를 통해 제품들에 녹여냈다. 농민들은 광원농기계 하면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그냥 산다는 얘기도 들린다.

정 대표는 “정부의 R&D지원정책이 개선되면 농민의 일손을 덜어줄 제품개발에 더욱 매진하고 싶다”고 말했다.
 

선태규  editor77jin@al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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