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회장 권한축소, 축산특례, 조합원 요건 강화, 자율성 침해 등 쟁점

농식품부, 중앙회장 선출방식 ‘현행 유지’ 선회

축산특례 일부 수정…업계 “성과 치중” 우려

지난 5월 입법예고돼 업계의 강력한 반발을 야기했던 ‘농업협동조합법 일부개정법률안’이 일부 수정돼 빠르면 이달 중순경 국회에 제출된다. 논란이 됐던 농협중앙회장 선출방식, 축산경제 특례, 경제사업 미이용 조합원 정비 근거, 의무도입 비상임 조합장 업무집행권 삭제 등의 조항이 수정됐다고는 하나 업계의 반발이 여전해 입법 과정에서 진통이 예고되고 있다. 

개정안은 농협중앙회가 신용사업에만 치중하고 농업인을 위한 농축산물 판매·유통 등 경제사업은 소홀히 한다는 문제가 제기됨에 따라 이를 해소하기 위해 마련됐다. 개정안의 핵심은 농 협중앙회가 갖고 있던 경제사업을 경제지주로 이관하고 신용과 경제사업을 분리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를 실현하기 위해 손댄 부분들이 업계 의 강력한 반발을 야기했다. 그동안 논란이 됐 던 조항과 추후문제가 될 수 있는 부분들을 짚어보고자 한다. 

◇중앙회장 권한 축소조항 쟁점될 듯

농협중앙회장 선출방식 개편은 회장 선출방식을 이사회호선제로 바꾸고 회장의 권한을 대폭 축소하는 것이 핵심이다. 이는 농민자조 조직으로서 농협의 ‘자율·독립성’과 관계가 있다. 농협법 개정안에 따르면 대의원 조합장 290여명이 투표로 회장을 뽑던 방식에서 중앙회 이사 27명이 조합장 이사 중 1명을 회장으로 선출하는 방식으로 바뀐다.

하지만 최근 농림축산식품부는 선거로 선출하는 현행방식을 유지키로 방향을 선회했다. 문제는 이와 함께 추진된 중앙회장 권한축소 부분이다. 이 조항은 기존 개정안이 그대로 유지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개정안은 농·축경 대표, 전무이사 등 사업전담 대표에게 위임·전결토록 한 중앙회장 업무규정을 삭제해 사업전담대표 고유업무로 변경하고 있다. 경제사업과 관련한 예산과 조직이 경제지주에서 독립적으로 의결·운용토록 한 이 조치는 전문성과 효율성을 감안한 ‘경제사업 활성화’와 관계가 있다.

회장의 권한축소는 2000년 경제·신용사업에 대한 대표권 및 업무집행권 축소, 2005년 비상 임화 및 교육지원 사업 대표권과 대부분 업무집행권 전무이사에 이양, 2009년 간선제 방식 도입 등의 과정을 거쳐 왔다. 현재는 비상임 회장이 경영관련 권한 일부를 보유하면서 사업대표에게 위임·전결토록 하고 있다. 농업계는 권한축소에 대해 ‘현행 유지’가 적합하다는 입장이다. 그동안 회장의 권한이 줄었는 데 필요한 업무마저 삭제하는 것은 조합원 및 농· 축협을 대표하는 지위를 생각할 때 과도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축산경제대표, 인사추천위서 추천

농협법 개정안의 최대쟁점 중 하나는 ‘축산특례 (농협법 제132조)’ 삭제였다. 축산특례는 △축산경제대표는 조합장 대표자 회의에서 추천 △구 축협중앙회로부터 승계한 재산은 축산경제대표가 관리 △인력조정시 형평성 보장 △사업추진의 자율성·전문성 보장 등이다.

농식품부는 당초 개정안을 통해 중앙회에 적용되던 이 특례가 사업구조개편이 마무리되는 내년 2월 이후엔 적용대상이 없어지고 농업·축산경제 사업이 경제지주로 이관되면 축산경제대표의 역할이 사실상 종료된다는 이유로 이를 폐지했다. 또 경제지주에는 ‘경영자’가 필요하기에 임원선출 방식도 지주회사 스스로 선출토록 했고 경제지주의 인사·조직 등은 정관으로 해결할 것을 권고했다.

축산특례 조항은 2000년 농·축협 통합때 신설됐으며 같은 해 6월 헌법재판소는 농·축협 통합에 대해 축산특례를 근거로 합헌 판결을 내렸다. 축산특례 삭제는 축산경제부문의 독립성과 자율성을 훼손한 조치로 볼 수 있는 것이다.

농식품부는 이 조항 역시 농협법에서 완전히 삭제하지 않고 ‘경제지주에 축산경제대표를 둔다’ 는 등 일부 내용을 수정키로 했다. 이에 따라 경제지주는 농업경제대표와 축산경제대표의 공동 체제로 운영될 것으로 보인다. 단 축산경제대표는 외부인사를 포함한 인사추천위원회에서 추천하게 된다. 또한 경제지주가 축산경제의 전문성· 자율성을 보장하는 근거를 농협법에 명시하기로 했다. 하지만 축산업계는 “전문경영인을 대표로 선임할 경우 조합의 권익신장이나 목소리를 대변하기 보다 성과에 치중할 수 있다”면서 수정안에도 반대입장을 내비치고 있다.

◇경제사업 미이용 조합원 정비근거 1→ 2년

완화 농식품부는 경제사업을 이용자 중심으로 재편해 활성화한다는 취지로 ‘조합원 정예화’를 추진키로 했으나 이 또한 한발 물러섰다. 농촌인구 감소, 고령화 등으로 조합원수가 줄고 있는 상황에서 이러한 정책마저 추진되면 일선 조합의 존립 기반이 붕괴될 수 있다는 현장의 우려를 수용한 것으로 보인다.

개정안에 따르면 조합원이 정당한 사유가 없는 한 조합원의 권리이자 기본의무인 경제사업 이용 확대를 위해 농축산물 판매, 유통 등 경제사업 최소 이행량에 대해 자체적으로 준수 근거를 마련토록 하고 있다. 특히 조합이 1년 이상 조합의 경제사업을 이용하지 않은 조합원에 대해 제명이 가능토록 했다. 하지만 최근 농식품부는 경제사업 미이용 조합원 정비근거를 ‘1년 이상 미이용’에서 ‘2년 이상 미이용’으로 완화했다.

일선조합이 2년 이상 조합의 구매·판매사업을 이용하지 않는 조합원을 총회 의결을 거쳐 정비할 수 있다는 의미다. 실제로 2014년 기준 경제사업 미이용 조합원은 45만명으로 전체 조합원 233만명의 19%에 달하고 있다. 일선 현장에서는 비농업인 조합원 견제, 조합 경영 건실화 등을 이유로 환영 입장도 내비치고 있으나 조합원수 기준 때문에 존립기반이 약한 조합이 많아 조심스런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농협법 시행령에 따르면 조합 설립인가 기준 중 최소 조합원수는 지역조합이 1000명, 품목조합은 200명, 특·광역시나 농가가 700가구 미만인 도서지역은 300명이다. 현재 일선조합 5곳 중 1곳은 조합원이 30% 가량 줄어 존립이 위태롭고 설립인가 기준을 밑도는 조합도 20여 곳인 것으로 알려졌다.

농협중앙회 관계자는 “조합원수 기준 때문에 지금도 설립기반이 취약한 조합이 많다”면서 “농 촌 고령화 등 현실을 감안해 최소 조합원수 등 설립인가 기준을 완화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경제지주 정관변경시 장관 인가, 한시 적용키로…비상임조합장 사업집행권 박탈 ‘철회’

농협법 개정안 중 자율성 침해 부분은 농협중앙회 경제사업과 농식품부의 감독대상 확대 등 2 가지로 나눠볼 수 있다. 개정안은 농협경제지주 정관변경 때 농식품부 장관의 인가를 받도록 하고 있다. 현행 규정에서는 정관 변경시 총회만 통과하면 된다. 농식품부는 이와 관련, 경제지주 출범후 3년까지 한시적으로 적용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개정안은 일선 조합의 경제사업 활성화를 도모하는 조치도 담고 있다. 경제사업 규모가 일정 기준에 미달하는 조합을 대상으로 농협중앙회가 자금지원을 제한하거나 합병권고를 취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개정안이 시행되면 경제사업 비중이 상대적으로 적은 도시조합이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2014년 기준 지역농협 전체 사업량 대비 경제사업 비중은 △농촌형 65% △중소도시형 35.7% △대도시형 17.3%다.

농식품부는 개정안을 통해 장관의 감독대상에 농협 경제·금융지주를 추가했다. 이에 따라 정부 의 지도·감독 범위는 기존 중앙회, 농협은행에서 경제·금융지주까지 확대됐다. 반면 중앙회의 감독 대상에서 경제·금융지주 자회사를 제외시켰다. 또한 농협중앙회 감사위원장 등은 외부인사로 선임토록 했다. 감사의 투명성과 독립성을 강화하겠다는 취지다.

농식품부는 그러나 비상임 조합장의 사업집행권(교육지원·경제사업)을 완전히 없애려던 계획을 철회해 적용대상을 한정키로 했다. 부실규모가 큰 조합 등에 한해 경제사업 업무집행권만 삭제하고 지도사업 업무집행권한을 현행대로 부여키로 한 것이다. 한 지역농협 관계자는 “농민 조합원과 관련이 있는 교육지원·경제사업은 조합장이 경험과 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조합원의 의사에 따라 집행권을 부여해야 한다”고 밝혔다. 

선태규  midas0718@al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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