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RG 재배면적 10년간 7배 늘어”

동계 사료작물 70%가 IRG···종자자급률은 30% 불과해

종자육종·재배·조제·품질관리·산지생태 등 연구성과확대

◇ 국내 풀사료 생산추이

최근 국내산 양질풀사료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연간 590만톤 이상의 풀사료 수요가 있는데, 볏짚의 공급비율이 40%이상 차지하고 있으며 기존 사일리지 위주에서 헤일리지나 건초비율이 45%이상으로 늘어나고 있다. 이 중 수입되는 조사료는 100만톤에 달해, 양적·질적으로 대체하고자 국립축산과학원에서 이탈리안 라이그라스(IRG) 신품종(15품종 보급)을 개발해 국내 사용자 맞춤형 풀사료 생산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풀사료 생산자(경영체)와 축산농가의 신뢰관계 회복을 위해 국내산 풀사료 품질평가(근적외선이용 품질평가기술)와 실명제를 도입하고, 사일리지 수분함량을 50%이상에서 38%이하로 낮춰 저장성이나 품질을 크게 향상시켰다. 또한 국내 양질풀사료 확대를 위해 농식품부 주관 ‘풀사료 생산기반 확충사업’과 ‘논 타작물재배 확대사업’ 그리고 ‘산지생태축산사업’과 연계해 정책지원과 기술개발 및 보급에 일조하고 있다.

◇ 국내 적응성이 우수한 IRG 육종·보급

이탈리안 라이그라스(IRG) 재배면적이 최근 10년간 7배 이상 늘어났다. 이는 국산 신품종개발과 안전재배기술, 품질향상 기술보급이 한 몫을 한 것으로 분석된다. IRG는 사료가치가 높고(조단백질 11.7%, 가소화양분총량 61.4%, 건물소화율 75%), 가축이 잘 먹으며(기호성: IRG>청보리>호밀), 당분함량(15.1%)이 높아 담근먹이 조제가 잘 되고, 내습성이 강해서 뒷그루(답리작) 재배에 알맞다. 10년 전만 하더라도 재배면적이 약 1만2000ha(종자 500톤)에 그쳤으나, 지난해에는 16만9000ha(종자 6100톤)로 획기적으로 늘었으며,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이 재배하는 풀사료(겨울사료작물 재배면적의 70%)로 자리 잡았다. 국립축산과학원은 1995년부터 이탈리안 라이그라스 신품종 연구사업을 추진해 ‘코윈어리’(조생종), ‘그린팜’(극조생종), ‘코윈마스터’(중생종), ‘화산101호’(만생종) 등 총 15개 신품종을 개발하고 국립종자원에 품종등록을 마쳤다.

IRG 국내 개발품종은 우리 풍토에 맞게 육종된 국내 개발품종은 추위에 강해 중부와 중북부지역에서도 재배가 가능하다. 수확시기도 다양해 농가생산여건에 맞게 품종을 선택, 재배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2018년 국내산 IRG 종자자급률은 29.1%에 달하며, 국산품종 종자를 1500톤 공급할 경우 연간 500만 달러(58억원)의 외화를 절감할 수 있다. 앞으로 15년 뒤인 2030년에는 IRG 종자자급률을 100%(종자 6000톤)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다. 신품종개발 외에 안전재배기술과 풀사료 조제기술도 재배확대의 견인차 역할을 했다.

베일러를 이용한 IRG 곤포사일리지 작업모습

◇ IRG 재배기술 정립

IRG 보급을 확대하기 위해 중부와 중북부지역에서는 벼가 서 있는 상태에서 파종하는 ‘IRG 벼입모중 파종재배기술’을, 같은 밭에서 한 해 3번 수확이 가능한 ‘IRG와 귀리 혼파재배기술’을 개발해 보급하고 있다. IRG는 적기파종이 중요하다. 지역별 파종적기는 남부지역 ‘9월 하순∼10월 상순’, 중부지역 ‘9월25일∼30일’, 중북부지역 ‘9월20일∼25일’이다. 늦어도 남부지역에서는 10월 중순까지, 중부지역에서는 10월 상순까지 파종을 마쳐야 한다.

파종방법에는 줄뿌림, 흩어뿌림 및 입모중 파종 방법이 있다. 줄뿌림과 흩어뿌림 방법은 로터리 작업후 종자를 뿌리고 반드시 진압을 해야 한다. 입모중 파종은 벼가 있는 상태에서 종자를 뿌리는 방법으로서 파종할 때 논에 수분이 충분해야 한다. ha당 파종량은 줄뿌림 30kg, 흩어뿌림 40kg 및 입모중 파종 60kg 정도다. IRG를 논에서 재배할 경우, 대부분 벼가 서 있는 상태에서 입모중 파종을 해야 적기에 파종할 수 있다. 파종 후 7일이 지나면 IRG 싹이 나오며, 이때부터 벼를 수확해도 된다. 벼 수확시기는 빠를수록 좋다. 벼 수확 후 볏짚을 빨리 걷어내고 밑거름을 주어야 이탈리안 라이그라스가 정상적으로 생육할 수 있으며, 습해를 방지하기 위해 배수로를 만들어 주는 것이 중요하다. IRG가 안전하게 겨울을 넘기려면 월동 전(12월 상중순) 초장이 20㎝ 정도 되고 분얼(가지치기) 숫자가 4∼5개 정도 돼야 한다.

◇ 건초 및 헤일리지 조제기술 확대

수입 풀사료의 90% 이상이 건초형태인데다, 섬유질배합사료(TMR) 공장과 축산농가들이 수분함량이 일정한 건초를 원하고 있어 국내에서도 건초생산이 필요하다. IRG는 봄철 건초생산에 가장 알맞은 사료작물로 이삭이 80% 이상 나왔을 때 베어(예취) 건조하면 질 좋은 건초를 생산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봄철 잦은 비로 인해 건초생산에 부정적 인식이 있어 수분함량이 많은 담근먹이(사일리지) 위주로 생산하고, 건초는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실정이다. 건초생산은 이슬이 걷히는 오전 9시 이후가 좋다. ‘모우어 컨디셔너’를 이용해 풀을 베고, 하루 정도 그대로 두어 수분을 말린다. 다음날부터 3일 정도 ‘반전기(테더)’를 이용해 1일 1회 뒤집어 주면 1㏊ 당 40톤의 건초를 생산할 수 있다.

건초생산을 위한 IRG 예취작업 모습

◇ 양질풀사료 품질평가체계 개선

정부의 안정적인 풀사료 생산기반 구축을 위한 정책에 힘입어 최근 풀사료 자급률과 유통물량이 급속히 증가하고 있다. 그러나 풀사료 생산량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품질이다. 현재 유통되고 있는 국산 풀사료 중 일부는 수분이나 이물질이 섞여있는 등 품질이 균일하지 못해 축산농가와 사료업계에서 외면하는 경우도 생겨나고 있다.

기존의 풀사료의 사료가치 분석은 시간이 많이 걸린다는 단점이 있다. 실험실에서 2~3일에 걸쳐 진행하는 습식분석방법을 통해 이뤄지기 때문에 현장에서 사용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 이에 국립축산과학원은 현장사용이 가능한 근적외선분광방법(NIRS)을 개발해 관련된 검량식을 개발하고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했다. 이 검량식은 유통현장에서도 5분 이내에 풀사료의 수분과 조단백질, 조섬유 등을 정확하게 분석할 수 있다. 현재 국내에서 주로 생산하는 IRG와 청보리 등 겨울사료작물 4개 초종의 검량식이 개발완료된 상태이며, 2018년도에는 사료용 옥수수, 사료용 벼, 수수류 등 여름사료작물과 저수분 사일리지와 건초를 개발해 보급 중이다. 앞으로 이 기술이 현장에 정착되면 국산 풀사료도 품질에 따라 등급화가 가능해 유통가격이 차등 있게 산정됨으로써 품질에 따라 제값을 받을 수 있는 기반이 조성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 산지생태축산 활성화 방안강구

현재 우리나라 초지면적 3만5000㏊ 가운데 부실초지 면적은 1만1000㏊로 전체의 31%를 차지한다. 초지는 조성된 뒤 1~2년째 높은 수량을 보여주지만, 3~4년이 지나면 생산량이 줄고 잡초가 발생하기 쉽다. 산지초지의 부실화를 막기 위해서는 관리용 비료주기와 풀씨 추가파종, 악성잡초 제거 등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하다. 특히 철저한 봄철관리를 통해 우수한 초지를 지속적으로 유지해야 풀사료 생산성을 높일 수 있다. 목초가 없는 빈자리는 반드시 추가 파종해 메워줘야 잡초발생을 줄일 수 있다. 파종시기는 가을이 적당하지만 시기를 놓쳤을 경우 3월초에 추가파종 해주는 것이 좋다. 6월까지는 목초가 잘 자라는 시기로 비료를 충분히 뿌려 잡초보다 목초 힘이 우세하도록 만들어주는 것이 중요하다. 가축방목은 풀이 20㎝이상 자랐을 때 실시하는 것이 좋고 한 해 4회 이상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국립축산과학원에서는 부실초지 연구대상지로 강원도 평창의 농가 1개소를 선정해 토양개선, 종자 추가파종, 악성잡초제거 등 지속적인 관리를 한 결과, 관리 전보다 51% 정도 생산성을 높이는 효과를 얻었다. 따라서 봄철 초지관리가 초지의 한 해 성패를 좌우할 수 있기 때문에, 목초의 추가파종, 추비 및 첫 방목시기 등을 고려해 철저히 관리해야 한다.

◇ 맺음말

국내산 풀사료의 존재가치는 언급할 필요도 없을 만큼 중요하다. 이상기상 등 기후변화의 영향으로 인해 전 세계의 풀사료 재배지역이 감소되고 있으며, 이와 관련된 수입가격 변동과 수급불안정이 예상되고 있다. 우리 축산업의 기반을 공고히 하기 위해서라도 국내산 풀사료의 보급확대는 중요한 가치를 가진다. 지속적인 국내산 풀사료 관련 기술개발 및 보급을 통해 양질풀사료 자급률 100% 달성이 하루빨리 이뤄지기를 희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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