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밀농업·ICT관련 농기계 개발, 전문수리인력 양성 필요”
“가격표시제, ‘탁상행정’ 결과물…현장 고려해 단계적 추진해야”

“농협법개정안, 조합원정예화·축경대표 선출 등 개선할 것”
“정책 실패가 ‘쌀값 폭락’ 초래…쌀 생산조정제 즉각 실시해야”

제20대 국회개원과 함께 농림축산분야를 총괄하는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가 출범했고 소관부처에 대한 국정감사까지 마무리됐다. 현 시점에서는 관련부서의 예산심의가 가장 중요한 과제다. 내년 사업운용의 성패가 달려 있기 때문이다. 본지는 연속기획으로 농식품위 출범 초기부터 소속 국회의원 19인의 의정활동을 미리 살펴보기 위해 연속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그 다섯번째 순서로 야당간사이자 재선의 이개호 의원(전남 담양·함평·영광·장성)을 만나 앞으로의 의정활동, 농업 및 농축산기계산업에 대한 소신과 계획 등을 들어봤다.

■김영춘 의원(위원장, 부산진구갑)
■김태흠 의원(간사, 충남 보령·서천)
●이개호 의원(간사, 전남 담양·함평·영광·장성)
■황주홍 의원(간사, 전남 고흥·보성·장흥·강진)
■권석창 의원(위원, 충북 제천·단양)
■김성찬 의원(위원, 경남 창원 진해)
■안상수 의원(위원, 인천 중구·동구·강화·옹진)
■이군현 의원(위원, 경남 통영·고성)
■이만희 의원(위원, 경북 영천·청도)
■이양수 의원(위원, 강원 속초·고성·양양)
■이완영 의원(위원, 경북 고령·성주·칠곡)
■홍문표 의원(위원, 충남 홍성·예산)
■김철민 의원(위원, 경기 안산 상록구을)
■김한정 의원(위원, 경기 남양주시을)
■김현권 의원(위원, 비례대표)
■박완주 의원(위원, 충남 천안시을)
■위성곤 의원(위원, 제주 서귀포)
■김종회 의원(위원, 전북 김제·부안)
■정인화 의원(위원, 전남 광양·곡성·구례)

  <이개호 의원 약력>
￭ 소속정당: 더불어민주당(전남 담양·함평·영광·장성)
￭ 당선: 2선(19대, 20대)
￭ (현)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간사
￭ (현)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위원
￭ (현) 더불어민주당 전남도당 위원장 
￭ (전) 목포·여수·광양시 부시장
￭ (전) 제35대 전라남도 행정부지사

△한중FTA, 김영란법 등으로 농축산분야 종사자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어떤 어려움들이 있고 특히 정부대책에는 문제가 없는가.

-2015년 6월 산업통상자원부가 비준동의안과 함께 제출한 ‘한·중 FTA 영향평가결과’는 20년간 농업피해액이 총 1540억원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그러나 2013년 농림축산식품부가 조사한 농업분야 피해액은 1조4174억원으로 산업부 발표와 9배 이상 차이가 났다. 정부가 농업피해액을 산정해서 FTA대책을 세울 때는 항상 최악의 시나리오를 가정하고 그에 대한 대책을 마련해야 함에도 낙관적인 전제로 접근하기 때문에 이런 차이가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게 하다 보니 실제 이행상황을 평가해 보면 당초 예측치보다 2배 이상 피해가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일례로 ‘한·칠레 FTA 이행상황평가 보고서’(대외경제정책연구원)를 보면 한·칠레 FTA 피해 예측액은 5860억원이었으나 실제 피해액은 9년(2004~2012년)에 걸쳐 1조원에 달했다.

이런 피해에 대처하기 위해 ‘한·중 FTA비준 동의’를 하면서 ‘여·야·정 협의체’에서는 ‘8대 사항과 19개 세부과제’를 농어업과 농어촌 지원 대책으로 합의를 했다. 그중에 ‘농어촌상생협력기금’설치는 여·야·정 협의체에서 합의한 첫번째 사항으로 매년 1000억원씩 10년간 총 1조원을 조성해 농어업과 농어촌에 지원키로 했다. 그리고 이번 20대 국회에 들어와서 농어촌상생협력기금을 설치하는 법 개정안을 발의했고 이번 정기국회 상임위에서 통과됐으며 본회의에서 곧 처리될 예정이다.

청탁금지법 역시 사정은 다르지 않다. 청탁금지법이 그대로 시행되면서 농어민들의 피해가 현실화되고 있다. 기관마다 조금씩 피해액 산정이 다르긴 하지만 농촌경제연구원이 소비자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를 보면 ‘청탁금지법’시행 이후 선물로 농축산물을 주고 받을 횟수가 24.4∼28.5% 감소할 것으로 응답했다. 이렇게 되면 금액으로는 8193∼9569억원의 손실을 입게 되는 것이다.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농축수산물이 전부를 차지하는 음식업에서 8조5000억원, 농축수산물이 포함된 선물관련 산업에서 약 2조원 등 연간 손실액이 10조원에 달한다는 보고까지 있는 상황이다.

△대풍이 예상됨에 따라 쌀값 폭락이 우려되고 있다. 이에 대한 대책이 있다면

-쌀을 수확하는 농민들의 가슴이 시커멓게 타들어가고 있는 상황이다. 국내 쌀값이 13만원대로 폭락해 20년 전 쌀값으로 되돌아갔다. 그런데 정부는 쌀값 하락을 과잉생산, 소비감소 등이 원인이라고 운운하고 있다. 이것은 생산자인 농민들과 소비자인 국민들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처사라고 볼 수 밖에 없다. 수확기를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쌀 재고량이 175만1000톤이며 이중 25.5%인 44만8000톤이 수입쌀이다. 여기에 국내산 재고가 쌓이면서 재고량 증가가 이어졌고 재고미 관리에 실패하면서 쌀값 대란이 일어난 것이다.

국내 수요와 수입쌀의 수입동향을 감안하면 재고량 증가가 충분히 예견됐음에도 손을 놓고 있었던 정부의 정책실패 때문에 ‘쌀값 폭락’이라는 오늘의 상황이 초래된 것임을 알아야 한다. 따라서 쌀값 회복을 위해서는 적어도 전년도 가격인 15만8000원 수준이 될 때까지 정부가 하고 있는 공공비축미 36만톤과 해외공여용 3만톤을 포함해 100만톤 수준의 시장격리를 실시해야 한다. 또한 대북 쌀 지원을 즉각 실시해야 한다.

특히 의무수입으로 도입하는 밥쌀용 쌀 수입을 중단해야 하고 밥쌀용 쌀을 지속적으로 방출해 국내 쌀값 하락을 부추겨 왔는데 이것도 중단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아울러 묵은 쌀 30만톤 이상을 사료화하는 획기적인 쌀소비 방안도 마련해야 한다. 중장기적으로는 논(畓) 기능을 유지한다는 토대위에서 콩, 보리, 밀, 옥수수, 사료용 총체 벼 등 작목 전환과 예산확보 등을 포함한 쌀 생산조정제를 즉각 실시해 나가야 한다.

△농협법 개정안이 업계의 반발을 사고 있고, 국회 입법과정에서 논란이 예상된다.

-농협법 개정안은 여러가지 문제를 안고 있다. 그 중 2가지만 지적하고자 한다.
첫번째는 조합원 정예화 문제다. 경제사업을 이용자 중심으로 재편해 활성화한다는 취지로 조합원이 정관에서 정하는 정당한 사유없이 1년 이상 경제사업(구매·판매)을 이용하지 아니한 경우는 제명할 수 있도록 한 조항과 관련돼 있다. 물론 경제사업을 이용하지 않거나 자격이 갖춰지지 않은 무자격 조합원을 걸러낼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측면도 있다. 하지만 제명만이 해결책이 아니다. 대부분의 조합들이 준조합원의 신용사업에 의존해서 경영을 유지하고 있는 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꾸지 않으면 경제사업이 활성화되는 것은 불가능한 것이다. 또한 무자격 조합원의 퇴출로 조합원수가 크게 줄어들어 자본금 감소로 결국 인근 조합과의 통폐합 등 일선조합의 존립기반이 붕괴될 우려가 있다.

따라서 조합원 정예화에 앞서 원로 조합원에 대한 특례조항 신설과 조합 설립인가 기준 현실화, 농민조합원이 거의 없는 도시조합의 정체성과 역할에 대한 명확한 규정 등 대책 마련이 선행돼야 한다.

두번째로 얘기하고 싶은 것은 축산경제 대표 선출문제다. 개정안은 축경대표 선출은 외부인사가 포함된 임원추천위원회에서 추천하되 외부인사 숫자는 경제지주 이사회에서 결정해 정관으로 정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축경대표는 조합원을 대표하는 사람으로 당연히 조합원들이 선출하거나 조합원들이 선출한 조합장들이 선출하는 것이 타당하다. 그런데도 외부인사가 포함된 임원추천위원회에서 추천하고 외부인사 숫자는 경제지주 이사회에서 결정해 정관으로 정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발상은 농협을 협동조합으로 규정하는 것이 아니라 국가의 공공기관으로 전락시키는 처사로 볼 수 있다. 국회 심의과정에서 이런 문제들 개선하도록 할 계획이다.

△농촌고령화와 일손부족 등이 심각해지면서 농업기계화의 중요성이 보다 부각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정부는 현재 제8차 농업기계화 기본계획을 마련 중에 있다. 기본계획에서 제고할 부분이 있다면

-우리나라의 농촌고령화는 도시에 비해 심각한 수준이다. 2014년 65세 이상 농가인구의 고령화율은 39.1%로 우리나라 전체 고량화율의 3배를 넘어섰다. 더불어 한중FTA 등으로 인해 대외경쟁력을 확보해야 하는 상황에 처해 있다. 경쟁력을 확보하고 안정적인 식량생산을 위해서는 농축산기계에 대한 정책적 지원을 강화하고 확대해 나가야 한다.

정부는 그동안 농기계보급정책을 통해 논농업기계화율은 2014년 기준으로 97.8%, 밭농업은 56.3%까지 끌어올렸으나 밭농업의 경우 더 높일 필요가 있다. 밭농업은 작물이 다양하고 재배면적 규모가 적어 기계화에 어려움이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밭농업기계화를 촉진하기 위해서는 경지정리가 필요하고 기계화에 적합한 수종 개발, 밭전용기계 개발 등도 아울러 추진해 나가야 한다. 지금까지의 획일적인 농기계 보급정책에서 벗어나 농업규모와 작물특성, 농업형태, 지역특성을 고려한 정책을 시행할 필요가 있고 이런 점들이 8차 기본계획에 담겨야 한다고 생각한다.

또한 농업인의 농기계 구입부담을 줄이고 농기계 이용을 활성화할 수 있도록 공동이용을 확대하고 고령인이나 여성들의 편의성을 고려한 농기계 개발, 정밀농업 및 ICT관련 농기계 개발 등도 선행될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농기계 수리전문 인력을 양성해야 한다. 농기계는 ICT 등과 융복합하며 점점 첨단화되고 있고 농촌은 지금 정밀농업이나 스마트농업 추세로 향하고 있다. 전통농기구 개념으로 수리인력 양성문제를 접근해서는 안된다. 첨단화된 농기계를 다룰 수 있는 전문인력 양성이 필요한 것이다. 농기계는 보급도 중요하지만 적기에 사용하는 것이 보다 중요하다. 첨단화된 농기계들은 전통농기계에 비해 고장률이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기계가 복잡하고 부품이 많을수록 고장나기 십상이다. 전문 수리인력이 모자라 값비싼 이 기계를 사용하지 못할 경우 오히려 ‘애물단지’가 될 수 있고 이 때문에 심하면 한해 농사를 망칠 수도 있다. 정부가 8차 기본계획에서 전문 수리인력 양성문제를 심각하게 검토하고 이에 대한 적절한 대응책을 내놓기를 기대한다.

현재 우리 농기계업체들은 내우외환을 겪고 있다. 안으로는 일본산 농기계의 국내시장 점유율이 높아지면서 존립 위기상황까지 치닫고 있고, 해외에서는 기술·가격 경쟁력에서 해외업체에 밀리고 있는 것이다. 농기계산업 발전을 위해서는 선책과 집중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기술력이 선진국들에 비해 취약하다면 선택과 집중을 통해 특정분야만이라도 세계적인 수준으로 만들어 나가는 노력이 필요한 것이다. 지금까지 지적한 점들이 총체적으로 8차 기본계획에 반영돼 실행됨으로써 우리나라 농업경쟁력이 한단계 업그레이드되길 바란다.

△농식품부가 추진하고 있는 농기계가격표시제가 업계의 혼란과 반발을 야기하고 있다.
-7월1일부터 시행되고 있는 농기계가격표시제는 국내에서 제조되거나 수입돼 국내에서 판매되는 모든 농기계와 주요 농기계 부품의 실제가격을 표시하도록 의무화하고 있다. 개정된 시행지침에 따라 농업용 트랙터, 콤바인, 이앙기, 로우더, 로타베이터는 바로 시행하고 내년 1월1일부터 모든 농업기계로 확대될 예정이다.

하지만 농기계 가격 거품을 해소한다는 차원에서 도입된 이 제도가 시장과 동떨어진 ‘탁상행정’의 대표적 결과물이란 업계의 비난을 받고 있다. 판매처 대부분이 여러 브랜드를 취급하면서 수시로 적용되는 원칙없는 할인율을 적용하기 때문에 문제가 발생하고 있고 이로 인해 권장소비자가격 공시 자체가 의미가 없어진다는 것이다. 여기에다 중고시장이 거의 없는 고가 농기계의 경우 중고 구입가에 따라 가격이 결정되는 구조여서 가격표시제 도입 실효성이 더 떨어진다고 지적한다.

이외에도 현장의견 수렴없이 추진한 점, 표시대상이 광범위한 점, 불합리한 수수료 등도 문제로 지적된다. 사각지대가 많아 사후관리에도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기업부담을 최소화할 수 있는 장치 마련과 함께 논란이 지속되고 있고 부작용이 예상되는 제도인만큼 현장상황을 봐 가면서 단계적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다.

△정부가 추진 중인 여성친화형 농기계 확대정책을 제도적으로 뒷받침할 부분이 있다면

-농업인 가운데 여성농업인 비율이 절반을 넘어섰지만 밭농업 기계화율은 53.6%에 불과하다. 특히 기존 농기계 대부분이 남성 농업인의 신체적 조건에 맞게 만들어져 여성친화형 농기계를 보급하는 문제는 매우 중요한 과제라고 볼 수 있다.

정부는 올해부터 설치하는 임대사업소에 농기계 구입 전체예산의 50% 이상을 여성친화형 농기계로 구입하는 것을 의무화했고 현재 운영중인 임대사업소는 올해부터 3~5년에 걸쳐 단계적으로 추가 구입을 지원하고 있다.

하지만 수요에 비해 공급은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따라서 농기계 공급을 대폭적으로 확대해 나가는 노력을 지속돼야 한다. 특히 콩·마늘·양파 등의 밭작물 주산지를 중심으로 선택과 집중을 해서 농기계 보급을 확대해 나가야 한다. 여성친화형 농기계 보급 확대를 위해 정부는 예산 지원을 늘려나가는 한편 기계개발·교육 등도 병행해 추진해야 할 것이다.

△미래농업의 해법을 산림에서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있다. 현재 임업정책에서 아쉬운 점이 있다면  

-농업분야의 경우에는 다양한 형태의 직불제가 도입돼 완전정착을 위한 수정·보완작업을 해나가고 있는 것과는 달리 임업은 열악한 경영여건을 개선하기 위한 지원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실정이다. 임업인들의 소득향상 및 산림의 지속적인 경영을 촉진시키기 위해 임업직불제 도입 논의를 서둘러야 한다. 우선, 현재 농업분야에서 시행되는 친환경농업직불제, 경관보전직불제, 경영이양직불제 등에다 임산물을 추가로 포함시키는 방안이 있다. 또한 조건불리지역 임업직불제, 산림인증직불제, 산림정비직불제, 자연친화산림경영직불제, 산림공공이용직불제 등의 임업직불제를 추가적으로 도입하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농식품위 위원으로서 앞으로의 계획이 있다면

-농어업은 민족의 생명산업인 식량으로서의 기능뿐만 아니라 다양한 다원적 가치를 가지고 있다. 따라서 경제논리나 비교우위 등으로 해석해 정책의 우선순위를 정할 수 없는 기초산업이다. 하지만 국가경영에 있어서 반드시 필요한 산업임에도 투자의 효율이 낮기 때문에 우선순위 논쟁에 부딪히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특히 개방화로 농어업 여건이 악화되면서 심각한 어려움에 직면해 있고 농어업에 종사하는 농어민 역시 예외가 아니다. 농어업과 농어민이 당면한 위기를 극복하고 농어촌에 활력을 줄 수 있는, 가슴으로 느낄 수 있는 따뜻한 정치를 펼칠 계획이다. 특히 농어민과 어르신, 장애인, 다문화 가정 등 사회적 약자를 보듬어 지역사회 공동체 모두가 더불어 행복한 삶을 누릴 수 있도록 ‘더 좋은 국회의원’으로서 다양한 입법과 정책, 더 많은 예산을 지원해 나가는데 진력하고자 한다.

선태규  midas0718@al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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