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쟁기 자부심으로 최고의 쟁기를 만들다"

유영기계주식회사 신용환 대표

“나에게는 쟁기 자부심이 있습니다.”

밭쟁기로 시작해 밭쟁기로 명성을 쌓고 있는 유영기계. 써본 농민들은 다시 찾을 정도로 ‘입소문’이 퍼져 있지만 더 좋은 쟁기를 만들기 위해 유영기계는 매년 매출액의 15% 이상을 연구개발비에 쓰고 있다. 하지만 침체된 농축산기계 시장에서 ‘쟁기’만을 고집하는 이유는 뭘까.

쟁기는 수명이 긴 특징이 있다. 한번 사서 평생 쓰는 농민들까지 있을 정도다. 잘 만들수록 그런 양상은 짙어진다. 영국제 P914 쟁기가 대표적인 예다. 그 제조업체는 쟁기를 잘 만들어 문을 닫은 대표적 회사로 볼 수 있다.

신용환 대표의 답은 짧고 단순했다. “어떻게 하다보니까 쟁기만 만들게 됐고 그 집은 쟁기만 만든 곳이라며 알아줄 때가 있는데 그 재미로 하고 있습니다”

신 대표는 “우리집 쟁기가진 분들은 1대 가진 분이 드뭅니다. 대부분 2~3대 갖고 있습니다. 한번 쓴 분이 다시 쓴다는 것은 이유가 있는 겁니다. 그거 고마운 재미로 하는 겁니다.” 신 대표는 특히 자사 쟁기가 유럽 등 해외 쟁기와 나란히 견줘서 부족함이 없어야 한다고 믿고 있다. 부족한 그 ‘꼴’을 보지 못해 쟁기에 매달리고 있는 것이다. 그걸 그는 “쟁기 자부심”이라고 표현했다. 그래서 그는 머리를 싸매며 힘들어 하고 있는 것이다.

신 대표는 “왜 한 업체가 여러 제품을 만드는지 압니까. 그거 하나로는 먹고 살기 힘들기 때문입니다. 저는 왜 쟁기 하나만 하는지 압니까. 이거 하나만 해도 너무 어렵습니다. 잘 만들려고 하니까 그럽니다. 잘 만들려고 하니까 끝이 없습니다. 계속 투자해야 되니까요.”

영국 p914 쟁기를 똑같이 만든 유영기계 쟁기 최초 모델 Y-1320

◇ 녹록치 않은 해외시장·지켜지지 않는 지적재산권

유영기계는 신 대표의 부친이 대리점 충북총판을 하다 도산을 해서 30여년 전 창업했다. 당시 논쟁기 제조업체들은 많았으나 밭쟁기 제조업체는 없었다. 논쟁기 업체들과 경쟁하는 대신 밭쟁기에 정진하는 길을 택했다. 2세대인 신 대표는 부친의 그런 모습을 19세 때 사업장에서 온갖 굳은 일을 하며 옆에서 지켜봐왔고 그 명맥을 잇고자 애쓰고 있는 것이다.

“초창기에는 글로벌하게 세계 각국을 돌아다녔습니다. 그러던 제가 어느 순간부터 기운이 많이 떨어졌습니다. 미국·독일 빼고 거의 안팔아본 나라가 없었는데 잘 안됐습니다.”

“왜냐하면 유럽, 미국은 기술력이 좋습니다. 기계가 1000만원이면 기계가 그 가치가 있습니다. 근데 이 사람들 급여는 우리나라랑 비슷합니다. 기술력이 안되는데 우리나라 근로자 수준이 거기까지 올라간 겁니다.”

동남아 지역은 정반대다. “동남아는 기술이 안되는 대신 급여가 쌉니다. 그래서 기계가 쌉니다. 우리나라는 양쪽 어디에 끼지를 못하는 형편인 것입니다.” 중국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중국은 우리랑 똑같은 쟁기를 만드는데, 규모가 우리회사 만해야 하는데, 우리보다 100배는 더 클 겁니다. 내수시장이 크니까. 페인트 칠하는 사람이 우리회사은 1사람이라면 거기는 10명, 100명씩 됩니다. 대기환경 규제 등도 많이 받지 않고 장비설치도 필요 없습니다. 일례로 일렬로 100대 쫙 세워놓고 그냥 지나가면서 칠합니다. 무슨 경쟁이 되겠습니까. 월급 10~12만원 받는 사람들이 그렇게 쟁기를 만들고 있습니다.”

신 대표는 국내에서도 좌절을 경험했다. 낮은 진입장벽, 지적 재산권 침해 등 때문이다. “쟁기는 용접만 잘하고 몇 가지 요건만 갖추면 쉽게 만들 수 있습니다. 진입장벽이 낮습니다. 이 때문에 예를 들면 이 동네에서 쟁기를 만들면 옆집 지인은 그 회사 것을 팔아줄 수밖에 없는 환경이 됩니다. 그러니까 시장이 더 확대될 수가 없는 겁니다. 그런 조그만 회사들이 너무 많습니다.”

신 대표는 “시장 진입을 하려면 제도적 틀을 갖추고 해야 하는데 그렇지 않으면 이런 업체들이 시장을 흐려놓습니다. 후발주자니까 선발주자 이길 수 있는 방법은 잘 만들거나 싸게 만드는 것 밖에 없는데, 잘 만들기는 어렵고 그러니 싸게 만드는 겁니다. 시장을 흐린 업체가 사업이 안되서 빠져나가면 또 다른 업체가 그 자리를 차고 들어와 시장을 흐리는 겁니다.” 그는 지적재산권 문제로도 한동안 ‘씨름’을 했다. 연구개발에 대한 열정만큼 이를 지키기 위한 몸부림도 처절했다.

“우리 회사 제품을 복제해 파는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처음에는 일일이 찾아가서 경고했고 안되면 소송까지 했는데, 그래서 떼 놓으면 또 다른 업체가 그 자리를 메꾸는 겁니다. 하다하다 지금은 못합니다. 지적재산권이 이렇게 안지켜진다는 것을 정말 몰랐습니다.” 그는 이어 “이런 상황에 직면하면 개발을 하고 싶은 마음이 뚝 떨어집니다. 몇년 동안 죽으라고 개발해서 조금 막 팔릴려고하는데 이상하게 저 동네서 물건이 나갈 건데 안나가는 겁니다. 알고보면 비슷하게 만드는 사람이 있는 겁니다.”

유영기계의 두 번째 히트제품 치즐쟁기. 농민들로부터는 두더지쟁기나 스프링쟁기로 더 잘 알려져 있다.

◇밭쟁기에 ‘사활’

우리나라 후발업체들이 그랬듯이 유영기계도 영국산 P914쟁기를 모방하는 것으로부터 출발했다.

“30년 전 사람들이 p914 쟁기를 찾는데 부도나서 그게 없는겁니다. 그래서 그러랑 똑같이 만들었고, 우리 회사에서 처음 만든 모델이 그겁니다. 처음에는 아예 똑같았습니다. 뿌리작물하는 분들한테 인기가 좋았고, 그래서 많이 팔았고 지금도 꾸준히 나가고 있습니다.”

이 제품이 Y-1320이다. 유압실린더와 심경조절장치로 운전 중 깊이 폭을 자동조절할 수 있고 특히 쟁기의 약한 부분을 특수보강(단조)해 차체가 튼튼하고 이태리나 스웨덴 등으로부터 직수입한 쟁기날이 적용됐다. 유영기계의 2번째 히트작은 치즐쟁기 즉 치즐디스크플라우다. 간척지 논의 경우 갈대가 벼보다 뿌리가 더 아래에 있다. 갈대가 살아남으려고 벼보다 뿌리를 아래에 내린 것이다. 이 때문에 벼 생장에 지장이 생겼고, 이 쟁기는 갈대 뿌리를 캐내는 용도로 처음 제작됐다. 치즐이란 명칭은 대패 끝날과 비슷하다고 해서 붙여졌고, 농민들은 두더지 쟁기, 스프링 쟁기라고 많이 부르고 있다.

“회전쟁기도 많이 나가고 있습니다. 왕복하면서 작업이 가능하니 효율적이지만 일정 규모 농가들은 경제성을 따져서 이 쟁기를 많이 씁니다. 상대적으로 가격이 비싸기 때문에 소농들은 잘못 쓰는 게 흠이라면 흠입니다.”

유영기계 제품들의 가장 큰 특징은 규격화돼 있다는 점이다. 10년된 제품의 부품도 구할 수 있다는 의미다. “쟁기를 더 잘만들려면 규격화를 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선 금형을 만들어야 하나 비쌉니다. 초창기에 부품을 규격화하는 회사는 우리가 처음이었고, 지금도 1, 2군데 밖에 없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신 대표는 연구 개발과정에 대해서도 상세히 설명했다. 회사를 운영하면서 가장 신경 쓴 부분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중요한 부품의 쇠는 이태리나 스웨덴 등에서 수입한 특수 철판입니다. 옛날에 저나 부친은 최고의 쟁기를 만들려고 했습니다. 어느나라 어느제품이 좋더라는 얘기가 들리면 그 제품을 사다가 끼웠습니다. 부분적으로 들어가는 특수철판의 양이 처음에는 많지 않았는데, 자꾸 많아졌습니다.”

특수철판을 찾는 과정도 언급했다. “일단 제품을 사갖고 와 다 분해하고 성분 분석을 합니다. 그러면 제품명으로 결과가 나오는 게 아니라 마그네슘, 탄소 등 몇 % 이런식으로 나오는 것을 갖고 감으로 어떤 제품을 사고 이런 과정을 반복하며 똑같은 특수철판을 찾습니다. 철판을 사려면 10톤씩 사야 되는데 돈도 돈이지만 이 과정이 길고 쉽지가 않습니다.”

유영기계는 현재 연구개발을 통해 더 좋은 쟁기를 만들지 아니면 현상유지에 머무를 것인지 ‘갈림길’에 놓여 있다. 국내외적으로 직면한 시장환경이 녹록치 않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 쟁기 잘 파는 업체 중에 하나가 우리인데 규모가 이렇게 작고 이게 20년 전 규모입니다. 세계시장에 나설 수 없는 업체들이 모여서 작은 내수시장에서 싸우고 있어 그렇습니다. 좋은 제품을 개발해 글로벌 업체로 성장하고 싶은데 현실적 상황을 보면 쉽지가 않습니다.”

유영기계는 연 20~30억원 정도의 매출을 올리며 어려운 시장 여건 속에서 선전하고 있다. 매출 중 15%는 연구개발에 투자하고 있다. 유영기계가 쟁기에 대한 열정과 자부심을 발판으로 연구개발을 통해 한단계 더 도약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선태규  midas0718@al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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