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매출액 10% 이상 R&D에 투자”...30여개 국가에 ‘수출호조’
“국내상황 암울, ‘농협RPC’최저입찰제· ‘한식연’검정은 개선돼야”

서용교 회장

“끊임없는 기술개발만이 살 길이다”

경기불황과 중국산 저가제품의 공세로 우리 농기계업체의 대외경쟁력이 설자리를 잃어가고 있지만 유독 세계 최고의 기술력으로 농산물가공과 미곡종합처리시설 선두자리를 지켜나가고 있는 (주)대원GSI의 비결을 요약하는 서용교 회장의 답이다.

1970년 설립이래 47여년 세월동안 대원GSI는 끊임없는 기술개발을 통해 농산물가공기계와 미곡종합처리시설에서 독보적인 지위를 지켜나가고 있다. 이미 국내 미곡종합처리장(RPC) 설비의 80%를 공급해오고 있으며, 세계 30여개 국가에 각종 곡물가공기와 색채선별기 수출은 물론 플랜트 수출을 통해 고부가가치 산업의 전형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특히 ICT기술과 정밀가공기술을 바탕으로 하는 색채선별기 분야는 이미 기술종주국인 일본과 유럽 등의 선진국을 제치고 32.7%의 세계시장 1위의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다.

이에 대해 서 회장은 “30여년전 기술력에서 앞서는 일본업체에 기술제휴를 요청했다가 ‘기술을 줘도 너희는 못만든다’며 거절당한 뒤 자체기술개발을 결심했다”고 말하고, “매년 매출액의 10% 이상을 꼬박꼬박 R&D분야에 투자하면서 기술개발에 집중한 결과, 일본이나 유럽보다 기술과 품질면에서 훨씬 앞서게 됐다”고 설명하며 지금은 오히려 선진국에서 기술제휴를 요청받고 있다고 한다.

대원은 이러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1979년 페루에 수출한 것을 시작으로 아시아(일본·중국·태국·인도·스리랑카·말레이시아·베트남·필리핀·방글라데시·파키스탄·캄보디아 등), 유럽(터키·그리스), CIS(러시아·카자흐스탄·우즈베키스탄), 아메리카(페루·콜롬비아·아르헨티나·볼리비아·멕시코·파나마·에콰도르) 등 전세계 30여개 국가에 활발하게 수출하고 있으며, 딸만불 수출탑’을 수상하기도 했다.

대원의 기술경쟁력에 대해 서 회장은 “대원 제품의 우수성은 고품질 도정관리를 위한 일체형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는데 있다”고 전제하고, “고품질 건조저장은 물론 첨단 ICT기술이 결합된 색채선별을 통해 전자동으로 곡물은 물론 고추·마늘·잡곡·녹차·홍차·소금·광석·산업소재에 이르기까지 분석·선별을 통해 양질의 재료를 걸러내는 독보적인 기술력에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그동안 재료식별을 위한 카메라기술은 렌즈 광학기술이 뛰어난 일본에 뒤져왔지만, 이미 10여년 전부터 ICT기술을 접목해 좀더 우수한 영상처리기술로 따라잡고, 오히려 NIR(근적외선) 카메라기술과 RGB 센서선별을 통해 곡물에 포함된 원료불량, 이물질 등을 동시에 선별해내 선진국보다 기술수준이 한단계 앞서 있다”고 덧붙였다.

이를 바탕으로 대원은 최근 2017년형 색채선별기(모델명 SPK+)를 출시해 색상, 성분, 형상을 동시에 선별할 수 있는 신제품을 선보였다. SPK+는 곡물에 포함된 원료불량, 색상이 같은 이물질, 색상이 다른 이물질, 모양이 다른 이물질 등을 동시에 선별할 수 있어 제품의 신뢰도는 물론 생산성, 안전성을 높여주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특히 SPK+는 선별현장에 따라 목표순도, 목표요율 등을 자유자재로 조절할 수 있어 다양한 작업환경에도 적용하기 쉬우며, 안드로이드(Android) 운영체계를 채택해 사용자가 더욱 쉽게 운전할 수 있도록 했다.

또한 국내 최초로 물벼처리 기준 시간당 처리용량이 33.8톤인 곡물정선기(모델명 D300)를 개발해 수매시간 단축으로 인한 농가의 민원해결은 물론 RPC 운영비를 대폭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유지관리비용을 대폭 줄인 사일로플랜트

경북 칠곡에 위치하고 있는 (주)대원GSI 본사전경

이러한 끊임없는 기술개발의 이면에는 대원의 핵심기술을 만들어내고 있는 기술연구소의 활약이 뒷받침되기 때문이다. 대원은 2개의 기업부설 기술연구소를 운영하고 있다. 1995년 기업부설 중앙연구소를 개소해 국내 최초로 색채선별기 등 다수의 곡물가공기계를 개발했으며, 현재 약 60여종의 특허와 실용신안을 보유하고 있다. 또한 2009년에는 바이오텍연구소를 설립해, 곡물가공시 발생되는 부산물을 이용한 바이오제품인 비누, 화장품 등으로 사업영역을 점차 늘려나가고 있다.

그러나 국내환경은 오히려 수출경쟁력에 비해 날이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는 것이 서 회장은 판단이다.

“농협의 RPC 입찰제도가 개선되지 않으면 RPC 기계장비납품업체는 물론 미곡종합처리장의 부실화로 모두가 공멸하게 될 것”이라고 경계하고, “그로 인해 쌀생산 원가가 상승하게 되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농민에게 돌아가게 될 것”이라며 우려했다.

서 회장의 설명에 따르면, 농협의 RPC 입찰제도가 최저가를 고수하면서 현재 최저가 낙찰율은 설계가의 50%에도 미치지 않는 선에서 이뤄지고 있어 RPC 기계장비납품업체의 부실화가 심각한 수준에 이르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미 농협중앙회가 선정해 공시하고 있는 국내 RPC 시공허가업체 11곳 중에서 8개 업체가 도산하고 현재 3개 업체만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고 한다. 또한 이미 최저가입찰을 통해 시공된 RPC 기계설비들도 부실시공으로 인해 사후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법적분쟁이 끊이지 않고 있다는 것이 서회장의 주장이다.

이에 대해 서 회장은 “RPC 기계설비에 대한 수요가 줄고 있기 때문에 수요공급의 원리에 따라 공급업체의 출혈경쟁이 불가피한 것은 이해하지만 부실시공을 막기 위한 농협측의 적정마진 보장이라는 슬기로운 해법마련이 아쉽다”고 여운을 남겼다.

이어 그는 농협의 최저가 입찰제도 보다 더 큰 문제점으로 저가 수입쌀에 대응하기 위해 2007년부터 시행되고 있는 쌀 브랜드 육성사업의 폐해라고 지적했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고품질쌀 생산기반을 조성하기 위한 지역별 쌀 브랜드 육성사업의 일환으로 지역 RPC 생산설비의 현대화를 위한 정부보조지원을 확대하고 있고, 그 심사와 평가를 한국식품연구원에게 위탁해 운영하고 있는데, 건조설비 기계공학 전문가가 아닌 식품연구원이 건조설비 기계장치 검정은 물론 RPC 설치승인까지 하고 있어 문제가 된다는 것이다.

실례로 물벼는 쌀수매시 건조과정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일시에 몰리는 수매시기에는 신속하게 물벼를 건조할 수 있는 연속식건조기가 필요한데도 순환식건조기의 쌀품질이 더 낫다는 이유를 내세워 건조에 7~10일이 소요되는 순환식건조기에 대해서만 보조지원을 받도록 하고 있다고 한다. 이에 따라 RPC는 수매대기시간으로 민원에 시달리면서도 보조지원을 받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순환식건조기만을 설치해야 하고, RPC 생산설비 현대화기계 선정에 있어서도 한국식품연구원측이 권장하는 고가의 외국산기계를 선택할 수밖에 없어 RPC의 채산성을 악화시키고 있다는 지적이다.

서 회장은 “쌀생산 농가를 위한다면 농사짓는 단계부터 친환경농사를 짓도록 하고, 쌀생산에 들어가는 유지관리비용을 낮춰 품질과 가격경쟁력을 높일 수 있로독 해야 한다”고 말하고, “그런데 갑자기 친환경쌀 브랜드화를 한다고 보리가 쌀이 되는 것도 아니고, 10만원짜리 쌀이 100만원 하는 것도 아닌데 멀쩡한 RPC 기계설비들을 뜯어내고 고가의 수입기계를 설치하도록 권장하는 것은 RPC의 유지관리비용과 제조원가만 높여 농가의 부담만 늘어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편 대원은 ‘미래 먹거리’를 위한 마스터플랜으로 곡물가공기계 일류기업의 선두주자를 이어가기 위해 R&D 투자를 더욱 확대하고, 플라스틱수지·유리·광물 등의 산업재료 분야로 선별기시장을 확대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또한 친환경 바이오분야로도 사업영역을 확장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정상진  jsj1234@al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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