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간기획]축산기술 우수성과

국내농업에서 차지하는 축산업의 비중은 날로 높아지고 있다. 농업전체 생산액 중 축산업 생산액은 40%를 넘어서고 있으며, 매년 6.3%씩 성장하고 있다. 이러한 국내축산업의 발전에는 국립축산과학원의 연구개발성과와 현장실용화기술 보급이 큰 몫을 차지하고 있다. 사양관리·축종개발·바이오환경·가축분뇨·방역관리·조사료생산 등 지속가능한 축산기술개발에 힘쓰고 있는 국립축산과학원의 연구개발성과 중 축산기술 우수성과를 연간기획으로 살펴본다.

④ 한국형 흑돼지 ‘우리흑돈’

“외국산보다 품질·경제성 우수”

출하체중 도달일령 183일, 관능평가·손실함량 등 뛰어나

기술이전농가 사업화실적 40억원, 경제파급효과 30억원

◇ 수입 흑돼지고기 대체필요성

최근 흑돼지시장에서 스페인 재래돼지 ‘이베리코’가 화제다. 친환경적인 사육환경에서 방목기간 도토리를 먹고 자라 육질이 고소하고 마블링이 우수하다는 점을 내세워 흑돼지고기의 고급시장을 선점하고 있다. 국내에서 생산·유통되는 흑돼지는 대부분 외국 흑돼지품종인 버크셔와 흑돼지 교잡종이다. 그러나 검증되지 않은 종돈도입으로 생산성 감소, 균일도 저하 등의 문제를 안고 있다. 따라서 흑돼지 소비확대에 대응해 우리나라 고유계통의 흑돼지 개발 및 체계적인 종돈 관리시스템을 구축이 필요하다.

◇ 한국재래돼지 활용한 새로운 흑돼지개발

우리고유의 유전자원인 한국재래돼지는 1920년대 편찬된 농업기술편람에 ‘모색은 흑색이며 성장이 느리고 체구가 작다. 하지만 고기 맛은 조선사람의 입맛에 적합하다’라고 기술돼 있다. 한국사람의 입맛에 맞지만 성장능력과 번식력이 낮고 경제성이 떨어져 사육하는 농가가 많지 않다. 대부분의 흑돼지농가는 해외품종인 버크셔종 등을 사육한다. 그러다보니 재래돼지의 사육마릿수는 점차 줄어 현재는 거의 멸실되다시피 했다. 한국재래돼지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 국립축산과학원에서는 2008년도부터 재래돼지를 활용한 흑돼지 개발연구를 시작해 2015년 ‘우리흑돈’을 개발했다.

우리흑돈 모돈과 새끼돼지

◇ 잘 자라고 맛있는 ‘우리흑돈’

‘우리흑돈’은 출하체중 도달일령은 183일로 기존 재래돼지 230일령에서 크게 단축됐다. 한 번에 낳는 새끼 수 또한 재래돼지의 6~8마리에서 우리흑돈은 9~10마리로 늘어 경제성이 대폭 증가했다. 육질특성을 보면 우리흑돈은 평균 적색도가 9.1로 외국돼지(외국비육돈 7.1)보다 붉은 빛을 띠는 특징이 있다. 고기단백질의 결합정도를 나타내는 보수력과 조리시 줄어드는 양을 분석한 손실함량 수치도 외국돼지에 비해 우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흑돈’은 육질전문가 및 전문 셰프들로 구성된 관능평가에서 이베리코, 버크셔 등 외국품종보다 우수한 평가를 받았다.

우리흑돈 사육농가

◇ 최신 육종기술이 접목된 경제성이 있는 돼지

‘우리흑돈’은 토종 재래돼지와 국립축산과학원이 2007년 계통 조성한 ‘축진듀록’을 계획 교배해 재래돼지 고유의 맛은 유지하면서도 성장능력을 보완한 돼지이다. 통계학적 기법과 분자육종기법을 사용해 성장능력과 육질특성, 검은 털색 유전자를 고정하고, 재래돼지 혈액비율은 38% 정도로 유지되도록 했다. 체계적인 종돈관리를 통한 종자주권 확보를 위해서 ‘우리흑돈 제조방법’에 대한 특허를 등록하고, FAO 동물유전자원다양성시스템(DAD-IS)에 국내 흑돼지품종으로 등재시켰으며, 한국종축개량협회에 혈통을 등록해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있다. 현재는 ‘우리흑돈’의 전국보급을 위해 거점농가를 육성하고 지역특산품 브랜드화 구축을 위해 2016년부터 씨돼지 235마리를 분양·기술이전했다. ‘우리흑돈’을 사육하고 있는 농가의 ‘우리흑돈’ 재구매율은 100%에 이르며, 육질이 좋아 육가공업체에서 재구매 의사가 높다. 소비자 반응 또한 좋아 본 기술이전을 통해 농가는 총 38억5000만원의 사업화 실적을 달성했다.

◇ 소비자의 다양한 돼지고기 선택권확보

국내에 유통되는 대부분의 흑돼지는 외국에서 수입되는 품종이다. 해마다 외화유출이 발생하고 있으며 질병이 유입될 수 있는 위험부담이 항상 존재하고 있다. 또한 각국의 고유 유전자원을 활용할 때 발생되는 이익을 공유해야 한다는 나고야의정서가 정식 발효됨에 따라 종자주권 기반구축이 더욱 중요해졌다. 국내 유전자원을 활용한 ‘우리흑돈’을 씨돼지로 활용하면 한 해 3억9000만원 가량(130마리 수입)의 기술사용료를 아낄 수 있으며, 기술에 대한 경제적 파급효과는 29억원으로 분석된다. 잘 자라고 맛있는 ‘우리흑돈’은 양돈농가와 소비자를 동시에 만족시킬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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