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사회에 접어들면서 농업과 농촌에 대해서 고된 육체적 노동이라는 이미지를 떠올리는 사람들은 점점 사라져가고 있다. 목가적 이미지의 넓은 토지나 농부의 땀방울을 떠올리기 보다는 자율주행농기계들이 땅을 일구고, 드론과 스마트팜에서 모든 것을 원격으로 진행하는, 보다 현대적이고 첨단과학이 접목된 이미지로 변신했다. 여기에 인공지능과 IT를 접목한 스마트 기술이 들어오면서 체감하는 변화의 속도도 더욱 빨라질 전망이다. 새로운 농촌에 대한 기대는 그 어느 때보다 높은 것이다. 더불어 전 세계 모든 국가들이 인구 증가와 기후변화 등으로 가까운 미래에 환경과 자원이 한계에 달할 것에 대비해 농업에 집중 투자하면서 농업과 농촌의 변화속도는 점점 빨라질 전망이다. 

우리 농업 또한 4차산업혁명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면서 다양한 변화와 위기를 대전환의 기회로 만들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도 기회가 있을 때마다 4차산업혁명에서 농업의 중요성에 대해 매번 강조했다. 이러한 우리 농업의 미래를 설계하고, 농촌진흥청의 안살림을 관리하게 될 신임 이용범 차장을 만나 농촌‧농업의 4차산업혁명 청사진에 대한 생각을 들어봤다.

“농업의 새로운 시장‧일자리 창출위해 노력”

“젊은인재가 선호하는 미래농업 시대 준비”

‘디지털농업’과 ‘데이터농업’위한 정책마련

이 차장은 농과대학이 아닌, 일명 ‘공대생’ 출신이다. 금오공대에서 기계설계학으로 학사를 마친 뒤 서울대대학원에서 석사(농공학과)·박사(바이오시스템공학과) 학위를 취득했다. 농진청 주요 보직인 연구정책국 연구정책과장, 농업공학부장, 연구정책국장, 국립농업과학원장 등을 거치는 등 미래사회 농업의 역할과 변화에 대한 최고의 전문가이기도하다. 특히 4차산업혁명 시대를 맞은 농업현장의 다중융합형 혁신기술 개발, 기술 중심의 생산과 성장 기반 확충을 통한 농업의 새로운 시장과 일자리 창출에 대한 밑그림이 확고하다.

“스마트 기술이라는 것은 영역의 경계가 없는 것입니다. 어디까지 하면 스마트 기술의 완성이라는 것은 없습니다. 이제는 산업의 경계가 사라지고 있습니다. 농업공학분야도 확장성을 가지고 있죠. 더 이상 근육을 쓰는 방식이 아닌, ‘디지털농업’에 걸맞게 젊은 인재가 농업에 진입할 수 있는 방안과 정책적으로도 이를 지원하는 방식이 있어야합니다. 농업이 변하는 방식은 크게 두 가지입니다. 생산방식의 변화와 농업인의 삶과 농촌이라는 공간의 변화죠. 이를 위해서는 디지털화가 중심입니다. 그런 것들을 어떻게 적용하냐하는 것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방식이 나올 것입니다. 또 농업의 전환에 있어 중요한 것 중 하나는 생명공학입니다. 생명공학은 한 번에 큰 변화를 가져올 수 있기 때문입니다. 기존의 전통방식으로 할 수 없는 것들을 크게 변화시킬 수 있습니다. 생명공학의 정보들을 기반으로 농업이 디지털기술과 더불어 크게 발전할 수 있다고 봅니다. 예를 들면 유전체 해독은 이미 많은 진전을 이뤘습니다. 내년까지 40개 작물에 대한 해독이 끝날 것으로 보입니다. 전혀 다른 형태의 시도를 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차장은 우선 새로운 기술의 선제적 적용을 강조했다. 현재 우리나라의 4차 산업혁명 관련 농식품 융복합 부문 기술 수준은 최고기술 보유국에 비해 73% 수준이며 기술 격차도 4.2년 정도로 차이가 난다. 4차 산업혁명의 핵으로 불리는 인공지능, 사물인터넷, 빅데이터 등이 이미 스마트팜으로 농업에 활용되고 있으나 서두르지 않으면 이 격차는 넘을 수 없는 벽이 될것이며 한시 바삐 기반 형성을 위한 과감한 인적‧물적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현재 농진청에서는 디지털농업 연구를 전담하는 가칭 ‘국립디지털연구원’ 신설을 추진중이다. 정부에 건의한 상태이며 필요성과 당위성은 인정받았다.

“농업이 디지털화되는 것은 당연한 사실이고, 말뿐이 아니라 실천이 중요합니다. 앞으로의 농

업은 ‘데이터농업’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표준재배법영역이 근간이 되겠지만 데이터를 활용해서 각각의 환경에 맞는 방식으로 변화하는 것은 생산의 영역뿐만 아니라 농촌의 삶에도 영향을 미칩니다. 농업공학이 단순히 노동의 대체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전혀 다른 형태의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습니다. 이를 위한 인재양성 및 기술 개발을 위한 독립기관의 신설이 시기적으로 맞으며 그렇게 해야 하는 당위성과 실효성은 인정받고 있습니다. 그러나 당위성만 가지고는 추진할 수 없으며 법률적인 것들과 여러 가지 제도상의 난관이 있기에 쉽지는 않습니다. 현재 공학부가 있기 때문에 미션과 기능을 달리해서 출발하는 것이 어떠하겠냐는 상급기관의 답변이 있었죠. 하지만 결국 농업의 기술발전을 위해서는 그릇을 만들어야 합니다. 그릇이 있어야 인재가 들어오는 것이니까요. 기존의 인력을 활용하는 것은 편리할 수는 있겠지만 신설기관이 생겨야만 새로운 기회와 발전의 가능성이 창출되는 것이죠. 그릇을 달리 만들어야 새로운 인재를 담을 수 있는 것입니다. 앞서 말한 것처럼 디지털농업은 농학 전공자가 아니더라도 소프트웨어, 빅데이터 전문가 등 다양한 분야의 인재를 필요로 하고 있습니다. 결국 법률적인 기반마련이 우선되고, 실질적인 결실을 위한 관심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는 새로운 영역의 창출을 의미한다. 농업이 땅을 갈고 씨앗을 뿌리는 전통적인 역할만을 수행하던 시대는 지났다는 것. 최근 우리나라는 곤충, 미생물, 종자 등 생물 유전자원을 활용해 바이오산업 및 기능성식품, 신소재산업의 원동력이 될 원천기술을 개발하고, 치유농업이나 도시농업처럼 생소한 분야를 육성하며 영역을 넓히고 있다. 생산 영역이 아니더라도 다양한 분야와 협업해 블루오션을 만들어내야 한다. 이를 위해서 이 차장이 가장 강조하는 것은 새로운 세대의 도전과 인재 양성이다.

“좋은 기술, 새로운 시장도 사람이 없으면 의미가 없습니다. 농업에 들어오려는 젊은 인재들에게 가장 큰 걸림돌이 되는 것이 일하는 방식입니다. 예전처럼 농업이 고된 육체적 노동이라고 인식되면 안되는 것이죠. 스마트한 방식으로 농사를 지으면서도 고소득을 올릴 수 있다는 점을 알려야합니다. 국내 35세 미만 젊은 농업인은 불과 1%에 불과합니다. 젊은 세대가 우리 농촌을 매력적인 일터로 느낄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농업‧농촌 분야 유망 일자리를 발굴해 알리고, 그들이 귀농‧귀촌했을 때 정착에 어려움이 없도록 지원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새로운 기술, 새로운 영역에 새로운 세대의 신선한 생각과 활기가 더해진다면 우리 농업은 미래를 향해 순풍을 얻은 배처럼 나아갈 수 있을 것입니다.”

신임 차장으로서 농진청의 올해 업무에 대해서는 방향성과 구체적인 과제들을 설명했다.

“올해 청의 주요 추진 과제는 크게 보면 디지털농업과 생명공학을 함께 접목해 농업기술의 발

전을 선도하는 것입니다. 단위 과제별로는 농약허용기준강화제도(PLS)의 정착이 중요하고, 화산병 예방에 총력을 기울일 방침입니다. 또 아랍에미레이트연합(UAE) 프로젝트를 성공시키는 것 등을 꼽을 수 있습니다. UAE사업의 경우 농업기술의 수출이 아니라 실증실험이라고 봐야 할 것입니다. 사막에서 벼농사를 지을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하고 실험하는 것입니다. 어려운 과제입니다. 성공한다면 우리의 농업기술로 국격을 높이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이용범 차장은 단순히 디지털화나 IT에만 접목된 농업이 아니라 농업에서 유래된 다양한 것들이 여러 산업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다원화를 지향하겠다고 강조했다.

“우리나라의 농업 인구는 과거 전체 인구의 60%에서 현재는 4%대로 줄어들었지만 생산력은 오히려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높아졌습니다. 그만큼 기술의 발전이 상황을 변화시킨 것입니다. 앞으로는 많이, 또 쉽게 생산하는 것만이 답이 아니라 농업을 통한 가치의 실현이라는 방향성을 가져야합니다. 먹거리 해결을 넘어 헬스케어나 제약분야 등 다른 산업에도 영향력을 끼칠 수 있을 것이라 생각됩니다. 농업에서 유래된 다양한 확장성을 통해서 가치를 제고시켜야 한다고 봅니다.”

신화준 기자  shj5949@al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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