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커스] ‘자율주행 농기계’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

선진국과 기술격차 현저···요소기술 개발이 관건

세계 농기계시장 67조원의 20%는 이미 로봇기술이 차지

공학부, 트랙터 자율주행 기술고도화 핵심기술개발 나서

인공지능(AI)은 이미 가전제품부터 자율주행 자동차까지 우리생활 깊숙이 빠르게 적용되어 나가고 있다. 농기계분야도 예외는 아니어서 이미 존디어, CNH, 구보다, 얀마 등은 자율주행 기술을 보유, 트랙터·이앙기·콤바인 등의 제품을 상용화하고 확대적용을 추진중이다. 반면 우리나라의 경우 자율주행 농기계의 연구실적은 아직 초보단계에 머물고 있다. 자율주행 농기계는 여러 가지 요소기술과 기반기술이 전제돼야 하기 때문에 단기간에 이룰 수 없다는 어려움이 있다. 국내 유일하게 자율주행 농기계 기반기술을 이끌어 가고 있는 국립농업과학원 농업공학부의 자율주행 농기계 연구개발 현황에 대해 살펴본다.

◇ 농업 로봇연구 추진배경

정부는 국정과제의 하나로 ‘고부가가치 창출 미래형 신산업 발굴육성’을 위해 지능형 로봇, 3D프린팅 등 첨단기술 산업육성을 위해 R&D 및 실증·인프라 구축을 표방하고 있다. 이를 기반으로 농식품부는 ‘제8차 농업기계화 기본계획’을 통해 4차 산업혁명대비 첨단농기계 개발 및 보급을 추진하고 있으며, 농작업의 로봇화·자동화, 스마트농업 등 첨단농업을 실현할 수 있는 IT, BT, NT산업의 높은 기술력을 확보·융합해 4차 산업혁명에 대응하는 첨단농기계 개발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특히 농업인구 고령화와 농촌노동력 부족문제를 해결하고 생산성과 작업편의성을 향상할 수 있는 농작업 자동화·로봇화의 연구추진이 필요하다는 판단이다.

농업 로봇기술은 최상위 ICT 융합기술로써 농업선진국이 관련산업 원천기술을 독점하고 있어 이에 대한 대응이 필요하다. 농업로봇은 미래유망 산업분야로 연간 30%이상의 성장이 전망되고, 핵심기술을 보유한 기업이 시장을 독식할 수밖에 없는 산업구조이기 때문에 로봇관련 원천특허를 확보하는 것이 무엇보다 시급하다. 세계 필드 농업용 농기계시장 규모는 560억달러(약 67조원) 규모로, 세계 Top 3 제조사가 이들 시장의 70% 이상을 점유하고 있고, 이중 20% 정도는 로봇기술이 적용되어 지능화된 트랙터, 콤바인로봇형태로 진화하고 있다.

◇ 자율주행 기술관련 국내외 연구동향

△ 국내 기술수준 및 시장현황

해외 주요 농기계업체는 이미 ICT 기술 상용화를 진행중이지만 우리나라는 상용화 초기단계에 머물러 있다. 동양물산·서울대·언맨드솔루션이 공동으로 무인 자율주행 트랙터를 개발해 상용화를 추진중이며, 대동·동양·국제 등 3개사가 컨소시엄을 통해 2020년 상용화를 목표로 자율주행 트랙터 Level 3(자율농작업) 상용화 과제를 추진중이다. LS엠트론은 전남대와 잔디제초용 자율주행 트랙터를 개발했다. 하지만 현재까지는 자체 생산기종에만 적용 가능한 구조로 개발되어 기존의 트랙터 및 농기계에는 적용이 불가능하다.

지난해 대동공업이 GNSS기반 자율직진 이앙기를 개발해 구보다·얀마·이세키와 대등한 기술수준으로 상용화에 성공했다.

△ 해외 기술수준 및 연구동향

세계 농기계판매 1위 회사인 존디어는 로봇콤바인(S-series T670) 모델을 현재 시판중이며, CNH 등도 작물열 추종, 복수차량 자율주행 등 다양한 자율주행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일본은 정부 주도하에 농용트랙터의 자동화, 무인화 기술을 개발중이며, 장기계획을 수립해 추진중이다. 구보다의 경우에는 이미 이앙기·콤바인·트랙터의 무인화기술을 개발해 상용화 제품을 내놓고 있으며, 얀마의 경우에도 자탈식 로봇콤바인(AW7114)와 로봇트랙터(YT01) 모델을 개발해 실용화하고, 온오프라인으로 전문가 원격지원기술을 접목해 운용하고 있다.

△ 자동조향 시스템 관련 연구동향

자동조향 시스템과 관련한 국내기술은 영농법인 및 대형축산농가와 같이 대단위 면적을 경작하는 농업의 경우 직진 및 선회를 자율로 주행할 수 있는 해외 Auto-Guidance 제품을 도입하고 있으나 도입대수는 매우 적은 상태이다. 자율주행 농기계에 적용중인 GPS센서 및 스티어링 조작시스템은 매우 고가로 소규모 농가도입에는 진입장벽이 높은 실정이다.

해외에서는 Auto-Guidance 및 Auto-Steering 제품이 7~8년 전부터 판매되어 2017년에는 이미 10조원의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Auto-Guidance 제품은 Trimble, Topcon, Hexagon 등에서 판매하고 있고, Auto-Steering 시스템은 자동으로 End-Line에서 선회가 가능하도록 설계된 제품으로, Guidanc 제품보다 높은 정밀도를 요구하고 있으며, 가격 또한 고가에 판매되고 있다. 일본의 경우에는 구보다가 트랙터 뿐만 아니라, 이앙기·콤바인까지 포함한 지능형 농작업기 기술개발에 성공, 2017년에 이앙기 상용화를 완료하고, 2019년에는 트랙터와 콤바인의 상용화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또한 애드온 타입의 모델개발을 통해 다양한 농기계로의 적용을 확대하고 있다.

◇ 농업공학부의 자율주행 농기계 연구개발 추진현황

△ 원격제어 자율주행 기술개발(1999년)

원격지에서 영상과 조이스틱 활용 트랙터 운전이 가능한 모델개발을 추진했다. 위치정밀도가 높은 RTK-GPS를 활용한 무인자율주행 기술로 추진됐으며, 장애물이나 작업자 인식 및 회피기술을 구현했다. 또한 일반 GPS의 경우에는 ±5m의 오차가 발생하기 때문에 2개의 GPS를 이용해 오차범위를 10㎝ 이내의 자율주행 이앙기 개발에도 성공했다. 하지만 당시 대부분의 농기계는 기계식으로 핸들유격이 크고 제품화에 따른 가격이 고가여서 상용화가 되지는 못했다.

△ 벼농사용 궤도형 제초로봇 개발(2011~2014년)

무논에서 ±5㎝ 이내의 오차로 모 사이를 자율주행하며 잡초를 제거하는 궤도형의 제초로봇을 개발했다. GPS를 이용한 자율주행기술을 접목하고, 수소연료전지와 배터리를 활용한 하이브리드형으로 개발됐다. 모의 열 사이를 주행하면서 조간 사이의 발생한 잡초를 절단하고 표토교란을 통해 잡초의 발아를 억제하는 시스템으로 주행오차 ±3㎝, 잡초제거율 80%, 인력 16배의 능률을 보여 4개 업체에 기술이전 됐지만 가격이 높아 상용화에는 이르지 못했다.

△ 벼농사용 바퀴형 제초로봇 개발(2015~2018년)

기존 승용관리기와 호환되어 자율주행 및 수동운전이 가능한 벼농사용 바퀴형 제초로봇이 개발돼 주행오차 ±5㎝, 잡초제거율 80%, 인력 20배의 능률을 보이는 영상기반 모열인식 및 추종기술을 선보였다. 6개 업체에 기술이전 돼 고가의 센서대신 저가의 센서로 대체해 생산비용을 낮췄지만 상용화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벼농사용 제초기의 모열추종 자율주행

△ 과원용 자율주행 로봇플랫폼 및 자율항법 알고리즘 개발(2016~2018년)

사과 과수원에서 전주기적으로 해야 하는 농작업을 로봇으로 대체하기 위한 자율항법 알고리즘으로 개발됐다. 고가의 RTK-GPS나 마커와 같은 부가적인 장치없이 레이저 센서만으로 과수원에서 자율주행이 가능한 자율항법 기술이 적용됐다. 구동 및 조향은 BLDC 모터를 사용하고, 장애물 인식 및 회피기술을 탑재했으며, 전·후륜 이중조향 방식을 통해 로봇의 자세변화를 최소화했다.

과원로봇의 장애물 인식 및 회피

△ 과원용 로봇방제 기술연구(2018~2020년)

자율주행 플랫폼을 기반으로 과수유무 및 형상을 인식해 선택적 방제가 가능한 스마트 방제기가 개발중이다. 총 18개의 분사노즐에 솔레노이드 밸브를 장착해 인식된 정보를 기반으로 독립적으로 개폐제어가 가능하도록 개발중이다. 올해 8월 현장평가회를 실시예정이다.

△ 자율주행 농기계 활용 기반기술연구(2018~2020년)

고가의 센서(RTK-GPS)를 대신해 영상기반 무인농작업을 위한 자율주행 트랙터 개발을 위한 핵심 요소기술로 LS엠트론과 공동개발중이다. 인공지능 기술을 적용해 작업영역을 구분 및 조향을 위한 인자를 도출하는 기술이다. 자율주행 농기계의 안전한 농작업 및 체계적 활용을 위한 기반구축기술로 볼 수 있다.

자율주행 트랙터 요소기술 연구개발

◇ 농업공학부의 향후 자율주행 농기계 개발방향

△ 단기계획(5년 이내)

무인 농작업을 위한 모듈형 조향 제어시스템 개발(2020~2022년), 머신비전기반 트랙터 자율주행 기술고도화 및 지능형 무인농작업기 개발(2021~2030년) 등 자율주행 핵심 요소기술을 기존 농기계에 적용 가능하도록 개선·보완해 기개발 기술의 조기상용화을 추진할 예정이다.

△ 중장기계획(향후 5~15년)

자율주행 플랫폼 기반의 머신비전 및 인공지능 기술을 적용한 수확가능 농작물 인식, 판단 및 수확기술 연구가 추진될 예정이다. 로봇 매니플레이터를 이용한 3차원 공간 상 경로계획 및 추종기술이 개발되고, 안전한 농작물 수확을 위한 그리퍼 및 앤드이펙터기술 등이 접목된다.

한국형 스마트팜 실현을 위한 자동화 및 로봇활용 통합관리기술 연구가 추진된다. 센서융합기반 최적의 생육상태 예측기술 및 농작물재배, 수확, 관리기술로 최종 구현단계에서 로봇기술이 적용된다. 그 외에도 연약지반에서도 자유로운 주행 및 작업이 가능한 농작업 플랫폼 연구가 진행된다. 논·밭 등 비정형 노면 뿐 아니라 비가 온 이후 땅 상태가 연약지반으로 변하는데 이러한 환경에 유연하게 동작하면서 농작업이 가능한 로봇 플랫폼 및 알고리즘 개발이 추진된다.

정상진  jsj1234@al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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