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가(預價) 이내서 차등배분, 농협수익·재고부담 해소 노림수
빠르면 연내 입찰실시, 로타베이터·로우더·플라우는 연초계약

 농협의 내년도 농기계은행사업 트랙터 공급물량 선정방식을 놓고 정부와 업계, 농협이 입장차를 좁히고 있지 못한 가운데, 칼자루를 쥐고 있는 농협이 결국 최저가입찰방식의 기본틀을 유지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어 논란이 뜨겁다.

농협은 정부와 생산업체, 유통업체의 거센 반발을 고려해 당초 예정가격(예가)에 근접한 가격을 써낸 업체에 가장 많은 물량을 배정하는 방안을 고려했으나, 내부 결재과정에서 최저가의 원칙을 고수하는 방향으로 선회하고 있는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즉 은행사업용은 예가 이내의 가격을 써낸 경우에는 모두 물량을 배정하되, 가장 최저가로 써낸 업체에 대해 가장 많은 물량을 배정한다는 내부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또한 매취사업용을 포함해 업체별 배분방식에 있어서도 업체별 3년간의 시장점유율을 감안해 배정한다는 방침이다.
이 같은 방침은 농협 자재부에서 경제사업 신현관 상무이사 결재과정에서 급선회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으며, 신 상무는 결재과정에서 농가소득 5000만원 시대를 열기 위해서는 값싼 농기계 공급이 우선돼야 한다는 명분을 고수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아직 최종 결재권자인 농협중앙회장의 결재가 남아있기는 하지만 자재부는 이 같은 내용의 입찰안을 마련 중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으며, 빠르면 이번 주 중에 입찰공고를 하고, 이달 말이나 늦어도 연초에는 은행사업을 마무리한다는 방침이다.

농협이 은행사업에 있어서 예가 이하로 써낸 많은 업체의 참여를 끌어들임으로 인해 부분적으로나마 양보한 것으로 비춰지고 있지만, 그 속사정을 들여다보면 결국 올해의 최저가입찰방식과 별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우선 예가 이내의 업체 중에서 가장 최저가로 써낸 업체에게 가장 많은 물량을 배정한다는 것은 업체간의 경쟁을 유도해 충분한 마진을 확보하겠다는 판단이다. 또한 기존의 최저가입찰방식을 통해 특정업체에게 한꺼번에 몰아주게 될 경우 농협이 떠안아야 할 재고부담도 복수의 업체참여를 통해 해소하겠다는 의중이 깔려있다. 이미 최저가입찰방식을 통해 가장 많은 은행사업용 트랙터를 공급하고 있는 L社의 재고는 1000여대가 훨씬 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어 그 처리방안에 어려움을 겪어왔기 때문이다.

우선 입찰대상자인 국내 종합형업체는 모두 입찰에 응하겠다는 내부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또한 농기계유통사업협동조합은 오는 22일 종합형업체 관계자들과 이에 대한 대책회의를 추진 중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지만 거대자본 농협을 상대로 뾰족한 해법마련에는 한계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농협은 빠르면 이달 안에 트랙터·콤바인·승용이앙기에 대한 은행사업을 마무리하고 연초에 로타베이터·로우더·플라우 등의 작업기에 대해서도 시장선호도와 점유율을 고려해 매취사업공급물량 계약을 마무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정상진  jsj1234@al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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