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이어 ‘가축질병 펜데믹’ 대비해야”

파주부터 고성까지 전지역 ASF 바이러스 오염심각

경기·강원 북부지역 14개 시·군 축산농가 출입차단

‘코로나19’로 전 세계가 유래 없는 고통을 겪고 있는 가운데 이제는 가축질병 펜데믹(감염병 대유행)에 대해서도 대비를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유행처럼 반복되고 있는 구제역·AI에 이어 치사율 100%에 이르는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의 확산세가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북한 접경지역을 3중망으로 철저히 통제하고 있지만 이미 ASF 바이러스는 야생멧돼지를 통해 서쪽 끝 파주에서부터 동쪽 끝 고성까지 퍼져나갔고, 접경지역의 토양·물 웅덩이·차량·장비 등 환경에서도 바이러스가 검출됐다. 사실상 접경지역 전체가 바이러스에 오염된 것으로 판단되고 있다.

ASF는 지난해 9월17일 파주에서 첫 발생 이후 올해 4월20일까지 경기·강원 북부지역에서 총 548건이 발생했다. 지난해에 약 90일간 56건 발생했지만 올해 들어 492건으로 증가폭이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농번기를 앞두고 농업인의 출입이 빈번해지면서 신발·차량·농기계·의류 등에 묻은 바이러스가 축산농가 등으로 흘러들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ASF 바이러스는 생존력이 강해 어지간한 살균에도 살아남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고, 공기를 통해 2㎞까지도 감염을 일으키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방역당국의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이에 따라 정부는 다음달 1일부터 접경지역 9개 시·군과 인접지역 5개 시·군에 대해 축산차량 출입을 금지시키기로 했다. 접경지역 고양·양주·동두천·포천·철원·화천·양구·인제·고성 및 인접지역 가평·남양주·춘천·홍천·양양 등 중부지방을 동서로 가르는 14개 시·군에 대해 원천차단한다는 방침이다.

해당 시군의 400여개 양돈농장에 대해 사료·분뇨·가축운반은 물론 진료·인공수정·약품운반도 할 수 없도록 했다. 또한 농장 내부에 울타리를 설치하고, 사람이 출입하는 경우에도 환복·소독할 수 있도록 방역실을 설치하도록 했다. 이를 위해 축사내 시설보완이 필요할 경우에는 축사시설현대화자금을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또한 5월 한달간 집중점검을 통해 미흡한 농가에 대해서는 6월부터 정책자금 지원을 제한한다는 극약처방까지 내놨다. 이에 더해 내일부터 무인헬기 6대를 투입해 접경지역에 대한 소독과 멧돼지 가동포획단 270명을 투입해 집중포획에 나서고, 693개의 포획틀과 640개의 포획트랩도 설치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축산농가 출입을 차단하고 국토의 서쪽부터 동쪽까지 3중의 야생멧돼지 차단울타리를 설치했어도 하천이나 도로 등의 사각지대가 존재하고 있어 완벽하게 차단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박병흥 농식품부 식품산업정책실장은 “ASF는 백신이 없고 치사율이 높은만큼 전국 모든 양돈농장주와 종사자가 비상하고 엄중한 상황이라는 인식을 가지고 차단방역에 힘써줄 것”을 당부했다.

정상진  jsj@al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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