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주행 농기계에 대한 수요가 높아지고 있다. 해외에서는 이미 완전자율주행 트랙터를 비롯한 자율주행 농기계의 시장규모가 2017년 기준으로 10조원을 넘어섰고, 국내에서도 구보다·얀마 등 일본제품의 자율주행적용 농기계들이 지난해부터 소비자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대동공업은 이에 대응하기 위해 자율주행 이앙기를 출시하는 등 자율주행 트랙터·콤바인 개발에 나서고 있다. 국내 자율주행 농기계의 기술수준은 어느 정도이고, 앞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들은 무엇인지 자율주행 농기계 시스템 기술개발을 연구하고 있는 김학진 서울대학교 바이오시스템공학과 교수를 통해 들어봤다.

“자율주행 농기계의 성패, 상용화에 달려있어”

국내 요소기술은 이미 선진국 수준···문제는 기업의 실용화의지

통합제어 시스템 공용플랫폼 구축에 나서야···선순환 구조 필요

김학진 서울대 교수

“자율주행 공용플랫폼 구축을 위한 업계의 협력이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기입니다”

김학진 서울대 교수는 세계 농기계시장에 불어닥치고 있는 자율주행 농기계의 흐름을 따라가기 위해서는 국내 업계간의 연대가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이를 위해서는 자율작업 트랙터용 통합제어 시스템의 공용화를 위한 하드웨어·소프트웨어 플랫폼을 구축하고 모듈구현을 통한 상용화에 힘써야 한다고 덧붙였다. 규모가 작은 국내기업이 세계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역할분담을 통한 시스템 공용화를 통해 개발비용을 줄이고 자율주행기술의 국내 표준화를 빨리 이뤄야 한다는 이야기다.

“세계시장을 리드해 가고 있는 존디어社가 1995년 자율주행 트랙터 연구를 시작했을 때, 존디어 내부에서조차도 별로 관심을 받지 못했지만 지금은 자율주행 트랙터, 콤바인이 존디어를 먹여살리고 있다”고 말하는 김 교수는 “이제는 자율주행이 미래농기계의 대세가 되어 CNH, AGCO, Kubota 등 글로벌 기업들이 앞다퉈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반면 국내 자율주행 농기계의 기술개발은 일부 요소기술의 경우 선진국에 근접하고 있지만 상용화를 위한 인프라구축이 이뤄지지 않아 더디게 진행되고 있어 안타깝다는 반응이다. 이미 일부 핵심기술이 축적되어 있음에도 상용화가 이뤄지지 않아 조향, 제동 엑츄에이터, 제어모듈, GPS모듈, 자율농기계용 환경인식 센서모듈 등 관련 핵심부품들의 해외의존도가 높다는 설명이다.

“정부에서도 다양한 지능형 자율주행 농기계 기술개발을 위한 지원방안들을 내놓고 있지만 대부분 프로토타입의 시제품으로 그치는 경우가 많고, 상용화를 통한 연계 기술개발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과제로 김 교수는 “무엇보다 기업의 실용화 의지가 없는 이유는 경제성이 없기 때문”이라며, “정부에서도 기술개발에만 초점을 두지 말고 상용화를 촉진하기 위한 다양한 지원책 마련과 환경을 조성해야 기업이 뛰어들 것”이라고 제시했다.

“개미 한 마리가 강을 건너면 익사하지만, 여러 마리가 뭉쳐서 모여 강을 건너면 밑에 있는 개미가 순차적으로 위로 올라가며 선순환 구조를 이룰 수 있어 거뜬하게 강을 건널 수 있다”고 주장하는 김 교수는, “자율주행관련 여러 요소기술들이 사장되지 않고 계속 업그레이드 되면서 선순환 구조를 이뤄야 자율주행 기술이 빌드업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김 교수는 최근 자동으로 농작업이 가능한 레벨 3 단계의 자율작업 트랙터용 개방형 통합제어 시스템 기술개발에 힘쓰고 있다고 한다. 경로생성 및 탐색기능의 알고리즘 개발을 통해 소기의 성과를 이루고 있지만 국내 농기계 생산업체가 공용으로 사용할 수 있는 표준화된 하드웨어 및 소프트웨어 모듈을 개발해도 국내 기업들이 공용플랫폼으로 함께 나서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는 뜻이다.

정상진  jsj@al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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