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창용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국내 농기계산업 보호 위한 국가전략 마련해야”

경쟁력 강화 위한 핵심기술개발·산업구조조정 서둘러야
제도 전면 재검토…기업친화적 정책개발·시장조성 필요

농업기계화도 지구촌 차원의 문제이다. 농업의 변화는 그것이 당위적이든 아니든 농업기계화의 내용과 속성의 변화를 요구하게 된다. 농업과 농업정책은 국가경제와 사회적 다양한 요건, 그것들의 변화와 같이 움직인다. 세계화시대 국내농업과 정책 역시 우리 아닌 다른 나라들의 관련된 사정들, 그리고 그것의 변화와 밀접하게 관련을 갖는다. 이제 우리의 농업기계화 내지는 정책, 산업 등은 국내외 다수의 관련된 주체와 요인들과 연동되어 변화한다. 그리고 갈수록 그 관계의 폭과 깊이는 더해간다. 이것이 지구촌이라는 이름이 나오게 된 동기이며 결과이다.

우선 세계농업을 예견해 보자. 가장 중요한 사안은 증가하는 인구를 먹여 살릴 수 있는 농산물생산이 이뤄질 수 있을 것인가이다. 사실상 세계인구를 정확하게 아는 사람은 없다. 단지 조만간 80억명에 이를 것이라는 점, 대부분의 인구증가는 개발도상국가와 후진국에서 이뤄질 것이라는 정도이다.

우리가 추진하고 소망하는 거의 모든 것, 정책이나 행위 등은 무병장수의 행복한 삶을 위한 것이다. 그런데 인구가 엄청나게 증가하게 되면 기초욕망인 먹고사는 문제가 심각해질 수밖에 없다. 농산물이란 것이 공장에서 벽돌 찍듯 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일부 GMO 농작물을 포함한 생산성증대의 기술과 노력이 있어오고 있고 앞으로도 그리 할 것임에도 불구하고 부족한 식량문제는 여전할 것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식량이 부족하다는 것은 해당 가격이 높아질 것이고, 이는 보다 많은 자원이 이 분야에 집중하도록 유인한다는 의미이다. 기후온난화 문제든 산림훼손의 문제이든 이들은 모두 먹는 것 다음으로 중시될 것이다. 특히 식량부족에 허덕이는 개발도상국가와 저개발국가에서는 더욱 그러할 것이다.

20억명의 기아와 영양실조에 처한 사람들이 많은 국가에서 농업의 성장과 농산물 증산은, 과거 우리의 1960~1970년대처럼, 국가 최고의 정책이 된다. 비록 선진국이라고 할지라도 안정적 식량확보에 불안을 갖고 있는 우리와 같은 나라들 역시 농산물 생산과 자급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미래 증가되는 인류를 위해 지금의 농경지를 최소 50% 이상 추가해야 한다는 지적은 장차 농업의 상대적 중요성을 반증하는 지적이다.

여기에 심각한 물 부족과 기상이변은 안정적인 식량확보에 대한 과거보다 더 신중하고 강한 의지와 정책을 유인하기에 충분할 것이다. 국가의 존립에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국민들의 먹거리를 안정적으로 확보하는 것이라는 점은 요지부동의 역사적 진리가 아닐 수 없다. 미래농업의 중요성은 여전할 것이라는 예견은 그래서 그리 틀리지 않을 것이다.

농업과 농업생산성 증대의 중요성은 도시로의 인구집중, 농촌 노동력부족, 정밀농업의 중요성 증대 등과 어울려 농업기계화의 필요성을 강화할 것이다. 유효수요이든 잠재적 수요이든 농기계에 대한 수요는 증가할 수밖에 없는 세계농업의 구조적 특성이 유지될 것이다. 어느 품목시장보다 빠른 연평균 약 7%의 성장이 예측되는 이유이다. 2500억 달러 시장이 형성되고 있고 앞으로도 꾸준히 성장할 것이다.

특히 우리가 포함된 아시아/태평양 농기계시장이 가장 빠르게 증가하게 되고 세계시장의 절반을 차지할 날도 멀지 않다. 우리가 지속적으로 이 지역에 관심을 갖는 이유도 성장의 가능성이 가장 높다고 보기 때문이다. 일본과 우리는 국내시장이 정체되어 있지만 중국과 인도시장은 이미 세계적인 규모로 성장하고 있다. 동남아시아 다른 국가들 역시 농업기계에 대한 수요가 점증하고 있다.

세계농업과 농기계시장의 낙관적 변화와 전망과 달리 한국농업과 농기계시장은 그리 낙관적이지 않다. 우선 농업총생산액이 명목으로 봐도 증가하기 어렵다. 사실 2000년대 들어 이러한 추세는 지속적이다. 추정치에 의하면 2016년 농업 총생산액은 약 44조로 전년도 45조에 비해 감소할 것으로 보고 있다. 미래 예측치 역시 여의치 못하다. 상승하는 물가를 고려하면 실질적인 성장이 거의 이뤄지지 못할 것이다. 실질적인 농기계수요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는 경종작물 생산은 감소가 예상된다.

국내 농기계시장의 정체 역시 2000년대 이후 벌어지는 상황이다. 오래전부터 예견할 수 있었던 상황이 나타난 것뿐이다. 우리와 유사한 농업의 구조적 특성을 지닌 일본 역시 이미 겪었던 바이다. 그러하니 지금 우리의 상황을 예측한다는 것은 손쉬운 것이었다. 국내 농기계시장의 성장정체는 미래에도 지속될 것이다. 농업과 농업기계 시장의 위축은 가정이 아닌 현실로 받아 들여야 한다.

이러한 국내외적 상황에서 우리 국내 농기계산업에서 취할 수 있는 행동은 몇 가지로 집약될 수 있다.

첫 번째는 국내 농기계시장을 사수하는 것이다. 한정된 시장에서나마 자신의 몫을 확대 내지는 유지하려는 노력이 가장 먼저 떠오를 것이다. 그러나 상대가 있다. 국내 경쟁기업과 외국산 농기계와 기업들이다. 특별히 가지고 있는 기술과 가격경쟁력이 낮으면 매우 어려운 전략이다. 하지만 비 관세적인 보호가 있다면 해볼 수 있는 전략중 하나이다.

두 번째는 농기계수출을 증대하는 전략이다. 국내시장의 한계를 벗어나기 위한 방법으로 가장 적합한 것이기 때문에 미래성장을 지향하는 국내기업이면 모두 관심을 갖고 있다. 하지만 여기에는 외국기업들과의 치열한 경쟁이 남아있다. 그리고 수출대상국의 농업상황이 각기 다르기 때문에 원한다고 수출을 곧바로 확대하기가 어렵다.

세 번째는 강한 농기계기업과 합종연횡해서 살아가는 방법이다. 기술적, 규모적으로 부족한 부분을 메꾸는 작업을 통해 당면 시장의 확대와 수익증대를 노리는 방안이다. 하지만 이는 상당한 위험과 함께 적지 않은 자금이 요구된다. 자칫 덩치 큰 외국회사에 흡수될 수도 있다.

국내 농기계기업들은 위 3가지 전략을 동시에 구사하고 있을 것이다. 어느 부분에 더 치중하느냐의 차이는 있겠으나 모두를 통해 기업의 성장을 도모하리란 것은 쉽게 예상해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위 3가지 생존과 발전 전략과 관련지어 국내 중요한 정책적 제도적 상황은 어떠한 의미를 갖고 있는가.

국내시장 사수와 관련하여  국내에서 자신의 경쟁력,  외국제품과의 경쟁력,  차별화된 판매전략 정도를 생각해 볼 수 있다. 물론 이러한 변수가 국내에만 한정되지는 않는다. 국내에서 경쟁력은 국내 기업간의 경쟁력 비교도 중요하지만 현재는 외국산, 특히 일본산과의 경쟁력 비교가 매우 중요하다. 어떠한 상황인가. 잦은 고장과 상대적으로 짧은 내용년수는 늘 지적되고 있는 국내산 농기계의 경쟁력을 표현하는 내용이다. 물론 차별화된 전략이라면 농협 농기계은행사업을 통한 독립적 시장확보 방법도 있다. 하지만 이는 제살을 깎는 역효과가 있어서 경쟁력을 강화하는 작용을 하는 제도로 말하기 어렵다. 국내시장 사수를 위한 차별적인 융자와 정책대상이 되면 좋을 것이나 현재 이것 역시 용인되지 않는 제도이다. 한마디로 국내시장 사수의 강력한 방패가 없다.

해외수출 확대를 위한 것으로는  해외시장에 대한 정확한 정보확보와 활용,  가격과 품질, 서비스 경쟁력 확보,  현지생산의 진출 등이 가장 중요할 것이다. 현재 해외시장에 대한 정보수집과 가공, 제공의 시스템이 없다. 일본의 장기적인 정보교류 사업은 지금도 이어지고 있으며 이는 세계로의 진출에 매우 유익한 제도였다는 것은 반면교사이다. 하지만 아직도 우리는 동남아국가들의 농업기계화 사정조차 잘 모른다. 연구단계에 머물고 있다. 이러할 진데 어떻게 수출확대에 박차를 가할 수 있을 것인가. 미국으로의 진출은 그동안 널리 알려진 정보만으로도 어느 정도 진출이 가능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각 주별 농기계 수요특성을 잘 알지 못하고 있다. 부족한 정보를 바탕으로 한 동남아 진출의 후유증을 우리는 잘 겪고 있다. 가격과 품질경쟁력은 수출 대상국가에 따라 상대적이니 반드시 나쁜 상황이라 말하기 어렵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볼 때 최고만이 살아남는 상황을 인지한다면 강화해야 하는데, 연구개발과 해외시장 개척에 대한 국내기업들의 노력은 충분하지 않다. 정복을 위한 날카로운 칼이 준비되어 있지 않다.

해외기업과의 합종연횡에 있어서도 OEM, 생산설비와 판매루트 공용화, 지분투자와 합병 등 다양한 방법을 고려할 수 있다. 하지만 지금 국내기업들을 통한 변화의 움직임은 미미하다. 고려의 대상이 아닌 듯하다. 동양물산의 국제종합기계의 인수는 매우 중대한 국내 농기계산업의 변화인데 그로 인한 충격과 효과는 아직 미지수이다. 지향한 바가 명확하면 조만간 나타날 것이나 지금으로는 알 수 없다. 든든한 맷집과 비축된 힘이 있다면 좋겠으나 자신하기 어렵다.

더불어 개별적 국내 농기계시장에서 표출된 사안을 보면, 일본농기계의 국내시장 잠식과 농협의 농기계은행사업, 해당 농기계 최저가입찰, 농기계원가조사 자료제출, 가격표시제 제도가 가장 머리 아픈 사안일 것이다. 하지만 이것이 현실이며 고려해야할 전략적 요소이다.

2017년 이후 우리 농기계산업은 어찌해야 하는가. 사실 위에서 정리한 내용 속에 답은 이미 나와 있다고 여겨진다. 강한 방패와 칼을 준비하면서 맷집과 힘을 키우는 것이 정답이다. 이것을 가능하게 할 수 있는 변수들을 끄집어내어 대응책을 강구, 시행하는 것이 제안하고 싶은 국가적인 전략이다. 이러한 전략의 수립과 시행은 매우 다급하다. 이러한 주장을 20년 전에도 했었다는 사실에 더해 농기계시장의 변화가 매우 긴요함을 더하기 때문이다.

첫째, 가격과 품질, 서비스 경쟁력을 점검하고 키우는 작업을 즉시, 강하게 해야 한다. 이것이 없으면 국내시장 사수든 해외시장 확대진출이든 공염불이 되기 때문이다. 당장 국내 농기계시장에서 외국제품에 밀리는 현상을 보면 당위성과 필요성, 긴급성을 알 수 있을 것이다.

둘째, 경쟁력을 지지, 강화하는 핵심기술개발과 산업의 구조조정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 국가차원의 모든 관련 역량을 모으고, 농기계기업들 역시 가용자원을 합해서 기술개발을 서둘러야 한다. 현재 흩어져 있는 관련 자원을 하나로 모은다면 결코 작은 규모가 아니다. 정부와 산업계의 결단이 필요하다.

셋째, 기업친화적인 정책과 시장조성이 꼭 이뤄져야 한다. 농협중앙회 최저가입찰제도, 계통구매와 원가자료의 제출, 그것을 통한 시장통제, 가격표시제 등에 대한 전면적인 검토를 통해 보다 시장조장적이고 기업친화적인 방법을 강구해 주길 바란다. 물론 이 과정에서 농기계산업의 반성이 전제되어야 한다. 해야 할 것은 안하고 정부에만 의존하지 말아야 한다. 산업이 살기위해서는 일부의 기업의 도태도 필요하다면 받아들여야 한다. 농민들의 희생을 강요만 해서는 안 된다.

2017년이 시작되었다. 곳곳에서 어렵다는 아우성이 많다. 분명 어려운 것은 맞다. 그리고 그 어려운 이유도 우리는 알고 있다. 그렇다면 그 원인을 제거 내지는 완화하는 작업을 해야 한다. 스스로를 바라보고 생각과 행동은 밖으로 나와야한다. 아주 친근한 사자성어가 있다. 환골탈태(換骨奪胎). 지금 당장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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