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기계 30% 보조금 의무화···약(藥)일까 독(毒)일까?

농기계 구입시 국가에서 30% 보조금을 지급하는 법제화가 추진되면서 이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다.

농기계 구입시 국가에서 30% 보조금을 지급하는 법제화가 추진되면서 이를 바라보는 시각이 엇갈리고 있다.

국회 농식품위 소속 김선교 의원(사진)은 지난 13일 ‘농업기계화촉진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핵심 내용은 농기계를 구입하거나 그 이용에 따른 부대시설을 설치할 경우, 정부나 지자체가 필요한 자금의 100분의 30을 보조하도록 하는 내용이다.

김 의원은 개정안 발의이유로 “기후위기와 코로나19 등 농업의 영속성이 위협받고 있는 상황에서 농기계 구입에 따른 농업인의 부담이 크게 가중되고 있다”며, “현재 정부의 농기계 구입 융자지원 정책은 농가입장에서 갚아야 할 빚으로 지금의 위기극복에 큰 도움을 주고 있지 못해 보다 적극적인 보조금 지원정책을 통해 농가의 부담을 덜고 농업생산성 향상 및 소득개선에 기여하기 위함”이라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이번 개정안 발의에 대해 농산업계 안팎에서는 기대와 우려의 목소리가 동시에 터져나오고 있다.

보조금 30% 의무지급에 대해 찬성한다는 측은 1990년대 김영삼 정부의 ‘농기계 반값공급’ 정책과 같은 효과를 불어올 것이라는 기대감이다. 농기계 보급촉진을 통해 농업인의 영농기계화 가속화로 농가소득 증진에 기여하는 것은 물론 공급량 확대로 농기계 제조업체의 규모화와 국제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는 시각이다.

반면 우려의 목소리를 내는 측은 보조금 30% 지원이 오히려 자부담을 70%로 가중시켜 농기계공급을 감소시킬 것이라는 주장이다. 현행 법조항(촉진법 제4조)으로는 농기계 구입시 필요한 자금을 지원하도록 해 융자지원이나 보조지원이 가능하도록 했지만 개정안에는 필요한 자금의 100분의 30 이상을 보조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어 나머지 70%는 불가피하게 현금을 줘야만 농기계를 구입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또한 농기계 가격의 30%라고 못 박은 정률제 조항은 농기계가격 거품을 조장해 선량한 농업인과 농기계 생산업체를 범법자로 내몰 수 있다는 우려다.

이에 대해 김 의원은 “현행 융자제도는 농민을 빚더미에 앉게 만들뿐 실질적인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하고, “농식품부 한 해 예산이 16조원이 넘지만 다 쓰지 못하고 남는 불용예산만 1조원이 넘기 때문에 재원마련은 충분할 것으로 판단한다”며 자신감을 비췄다.

김 의원실과 실무협의를 진행한 농식품부는 이에 대해 반대입장을 분명히 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한 관계자는 “현행 농업기계화사업을 통해 지방자치단체별로 자체 예산을 편성해 추진하고 있는 사업만해도 한해 1500억원 가까이 되고, 농기계구입시 융자지원을 통한 이차보전 비용부담액만도 250억원이 넘는데 국가예산을 편성하는 기재부에서는 법개정이 되면 이러한 예산 모두가 사라지게 된다”고 말하고, “불용예산의 경우에도 국가 세입예산으로 편성되기 때문에 세출예산으로 편성될 수 없는 부분”이라며 국가 행정시스템을 이해하지 못하는 개정안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이번 김 의원의 촉진법 개정안은 법제실 입법심사를 거쳐 한달 뒤쯤에 법안심의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정상진  jsj1234@al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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