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재래돼지, 외래돼지 유전특징 과학적으로 구명
장점만을 유전형질로 개량, 분자육종기술 확립마련

한국재래돼지의 고유 유전형질 구명으로 국산 씨돼지 개발에 나서고 있는 이경태 국립축산과학원 동물유전체과 연구사

◇ 한국재래돼지의 역사적 고증

우리나라에 제주흑돼지를 포함한 재래돼지가 정착한 것은 약 2,000년 전 고구려시대로 전한다. 조선농업편람에는 ‘재래돼지는 털색이 흑색으로 비만성은 없으나, 체질이 강건하고, 번식력도 양호하며, 육미는 조선 사람들의 입맛에 적합한 것 같다’고 기록돼 있다. 실제 한국재래돼지는 근육 내 지방량이 많아 고기 맛이 우수하고 체질이 강건한 장점이 있다.

국립축산과학원에서는 획기적으로 발전한 DNA 분석기술을 이용해 우리나라 고유 돼지품종인 한국재래돼지의 유전적 특징을 전체 유전체 수준에서 정립했다. 

◇ 한국재래돼지의 우수한 육질 과학적 입증

국립축산과학원은 한국재래돼지 10마리(축진참돈 6마리, 제주흑돼지 4마리), 한국멧돼지 10마리, 두록 6마리, 랜드레이스 14마리, 요크셔 15마리 등, 총 5품종 55마리의 유전체를 해독하여 정밀 비교 분석했다. 돼지 DNA 크기는 28억 염기쌍으로 이번 연구에서는 각 개체마다 300억 염기쌍 이상의 데이터를 생산해 2012년에 발표된 두록 돼지품종의 전체 유전체지도 기준 서열과 비교해 분석의 정확도를 높였다.

각 개체별 전체 DNA 염기서열 정보를 비교·분석한 결과, 육질형질과 관련된 TTYH3 유전자를 포함, 한국재래돼지가 다른 돼지 품종과 기능적 차이를 나타낼 수 있는 26개 변이를 발견했다. TTYH3 유전자는 세포 간 칼슘 이온 전달에 관여하는 유전자다. 참고로 물퇘지(PSE)는 육색이 창백하고 조직감이 흐물거리며, 보수력이 좋지 않은 이상돈육으로, 주로 외국품종 돈육에서 발생된다. 또한, 사후 근육 내 칼슘조절에 이상이 생기면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번에 발견한 한국재래돼지만의 TTYH3 유전자 기능 차이는 한국재래돼지의 상대적으로 낮은 물퇘지 출현 빈도와 관련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가축은 인간이 원하는 방향으로 선발과 교배를 통해 수천 년간 개량돼 왔다. 이 과정에서 품종 고유의 유전자들이 고정된다. 이 연구에서는 한국재래돼지에서 1,219개의 고정된 염색체 영역을 발견해 이를 분석했다. 그 중 특히, 지방세포 분화와 에너지 대사에 관여하는 TWIST1, PRKAB1 유전자가 다른 품종에 비해 특이적으로 고정된 것을 확인했다. 두 유전자는 지방세포 조직에서 높게 발현되며, 지방세포 분열을 촉진하고 에너지 대사과정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로서 한국재래돼지는 근내지방이 높고, 다즙성과 연도 면에서 육질이 좋은 것으로 추정해 볼 수 있다. 

한국재래돼지(축진참돈)

◇ 외래품종과 한국멧돼지의 밝히는 유전적 특징

외래품종인 두록과 랜드레이스, 요크셔에서는 타 품종과 다른 고정영역이 각각 656개, 759개, 904개 존재했다. 돼지품종 중 새끼를 가장 많이 낳는 요크셔와 랜드레이스 품종에서는 공통적으로 태아착상에 관여하는 CLDN1 유전자가 개량과정에서 고정돼 있었다. 이 유전자는 상피/내피 세포 간 결합과 관련된 단백질로, 이 유전자가 없으면 착상불량이 발생(NISCH 증후군)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국멧돼지에서는 난폭성과 공포유전자(NXPE4)의 서열이 집돼지와 다른 형태로 존재하는 것으로 보아 야생성이 유전적 특징에 의해 발현되는 것임을 추정할 수 있었다.

선발신호 탐색을 통한 한국재래돼지의 유전적 특징

◇ 국산 씨돼지 개발에 적극 활용할 터

한국재래돼지는 국제연합식량농업기구(FAO)에 등록된 우리나라 고유 유전자원으로서, 질병에 강하고 육질이 좋으며 고기색이 붉어 우리나라 사람들이 선호한다. 반면에 성장속도가 느리고 태어나는 새끼 수가 적고 사료 효율이 낮아 양돈 농가에서 그동안 활발히 사용하지 못했다.

이번 연구에서는 외래품종과 다른 한국재래돼지만의 우수한 육질특성을 과학적으로 입증했다는 점에 의의가 있다. 나아가 재래돼지에서 육질을 좋게 하는 TTYH3, TWIST1, PRKAB1 유전자 등을 활용한 분자육종기술을 확립하는 기반을 마련했다. 이러한 발견은 한국재래돼지의 우수한 육질형질과 외래 돼지품종의 뛰어난 육량형질의 유전적 특징을 이용해 우수한 국산 씨돼지 개발에 적극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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