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말부터 급등세를 보이고 있는 원자재 가격이 진정되지 않고 고공행진을 이어가면서 그 피해가 고스란히 농업인에게 전가되고 있어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농기계의 구조물로 쓰이는 강관가격은 이미 전년대비 배 이상 올랐고, 농기계 몸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절단, 절곡용 철판가격은 전년대비 40% 이상 올랐음에도 철강대리점에서는 웃돈을 주고도 구하기가 어려운 형편이다.

그나마 일부 농기계 제조사들은 지난해 사입해 둔 원자재 재고로 버텨왔는데 그마저도 바닥이 나면서 새로 원자재 구입에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말부터 급등세를 보이고 있는 원자재 가격이 진정되지 않고 고공행진을 이어가면서 그 피해가 고스란히 농업인에게 전가되고 있어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문제는 제품출고가 늦어지면서 그 피해가 고스란히 농업인에게 돌아가고 있다는 점이다.

일부 트랙터 제조사의 경우에는 철강부품 폭등에 반도체와 전자제어부품 수급차질로 대리점 출고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제품인수를 기다리던 농업인이 영농적기를 놓치는 일이 발생하는가 하면, 김천에서 단동하우스를 설치하기 위해 객토까지 마친 참외 농장은 파이프 공급이 이뤄지지 않으면서 큰 손해를 보게 됐다.

그러나 농업인 피해가 지금 이 정도에 그치지 않을 것이라는 데에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제조사는 원가부담이 늘어나고 있지만 당장 급하게 조달해야 하는 직원급여, 필요경비 등를 메우기 위해 판매가격을 올리지 못하고 밀어내기에 급급하다 보니 제품을 만들면 만들수록 적자인 구조에 내몰리고 있다. 결국 한계점에 도달하면 제품생산을 중단할 수밖에 없는데 가뜩이나 농촌일손 부족으로 농기계에 의존하고 있는 농업인들이 직격탄을 맞을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것이다.

그나마 규모가 되는 중소기업의 경우에는 지난해 마련한 원자재 확보물량이 있어서 올해 상반기를 버텨왔지만 재고가 바닥난 하반기에는 뾰족한 해결방안이 없는 상황이다.

농기계 제조사의 90%에 이르는 종업원 수 30명 이하의 영세업체가 대부분인 것을 감안할 때 이 같은 원자재 수급차질은 회사존폐와 직결된 문제이기도 하다.

작업기를 생산하는 전북의 한 업체는 조달등록된 제품주문을 취소하고 싶어도 계약취소에 따른 벌칙부과 소식에 어쩔 수 없이 손해를 보며 납품해야 했고, 퇴비살포기를 생산하는 경북의 한 업체는 견디다 못해 농협의 계통계약을 해지하는 요청서를 보내기도 했다.

학계 관계자는 “농기계 공급업체의 부실화는 농업생산량 감소와 농산물폭등으로 이어져 물가안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으므로 농기계 의존도가 높은 농촌현실을 감안해 정부와 농협의 적극적인 정책지원과 융자지원한도 증액, 계통단가 상향조정 등의 특단의 대책마련이 시급히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정부관계자는 “융자지원한도는 국가 전체예산에 반영된 계획인 만큼 임의적으로 흔들 수 있는 성격이 아니다”라는 원칙적인 답변을 내놨으며, 농협관계자는 “지금의 상황이 심각하다는 점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어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말끝을 흐렸다.

신두산 기자  sds3766@al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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