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허 우회 장비업체 시장질서 교란
“제도 개선해 개발업체 보호해야”

“기술이전보다 중요한 것은 기술이 뿌리내릴 수 있는 생태계를 조성하는 것입니다.”

1991년 설립 후 유기성 폐기물 퇴비화장치와 수처리기계, 축산기자재 등을 생산해 국내 환경설비 발전에 큰 역할을 한 (주)우신이엔지 김기찬 대표(사진)의 말 속에는 울림이 있었다.

때는 2013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신규사업을 위해 고민하던 김 대표는 조사료 생산에 필수 장비인 진압기가 눈에 띄었다. 당시 농가에서 사용하는 진압기는 크기가 작아 소규모 면적에서 주로 사용됐다. 대규모 면적에서 작업할 경우 시간이 많이 소요돼 효율성이 떨어졌다. 도로 운행 시에 이동은 가능했지만 도로 파손의 위험이 크고 이동시간이 오래 걸리는 불편함도 있었다.

고심하던 김 대표는 국립축산과학원에 기술이전을 신청해 접이식 진압기 개발에 착수했다. 개발은 어려웠고 고됐지만 (주)우신이엔지만의 접이식 진압기가 전국 농가에 보급될 것을 그리며 매진했다.
2014년 개발된 국내 첫 접이식 진압기(제품명 다진다)는 김 대표의 예상대로 순조로운 판매량을 올렸다. 하지만 잠시였다. 국립축산과학원에서 기술이전을 받은 특허는 누구나 쉽게 활용할 수 있었다. (주)우신이엔지의 접이식 진압기가 농가에서 호응을 얻자 비슷한 아류 장비가 저가로 쏟아졌다. 대형 수입업체도 자사의 수입 장비와 함께 접이식 진압기를 끼워 팔았다. 시장이 무너진 건 당연했다.

김 대표는 “먼저 기술이전을 받았기 때문에 모든 권리를 가지겠다는 것이 아니다”며 선을 긋고는 “힘들게 개발한 장비가 최소한 법 제도와 시장에서 보호받지 못한다면 그 누가 장비를 개발하려 들겠느냐”고 지적했다. 또 그는 “특허란 것이 장비 전체로 보면 극히 일부분이기에 조금씩 변경해 제품을 생산·판매하는 기업이 시장을 흐리고 있다”고 일갈했다.

김 대표는 이 같은 문제를 돌파하기 위해 진압기 모델을 세분화함은 물론, 기어 롤러도 새로운 금형으로 떠 자체 개발·생산했다. (주)우신이엔지가 개발한 기어 롤러는 흙덩이나 돌덩이가 많은 국내 논밭에 적합했다. 표면을 울퉁불퉁하게 설계해 드럼형 롤러보다 진압 후 동해방지에 우수해 한정된 조사료 시장에서 나름 성과를 거뒀다. 하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았다. 마치 새로운 먹이를 기다린 듯 비슷한 장비가 시장에 속속 등장했다. 설상가상 기어 롤러만 살 수 없느냐는 문의까지 왔다.

김 대표는 “지금 환경에선 기업이 비용과 시간, 노력을 들여 장비를 개발할 여건이 되지 않는다”면서 “정부는 허울 좋은 말뿐이 아닌 실제 기업이 장비 개발에 집중할 수 있는 생태계 조성이 우선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그는 “기업도 단순히 장비를 팔아 이윤을 추구하는 데 급급하지 말고 장기적인 안목으로 시장을 바라본다면 국내 축산환경은 분명 변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축산환경에 아쉬움을 토로한 김 대표지만 축산기자재 분야서 사업을 확장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김 대표의 바람대로 기업이 장비 개발에 집중할 수 있는 축산환경이 하루빨리 조성되길 기대한다. 

김창수  csk.al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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