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세계 각국은 디지털 농업으로의 전환을 서두르고 있다.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자동화·로봇화를 통해 환경오염을 최소화하고 인력을 대체할 수 있는 산업화기술로 시장선점에 나서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강력한 ICT 기술을 확보하고 있음에도 규모면에서 상용화에 어려움을 겪고 있어 농업 선진국에의 기술종속이 우려되고 있다. 첨단농업기계 연구개발을 전담하고 있는 국립농업과학원 농업공학부의 홍영기 농업연구관의 기고를 통해 우리 첨단스마농업기계의 현주소와 미래전망에 대해 살펴본다.

식량안보 위협요인 증가···디지털농업으로 극복해야

현장적용 위해서는 농업전반의 패러다임 전환필요

◇ 농업환경의 급속한 변화

최근 COVID-19의 확산으로 인해 2020년 세계보건기구(WHO)에서의 팬데믹 선언으로 타격을 받은 산업에 농업도 포함되어 있다. 단순히 식량 수출제한으로 인한 식량수급의 불안정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국가 봉쇄에 따른 외국인 근로자 부족 등으로 인한 자체조달 물량확보의 어려움과 같은 2차적인 문제들이 식량안보를 위협하고 있다. 또한, 화학 비료, 농약, 농업기계 등의 보급으로 실현된 농업의 녹색혁명은 수확량을 증대시키는 방향으로 발전해 왔으나 최근 한계상황에 직면하였다. 현대의 집약농업은 살충제와 비료 등 과다한 농자재와 에너지의 투입으로 자연환경을 오염시켜 환경부담을 초래하고 있기 때문이다.

언택트 시대의 도래는 사물인터넷, 빅데이터, 인공지능, 로봇 등 4차 산업혁명의 핵심기술과 접목하여 자동화·디지털화를 통해 다양한 산업분야에서 현재 직면한 문제들을 해결하고자 하는 방향으로의 환경변화에 도화선을 지폈다. 특히, 우리나라 농업 현장에서는 최근 정보통신기술(ICT)을 기반으로 자동화·무인화 기술을 구현, 확산하여 고령화·여성화 등 농업인 감소로 인한 인력난을 해소하고자 하고 있다. 이러한 움직임의 일환으로 2019년 4월에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주재로 제4회 과학기술관계장관회의를 통해 스마트팜 기술을 고도화하고 농림위성, 농업로봇 등을 통해 농업에 스마트화를 추진하고자 미래 농업을 위한 과학기술 전략을 마련하기도 하였다.

이러한 현대농업이 직면한 한계상황들을 과학기술을 통해 해결하고자 하는 노력의 결과로 다양한 첨단기술들이 농업에 도입되어 인공지능, 자율주행, 로봇화, 자동화 등 데이터 기반의 디지털 농업이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발전하고 있다. 고투입, 다수확 농업의 한계를 센서와 컴퓨터, 네트워크 및 첨단 농업기계 기술 등을 통해 극복하고 최적 농법으로 전환하는 한편, 농촌의 급속한 고령화, 여성화 등의 인력난으로 인해 고된 농작업을 효율적으로 대신할 수 있는 첨단 농업기계의 잠재 수요가 증가하는 추세이다.

Wagri(일본)

◇ 첨단 농업기계(인공지능·자율주행·로봇 등)의 국내·외 개발현황

농촌의 급속한 고령화, 여성화 등의 인력난으로 인해 고된 농작업을 효율적으로 대신할 수 있는 첨단 농업기계에 대한 필요성이 점점 커지고 있으며, 최근 로봇기술의 급속한 발달로 농축산분야에서도 효율적인 농작업과 고부가 서비스를 제공할 여건이 조성됨에 따라 농업 로봇의 잠재수요가 증가하는 추세이다.

2019년 세계 로봇시장 규모는 305억불(전년대비 3% 성장) 수준이며, 이 중 개인 서비스(청소, 에듀테인먼트 등) 및 물류, 농업, 의료, 안전과 같은 산업 분야에서 이용되는 전문 서비스 로봇은 약 168억불(전년대비 28% 성장) 수준으로 보고되었다. 농업 로봇시장은 전문 서비스 로봇 시장의 5.7%(9.56억불)정도로 평가되고 있다. 국내 로봇시장은 2019년 기준 5.3조원 규모로 연평균 13.3%의 성장 추세이고, 개인 및 전문 서비스 로봇의 경우 6358억원 규모이다.

국내외에서는 농작업 자동화·로봇화를 위한 다양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으며, 국가별로 농업의 형태, 방식, 기술 수준의 차이로 인해 로봇 연구방법에 있어 다소 차이가 있다. 규모화의 농업을 중심으로 하는 미국과 유럽에서는 다양한 분야의 농작업 로봇 연구를 추진하고 있다. 존디어, 랠리 등의 글로벌 기업을 중심으로 자율주행 트랙터, 착유로봇 등을 개발하여 상용화하고 있는데, 착유 로봇의 경우, 세계 보급은 2만5000여대이고, 국내의 경우 70여대(대당 가격: 3∼4억) 보급, 랠리社 제품이 세계 시장의 77%로 가장 높은 점유율을 보이고 있다. 존디어는 세계 1위의 농업기계 회사로써 첨단 농업기계 개발 뿐 아니라, FieldView라는 텔레매틱스 기반 실시간 데이터 공유 서비스를 자사 제품에 적용하여 사용자로 하여금 다양한 농작업 정보를 활용, 모니터링 할 수 있도록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일본에서는 정부와 대학, 농업기계 회사 등 농업 로봇 연구 분야에 지속적인 투자를 통해 트랙터, 콤바인, 이앙기 등 논농사 중심의 자율주행 기술이 적용된 첨단 농업기계를 시판하고 있다. 일본 역시, 첨단 농업기계에 로봇기술을 적용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농업기계 상태 및 위치, 고장 등의 농업기계 정보를 사용자에게 제공하는 디지털 서비스(WAGRI, KSAS 등)과 결합하여 농작업 효율을 극대화시키고 있다. 

FieldView(Climate, John Deere)

국내의 경우, ㈜대동(구 대동공업), LS엠트론, TYM(구 동양물산) 등 농업기계 회사에서는 올 하반기부터 직진 자율주행과 같은 일부 요소 기술부터 트랙터, 이앙기, 콤바인 등 자사에서 생산하고 있는 농업기계에 자율주행 기술을 적용하여 일부 판매하고 있으며 상용화할 계획을 갖고 있다. 금년 이후, 현장의 수요를 반영하여 선회, 텔레매틱스 기술 등 점진적으로 확대, 적용할 계획을 갖고 있다.

대동 자율주행 트랙터

그리고 국립농업과학원은 카메라를 활용하여 작업하고 있는 포장영상을 수집하여, 작업 전후의 경계를 인식할 수 있는 인공지능 알고리즘을 개발 적용한 자율주행 트랙터, LiDAR센서에 의해 과수 유무·형상을 인식하여 방제기의 노즐을 개별 제어할 수 있는 자율주행 스마트 로봇 방제기, 인공지능(R-CNN) 기술을 적용하여 토마토 인식을 통한 생산량과 숙도(익은정도)를 판정할 수 있는 레일 주행 로봇 등을 개발하고 있다. 그리고 자율주행 농업기계 및 농업로봇을 연구, 개발하는 과정에서 활용 가이드라인, 매뉴얼 등의 작업을 같이 진행하고 있다. 그리고 국립농업과학원 농업공학부 부지 내에 첨단 농업기계 시험 장소를 마련하여 농업기계 업체와 공동 이용하고 기술 교류 및 정보 교환을 통해 기술 고도화를 도모할 예정이다.

LS엠트론 자율주행 트랙터

◇ 첨단 농업기계의 정책 방향

첨단 농업기계 및 농업 로봇을 현장에 적용하기 위해서는 농업 전반에 걸쳐 패러다임의 전환이 필요하다. 기술의 진보와 함께 농업의 자동화·로봇화는 필연적 과정으로 인식하고 농업 로봇 R&D의 산업화와 현장에의 보급 및 확산을 위하여 선순환적 정책을 준비해야 한다. 또한 디지털 농업을 위한 인프라 및 서비스 기반을 구축하고, 나아가 해외 시장에서의 국제 경쟁력 강화를 위해 부품, 장비 및 사용자 인터페이스(UI) 등 시스템의 규격화 및 표준화가 이루어져야만 한다. 이에 맞춰 신기술 도입에 따른 제도 및 법률의 정비도 동반되어야 할 것이다.

이러한 사항들을 고려하여 국립농업과학원에서 주도적으로 노지 디지털농업의 확산 및 보급을 위하여 자율주행 트랙터, 직진 자율주행 이앙기, 농업로봇 등 첨단 농업기계의 산업화를 추진하고 있는 주요 농업기계업체 4개사와 기술 정보 교류 및 협업 체계 구축을 위한 업무협약(MOU, 20.10)을 체결하였다. 농업 환경의 빠른 변화에 LS엠트론, ㈜대동, TYM(구, 동양물산), 국제종합기계와 같은 주요 농업기계 업체들도 자체 기술력과 연구 인력을 활용하여 자율주행 트랙터, 직진 자율주행 이앙기 등 첨단 농업기계의 연구 개발 및 상용화에 총력을 다하고 있다. 하지만, 몇 년 전부터 존디어, 쿠보타, 얀마와 같은 외국계 농업 기계 회사들은 높은 기술력과 자본력을 바탕으로 한국 시장 진출을 꾀하고 있다. 이러한 국내외 농업기계 시장 변화에 발빠르게 대처하기 위하여 국립농업과학원과 주요 농업기계업체 간 업무협약 체결을 통해 기술 교류 및 연구 협력 체계를 강화하고 노지 디지털 농업, 미래 농업 모델 구축 등 첨단 농업기계 기반을 구축하기로 하였다. 주요 내용은 노지 디지털농업 실현을 위한 첨단 농업기계 기반 구축, 기술방향 및 로드맵, 지능형 농작업 연구 및 기술교류, 협업체계 구축, 산업화 방안 마련을 위한 연구 협의체 구성 및 운영 중이다. 이번 업무협약을 기반으로 첨단 농업기계 연구협의체를 통하여 지속적인 첨단 농업기계 및 지능형 농작업 기술에 대한 정보 교류 및 협업 체계를 구축해 나갈 예정이다. 첨단 농업기계 연구 협의체는 트랙터, 콤바인 등 대형 농업기계 뿐 아니라, 과수용 방제기, 경운, 정지 등 농작업기와 같은 노지에서 활용 가능한 농업기계를 생산, 개발하는 업체들을 대상으로 단계적으로 구성해 지능형 농작업기 개발 등을 공동으로 추진해 나갈 계획이다. 그리고 농업기술실용화재단과의 협력 체계를 구축하여 첨단 농업기계 검인증 방법 및 기준 마련, 검정장비 활용 기술 지원 등 농업기계 업체에서 개발, 생산된 농업기계의 조속한 산업화에 앞장 설 계획이다.

TYM 자율주행 트랙터

한편으로 실용화 및 보급의 활성화를 위해서는 초기에는 사용 주체인 농민들을 수요 대상으로 정하기보다 각 도의 농업기술원이나 기술 센터 내에 로봇 전문가를 통한 임대 사업이나 보급 사업을 추진하여 최소한의 공급 물량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하여 로봇 제조사에게 판로를 제공해 줄 필요가 있다. 수요가 적은만큼 이러한 선순환적 보급 구조를 통해 로봇 제조사도, 농민들도 쉽게 농업 로봇을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또한, 로봇 활용 방법이 아무리 단순하더라도 연구·개발 및 보급 초기에는 안전성, 작업 환경 적용, 초기 작업 설정 등 관리 및 교육을 위한 인력도 필요하기 때문에 농업 로봇 전문가 양성을 통해 농민 교육 및 기술원이나 센터 내 전문 요원을 활용하여 대체 작업을 하는 방식으로 농업 로봇 활용을 극대화 시킬 필요가 있다.

대동 직진 자율주행 이앙기

◇ 첨단 농업기계의 미래 전망

농업은 노동집약적 구조에서 점차 기술집약적인 형태로 변화하고 있으며, 지속적인 기계화, 자동화·로봇화를 통해 첨단화되어 가고 있다. 농업에서는 자율주행 등 첨단 기술이 오래전부터 연구되어 왔으나 불균일하고 열악한 작업 환경, 다양한 변수와 생명을 다룬다는 특이성으로 인해 상용화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었다. 하지만, 최근 ICT 기술의 비약적 발전과 사물인터넷, 빅데이터, 인공지능, 로봇 등 4차 산업혁명의 핵심기술과 국내외의 업체, 연구기관, 대학 등에서 많은 연구 개발 결과와 축적된 노하우를 기반으로 한 기술 변화는 첨단 농업기계의 실용화 문제를 해결해 줄 중요한 열쇠로 작용하여 머지않은 미래에 디지털화 된 데이터를 활용하여 첨단 농업기계, 로봇이 스스로 농작업을 수행하는 무인 농업 시대를 앞당길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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