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진 본지 발행인 vs 이강진 (사)한국농업기계학회장(농촌진흥청 농업공학부장)

코로나19의 영향이 2년간 이어지면서 비대면은 이제 일상이 되었다. 농기계를 생산·판매하는 기업들도 대부분 직접 접촉없이 온라인 또는 홍보물을 통해 영업활동에 나서고 있다. 여기에 점점 심화되고 있는 농촌의 고령화, 일손부족 등이 겹치면서 영농기술은 점점 인력투입을 최소화하는 디지털농업으로 옮겨가고 있다.

이미 선진 농업국은 무인 자율주행 농기계, 농업로봇이 상용화되고 디지털기술을 기반으로 한 정밀농업을 적용하고 있는 데 반해 우리농업은 아직 기초단계다. 특히 영세한 규모의 국내 농기계산업의 경우에는 디지털전환에 필요한 인프라가 구축되어 있지 않아 가야 할 길이 멀기만 하다. 그러나 미래 농기계산업의 영속성을 생각한다면 디지털전환은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고 있다. 국내 농기계산업의 중심축을 잡아주고 있는 (사)한국농업기계학회의 이강진 신임 학회장을 통해 우리 농기계산업의 디지털전환에 대해 들어봤다.

“플랫폼 개발과 시스템 표준화가 우선돼야”

정상진 발행인 :  4차 산업혁명과 함께 주목받기 시작한 디지털농업이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언택트 사회가 되면서 대세가 되고 있는 느낌이다. 디지털농업을 구현하기 위한 디지털농업기계의 발전도 상당히 빨라지고 있다. 선진 각국에서는 무인 자율주행 트랙터, 농업로봇은 물론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정밀농업기계들의 상용화가 속속 이뤄지고 있다. 농업로봇 세계시장 규모에 있어서도 2020년 46억 달러에서 2025년에는 203억 달러로 성장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연평균 34.5%의 성장률을 보이는 폭발적인 증가세다.

반면 국내시장의 디지털 농업기계 수준은 매우 미미한 편이다. 농촌고령화와 일손부족으로 디지털농기계의 수요는 늘어날 수밖에 없는데 국내 디지털농기계 기술수준이 이에 미치지 못해 글로벌 농기계기업에게 국내시장을 내주는 상황이 생기지 않을지 걱정이 앞선다.

이강진 학회장 : 이미 스마트팜, 정밀농업, 어그테크, 디지털농업 등으로 표현된 농업트렌드는 이미 다뤄지고 있었지만 지금처럼 디지털농업이 중요하게 대두된 것은 코로나19로 인해 촉발되었다고 생각된다. 디지털농업으로 가기 위해서는 데이터 기반의 정밀농업이 필수가 되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디지털농업에 데이터를 탑재할 수 있는 플랫폼 개발과 시스템 표준화가 우선되어야 한다.

시설농업의 경우에는 상대적으로 환경이 균일하고 적은 면적에서 환경제어가 가능하기 때문에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시설농업부터 디지털기술을 적용하기 위한 노력들이 있어왔다. 그러나 노지농업의 경우에는 환경이 다양하고 다뤄야 할 데이터가 방대하기 때문에 디지털기술 적용에 어려움이 따른다. 그러나 농업생산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노지농업을 제외하고는 디지털농업을 이야기할 수 없다. 노지농업의 디지털기술 접목을 이제라도 시작해야 한다. 특히 농촌고령화, 일손부족 등의 현실을 감안하면 노지농업의 디지털농기계 개발을 서둘러야 한다.

발행인 : 기술연구소를 갖고 있는 국내 종합형업체의 경우에는 그나마 디지털농기계에 대한 이해도와 기술수준이 어느 정도는 따라가고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중소기업의 디지털기술 이해도는 상당히 뒤쳐진 것이 사실이다. 선진 각국의 인프라와 글로벌 농기계기업의 R&D 투자에 있어서도 큰 차이가 난다. 아마존은 농업솔루션 연구인력만 2만5000명이 넘는데 반해 국내 농기계업체의 91%가 종업원수 50명 미만이다. 존디어 한해 R&D 비용은 국내 농기계업체의 수출전체를 합친 것보다 2배 가까이 많은 18억 달러에 가깝다. 국내 종합형업체의 한 해 R&D 투자비용을 모두 합해봐야 405억원 수준으로 존디어 R&D 투자의 2%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디지털농기계 개발에 국가가 나서야 하는 이유다.

학회장 : 지난해 연말쯤에 미국 노스캐롤라이나州에 있는 LS트랙터와 대동KIOTI 공장을 방문할 기회가 있었다. 수출시장 개척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모습을 보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됐다. 수출주력 품목은 25마력 이하의 가든용 트랙터가 대부분인데 일본 구보다가 시장을 지배하고 있어서 시장개척에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대동은 시장 접근기회를 더 많이 만들기 위해 올해부터 트랙터부착형 작업기 공급에도 나선다는 방침이다. 트랙터에 부착하는 어태치먼트는 2000여가지가 넘는다. 대기업이 중소기업과 협업해 부착작업기를 수출용으로 공급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이를 통해 국내 영세한 중소기업들이 대기업과의 협업을 통해 품질개선 및 디지털기술 접목에도 적극 나설 수 있을 것이다.

발행인 : 작업기의 디지털농기계 개발을 위해서는 트랙터와 CAN 통신으로 연결 및 제어가능한 ISOBUS 기능을 탑재해야 하는데 아직 우리 환경에서는 이에 대한 기술기준과 표준화도 되어있지 않아 쉽게 접근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디지털농기계를 개발에 앞서 핵심기술과 요소기술 개발은 물론 표준화 작업이 먼저 선행되어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개별 기업이 이를 해결할 수는 없는 노릇이니 생산자단체인 농기계조합 또는 협력기관이 기술수요조사를 통해 정부의 R&D투자를 받아 추진하면 가능할 것으로 판단된다.

학회장 : 디지털농업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하드웨어보다 소프트웨어가 중요하다. 여러 요소기술들을 플랫폼에 탑재할 수 있어야 비로소 활용되어질 수 있다. 균일한 환경의 시설농업과는 달리 노지농업의 경우에는 기후·토양·작물·재배방식 등의 다양한 매개변수가 작용하기 때문에 어떤 기술을 어떤 플랫폼에 탑재해야 하는지 학회차원에서 고민해야 할 부분들이다. 또한 노지 디지털농기계를 통해 이러한 플랫폼을 구현해야 하기 때문에 우선 농촌진흥청에서 작물별로 접근하고 있는 디지털농기계 개발과 연계해 차근차근 풀어보려고 한다. 시간과 비용이 많이 투입되어야 하는 과정인 만큼 산·학·관·연의 협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또한 이와 함께 디지털농업 적용과 디지털농기계 개발에 나설 수 있는 전문인력의 양성이 매우 필요하다. 학교에서 노지 농업기계 전공인력이 줄어들고 있는 이유는 예산과 수요공급의 원리 때문이다. 산업계 전문인력 공급시스템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정부지원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그래야 인력양성 선순환구조를 마련할 수 있다.

발행인 : 디지털농업 확산을 위한 정부의 노력이 초기에는 시설원예 부분으로만 집중되어 있어 아쉬움이 있었다. 다행히 최근 농식품부에서 자율주행농기계 핵심부품국산화나 농업로봇 기술개발 등으로 R&D 지원이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기술개발에만 국한하지 말고 내수시장 생태계 조성을 위한 보급과 지원분야로도 확대되어야 한다. 단순히 업체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으니 학회차원에서 산업체의 디지털농기계 개발에 적극 나설 수 있는 도움을 주면 좋을 것으로 생각한다.

학회장 : 학회의 역할은 우리 미래농업을 위해 농기계산업이 발전할 수 있도록 돕고, 후학들을 양성해서 지속가능한 농업으로 발전시키는데 있다. 농기계산업의 디지털전환은 불가피한 시대적 흐름이다. 글로벌 선진기업과의 기술격차가 5년이다 10년이다 하는 것은 이제 의미 없는 구분이다. 디지털기술은 표준화 선점을 기점으로 기술격차가 기하급수적으로 벌어지기 때문에 디지털농기계 개발을 서둘지 않으면 글로벌 농기계기업에게 기술종속이 될 수밖에 없다. 이는 식량안보 차원에서도 매우 중요한 부분이다.

학회차원에서 우리 농기계산업이 디지털농업에서 낙오되지 않도록 산업체와의 교류를 확대하고, 디지털 기술개발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산학연계를 강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와 함께 인력양성에 있어서도 학부생의 학회참여와 현장 산업기술을 익히는 과정이 필요하다. 우선 학부생의 참여를 높이기 위해 연례적으로 개최되고 있는 로봇경진대회의 규모를 키우고, 봄·가을로 나뉘어 개최되는 학술대회에 학생들 관심도가 높은 농기계기사시험 특강을 프로그램에 포함시켜 젊은 인재들이 활기차게 활동하는 농기계학회가 될 수 있기를 희망한다.

발행인 : 농기계산업의 디지털전환이 불가피하다는 말씀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디지털농기계 개발·보급 생태계 조성을 위해서는 ICT·디지털기술로 무장한 스타트업 기업에 대한 기회제공과 진입장벽을 낮추는 노력도 필요할 것으로 생각된다. 디지털기술의 특성상 전문성을 가지고 있는 기업들 간의 협업강화와 전략적 M&A도 뒤따를 것으로 생각되는데 학회차원에서도 관심을 부탁드린다.

신두산 기자  sds3766@alnews.co.kr

<저작권자 © 농축산기계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