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랙터 선회반경 측정 시험방법’ ISO·OECD 표준 최초 채택

‘보호구조물 가상시험 방법’ 대응책 이달 5일부터 논의

농촌진흥청이 개발한 ‘GPS 이용 트랙터 선회 반경 측정 시험방법’이 2015년 국제표준으로 채 택된 이후 국제표준 업계에서 한국의 위상이 높 아지고 있고 대내외적 관심도 커지고 있다. 특히 수출을 염두에 두고 있는 업체 입장에서는 ‘국제 표준’의 중요성을 절대 간과할 수 없다. 국제 표준 에 맞춰 시험을 해야 하고 그에 따라 제품도 만들어야 수출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농진청과 농업기술실용화재단, 한국농기계공 업협동조합 등은 중심위치 시험방법, 안전표지 그래픽 심볼 등에 대한 국제 표준작업을 활발히 진행하고 있다. 보호구조물 가상시험은 제안 검토 단계에 있으며 5일 협의체를 통해 대응방안을 모 색할 방침이다.  농진청 관계자는 “국제 표준은 미국, 독일, 프 랑스 등이 선도하고 있고 표준을 제안조차 하지 못하는 나라들이 많다”면서 “시험장비 시연, 표준화 작업 등을 통해 한국의 농기계 기술 수준을 국 제적으로 인식시킬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 수출무대서 ‘표준’ 중요성 커져

표준 운영기관은 ISO(국제표준화기구, International Organization for Standardization)와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Organization for Economic Cooperation and Development) 가 있다. ISO는 TC23이 농기계 분과로 시험방법이나 표준을 만들지만 강제하지는 않는다. 우리나라는 국가기술표준 원이 대표기관이며 COSD(표준개발협력기관, Cooperation Organization for Standards Development)는 한국농기계공업협동조합으로 ISO에 대한 대외협력 활동을 하고 있다. ISO는 농기계 분야의 전기전자, 안전, 성능시험, 부품표 준까지 모든 분야에 관여한다. OECD는 농림업용 트랙터 표준코드를 관리 하는 기관으로 농림업용 트랙터 및 종자 분과 가 있으며, OECD 국가가 아닌 나라도 참여하 고 있다. participant와 observer로 구성되며 participant는 우리나라를 포함해 27개국이 있 고 시험방법 등에 대해 찬반 의사를 표할 수 있 는 권한이 주어진다. OECD의 우리나라 대표 기관은 농진청이고 국가공인시험기관은 실용 화재단이다. 외교부는 OECD 대표부를 파견해 OECD 업무를 총괄하고 있는데 이를 대신해 농 진청이 대표자 자격으로 회의에 참석한다는 의미다. 분과회의에는 농진청 농자재산업과 직원 1 명, 농업공학부 재해예방공학과 직원 1명이 참석 하며 시험기관인 실용화재단은 옵저버 자격으로 참석해 이들간 협의하에 시험방법 등에 대해 찬반 권한을 행사한다.

OECD는 표준 중에서 트랙 터의 성능과 안전, 보호구조물 등 농림업용 트랙 터에 대해서만 관여한다. 향후 수확용 기계까지 확대를 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수확용 기계에 대한 수출입이 활발해질 것으로 예상되 기 때문이다. 표준에는 보호구조물, 안전, 성능 등 시험방법 에 대한 것이 가장 많으며 부품에 대해서도 이뤄 지고 있다. 특히 부품의 경우 기술선점 효과가 있 어 한 업체가 규격을 만들어 표준화하면 다른 업 체들은 이 기계와 호환시키기 위해 그에 맞춰 기 계를 생산해야 한다. 이런 현상은 국제무대에서 많이 발생하고 있으며 ‘기술장벽’으로 불리기도 한다. ISO나 OECD는 이러한 기술장벽을 허물 려고 노력하고 있으나 기술을 선도하는 나라들이 이러한 국제기구를 이끌고 있고 따라서 국제사회 에서 표준을 선도하는 것이 기술을 선도하는 것 이며 수출에 우위를 차지하기 위해서는 기술이나 표준을 선도해야 한다는 게 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특히 표준을 통해 기술을 선점하면 원가를 줄이는 등의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무역하는 입장에 보면 OECD가 중요하다. OECD 국가에 수출하기 위해서는 OECD 시험방 법에 따라 성적서를 내야 하기 때문이고 따라서 그만큼 OECD 표준을 획득하기는 더 어렵게 돼 있다. ISO는 참가국의 60% 이상만 찬성하면 시 험방법이 표준화되나 OECD는 만장일치로 찬성해야 가능하다. 하지만 OECD가 ISO 시험방법 을 가져다 쓰는 경우가 많다. 선회반경 시험의 경 우 OECD는 ISO 789-3을 준용한다고 규정하 는 식이다. 국내 최초로 농기계분야 국제표준화 된 ‘GPS 이용 트랙터 선회반경 시험방법’은 이런 점을 활용, ISO를 통해 먼저 표준화한 후 OECD 동의를 거쳐 완료됐다. 농진청은 OECD만 관여 를 하고 있지만 표준화에 대한 연구를 수행하고 있어 ISO관련 표준이나 국내 표준에 관한 것도 연구를 하고 있다. 이미 표준화작업이 끝난 ‘GPS 이용 트랙터 선회반경 시험방법’과 현재 진행 중 인 2건, 표준화 검토 중인 1건 모두 농진청이 개 발했다. 농진청 관계자는 “우리나라 표준화 수준은 국 제 표준으로 만들어진 것을 번역해서 한글화해 국가 표준으로 만드는 수준으로 보면 된다”고 말했다.

◇‘GPS 이용’ 트랙터 선회변경 시험방법

‘GPS 이용 농용트랙터 선회반경 시험방법’는 ISO와 OECD 모두 표준으로 채택된 기술이다. 선회반경은 주행형 농기계를 회전시키기 위해 필 요한 최소반경으로, 선회반경이 적으면 좁은 장 소로 진·출입이나 좁은 장소에서 방향전환이 쉬 워 농작업을 편리하게 할 수 있기 때문에 성능평 가에서 중요한 요소로 꼽힌다. 시험방법은 GPS 안테나와 포토센서를 트랙터에 부착시켜 트랙터 의 선회 속도와 1회전 소요시간을 측정해 자동으 로 계산하는 방식이며 농진청이 2007년 개발했다. 기존의 시험방법은 트랙터가 회전할 때 앞바 퀴의 궤적을 그린 후 줄자로 측정하는 방식이었 으나 3명이 꼬박 2시간을 측정에 매달려야 하고, 측정하는 과정에서 시험자의 안전사고 위험도 높았다.

기존 선회방법 시험장면

하지만 GPS 이용 시험방법을 활용했을 때 1명이 1시간에 측정을 끝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안전사고의 위험도 없고, 측정오차도 기존 10cm 이하에서 2cm 이하로 크게 줄일 수 있다. 이 방법을 농업기술실용화재단의 국내 농기계 검정에 활용한 결과, 시험에 소요되는 인력과 시간을 획 기적으로 줄일 수 있어 업무 능률을 높일 수 있었 고 시험 정밀도 및 시험성적의 신뢰성도 크게 높 아졌다. 하지만 표준화 작업에 있어 미국의 물밑지원이 크게 작용했다는 후문이다. 당시 미국도 이와 유 사한 시험방법을 개발했고 우리 방법과 비교한 결과 우리 기술이 더 우수하다는 결론을 내리고 우리 방법을 제안·지원했던 것이다. 농진청 재해예방공학과 김유용 연구사는 “GPS를 이용한 시험방법의 국제표준 채택은 우리나라 농기계 시험평가기술의 우수성을 세계에 널리 알리는 계기가 됐으며 국산 트랙터의 수출 촉진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중심위치 시험방법

중심위치 시험방법은 ISO 표준 개정작업이 진 행중에 있으며 최근 OECD 발표에서 이태리와 OECD 사무국이 관심을 갖고 자료를 요구했고 제공했던 사안이다. 트랙터의 측면 이론전도각 예측은 전복사고를 예방하기 위한 트랙터의 안전 성을 평가하는 중요한 항목이다. 트랙터 무게 중 심을 찾으면 전복이 될 수 있는 각을 찾을 수 있 다. 즉 트랙터의 무게중심이 이론전도각 예측에 사용되는 것이다. ISO 789-6(OECD 테스트 코 드)은 서스펜션 지반 반응으로써 국제적으로 널 리 사용되는 간단하고 실용적인 방법이다. 트랙 터의 무게중심측정 절차는 수평면의 수평 전후좌표 및 측면 좌표를 방정식에 의해 결정한다. 수 직좌표는 널빤지(scribe board)를 트랙터에 고정 하고 널빤지에 트랙터를 앞뒤로 들어 올려 무게중심점을 구하고 무게중심점이 지나는 수직선을 그어 좌표를 구한다.

중심위치 측정방법

이 방법은 불편하고 많은 시간 이 소요되는 작도방법이었다. 따라서 ISO 789-6 의 절차를 준용하나 이러한 불편을 해소하기 위 해 삼각함수와 극좌표 변환을 사용해 수직좌표 를 결정하는 방정식을 개발한 것이다. 알고리즘 (방정식)은 앞바퀴와 뒤바퀴를 각각 들어 올린 상 태에서 방정식을 구하고 각 점이 지나는 수직선 의 방정식을 구한다. 각 수직선의 방정식을 수평 위치로 회전한 후 두 선이 교차하는 지점을 찾는 것이다. 농진청 관계자는 “실제 트랙터를 시험해 기존 방식과 동일함을 입증했다”면서 “이 알고리즘을 엑셀로 프로그램했고 엑셀 시트에 측정 데이터만 입력하면 자동으로 중심위치가 산출돼 간단하고 쉽게 수직좌표를 결정할 수 있다”고 밝혔다.

◇전도 보호구조물 가상시험

전도 보호구조물 가상시험은 유럽기계조합이 제안했으며 농진청을 중심으로 한 협의체를 구성 해 5일부터 본격적인 대응책 마련에 나서게 될 사 안이다.  트랙터는 보호구조물(ROPS, 2주식, 4주식, 캡형)과 본체로 구성돼 있다. 농업기계화촉진 법 시행규칙에 따라 농업용트랙터는 검정에 적 합판정을 받은 보호구조물(안전캡 도는 안전 프 레임)이 장착해야 하며 농업용 트랙터 보호구조 물(ROPS)에 따라 구조조사와 성능시험을 실시 해 만족해야 한다. 국내 유통을 목표로 한 농기계 는 실용화재단이 승인하며 수출 농기계는 OECD 의 승인이 필요하다. 현재 시험방법은 트랙터 3모 델(A, B, C)에 보호구조물 P 모델을 결합할 경우 A+P, B+P, C+P 세개의 모델에 대해 구조조사와 성능시험을 실시하는 것이다.(더 많은 트랙터에도 부착할 수 있으나 임의로 3모델로 정함).

도입되려는 가상시험은 아직 미정이지만 트랙터 3모델 중 최초 한 개 모델에 대해 실제로 시험을 실시하 고 나머지 모델은 virtual test(가상시험, 시뮬레 이션)로 대체하려는 것이다. 물론 가상시험이 실 제 시험과 동일한 결과를 도출해야 한다. ISO 보 다는 OECD가 먼저 논의 중에 있는 사안이다. 수 출을 해야 하고 우리 농민들도 해당 농기계를 사 용한다는 점에 비춰볼 때 이에 대한 우리 입장이 필요한 것이다. 농기계 업체 관계자는 “우리의 입장이 반영돼 표준화되면 수출 등에 있어 원가 절감효과 등을 기대할 수 있다”면서 “협의회를 통해 대응방안을 모색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에 관한 OECD 연례회의는 내년 3월 6, 7일께 열릴 예정이다.

선태규  midas0718@al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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