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형업체인 대동공업(주)은 올 상반기 대대적인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조직을 슬림화하고, 사업부 단위별로 불요불급한 낭비요소를 개선했으며, 선택과 집중을 통한 과감한 품질향상과 제품개발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특히 이번에 선임된 하창욱 대표(사진)는 대동공업 공채출신으로 기술연구소에서 평생을 몸담아 왔던 엔지니어이기에 특별히 거는 기대가 남다른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하창욱 대표를 만나 대동공업의 수장으로서 향후 어떻게 회사를 이끌어 갈 계획인지 들어보는 자리를 마련했다.

△ 대동공업은 명실상부 국내 대표적인 농기계기업이다. 어려운 시기에 중책을 맡았는데 어떻게 이끌어갈 계획인지.

- 잘 이끌어 가는 것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잘 따라오도록 하는 것이다. 미션을 공유하고 공동의 목표를 향해 함께 노력할 때 좋은 결실을 맺을 수 있다. 지금 우리 농기계시장 전반은 전례 없는 침체기를 겪고 있다. 이럴수록 선택과 집중을 통한 내실 있는 경영을 통해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지혜가 필요하다. 난 아무것도 모르던 신입사원 시절 이곳에 발을 디딘 이후 줄곧 이곳에서 33년째 잔뼈가 굵어왔다. 모르는 직원이 없고, 사무실.설계실.생산라인.창고.휴게소 등 손닿지 않은 곳이 없다. 그래서 굳이 성과를 위한 포장이나 리더쉽이 불필요하다.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직원들과 같이 연구하고, 같이 고민하면서 해결방안들을 찾아가려고 한다. 그들과 차이점이 있다면 조금 더 경험이 많고, 조금 더 오래됐다는 점일 것이다.

△ 기술연구소 출신이어서 기술개발과 품질향상을 기대하는 시각이 있다.

- 우리 산업의 경쟁력은 아무래도 기술력에 의해 판가름 난다. 예전과 달리 한국기업의 기술력은 글로벌기업들과 비교해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 그러나 후발주자가 선두기업을 따라잡기 위해서는 월등한 기술력을 갖추지 않고서는 불가능한 일이다. 그래서 모든 부분이 다 중요하겠지만 특히 기술개발과 품질향상에 신경을 쓰려고 한다.

△ 최근 국내시장에서 수입산의 비중이 높아지고 있는데 대한 경계의 목소리가 높다. 수입산 비중이 높아지고 있는 시장상황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 지금은 어느 회사의 제품이든지 품질차이는 크게 나지 않는다. 문제는 국내시장의 기형적인 구조에 있다. 농협입찰에 참여한 국내기업들의 할인율이 문제가 되어 소비자가 등을 돌리고 있기 때문이다. 가격을 신뢰하지 못하다 보니 제품의 품질까지도 신뢰하지 못하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농협입찰에 참여하지 않은 수입산제품들이 상대적으로 반사이익을 얻으면서 시장점유율을 높이고 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농협입찰에 참여하지 않은 수입산제품의 가격을 정상적인 가격으로 신뢰하고 있는데 따른 기현상이다.

비근한 예로 대동의 PX시리즈와 K社의 M시리즈인 105마력이나 95마력 등의 트랙터를 비교하면, 미국시장에서 대동이 더 비싸게 판매되고 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본기부의 무게중량이 대동은 3.8톤이고 K社는 3.2톤에 불과하기 때문에 K社 제품이 싸게 팔리는 것이다. 그런데 국내에 들어오면 같은 모델인데도 K社 제품이 10% 이상 비싸게 팔리고 있다. 6조 콤바인의 경우에도 국내에서는 대동이 9500만원인데 반해 K社 제품은 1억4000만원, Y社 제품은 1억3000만원에 팔리고 있다. 품질 면에서 차이가 없는데도 수입산은 명품이라는 소비자 심리가 지배하고 있기 때문이다.

△ 농협 최저입찰제 논란에 대해 정부도 나설 움직임이 보이고 있다. 이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방법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 잘못은 출혈경쟁에 나서고 있는 국내업체에 1차적인 책임이 있다. 그렇게 문제가 되면 입찰참여를 하지 않으면 해결될 일 아니냐고 따지는 분도 있다. 그러나 그건 치킨게임의 본질을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에 하는 소리다. 어느 한 업체라도 입찰참여를 통해 저가 투매를 하면 나머지 업체들도 따라갈 수밖에 없는 것이 치킨게임의 구조다. 경쟁관계에 있는 제조업 입장에서 이익을 내지 못하는 것보다 무서운 것이 공장가동 중단이다. 타업체의 덤핑으로 인해 출고가 이뤄지지 않아 공장가동율이 떨어지게 되면 결국 공장직원들은 일이 없어 놀아야 한다. 이럴 경우 문제가 심각해진다. 직원의 사기가 떨어지면 전체 공정에 문제를 일으키고 결국 품질저하로 이어져 모든 경쟁력을 잃어버리게 된다. 그래서 적자를 감수하고라도 입찰에 뛰어들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를 현실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농협 입찰가격을 정부융자 기준가격으로 삼으면 된다. 예를 들어 통상 1000만원짜리 농기계를 판매한다고 할 때 80%인 800만원을 융자지원해 주고 있는데, 농협 입찰을 450만원에 했다면 450만원을 기준가격으로 80%인 360만원에 대해서만 융자지원이 되도록 한다면 입찰에 나설 업체는 하나도 없을 것이다. 왜냐하면 1000만원짜리 농기계를 구입하면서 360만원만 융자지원 받고 나머지는 자부담으로 하겠다는 농민은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 부임한지 이제 3개월이 지났다. 앞으로 역점을 두고 추진하려는 사업은.

- 무엇보다 내실경영이다. 매출도 중요하지만 더 우선하는 것은 이익이다. 이익개념의 경영이 첫 번째다. 그 다음이 제품을 제대로 자리매김 하기 위한 품질향상이다. 그것을 뒷받침 해주는 적기생산, 상품성강화, 사후관리강화 등을 통해 제대로 된 가격을 받을 수 있도록 에너지를 집중하겠다.

또한 해외사업의 경우에도 무모한 덩핑경쟁은 피하고 내실경영을 통해 탄탄한 해외시장 개척에 나설 계획이다. 신규사업은 계속 추진하되 면밀히 따져서 이익이 나는 기종을 선택하거나 이익이 나는 국가에 집중할 생각이다. 미국사업은 좀더 확장하고 동남아는 신규수요를 늘려나갈 방침이다. 서둘지 않고 치밀하게 준비해 들어가도록 하겠다.

선태규  midas0718@al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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