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취재】 양파재배 선진농가 탐방

농업인구의 감소와 고령화로 농촌현장의 일손부족은 이제 일상이 되었다. 특히 노동력이 집중돼야 하는 밭농업의 경우에는 그 상황이 더욱 심각하다. 이를 극복할 수 있는 근본적인 대안은 기계화를 통해 노동력 투입을 최소화하는 것만이 유일한 해결책인데 2010년부터 중점적으로 밭작물 기계화를 추진해 왔지만 지난해까지 밭작물 기계화율은 63.3%에 그치고 있으며, 이마저도 농업인의 체감도는 아직 낮은 편이다. 이는 개발된 농업기계와 작물 적합성, 농업현장의 재배기술 차이 등 현장실증에 있어서의 특수성이 제대로 반영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농촌진흥청은 얼마 전 농촌진흥기관의 기술보급 담당공무원들을 대상으로 현장 맞춤형 지도능력를 높이기 위해 경남 함안의 양파재배 선진농가 견학을 통해 체계적인 기계화 도입으로 어떻게 고소득을 높이고 있는지 직접 체험하는 시간을 마련했다. 현장취재를 통해 고소득 비결에 대해 살펴봤다.

체계적 기계화 도입으로 ‘고소득 보장’

◆양파·마늘 재배현황 및 선진농가 탐방배경

양파와 마늘은 우리나라 채소 생산액의 20.5%(양파 10.1%, 마늘 10.4%)를 차지하고 있는 핵심 양념 채소이다. 전국 어느 지역에서든 양파와 마늘은 재배되고 있으며, 재배면적만 해도 올해 기준 양파는 1만7986㏊, 마늘은 2만4629㏊에 달한다.

지난해 기준 양파 생산량은 119만5563톤, 마늘 생산량은 27만2759톤으로 국민 한 사람이 한 해 동안 소비하는 양파는 31.8㎏, 마늘은 7.1㎏을 소비하고 있다.

양파재배는 통상 8월 중순에서 9월 중순에 파종해 밭에는 10월 상순에서 11월 상순에 정식을 하고, 조생종의 경우에는 이듬해 4~5월에 수확하고, 만생종의 경우에는 6~7월 중 수확한다.

마늘재배는 한지형의 경우에는 10월 상순에서 중순에 파종을 하고, 이듬해 6월 중순에서 7월 상순에 수확한다. 난지형은 9월 중순에서 10월 상순에 파종을 해 다음해 5월 하순에서 6월 상순에 수확을 하고 있다.

양파와 마늘은 거름을 많이 먹는 다비성 작물로 화학비료보다는 유기질 비료를 사용해야 작황이 좋다. 보온·습도유지·잡초방지를 위해 유공 비닐멀칭 재배가 권장되고 있다.

관행재배의 경우에는 수확시기에 양파와 마늘 모두 포장에서 수확 후 줄기의 영양분이 알뿌리에 저장되는 2~3일간 포장에서 건조시켜 수확해 왔다. 양파의 경우에는 줄기를 잘라 크기별로 골라 양파망에 담에 수확하고, 마늘의 경우에도 줄기를 잘라 거둬들이지만 최근에는 노동력 투입 간소화를 통한 경영비 절감을 위해 포장에서의 건조과정을 생략하고 기계화 수확 전에 줄기를 제거해 수확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특히 대규모 양파, 마늘 재배농가의 경우에는 모든 과정을 기계화로 진행하는 일관기계화 적용농가가 많아지고 있어 기계화 재배에 대한 수요는 더욱 높아질 예정이다.

이번 농촌진흥청의 ‘양파·마늘 수확기계화 선진농가 견학 및 수확체험’ 프로그램은 이러한 현장의 수요를 반영해 농촌진흥기관의 기술보급 담당공무원의 현장실무능력 함양을 위해 추진됐다.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는 농촌진흥청 농촌인적자원개발센터 김종진 주무관은 “밭작물 수확기계화 현장실무과정 추진은 최근 일손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농업현장의 애로사항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일관기계화를 통한 노동력 투입을 최소화하는 것이 해법”이라며, “기술보급 담당공무원이 체계적인 기계화 도입으로 고소득을 올리고 있는 선도농가의 영농기술 습득을 통해 농촌현장으로의 확산효과 확대를 위해 기획됐다”고 밝혔다.

농촌현장의 일손부족 문제해결을 위해 밭작물 수확기계화 현장실무 교육을 기획한 농촌진흥청 농촌인적자원개발센터 김종진 주무관

비닐제거작업 후 양파 굴취작업

농지효율 높인 자율주행 골작업

수집형 수확작업으로 ‘경영비 65% 절감’

자율주행 및 일관기계화 투입으로 30억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는 글로벌영농조합의 정경훈 대표

톤백작업이 가능한 수집형 양파수확기

◆양파재배 일관기계화를 위한 설계

이번 선진농가 탐방에는 경남 함안의 양파·마늘 재배농가인 글로벌영농조합(대표 정경훈)을 대상으로 진행이 됐다.

2019년 설립된 글로벌영농조합은 10만평의 경작지에서 양파·마늘·감자 재배를 통해 지난해에만 직접재배를 통해 20억여원의 매출을 올렸으며, 인근 20만평의 계약재배 면적까지 포함하면 연매출이 30억원이 넘는다. 인근 타농가들과 비교해 단위면적당 소출이 평균 40% 가까이 높다.

양파는 일반농가의 경우 평당 22㎏의 수확이 이뤄지고 있는데 비해 글로벌영농조합은 30~37㎏의 수확이 이뤄지고 있으며, 마늘은 일반농가 6~7㎏에 비해 8~9㎏, 감자는 일반농가 7~10㎏에 비해 15~18㎏의 생산량을 보이고 있다.

월등한 생산량 확대와 고소득 비결에 대해 정경훈 대표는 무엇보다 경영비 절감을 위한 일관기계화 도입과 체계적인 영농설계를 최우선으로 꼽고 있다.

“영농성패의 핵심은 인건비 절감에 달려 있습니다. 경지조성부터 작물재배 단계별 기계화 투입, 작부체계 개선 등 영농설계를 어떻게 하는가에 따라 수지타산이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단계별 인력투입을 최소화할 수 있는 일관기계화에 가장 큰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 정 대표가 공을 들이고 있는 것이 경지조성 단계에서부터 자율주행 시스템 적용을 통해 정밀한 골작업으로 경작면적을 최대한 확보하는 시스템을 적용하고 있다. 보통 1000평의 밭에서는 1400㎜ 간격의 고랑이 16~18개가 만들어지지만 자율주행 시스템을 적용하면 20개의 고랑을 만들 수 있어 그만큼 생산량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늘어난 3~4개의 고랑을 10만평 양파밭으로 확대하면 7000만원의 생산액이 증가하는 소출차이를 만들어낸다.

또한, 수확시에 인건비 투입을 최소화하기 위해 수집형의 양파수확기를 도입해 수작업 없이 밭에서 직접 수확과 함께 톤백작업으로 선별장까지의 단계를 축소하고, 저장창고의 효율을 높여 과학적인 큐어링과 최적의 냉장보관이 가능하도록 시스템화했다.

정 대표의 이러한 노력은 다양한 연구개발과 실험정신도 한 몫을 하고 있다. 글로벌영농조합 본관 앞 1000여평의 포장에는 품종특성과 재배방식을 테스트하기 위한 시험포장을 운영중이다. 예를 들어 제초제 사용과 비닐멀칭을 대체하기 위해 같은 감자품종을 세 개의 구획으로 나눠 친환경 멀칭도포제 사용과 혼용재배, 관행재배 등 비교시험를 통한 수확량·품질·노동력투입비 산출 등 정 대표만의 아이디어와 실험정신으로 아무도 해보지 못한 데이터들을 축적해가고 있다.

시간당 360매의 사용묘판를 만드는 양파파종기

후숙과정(큐어링)을 위한 열풍건조 저장고

규격별 망작업이 가능한 자동 선별과정

경남 함안에 위치하고 있는 글로벌영농조합 본관 전경

◆재배단계별 기계화 적용사례

작물재배를 위한 영농설계 단계에서부터 노동력투입 최소화를 통한 경영비절감 시스템을 마련해 가는 과정이 중요하다.

경지조성에 앞서 유기질퇴비 살포, 경운, 정지는 일반 관행재배와 동일하지만 경지조성의 핵심은 정밀한 골자리 조성을 통해 최대한의 고랑을 확보하는데 달려있으며, 골자리 확보의 핵심은 자율주행 시스템을 통한 정밀한 밭고랑 조성이 핵심이다. 자율주행 시스템을 적용하면 1000평 기준 1400㎜ 폭의 밭고랑을 20개 만들 수 있다.

양파재배의 경우, 파종·정식 단계에 있어서는 밭자리 정식에 앞서 정식에 필요한 묘판을 조성해야 한다. 전용 파종기를 도입해 양파 코팅종자 1립으로 파종해 정식에 필요한 포트를 마련한다. 사용묘판으로는 P448공 전용판이 사용되며, 시간당 360매의 사용묘판을 만들 수 있다. 이를 통해 이미 만들어진 포장의 두둑에 비닐멀칭을 하고 전용 정식기를 통해 정식을 한다.

이듬해 양파 수확시기가 도래하면, 트랙터 부착형의 양파줄기제거기를 투입해 기계수확이 쉽도록 사전에 양파줄기를 제거하고, 인력투입을 통해 멀칭비닐을 수거한다. 이후 트랙터 부착형의 진동식 땅속작물수확기를 투입해 땅속의 양파 알뿌리를 굴취해 두둑 위로 노출되도록 한다. 톤백작업을 위한 수집형 양파수확기를 투입해 굴취된 양파를 수집하면 포장에서의 수확작업은 모두 끝나며, 이후 1톤 트럭에 3개씩의 톤백을 상차해 저장고까지 운반하게 된다.

양파의 장기보관을 위해서는 후숙과정(큐어링)이 필수다. 큐어링을 위해 저장고 내에서 톤백상태로 35°C~37°C에서 습도 70~80%의 조건으로 4~5일간 열풍건조 과정을 거친다. 정경훈 대표는 열풍이 닿지 않고 습도조절이 어려운 톤백 내부의 부패를 방지하기 위해 별도의 특허기술인 환기 파이프를 톤백 중앙에 고정설치해 포장 수집작업시부터 적용될 수 있도록 추진하고 있다.

후숙과정을 거친 양파는 톤백상태로 선별장에 옮겨져 크기별로 선별과정을 거쳐 20㎏ 망작업이 이뤄지며, 이후 저온저장고로 옮겨져 출하시기까지 0°C~2°C, 상대습도 65~70%의 조건으로 장기보관되며 재고소진시까지 주문에 따라 출하가 이뤄진다.

◆밭작물기계화를 위한 최적 시스템도입 필요성

농촌현장의 일손부족은 이제 당연한 일상이 되었다. 결국 일관기계화를 통해 극복하지 않으면 안 되는 당면과제이자 유일한 해결책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경지조성 단계에서부터 자율주행 시스템을 적용한 골자리 설계와 파종·정식, 방제, 수확, 수집, 이송, 선별, 저장, 출하관리 등 체계적인 영농과학화를 통해 최적의 시스템을 찾아가는 노력이 필요하다.

정경훈 대표는 일관기계화의 장점과 관련해 양파 수확작업의 일관기계화 적용만으로도 65%의 경영비를 절감할 수 있다고 자료를 제시하고 있다.

“4000평 기준 양파수확 시, 관행작업으로는 줄기·비닐제거, 기계굴취, 20㎏ 6000개 망작업에 136명의 인력이 투입돼야 하고, 인건비만해도 일당 15만원 기준 2040만원이 들어가는데 반해 수집형 톤백작업시에는 최대 9명이면 충분하기 때문에 인건비로 135만원만 지출되면 됩니다. 또한, 수확포장에서 선별장, 저장창고까지의 운송비용에 있어서도 비용을 절감할 수 있어 수집과 운송비용만으로 관행방식으로는 2855만원이 소요되지만 톤백 수집작업으로는 995만원이 소요돼 1860만원을 절감하고 있습니다”

정 대표의 설명에 따르면 일관기계화를 통한 양파재배 적용시 자율주행 시스템 적용을 통한 경작면적 추가확보에 따른 수확량 증가, 수확작업시의 톤백이송과 규격별 선별작업에 따른 높은 출하가격 등 전체적으로 관행재배와 비교해 40% 이상의 소득증가를 기대할 수 있다고 한다.

그러나 무엇보다 관행방식으로는 더 이상 농작업 집중시기의 인력부족과 인건비 부담을 감당할 수 없고 장마철 수확적기 등을 고려하면 일관기계화로 갈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이날 현장견학 및 수확체험에 참가했던 전남농업기술원의 조보람 연구사는 “농촌인력의 고령화로 농사짓는 어르신들이 돌아가시고 나면 앞으로 양파·마늘 농사는 누가 짓나 걱정이 많았는데 오늘 직접 수확기계 체험을 하며 안심이 되었다”고 말하고, “지속가능한 밭농업 발전을 위해서는 규모화와 일관기계화만이 해법임을 새삼 깨닫게 됐다”고 평가했다.

정상진 기자  jsj1234@al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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