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초 급수기 생산…28년 전과 동일 부품규격 사용
탁 대표 “볼탑없는 급수기 확산 위해 공정 효율화 진행”

(주)이레 탁동수 대표

“28년 전만 해도 축가에선 급수기를 고무대야나 드럼통을 잘라 사용했습니다. 자금 여력이 되는 일부 부농만이 유럽에서 급수기를 수입해 사용했습니다. 순수 국내기술로 급수기를 생산해 시설환경이 열악한 축사에 보급하고픈 생각이 들었습니다.”

(주)이레 탁동수 대표(사진)는 국내 축사 급수기의 역사라 불린다. 당시 모두가 무모하다고 여긴 급수기를 개발·생산해 축사에 보급했기 때문이다. 국내 최초였다. 물론 시행착오도 있었다. 타 직군에 몸담다 축산업에 들어와 이해가 부족했다. 일년에 몇 대 팔지도 못했다. 축산기자재를 수입 판매하던 충남 예산의 첫 고객은 (주)이레의 급수기를 보고 조목조목 따져 물었다.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도로 급수기를 가져가라고 했다. 얼굴이 화끈거렸다. 돌아오는 길에 고객이 지적한 사항을 되새겼다.

“기능적으론 문제가 될 게 전혀 없었습니다. 급수기가 소위 말해 때깔이 나지 않는다는 것이 문제였습니다. 즉 상품성이 부족했던 것입니다.”

이후 탁 대표는 급수기 생산시 긁히고 훼손이 가는 제조공정에 전력을 다했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고 했던가. 상품성이 개선되자 첫 고객과 10여 년간 인연을 지속함은 물론, 우르과이라운드를 진행하면서 국내 축산정책이 급변하기 시작했다. 축산농가의 경쟁력 제고를 위해 다양한 지원 사업이 쏟아졌다. 자연스레 급수기도 자동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정부지원이 늘자 많은 축산농가가 축사를 뜯어고치거나 신축했다. 급수기 수요가 급격히 늘었다. 경쟁사도 생겼지만 탁 대표는 개의치 않았다.

“당시 시장을 내다보는 안목이 부족했을지 모릅니다. (주)이레가 소화할 수 있는 급수기만을 생산해 공급했기 때문입니다. 타사가 어떤 급수기를 출시하든 (주)이레의 역량이 사라지는 건 아니라고 여겼습니다.”

그러나 탁 대표는 단 하나의 생각을 가슴에 새겼다. 지금 만드는 급수기가 수십 년이 흘러 외형이 변해도 내부에 탑재되는 부품 규격은 동일하게 만들겠다고 말이다.

“제품과 부품이 계속 바뀌면 회사로선 도움이 될지 몰라도 고객은 불편할 수밖에 없 습니다. 진정 고객을 위한다면 그들이 쉽고 편리하게 사용하고, AS도 간편히 할 수 있는 제품을 생산해야 합니다.” 이 같은 탁 대표의 경영철학은 현재도 진행 중이다.

28년 전 급수기나 현재의 한라산워터컵의 부품규격은 동일하다. 볼탑없는 급수기(HWC-40N)도 마찬가지다. 볼탑없는 급수기는 볼탑을 내재한 급수기의 단점을 고려해 개발됐다. 기존 볼탑은 제 기능을 하지 못해 물이 넘쳐 축사를 지저분하게 하거나 물을 낭비했다. 이는 화재로 이어질 수 있어 위험하다.

“볼탑은 급수기의 물이 차면 가동을 멈추고 모자라면 가동돼 물을 공급하는 역할을 합니다. 그러나 볼탑이 조잡하게 생산되다 보니 제 기능을 못했습니다. 4~5년 전부터 업계에서 꾸준히 지적된 문제입니다.”

(주)이레의 한라산워터컵 볼탑없는 급수기는 전자식 수위감지 적용과 주기적인 물 교체시스템으로 신선한 물을 공급한다. 특히 자동으로 물을 배수할 수 있어 청소가 필요치 않아 노동력을 크게 절감한다. 그러나 탁 대표는 기존 급수기보다 상대적으로 비싼 한라산워터컵 볼탑없는 급수기의 대중화를 위해 생산공정 효율화가 당면과제라고 말한다.

올해 탁 대표는 (주)이레의 내연을 넓히기 위해 축분연료화 사업이란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지난 4~5년간 축분연료화 개발에 힘써 기술적으로도 축적됐다. 아직 제도적으로 넘어야 산이 많지만 자신한다. 28년 전 국내 최초로 급수기를 생산·공급했던 것처럼 말이다. 

김창수  csk.al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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