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형태의 ‘빅데이터 센터’ 구축과 운영이 필요

2021~2022년에 걸쳐 전국 4곳(경북 상주, 전북 김제, 전남 고흥, 경남 밀양)에 시설원예 스마트팜 시장규모와 기술수준의 향상, 거점별 빅데이터센터의 구축을 목표로 한 스마트팜 혁신밸리(이하 혁신밸리)가 준공되어 운영되고 있다. 혁신밸리의 조성은 국내에서도 스마트농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자는 이유에서부터 비롯되었을 것이다. 농림축산식품부는 농업인구의 감소와 고령화에 직면한 국내 농업의 어려움을 극복하는 데 스마트팜이 기여하기를 기대하면서 4곳의 혁신밸리 조성에 4000억원 이상의 사업비를 투입하였다. 그런데 혁신밸리에서 기술혁신은 찾기 어렵고 청년창업보육, 임대형 스마트팜 및 실증단지 운영, 빅데이터 센터 구축 등 동일한 내용의 사업이 이루어지고 있다.

필자는 창업 보육이나 스마트팜의 임대가 필요 없음을 주장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기술이나 자금이 부족한 청년들의 시설원예 관련 기술습득과 임대형 온실을 이용한 생산과 판매경험은 향후 창업을 시도할 때 든든한 무기가 될 수 있다. 또한, 스마트팜 관련 기기를 개발하려는 민간업체들이 개발된 장치 또는 기술을 적용해볼 수 있는 실증단지의 운영은 관련 산업의 육성 측면에서 긍정적인 요소를 지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혁신밸리 내의 보육용 또는 임대형 온실에서 경험하거나 습득하는 내용이 스마트 기술이냐에 대해서 동의하기 어렵다. 가장 큰 이유는 혁신밸리 내의 온실이 제대로 된 스마트팜이 아니기 때문이다. 또한, 경북 상주와 전북 김제의 실증단지에 40여개의 민간업체가 입주하여 실증시범사업에 참여하고 있으나, 스마트팜에 적용 가능한 기술이나 장치가 개발되었다는 소식은 들리지 않는다.

전국 4곳에 설치된 스마트팜 혁신밸리(상주) 조감도

스마트팜 혁신밸리 내에 마련된 실증단지 모습

스마트팜은 작물, 원예 등의 농업생산 현장에 스마트 기술이 적용된 농장을 의미한다. 스마트 기술은 생장 현장을 편리하고 지능적으로 관리하는 데 필요한 기술로써 센서 네트워크, 사물인터넷, 빅데이터, 인공지능, 클라우드 등이 포함된다. 스마트 기술이 적용되려면 시설원예 현장에서 활용 가능한 환경 및 작물생육 관련 데이터가 충분하게 축적되어야 한다. 다시 말해서 환경 변화에 따른 작물의 정상적인 생장, 병해충 감염 또는 스트레스 여부를 진단할 수 있는 데이터베이스가 마련되어야 한다. 이렇게 될 때 데이터베이스에 기초하여 생산 현장에서 발생된 상황 판단과 상황을 신속하게 처리할 수 있는 의사결정지원 시스템이 구축될 수 있다. 그러므로 시설원예 스마트팜은 환경 및 생장정보 측정장치, 각종 제어장치 및 통신망에 더하여 의사결정지원 시스템이 갖춰진 온실을 의미한다.

2021년 기준으로 채소류 생산용 온실면적 5만3239ha 가운데 플라스틱온실과 유리온실이 각각 5만2846ha(99.3%), 322ha(0.6%)를 차지하였다. 또한, 플라스틱 온실 중에서 단동온실과 연동온실은 각각 4만4963ha(85.0%), 6953ha(13.2%)로 나타났다. 결과적으로 대부분의 채소류가 단동 플라스틱온실에서 생산되고 있는 것이다. 단동 플라스틱온실은 스마트팜 도입에 필요한 비용이나 효율성 측면에서 결코 유리하지 않다. 이러한 상황에서 스마트팜 보급을 위한 밑그림을 농림축산식품부가 지니고 있는지 궁금하다.

생장 및 병충해 관련 각종 데이터베이스가 마련되지 않고, 의사결정지원 시스템이 구축되지 않은 국내 온실은 스마트팜의 완성된 형태가 아니다. 이러한 내용은 혁신밸리 내의 교육용 또는 임대형 온실에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최근에 지어진 온실로서 스마트 기술을 도입하기 위한 외형은 갖추고 있으나, 스마트팜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데이터의 축적과 이에 기반을 둔 의사결정지원 시스템을 갖추고 있지 않다. 때문에 환경 또는 생장관리에 적합한 의사결정을 내릴 수 없고, 이에 따라 스마트 기술을 적용할 수 없다. 이러한 상황에서 창업 보육생들이 스마트팜 관련 운영기술을 제대로 습득할 수 있을까? 스마트팜의 보급에 필요한 인프라가 충분하게 갖추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스마트팜 보급 및 확산 계획을 수립하고, 창업 보육생을 대상으로 관련 기술을 교육하는 것은 현실을 고려하지 않은 정책으로 평가된다.

진행되고 있는 빅데이터 센터 구축 사업에 대한 의견도 분분하다. 현 시점에서 혁신밸리마다 거점별 빅데이터 센터를 구축하겠다고 하는데, 데이터의 수집이나 활용을 위한 구체적인 방안이 보이지 않는다. 혁신밸리마다 어떠한 데이터를 수집하려고 하는지? 수집되는 데이터의 신뢰성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지? 거점별 빅데이터 센터의 차별화를 어떻게 이루려고 하는지? 등에 대한 목표와 전략이 부족해 보인다. 현장에서 활용 가능하지 않은 데이터 수집은 의미가 없다.

몇 해 전에 농림수산식품교육문화원이 빅데이터 수집을 위한 플랫폼 구축에 나섰으나, 무슨 이유에서인지 활용되지 않은 채 거점별 빅데이터 센터 구축 사업이 다시 시도되고 있다. 경북 상주와 전북 김제의 혁신밸리에서는 빅데이터 센터 구축을 위해서 지역 내의 테크노파크 또는 농업기술원을 빅데이터 센터 위탁운영기관으로 선정하였다. 그런데 위탁운영기관들이 빅데이터 센터 구축 및 운영 관련 용역을 민간업체에게 맡기고 있는 데, 이렇게 진행되는 이유가 위탁운영기관의 경험이나 전문성 부족에서 비롯된 것은 아닌지 우려가 앞선다.

지난해에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은 '스마트팜 분야 빅데이터 플랫폼 및 센터 구축'을 위한 1차연도 사업을 마무리했다. 작물의 최적 생육을 위한 빅데이터 생산 및 제공을 목표로 수행되고 있는 상기 사업은 민간업체를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때문에 혁신밸리의 빅데이터 센터 구축과 과학기술정보통신가 추진하고 있는 빅데이터 플랫폼 및 센터 구축 사업의 중복성 관련 논란이 야기될 수 있다. 이러한 시기에 혁신밸리 빅데이터 센터 구축을 민간업체에게 맡기는 것은 적절치 않다. 왜냐하면 사업의 중복성 뿐만 아니라 참여업체의 중복도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향후 빅데이터 센터를 구축하는 단계에서 농업기술 관련 데이터의 공공성, 구축된 데이터에 대한 사용자들의 접근성 등이 우선적으로 고려되어야 한다. 아울러 차별화가 모호한 거점별 빅데이터 센터 대신에 신뢰성이 높은 데이터를 효율적으로 수집하고, 사용자들이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통합된 형태의 빅데이터 센터 구축과 운영을 제안한다.

농가인구의 감소와 고령화, 기후변화에 직면한 국내 농업 현실을 극복하는 데 있어서 스마트팜이 대안으로 자리매김하려면 무엇보다 국내 여건에 적합한 스마트팜 모델 설정, 모델 실증, 보급 및 확산에 필요한 인프라 구축이 선행되어야 한다.

명칭에 어울리도록 혁신밸리는 시설원예 생산 및 관리 기술의 혁신을 이끌어야 한다. 기술혁신이 없는 혁신밸리는 구두선에 지나지 않는다. 조성된 지 얼마 안 된 시점에서 혁신밸리 사업성과에 대한 평가가 다소 빠를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혁신밸리의 사업목표, 추진전략 및 방안에 대한 진지한 검토가 요구되는 것은 그만큼 우리 농업 현실이 한가하지 않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목표가 분명해야 한다. 명확하지 않고 중복성이 제기되는 사업으로서는 성공을 기대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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