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적으로 4차 산업혁명의 바람으로 농업분야에 불어닥친 스마트팜 열풍은 정밀농업, 디지털농업, 데이터농업 등으로 불리며 미래농업을 설계해가고 있다. 결국, 미래농업의 핵심은 데이터 관리와 활용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데이터농업을 위한 우리 생태계 조성은 아직 기초적인 단계에 머물러 있다. 특히 데이터농업을 위해 필수적인 농업기계의 기술수준은 농업선진국과 비교해 한참 뒤떨어져 있다. 우리 미래농업을 견인하고 농기계산업의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농업기계의 디지털전환을 시급히 고민해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 정상진 본지 발행인과 한국농업기계학회를 이끌어가고 있는 이강진 학회장의 대담을 통해 우리 농업기계의 현주소와 향후 발전방향에 대해 살펴봤다.

“데이터농업 기반구축 위한 정부의 역할이 중요”

정상진 발행인 : 우리 농업환경이 갈수록 악화되고 있어서 걱정이다. 농촌의 일손부족과 고령화는 이제 일상이 되었다. 지난해 기준 우리나라 농업인구는 216만6000명으로 10년전과 비교해 25.6% 줄어들었다. 농가의 65세 이상 고령농의 비율도 49.8%에 달하고 있다. 농업의 지속성은 고사하고 지방소멸까지 걱정해야 할 처지가 되고 있다.

이강진 학회장 : 농업인구 감소는 세계적인 추세이다. 세계인구는 현재 약 80억명에서 2050년에는 97억명에 도달해 식량소비량도 지금보다 20% 이상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지만 농촌의 도시화 가속으로 농경지는 감소하고 농업인구도 지속해서 줄어들 수밖에 없다. 결국, 농업의 지속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100명이 농사짓던 일을 10명이 하고, 10명이 농사짓던 일을 1명이 할 수 있는 기술개발이 요구된다. 미래에는 사람의 지능과 판단을 능가하는 인공지능 로봇이 사람을 대신해 농사를 짓고, 무인항공기와 무인자동차를 통해 농작물을 운송하는 날도 머잖을 것이다. 또한, 통신망으로 연결된 로봇들은 서로 간의 유기적인 정보전달을 통해 농산물의 생산에서 운송까지 다양한 작업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발행인 : 지난해 세계 로봇시장 규모는 332억달러에 달하고, 지난 5년간 연평균 17.4% 성장세를 보이고 있어 이 추세라면 2026년에는 741억달러가 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또한, 농업용 로봇시장 전망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전세계 농업 로봇시장은 67억달러 규모로 성장할 것이라고 예측되고 있다.

그러나 우리의 농업환경은 무인화, 자동화와는 거리가 먼 것이 사실이다. 농업선진국과의 격차 또한 크게 벌어지고 있어 이에 대한 대비가 필요할 것으로 생각된다. 특히 디지털농업에 필수적인 빅데이터,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디지털트윈, 메타버스 등의 요소기술들은 완성도가 상당히 떨어져 실제 농업에 적용될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

학회장 : 데이터농업으로 가기 위해서는 센서로부터 수집된 자료를 데이터화 하고, 이를 저장·분석해 최적의 의사결정을 통해 변량형 농작업을 수행하는 농업생산 과정을 거치게 된다. 즉 데이터 관리가 핵심이다. 데이터를 수집하는 IoT 플랫폼과 데이터를 저장·관리하는 관제 플랫폼, 데이터를 분석·추론하는 인공지능·빅데이터 플랫폼을 통해 농작물 관리, 농기계 관제, 농산물 판매관리 등 다양한 서비스에 활용될 수 있다. 여기서 문제가 되는 것은 데이터의 신뢰성이다. 빅데이터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정확한 데이터 수집이 선행되어야 하는데 지금의 시스템으로는 데이터의 신뢰성을 확보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발행인 : 정부의 8대 혁신성장 선도과제로 야심차게 출발한 스마트팜 혁신밸리 조성사업의 경우에도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막대한 비용을 들여 상주·김제·밀양·고흥에 실증단지를 조성해 시설원예 표준모델로 성장시키고 빅데이터센터·자율실증온실 등을 통해 데이터 관리를 하겠다고 했지만 관리주체인 농림수산식품교육문화정보원을 통해 취합된 데이터들은 신뢰성이 떨어져 빅데이터로서 전혀 활용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그나마 접근성에 있어서 재배환경이 규격화되어 있는 시설온실이기 때문에 이 정도이지 작물이 다양하고 재배환경이 제각각인 노지작물의 경우에는 데이터농업으로 가기 위한 길이 요원할 것으로 생각된다.

학회장 : 동의한다. 노지 농작업의 경우에는 환경변수가 너무도 다양하기 때문에 데이터농업으로 가기 위해서는 보다 지능화된 기술들이 접목되어야 한다. 농업기계 중 사용비중이 가장 높고 첨단화되어 있는 트랙터를 중심으로 먼저 자율주행 등 지능화된 기술들이 이뤄지고 있으며, 농작물의 파종에서부터 재배, 수확, 가공, 저장, 유통까지 전 과정에 대한 무인 기술들이 개발되고 있다. 미국의 존디어社는 이미 반자동 트랙터를 양산해 20만대 이상 판매하기도 했으며, GPS 추적모듈을 통해 위치기반 정보를 활용해 정밀농업을 구현하고 있다. 또한, 일본의 구보다社 역시 자율주행 트랙터 개발과 자율주행 농기계에 활용할 수 있는 KSAS를 통해 원격으로 수확량 등 다양한 작업정보를 확인하고 관리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발행인 : 미국이나 유럽의 경우에는 10여년 전부터 트랙터와 작업기의 데이터 통신을 위한 ISOBUS 통신프로토콜 표준화를 통해 제조사가 다른 트랙터와 작업기의 경우에도 데이터 관리가 될 수 있도록 시스템을 마련해 모든 농작업 정보에 대한 빅데이터화를 추진하고 있다. 또한, ISOBUS 장착 의무화로 자국의 농업기계 보호를 위해 미국이나 유럽의 역내 수입 되는 농업기계에 대한 수입규제 움직임까지 있어 무역장벽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학회장 : 트랙터와 부착작업기의 통신표준화는 데이터농업으로 가기 위한 가장 기초적인 단계이다. 학회 차원에서도 이에 대한 관심도 제고와 기술동향 파악을 위해 지난 4월에 ISOBUS 관련 학술심포지엄을 개최하기도 했다. 이미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농기계 전자제어와 통신기술 관련 기술수준은 어느 정도 확보된 것으로 알고 있지만 상용화 부분에 있어서 경제성이 떨어져 활성화되지 않고 있다. 그러나 데이터농업으로 가기 위해서는 데이터 통신을 위한 통신표준화는 선택이 아닌 필수이다.

발행인 : 기업은 본질적으로 자사의 이익추구에 민감하기 때문에 트랙터와 부착작업기를 아우르는 통신시스템 표준화를 위해 기술공개에 나설 가능성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봐야 한다. 오히려 자사의 기술보호와 선도적 지위확보를 위해 자사와 이해관계가 있는 부착작업기 업체들과만 연대해 폐쇄적 기술종속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학회장 : 그래서 국가가 나서야 하는 것이다. 산업계의 특성상 공공의 이익보다는 자사의 이익추구가 우선될 수밖에 없는 특성을 고려해 공공의 이익과 산업계 발전을 위해 정부가 나서서 중심을 잡아주고 공동의 번영발전을 위한 기술표준과 길잡이 역할을 맡아줘야 한다. 데이터농업으로 가기 위해 갖춰야 할 인프라는 통신시스템 외에도 지능형 농작업기 발전을 촉진할 수 있는 데이터 플랫폼, 농기계 관제시스템, 부품공용화, 수출보육지원, 전문인력 양성 등 데이터농업 기반구축에 필요한 광범위하고 다양한 인프라가 조성되어야 한다. 정부의 역할이 중요한 이유다.

신두산 기자  sds3766@al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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